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이세계 드래곤 [23] 7.극기훈련 중...
시간은 흘러 무르익던 무대 위는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마리와 인혜도 앞으로 나올
정규앨범 곡은 모조리 불렀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었다.
"...하아.. 하아.. 앨범에 있는 곡 전체를 불렀더니.. 무척이나 힘드네요... 후훗.."
"하아.. 하아.. 여러분 이제 저희들 쉬어도 될까요?!"
턱까지 숨이 닿은 마리와 인혜는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견
고하게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히려 희열에 흠뻑 젖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
"판즈! 멋져요!!"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물어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큰소리로 함성만 지를 뿐이었다. 그것은 즉 긍정
으로 뜻하는 바이기도 하니.. 판즈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여러분 잘 들으셨는지 모르겠군요.
아직 한창 연습중인 노래라.. 어설픈 것이 많습니다. 라이브로 노래 부른 날짜는 그
다지 오래되지 않아 실력도 어줍잖으니 여러분들 많은 배려 바랍니다."
"지금까지 부른 노래들은 아직까지 정규 앨범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아직 미흡합
니다. 마음에 들으셨는지 잘 모르겠군요. 앞으로 몇 칠 후면.. 지금까지 부른 노래
들이 정규 앨범으로 나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비록 실속을 차리기 위해 치레말투로 보일 수는 있지만.. 저희에게는 그것이 여러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입니다. 그러니.. 끝가지 지켜봐 주시고, 언제까지
저희를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리와 인혜는 활짝 웃는 얼굴로 2학년생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을 하며 허리를 깍
듯이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멋져요!!"
"영원히 기억할게요!!"
"판즈 파이팅!!"
환호를 지르며 아이들은 격려를 보냈다. 이것이 치레든 진심이든 아이들의 마음속에
는 그 무엇도 상관하지 않았다. 판즈가 여기 있고,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가장 중요
했던 것이기에 그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혜와 마리는 숙였던 허리를 다시 올리며 격려를 보내는 아이들을 웃음을 흘리면서
바라보았다. 언제나 이런 기분은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봐주고, 응원하는
하는 기분은 무척이나 괘감이 오듯 가슴이 날뛰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가수라는 직
업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들이 했던 말 중, 거짓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모두 진실이 어린
말들이었다.
"휴..."
1시간이 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기 때문에 다리가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 지금도 간신히 서 있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근육이 많이 풀렸다. 인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무대 끝 쪽에 일반 학교 걸상의자 2개가 보이자 그것을 가지고 와서
앉았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우리 학교에서 섭외해서 부른 거였나요?"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어서 용기 있게 질문했다. 아이들의 눈은 판즈의 입을 뚫어
져라 쳐다보며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들도.. 그놈 질문의 답을 원하고 있
다는 표정이었다.
"후훗.. 그것을 왜 물어보는 것이죠?"
인혜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질문한 의도가 무엇
인지 반문을 했다.
"아.. 그냥요.. 헤헷.. 갑자기 판즈같은 대형물 가수가 올 리가 만무해서요. 학교에
서 섭외해서 불렀다면.. 애초에 학교에서 그런 것을 언급 할 텐데.. 그런 말은 듣도
보고 못해서요. 또한.. 일부러 극기훈련 안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판즈같은 대형
가수가 오면.. 과연 안 올 확률이 있을까요? 일부러 학교측에서도 그런 말을 언급하
면 안 가던 아이들도 갈 확률이 높은데.. 그것을 가만히 놔둘 학교가 아니죠. 그것
도 여러 단체 학교를 겨냥한 것이 아닌 우리 학교를 겨냥한 했다면요. 섭외를 했다
면.. 잘하면 우리들은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하는 실정까지 올까봐요. 그래서.. 그
것이 궁금해서 한번 물어본 거예요."
쑥스러운 마냥.. 그놈은 윗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표정으로 판즈와 얘기를 했다는
것만도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한치 서슴없이 긴장감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또박또박했다. 머리가 좋은 놈인지.. 조금 두뇌가 잘 돌아가는
놈이었다.
확실히 그놈의 말은 정확했다. 만약 판즈를 직접 섭외해서 데려왔다면.. 분명.. 학
교측에서는 그것을 숨길 명분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악용해
서 많은 아이들을 이 훈련에 참가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진짜로 돈을 들
여서 섭외를 했다면.. 그것은 학교 전체에 파란이 일으킬 확률이 있다. 2학년생만
대형 인기가수를 데려왔다는 말 때문에 1, 3학년들은 차별이라고 하면서 대항할 확
률이 극히 높았기 때문이다.
