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92화 (192/277)

(197) 이세계 드래곤 [21] 2.한가로운 날? 이상한 만남들.

오늘은 토요일. 어느덧 월요일에서 토요일로 변하니 시간은 빛처럼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토요일이라고 해 봐야.. 평상시의 날보다는 학교가 빨리 끝난다

는 것말고는 그리 다를 바가 없다고 카이란은 생각했다.

"음... 이제부터 서서히 교복 위에다가 옷을 더 입어야 겠네요."

검은 흑발머리가 휘날리자 사미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을 했다. 서서히 다가

오는 겨울의 영향 때문인지 이제 오후가 되어도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쌀쌀함이

묻어있었다. 카이란이야.. 속성이 레드(불)이기 때문에 그리 춥다는 느낌은 없지만

보통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는 닭살이 일으킬 정도의 추위였다.

"네.. 그러네요.."

아리아도 바람에 의해서 휘날리는 금발 머리를 쓸며 사미의 말에 공감이 간다는 표

정으로 말을 했다.

"그래도.. 아직은 어중간해서 조금 그렇지 않을까? 엊그제는 정말 더울 정도의 날씨

였잖아. 만약 그 날처럼 덥다면 좀 귀찮지 않을까? 뭐.. 옷이야 들고 다닐 수야 있

지만..."

저번에는 무척이나 더운 날씨를 보였기 때문에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

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혜미의 말에 아리아, 사미, 민지는 그런

그녀를 향해 도끼눈으로 빤히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니...?"

그런 눈으로 쳐다보니.. 혜미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니.. 그게 언니가 할 말인지 묻고 싶다. 지금 언니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나 하고

그런 말을 내뱉는 거야?"

"내 모습이 어때서...?"

혜미는 사미의 말에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무릎까지 오는 짙은 갈색 치마에, 테두

리만 같은 색 계열의 어깨, 가슴까지 오는 커다란 칼라. 그리고 잘 어울리는 노랑색

리본. 전체적으로 칼라를 제외하고는 옅은 검은색 계열의 교복이었다. 또한 겉에는

갈색 마이를 착용한 상태라 다른 사람하고 다를 바 없는 교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 혜미에게는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그 마이 겉에 입은 반코트나 없었으면 그런 말이 통하지. 그 철두철미한 성격 누가

모른다고 할까봐.. 그렇게 차려 입고 그런 말을 내뱉은 거야? 아직 무리다고? 그러

면서 그 코트는 왜 가져 온거야? 누군 추운데.. 누구는 따뜻한 옷을 입으면서 그런

말을 내뱉다니.. 은근히 언니는 우리를 놀리는 것 같단 말이야."

"혜미 언니 설득력이 없어요."

"솔직히 민지와 사미양 말대로 저도 공감해요."

그녀들이 그렇게 말하자 혜미는 살짝 어색한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리아는 무

언가 번뜩 생각난 얼굴로 혜미, 사미, 민지, 카이란에게 말했다.

"그건 됐고, 오늘 여러분들 집에 가자마자 할 일 있나요?"

아리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당연히 할 일이고 자시고 간에.. 어

차피 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카이란네를 가는데.. 할 일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럼.. 오늘 다행히 토요일이니.. 혜진양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들렸다가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 갔다 오자."

"저도 좋아요."

"좋아요."

"아리아양 말대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리아는 오늘이 토요일이니 가는 김에 혜진이가 있는 곳을 가자고 제의를 하자 모

두들 만장일치로 찬성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러자 문득 카이란은 혜미에 대해 이상한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선배.. 요즘들어 우리와 같이 자주 집에 가네요."

그 말에 웃음 짓는 혜미. 그리고 말했다.

"후훗.. 그런가요? 백성군은 저랑 같이 가는 것이 싫은가보죠?"

물론 싫을 리는 없다. 다만... 이상하게 최근 들어 자주 만나서 가니까.. 조금 색다

른 느낌이 나는 것 뿐이었다.

