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이세계 드래곤 [21] 5.한가로운 날? 이상한 만남들.
"주문하신 것 나왔습니다."
방긋 웃으며 검은 에이프런을 두른 포니테일의 여성이 큰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
고는 각자 주문한 음료들을 놓아주었다.
"화아~ 잘먹겠습니다!"
"저도요!"
"저도!!"
민지와 민치 친구 A, B가 시킨 것은 생과일 쥬스를 시켰었다. 각자 사과, 오렌지,
토마토 쥬스였다. 그리고 카이란은 혜진이를 처음 만날 때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
는지 체리에이드를 시켰었고, 운디네와 실프도 같은 걸로 시켰다. 그녀들은 아는 것
이 없으니.. 똑같은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멋대로 시킨 카이란이었다.
"주인님 이게 뭔가요?"
갸우뚱한 표정으로 실프는 눈앞에 놓여져 있는 둥근컵에 붉은 액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먹어보면 알아."
"흐음..."
미심쩍한 눈빛으로 물끄러미 뚫어지게 쳐다보는 실프. 뚫어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프는 다른 인간이 먹는 것을 구경했다. 앞에 있는 이상한 막대기로 입을
대어서 쭉 빨아 당겨먹는 모습이 보이자 실프도 똑같이 따라해서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큰 소리와 함께 실프는 벌떡 일어났다!
"오옷!!! 주인님 이거 너무 맛있어요!! 이것을 무슨 느낌이라고 하는거에요? 세상에
이런 느낌 처음이에요!!"
또 다른 의미로 이목이 전부 카이란쪽으로 집중되었다. 쪽팔림의 극치라 민지와 민
지 친구A, B는 얼굴이 화악 붉어져.. 인간들의 시선을 당황한 나머지 본능적으로 두
리번거렸다. 카이란이야.. 원래 철판으로 둘러싸였으니.. 창피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고 그냥 피식 웃기만 했다.
"오옷! 너무 맛있어요..."
실프는 너무 맛있는 나머지... 다시 한번 빨대에 입을 대면서 체리에이들를 원 샷으
로 끝내버렸다.
"에?"
더 이상 빨리는 것이 없자... 실프는 의아하다는 생각에 체리에이들을 쳐다보았다.
하얀 얼음밖에 없는 것이 보였다.
"에.. 다, 다 먹었다... 왜? 어째서?!! 난 별로 안 먹었단 말야!!"
그렇게 말해봐야.... 신빙성이 없다.
"주, 주인님..."
실프가 울먹이는 표정을 짓자... 카이란은 당혹했다. 설마 실프가 저런 표정을 지을
지 몰랐다.
"하, 하나 더 시켜 줄게.. 그러니.. 그런 표정 그만둬..."
"헤헷! 감사합니다!!"
결국 할 수 있는 거라면.. 다시 하나를 시켜주는 것 없었다. 실프의 이런 모습에 민
지와 민치 친구들은 어떻게 했기에 이런 쥬스에 호들갑 떠는지 신기한 눈초리로 보
았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원인이 아마도 못난 주인 카이란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
각이 들자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 눈길을 받았지만... 카이란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카이란은 실프는 이런 모습
을 보자.. 옆에 있는 운디네의 표정은 어떤지 궁금해서 힐끔 그녀를 쳐다보았다.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운디네의 모습은 정말로 예술이라고 치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상시의 모습이었지만 그녀도 체리에이드가 쏙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
답지 않게 양쪽 볼에 홍조를 띈 상태였다. 그것도 그녀가 마음에 쏙 든다는 모습이
었지만.. 무엇보다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입에 빨대를 내려놓지를 못한, 본능적인
모습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자세히 새겨 보지 않는 한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
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어떻게 얼굴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 그녀의 냉정함이 정말
매력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카이란만 그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고, 역시 인간형으로 변해서 처음 느껴보는 미
각이니.. 그런 그녀들의 행동은 그럴 만도 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럼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멋진 오빠!"
"앞으로 종종 봤으면 좋겠어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그녀들은 자리에 일어났다. 카이란도 슬슬 일어날 분위기
라 서슴없이 자리에 일어났다. 실프는 체리에이드의 맛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쉽게 발을 떼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이런다고 바뀌어지는 것은 없으
니,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럼... 다음에 뵈요! 오빠에게 안부 전해 줄게요."
"멋진 오빠 빠이빠이!!"
"조심해서 가세요!"
밝은 웃음으로 각자 인사를 건넨 후 그녀들은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녀들의 뒷모습
을 보면서 카이란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인님 이제 어디를 갈거에요? 헤헷.."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실프의 표정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한눈에 훤히 보였다
. 하지만.. 카이란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음.. 글쎄.. 목적지는 없는데...?"
"헤헤.. 그러면.. 우리 아까 같은 것 먹으로 가요.."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카이란은 빙긋 웃었다.