만약.. 2학년생들말고 1학년, 3학년, 중학교.. 이 모든 생들이 이같이 똑같은 계획
을 실행했다면 그것은 거의 100%적자로 학교 공금을 모두 썼다는 의미도 되니.. 그
럴 확률은 전무했다. 대형 가수들 섭외가 무슨 누워서 떡 먹기도 아니고, 오란다고
오는 그런 것도 아니다. 가수는 인기를 얻기 위해서 여럿 단체들이 있는 곳으로 움
직이지.. 절대로 단체도 아닌 한곳, 개인을 위해 오지는 않는다.
"흐음....."
인혜와 마리는 짧은 소침을 냈다. 그리고 활짝 웃는 얼굴로 인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훗.. 맞아요. 우리는 이쪽 학교 섭외로 온 것이 아니에요."
인혜의 말에 아이들은 웅성거렸다. 그렇다면.. 왜 그녀가 왔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
었다. 물론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모르는 것이지만.. 술렁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 질문을 듣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섭외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막무가내로 누군가가 억지로 우리를 불러서 온 거
라고 할 수 있네요. 후훗.."
"맞아요. 정말.. 막무가내였죠. 그냥.. 자신의 할 말만 모두 다 해 놓고 끊어버리는
정말.. 무식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가 있죠. 또한 그것도 아닌.. 정말 잔인하고 꼭
사악한 생각만 가진 이상한 녀석이고요."
"뭐..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인간이자, 정말 무슨 생각을 가진 인간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이 자리를 빌어 약소한 무대를
보이고 우리들은 신 앨범도 선보일 수가 있었죠."
"원래는 그 앨범 곡을 보이면 안 되는 것이었으나.. 못됐고, 사악해도 정말 오랜만
에 만나는 사람이라.. 서비스로 우리들 신곡을 보여드린 것입니다."
마리와 인혜가 서로 말을 하자 아이들의 표정에는 그런 이상한 녀석도 존재하는 구
나 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구석에는 무척이나 고마운 인간이라고 느껴졌다.
"그럼 그 사람이 누구예요!?"
"맞아요! 가르쳐 주세요!"
"우리 학교 학생인가요!!?"
그 인물이 궁금해지자 아이들은 제각각 가르쳐 달라고 외쳤다. 마리와 인혜는 싱긋
웃었으며 입을 열었다.
"사악한 인간."
"못된 인간."
"무식한 인간."
"단순한 인간."
그녀들은 웃음을 흘리면서 단호하게 뇌리에 박힐 힘이 깃든 채, 한마디씩 두 번 내
뱉으며 호흡을 척척 맞췄다. 역시.. 오랫동안 지낸 친구이자, 듀엣가수다웠다.
"..................."
멍한 얼굴로 아이들은 할말을 잃어버린 듯이 적막감이 감돌며 그녀들의 얼굴만 뚫어
져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후훗.. 다름 아닌.. 그 사람은........."
"여어... 공연 끝난 거야? 어쩐지.. 아까 전부터 조용하더라 그랬어."
인혜는 제대로 그 인물이 누구인지 말을 할 찰나 그 말을 끊은 이가 있었다. 바로
카이란이었고, 그는 천천히 판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뒤에는 아리아와 사미
가 따라오고 있었다.
"여어.. 이것 받아.. 수고했어.."
카이란의 손에는 시원한 음료수 캔 2개를 들고 있었고, 각각 마리와 인혜에게 던져
주었다. 마리와 인혜는 그 음료수를 받으며 이마에 대었다. 음료수 캔으로부터 전해
오는 시원함이 느껴지자.. 지쳤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 와닿자... 절로 미소가
활짝 아렸다.
"우우우우우우~"
"저놈 누구예요!!?"
"뭐야!? 저 Baby!?"
"저 Ssang 놈의 멍멍이 쉐리가! 어디서 판즈하고 친한척하고 G-랄이야!!"
야유를 부리며 아이들은 갑자기 등장한 카이란에 대해 멋대로 욕을 내뱉었다. 느닷
없이 아이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꼴이 되자, 카이란의 이마에는 서서히 검푸르심 한
혈관이 두둑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썩을 놈들을 봤나..."
거친 말이 카이란의 입에서 나왔다. 흠칫 불길한 기운이 마리, 인혜, 사미, 아리아
의 전신 감돌았다. 카이란은 근처에 주위를 살짝 둘러볼 것도 없이 마리가 앉아 있
는 의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꺅!?"
카이란은 마리가 앉아 있는 의자다리를 잡아 억지로 빼내자, 마리는 깜짝 놀라 짧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카이란은 뺏은 의자를 높이 치켜들며 정확히 정면에
있는 아이에게 던져버렸다.
-퍼어억!!-
마이크로 전해질 정도로 경쾌한 타격음이 크게 울렸다. 다행히 걸상 다리에 꽂혀지
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만약.. 면이 아닌.. 다리나, 모서리 같은 곳에 맞았다면..