"당연히 싫지는 않죠. 하지만.. 조금 이상해서요.."

혜미는 방긋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그럴만도 하겠죠. 인기투표의 결과에 의해서 앞으로 자주 등장하기로 누구와 합의

받았거든요. 후훗.."

"..............."

아무도 그 말에 이의를 다는 인간&엘프는 없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쉽게 생

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누구라는 것도 누구인지 쉽게 눈치를 챌

것이고.(클럭!)

그들은 오늘 하루를 혜진이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혜진

이는 많이 괜찮아져 있었다. 야윈 모습도 점차 예전의 모습으로 되찾아갔고, 얼굴

색도 괜찮아 졌다.

아직 금단의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심할 정도의 괴로움은 없는 것 같았다.

마약의 후유증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른다.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정신 후유증

같은 거라서 마약을 끊는다고 해도.. 5년 10년 20년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금단의 현

상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 무리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평생 자기 의지와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한 가혹한 시련만이 기다렸

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혼자가 아닌 여러 친구들이 있었다. 그것도 기쁠 때 슬플 때

같이 웃어주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앞으로 닥쳐올 무서운 시련이라고 해도.. 그녀는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자

신을 보였다.

서로 웃고 얘기하니 어느덧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흘렀다. 6시까지 주어지는 면회시

간 때문에 그들은 각자 집으로 향했고, 7시 정도에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서로 각

자의 집으로 가서.. 오늘의 일과는 그것으로 막을 내렸다.

-짹짹..-

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참새들은 그런 차가운 바람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지

, 좋은 날씨라고 광고하는 새들을 보면 꼭 통구이를 해 먹고 싶은 충동이 서렸다.

일요일.. 일요일.. 일요일이라면 생각하는 것은 딱 한가지가 떠오른다. 바로 쉬는

날! 뭐든지 쉬는 날! 또한 직장인이라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무척이나 나가기 싫어서

뒹굴뒹굴 거리는 인간이 많을 것인 날! 아무튼 일요일이라는 것은 그런 날이다.

-뒹굴 뒹굴-

일요일날 폐인생활 한 몫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바로 카이란을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다. 지금 카이란은 방 안에서 뒹굴 뒹굴 거리고 있었다. 정말 한심하다는 말이 절

로 자아낼 정도로 카이란의 현재 모습은 못 봐줬다. 그리고 이쯤대면 원래 민지가

정각 90도로 카이란의 배를 찍어야 정상이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민지가 외출했기 때

문에 카이란의 이런 모습은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음.. 아무도 안 오네..."

오늘은 그 누구도 카이란의 집에 없었다. 민지는 외출, 사미는 오지 않고, 아리아도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들 어디를 나갔나 보았다. 그래서인지 카이란은 심심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암... 그냥.. 어디 나갔다 올까...."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며 카이란은 어디를 나갈까라는 궁리를 했다. 하지만.. 드

래곤 성격 어딜가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귀찮다'는 생각에 의해서 결정을

짓는 것도 힘들었다.

"에공..."

이대로 있으면 심심해서 죽을 것만 같기도 하니 카이란은 어떻게 할까 고민에 휩싸

였다. 하지만.. 양자택일(兩者擇一)이니 둘 중에 하나는 꼭 결정해야 하는 법! 그래

서 카이란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생각하며 명쾌한 어조로 혼자말을 지껄였다

.

"그래! 결정했어! 그냥 나가는 거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뭐 있어? 그냥 나가서

신나게 놀면 그만 아냐? 그래서 난 나가기로 결정했어!"

어디선가 흘러오는 이휘재의 인생극장의 음악(기억하시는 분 계실 듯). 다만... 다

중 음성도 아니고 화면 갈래도 아닌 장면만 비슷할 뿐이다.

카이란은 나갈 채비를 준비하기 위해 운디네와 실프를 불렀다.

"운디네! 실프!"