"그래.. 너희들은.. 미각에 대해서 잘 모르겠구나.. 좋아! 내가 선심으로 너희에게
음식을 먹여 주지."
미각을 느낀다는 것은 처음이니.. 한번쯤은 정령들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도 좋
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사줄까라는 생각을 열심히 했다. 쉽게 배부른
것 보다는 아무래도 맛있고, 여러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그래? 운디네 너는 어때?"
일부러 카이란은 운디네에게 물어보았다. 아무리 얼음같이 차가운 그녀라고 해도 처
음 느껴본 단맛이었으니.. 쉽게 잊혀질 리가 없기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저는 주인님이 가시는 곳이라면 아무 상관없습니다."
씩.. 웃음이 나왔지만.. 카이란은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래? 음... 어딜 갈까나....?"
섣불리 판단이 서질 않자.. 어렵게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어디선가 들려오는 날
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카이란의 귀를 강타했다.
"놔! 놓으란 말야!!! 네가 뭔데 지랄이야! 안 놔!!!?"
찢어질 듯한 억센 외침에 의해서 모든 거리의 이목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카이란
도 고개를 틀어서 그곳을 쳐다보았고, 어깨를 넘어가는 진한 갈색 머리의 여성과,
앞에는 준수한 얼굴의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어래?"
자세히 보니.. 그 여성은 카이란도 잘 알고 있는 여성이었다. 비록 뒷모습이었지만.
.. 지난 3600년의 허송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니 뒷모습만 봐도 그 여성의 얼굴은
어떤지 쉽게 알 수 있는 눈이다! 그래서 지금 저 여성는 카이란의 느낌으로 분명!!
"채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역시! 아직 3600년의 눈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카이란은 예상했던 대로
학교 선생 채연이라는 것을 알아 맞췄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저렇게
소리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그런 행동을 보이는 거지?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아님.. 뭐 때문이
야!!?"
절망인 마냥.. 남자는 거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보였다. 하지만 채연 선생은 거의
귀찮다는 식으로 얼굴만 찌푸렸고, 짜증 섞인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싫으니까 싫은거야!! 더 자세히 말해줄까? 이제 네가 질렸어! 이제 보기 싫다고!
알았어? 이제 네 얼굴은 그다지 보고 싶지가 않아. 난 한 남자에게 매달려 있는 타
입이 아니니까.. 그만 쫓아 와줬으면 좋겠어."
흐음.. 의외의 채연 선생의 모습. 저런 타입이었던가? 카이란은 흥미롭게 그녀를 바
라보았다. 환한 웃음과 아름다운 미소로 학생들에게 많은 환심을 샀던 채연 선생이
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것이 채연 선생의 본
심인가?
아이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이는 반면.. 학교가 아닌 밖에서는 이런 모습이라... 뭐.
. 채연 선생도 선생님이라는 것을 배제한다면 평범한 인간이니 이런 모습은 당연하
게 여길 수 있는 광경이었다. 또한.. 얼굴을 본다면.. 확실히 예쁘기도 하니 콧대가
높을 만도 한 외모였다. 그정도 외모인데.. 남자 문제가 없겠는가? 학교에서는 한번
도 언급하거나 나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같
이 이런 모습을 우연찮게 볼 수 있었고, 몇 번 남자들의 등을 쳐 먹는 선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 주인님..."
조심스럽게 실프는 카이란의 소매를 잡고 흔들었다. 카이란은 한동안 채연 선생에게
신경을 썼던 시선을 실프에게 옮겼다. 그러자 실프는 무엇을 바라는 듯한 표정을 볼
수 있었고, 빨리 아까 전에 먹었던 것과 비슷한 것을 먹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하하.. 알았어.. 자.. 우선 어디를 갈까나..? 뭐 맛있는 곳이 어딜까나? 흐음.. 이
거참 고민되네.."
채연 선생의 저런 모습을 봤었지만.. 카이란은 그다지 참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 외모도 바뀌어져 있는 것이 한 이유도 됐었지만, 가장 유력한 큰 이유는 우선 귀
찮은 점이다.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카이란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기
에 신경을 꺼버렸다.
"아! 글쎄!! 이제 좀 귀찮게 하지 말라니까! 말하지 않았어!! 난 네....."
또다시 고막의 신경을 자극하는 외침이 들렸지만 그 소리는 뚝 하고 끊겼다. 갑자기
이렇게 끊겼으니 카이란도 의아한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뜻밖의 광경이
벌어졌다.
"나 이 사람하고 어디를 갈꺼야! 그러니 그만 쫓아와!! 척 보면 몰라? 이 남자 너보
단 너무너무 잘 생겼어. 그러니 난 이런 남자가 좋아! 그러니 이제 그만 꺼져줄래?"
어래? 라는 말을 절로 자아낼 정도로 카이란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느닷없이 채연
선생이 자신의 팔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뭐, 뭐야..?"