한방 중에 앰뷸런스 소동이 일어날 뻔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거의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저 멍하니 카이란의 얼굴이나 보았다.
"이런 썩을 놈들을 봤나!? 왜 욕을 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이 XX같은 놈들아!!"
마리, 인혜, 사미, 아리아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금은 놀란 얼굴이었으나 그답다
는 생각이 들자 절로 고개가 끄떡이며 이 난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골머리가 삭
혀왔다.
"이런 C방세가 봤나!!?"
"야! 저 새끼 조져버려!"
"쿠오오오오옷!!"
저마다 분노를 느끼면서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카이란에게 달려들 채비를 했다. 이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카이란네 반 아이들도 두손 두발 다 들고, 죽일 듯한 기세를
보였다. 지금까지 당한 수모를 모조리 갚아주려는 심산이었다.
"이자슥들 보래? 오호라.. 그래 오늘 네놈들 다 죽여주마.. 큭큭큭..."
카이란은 짙은 괴소를 흘렸다. 갑자기 졸지에 큰 소동이 일으킬 것만 같은 느낌이
불쑥 들자, 인혜가 재빠르게 나섰다.
"자, 잠깐만요..."
스피커에서 전해지는 인혜의 말소리에 다들 고개를 돌려서 그녀에게 집중했다. 인혜
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엣또.. 저, 저기..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차, 찾던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이
사람입니다.. 호호.."
땀 한 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어떤 반응이 보일지... 인혜와 마리, 사
미, 아리아는 유심히 아이들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에에..?"
아이들은 인혜의 얼굴과 카이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할말을 잃어버린 표정
들이 가감 없이 드러내었다. 모두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이 완연히 드러내자 인
혜는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믿기지 않겠지만.. 진실이랍니다. 후훗.. 그, 그러니.. 아까 말했던 것 같이.. 그
런 인간이니.. 여러분이 많이 참아주세요."
"맞아요. 아까 저희들이 언급한 말 기억하시죠? 그러니.. 우리를 봐서 많이 참아주
세요. 호호.."
인혜에 이어서 마리가 끼여들어서 그녀를 거들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조금전
'사악한, 무식한, 못된, 단순한'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러니.. 분노를 표
출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금세 불 꺼지듯 고개를 끄떡이며 그 말에 긍정을 한다는 표
현을 보였다.
"엑.. 뭐야? 이거 뭔가 상당히 기분 나쁜데..."
아까 전에 인혜와 마리가 서로 한마디씩 내뱉은 말을 못들은 카이란은 그녀들의 말
이 뭔가 있다고 느껴지니..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자 마리는 눈을 부릅뜨며
퉁명스럽게 한소리 내뱉었다.
"시끄러! 너 말야! 그렇게 다혈질 성격 못 고치냐? 어떻게 시도 때도 없이 사고만
치려고 하냐? 하여튼.. 변함 없는 것도 좋지만.. 그 성격만큼은 좀 고쳐라. 주위에
있는 사람 심장 벌렁거려서 수명 단축되겠다."
"맞아요. 백성군. 주위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없어요? 가능한, 자초지종 주위에 확
인부터 하는 버릇 좀 길러요. 무조건 폭력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좋지 않다고요."
이거..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말투같다. 카이란은 오른쪽 볼을 긁적였다
. 그 어디선가는 바로 극기훈련 오기 전에 혜미에게 한소리들은 것과 비슷했다. 그
렇지 않아도 혜미가 그런 것을 고치라고 했는데.. 완전 그녀의 말을 무시한 경향을
엿볼 수 있던 카이란의 모습이었다.
"뭐, 그것은 나의 천성이니 넘어가자고.. 쳇.."
입맛을 다시며 카이란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입맛을 다시는 섬뜩한 표정
에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충 감이 잡히자 인혜, 마리는 갑자기 오한이 사무칠
정도로 두려움이 느껴졌다. 역시 이 녀석은 무서운 녀석이라고 마리는 생각했다.
사실.. 인혜와 마리는 카이란을 살려준 것이 아닌, 저 많은 2학년 전교생들 모두 살
려준 셈일 수도 있다. 아니, 그런 셈이다. 카이란의 성격, 행동, 실력을 모두 파악
해 보면 분명.. 모두 반 이상 죽일 수 있는 역량이 된다. 물론 쪽수로 인해서 도리
어 당할 수도 있지만.. 깡패&조직원 60명을 육박하는 인원도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
은 채 가볍게 누른 놈인데.. 그저 주먹만 휘두르는 아이들의 상대로 고전할까? 정답
은 아니다 라고 나올 수 밖에 없으니.. 마리와 인혜의 선택은 올바르다고 할 수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