카이란의 외침에 수돗가에서 물 한 방울이 카이란 근처로 오자마자 점점 커지더니

아름다운 여인이 형성되었고, 미약한 바람이 천천히 소용돌이를 일으켜 가운데 귀여

운 여성이 형성되었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네.. 주인님..."

명쾌 발랄하게 대답하는 실프의 모습이었지만 그 반면 운디네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인사를 받자마자 카이란은 오래 끌 것도 없이 딱 한마디만 건넸다.

"둘 다 인간형으로 변해."

"와! 신난다!!"

"....이유는요?"

따질 것도 없이 실프는 마냥 좋아하는 모습으로 깡충깡충 뛰었지만(어떻게?) 운디네

는 가시가 박힐 냉렬함이 묻어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하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마도 운디네가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인간형의 최대 안 좋은 점이자 제일 좋은

점일 수도 있는 '감각' 때문인 것 같았다. 지난 날 툭하면 뒤로 넘어져서 무진장 아

픈 것과 옷 갑갑한 것, 그리고 걸어다니는 것도 힘드니 후유증이 생겼나 보았다. 하

지만... 카이란은 이유도 필요 없다는 식으로 운디네가 할 말 없게 만들었다.

"없어! 절대복종!!"

"와!!"

"............."

여전히 깡충깡충 좋아하는 실프, 하지만.. 운디네는 더욱 냉렬한 눈빛으로 카이란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카이란은 그런 운디네의 냉렬한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정령에

게는 소환자의 명령은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것을 이용해

서 운디네에게 할 말을 없게 만들었다.

"........휴.. 알았습니다. 그럼 인간형으로 변하겠습니다."

살짝 한숨을 어리며 운디네는 인간형으로 변할 준비를 취했다. 역시.. 운디네는 여

전히 저번 일에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운디네와 실프의 몸에서

는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슈앙!-

인간형으로 변하고 있는 빛이라 카이란은 그 둘을 잠시간 신경을 끊었다.

"자.. 나도 슬슬 해볼까?"

준비할 것이라면 카이란에게도 존재했다. 물론 이런 채로 나가도 되지만 카이란은

무슨 생각이 있는지 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슈앙!-

카이란의 몸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카이란은 몸은 커지고 있

었다. 얼굴 형태도 변하고 있었고, 짧은 머리카락이 서서히 길어졌다. 카이란이 실

행한 마법은 드래곤이 유희생활 할 때 꼭 필요한 마법인 폴리모프였다. 몇 초 정도

흐르자 서서히 카이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은 힘을 잃어갔고, 뚜렷하게

카이란의 모습이 보였다.

"와! 주인님 오랜만 그 모습 보내요!!"

"........."

인간형으로 변형하는 것을 완료했는지 실프는 카이란의 모습을 보자 반색했다. 물론

운디네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마냥 가만히 카이란의 모습만 보고 있었다. 카이란

이 변형한 모습은 현재 이백성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20대 후반의 모습도 아

닌 예전에 카이란이 딱 한번 엘프의 마을에서 변했던 붉은 머리 미남자의 모습이었

다.

180이 조금 넘는 키에 어깨를 살짝 넘기는 찰랑찰랑한 붉은 머리. 갸름한 턱선과 그

에 맞게 매서운 눈매가 매력적인 얼굴은 '미소년'보다는 '미남'이라는 칭호가 어울

린 미형적인 외모였다.

카이란은 잠시동안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실사 거울이 구멍이

날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카이란의 모습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채로

10분 정도 흐르자 실프는 지루함을 느끼며 말했다.

"..........주인님... 거울에 빵꾸 나요."

"응..? 아.. 그, 그래... 하핫.. 오랜만에 이런 멋진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심

취되었네... 하하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카이란을 보며 운디네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감정변화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런 것을 나르시스트 라고 하지요."

"........."

설마... 라는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그 설마가 진짜일지 모른다는 뇌리가 깊게 박

혔다. 그나저나 운디네는 나르시스트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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