카이란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이 사태의 대해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이렇게 되는
지... 황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채연이 계획했던 것이었다. 계획이라
고는 뭐하지만..., 채연 선생은.. 모든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을 때 뒤쪽에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거리에 이런 소동이
있는데.. 도와주지 못할망정.. 아무것도 아닌 마냥, 저런 식으로 말하는 인물이 화
가 나자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고개를 살짝 돌린적이 있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멋진 남자가 앞에 있었던 거였다. 그래서
.. 채연은 얼굴에 철판깔고.. 앞에 있는 이 귀찮은 남자를 떼어놓는 대응책을 실행
해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
"네, 네놈이!! 내 채연이를 꼬셨냐.. 이 죽일 새끼....."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남자였다. 채연의 행동도 너무 화가 났었고, 이제는 떡
하니 멋진 남자가 앞에 있으니 분노가 그의 이성을 잡아먹었다. 쉽게 생각한다면 채
연의 행동은 뻔한 행동이라 그녀의 생각을 쉽게 알 수 있을 터인데... 그는 분노로
인해서 그런 사고를 지니지 못했다.
"얼씨구... 거참.. 뻔뻔하네.."
카이란은 황당한 어투로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는 채연 선생에게 말을 했다. 반말로
나가는 카이란의 모습에 채연 선생은 기분이 나빴지만, 미남(보통 미남이 아니니..)
이라면 용서가 되는지.. 채연 선생은 그저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죽여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 이 새끼!!!"
결국 우려했던 일은 터졌다. 앞에 있는 남자는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그로 인한 이
성이 그의 행동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남자는 무턱대고 카이란에게 주먹질을
가했다. 하지만.. 카이란이 누구인가? 쉽게 맞을 위인은 아니기에 그저.. 날아오는
파리 피하듯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어설픈 주먹질이 공기를 가르자 카이란은 멋지게 앞차기로 면상을 걷어찼다. 아무런
방어도 채비도 조치도 없는 한방이라.. 그 남자는 눈깔이 돌아가면서 기절했다. 그
렇게 일은 쉽게 끝나버렸다.
"고, 고마워요.. 아까부터 계속 귀찮게 하는 남자라.. 어떻게 떼어놓지 못했는데..
이렇게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과연.. 이것을 구해줬다고 해야 하나? 일부러 사건에 휘말리게 만든 것이 아닌가?
채연 선생의 뻔뻔한 행동에 기가 찼지만.. 어차피 끝난 일이기도 하니.. 카이란은
이이상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됐어. 그러니.. 이제 가 봐도 되지?"
손을 흔들며 카이란은 채연 선생에게 떨어지려고 했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카이란
의 팔을 붙잡았다.
"안돼요!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제가 점심 정도는 대접해도 되겠죠? 그러니.. 허락
해 주세요!"
방년 나이 26세! 이렇게 멋진 남자는 처음 본 채연 선생!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인
데 과연 잘 놓아줄까 보냐!? 라는 식으로 채연 선생은 눈을 부릅떴다. 이 남자는 정
말 놓치기 아까운 타입! 외모는 물론이고! 키! 몸매! 어디에도 빠질 곳이 없는 완벽
그 자체였다.(남자버전)
거리의 인간들은 기가찼다. 뻔히 채연 선생이 카이란에게 매달렸던 의도는 어떤 것
인지 모르는 인간이 없을 정도이기에.. 그녀의 뻔뻔한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또한.
. 카이란의 외모는 누가 봐도 빼어났기 때문에 그녀가 무슨 의도인지 눈치를 채며
더욱 뻔뻔하다고 느낀 거리의 인간들이었다.
"음... 공짜면야.. 저야 감사히 먹죠."
그 말에 눈빛이 확! 빛나는 채연 선생.
"그래요? 그럼.. 가요! 제가 잘 아는 음식점 있으니까요!!"
이제는 막무가내로 끌고 가는 채연 선생이였다. 채연 선생은 자신의 있는 매력을 듬
뿍 선보이며 이 남자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채연 선생은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은 바로..
"저기.. 저쪽에 있는 일행들과 같이 가도 되지?"
이거였다. 채연 선생은 카이란의 뒤쪽을 흘끔 보았다. 그리고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
다.
'너, 너무 예뻐!!'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게.. 아름다운 운디네의 외모를 보고 충격을 먹었던 것이다.
외모는 물론이고 키! 몸매! 어느 곳 하나 자신보다 좋은 것이 없는 완벽 그 자체였
다.(여자버전.)
"네, 네.. 사, 상관없어요..."
그렇다고 다시 뒤로 빼기는 힘든 상황이라.. 결국 채연 선생은 응해줄 수 밖에 없었
다. 멋진 남자를 봤었지만.. 아무것도 건진 것 없이.. 채연 선생은 돈만 왕창 나간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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