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이세계 드래곤 [23] 8.극기훈련 중...
판즈가 온 시각은 9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다. 카이란이 매니저에게 전화했을 때가
5시경쯤에 했었다. 정확히 4시간이 조금 안된 시각에 여기로 도착했으니.. 역시 카
이란은 매니저의 엄청난 운전솜씨에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카이란은 버스로 이곳으로 올 때.. 6시간이 넘겨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런데 판즈의 그녀들은 4시간이 조금 안된 시각에 도착했다는 것은, 눈으로 직접 보
지 않아도 그가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선하게 보였다.
아까전에 닭살로 전신을 사무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느끼하게 말하는 그 놈을 열
라게 팬 후 전화를 끊을 때, '그라면.. 6시간 걸릴 곳을, 4시간도 안되게 단축시킬
만한 힘이 있다' 라고 한 카이란의 말은 즉... 매니저에게 한 말이었고, 역시 생각
대로 실망시키지 않은 매니저였다.
"에휴.. 팔 아퍼라.."
모든 것이 끝난 지금, 그녀들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타고 온 차로 발길을 옮
기는 중, 마리는 피곤한 팔을 탈탈 털며 아픔을 달랬다. 인혜 역시 팔이 많이 아픈
지..팔을 주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사인회는 하기 싫다는 생각 밖에 안 드네... 하휴.."
인혜와 마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서
사인회를 가졌었다. 400명 정도 되는 인원을 모두 해준다는 것이 무척 힘든지, 인혜
와 마리는 고통스런 표정이 역력했지만 팬을 위해서인지, 그녀들은 아파도 미소를
계속 유지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노력을 보였다.
가수라면.. 사인회 정도는 한번쯤 거치는 직업이다. 물론 판즈도 인기 가수이니..
사인회 정도는 당연히 거쳐갔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그녀들은 번쩍 스타로 정상
까지 뛰어오른 신인 가수여서 하늘을 찌르는 인기로 인해서 그 인파가 그 어떤 것보
다 장난이 아니니 처음 사인회를 열었을 때는 거의 죽음을 맛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
.
그래도 지금은 400명 정도 되는 인원이니 첫 사인회 때보다는 덜하다는 생각이 들겠
지만, 400명이든 500명이든 1000명이든, 한번 아프기 시작한 고통은 모두 똑같으니
그녀들은 그다지 차이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뭔, 그리 꾀병을 부려? 겨우 손 아픈 것 같다가..."
카이란은 불쑥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자, 마리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돋아나
며 울컥하는 느낌으로 화를 냈다.
"뭐야!?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후훗.. 물론 나 때문이지. 내가 불렀으니까."
카이란은 V자 사인을 취했다.
"뻔뻔한 놈."
원래 이런 놈이라는 것은 애초에 알고 있었으니, 마리는 화낼 기력조차 없는지 퉁명
스럽게 한마디만 내뱉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뭘... 새삼스럽게.."
카이란은 씩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정말.. 백성군 너무하네요. 이거, 왠지 무료 봉사한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네
요."
인혜도 뻔뻔한 카이란을 향해서 기가 막히다는 얼굴표정을 지었다.
"정말.. 백성님도.. 참..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가끔 저는 매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아리아가 말을 했다. 아리아도 카이란의 그런 말투에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지었고, 그녀 옆에 있는 사미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카이란은 고개
를 돌려 사미, 아리아를 보았다.
"그래도 꾀병처럼 보이는걸 어떡해? 겨우 손으로 쓱쓱 뭐를 끄적였으면서 말야..."
울컥!!
"이거.. 보자 보자하니까.. 정말 너무하네.. 에구.. 에구.. 그래 내가 말을 말자 내
가 말을... 너랑 말하다가는 내가 바보같은 생각만 든다 들어.."
또다시 카이란의 말에 울컥한 마리였으나, 화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냥 체념해
버렸다. 카이라은 씩 웃어주며 인혜, 마리에게로 다가갔다.
"뭐야, 그렇게 아픈거야? 하여튼.. 꾀병도 잘 부려요. 뭐.. 어쨌든 이럴 때는 어렸
을 때 할머니들이 자주 하셨던.. 약손이 제일 좋다고 하니.. 손 이리 줘봐. 너도.."
카이란은 마리의 오른손과 인혜의 오른손을 왼손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오른손으
로 살살 어루어 만지며 카이란은 중얼거렸다.
"아픔아 달아나라.. 호.. 호... 아픔아 달아나라..."
"허....!"
"에헤....!"
그녀들은 지금 카이란이 보이고 있는 행동에 기가 막힘을 느끼는지 헛바람을 삼켰다
. 그런 유치한 행동을 보일지는 상상도 하지 못해 그녀로서는 아연해 지기에는 충분
했다.
"아픔아 달아나라.. 아픔아 달아나라... 호~ 호~ 지금 그녀들이 아프단다.. 그러니.
. 빨리 달아나라..."
정말 유치해서 못 봐줄 정도의 수준이자 마리와 인혜는 손을 확 빼버릴까 생각했지
만, 그런 행동을 보이는 그의 모습이 귀여운지 눈살만 찌푸릴 뿐이었다.
-샤아아아-
그녀들이 기가 막혀서 고개가 옆으로 틀어져 있을 때, 카이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다. 검푸름 한 빛이 카이란의 손에 뿜어져 나왔지만, 아리아 외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아...!"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카이란을 향해 아리아는 짤막한 탄성을 내뱉었지만, 자신을
쳐다보며 쫑긋 윙크하는 그의 모습에 아리아는 한숨 어린 미소를 피우며 '정말 능숙
하게 거짓말도 하시네' 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자, 이제 됐어. 아마 아프지 않을거야.. 후후..."
사실, 카이란도 여기까지 와준 그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지만, 레크
리에이션 때 자신을 따 시켜 놓고 완전 콘서트장을 연상케 둘이서 독무대로 행동한
것이 못마땅해서 카이란은 일부러 심술궂게 말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픈 것을
알기에, 카이란은 일부러 장난을 치듯 그녀들의 손을 마법으로 치료해 줬다.
웃으면서 카이란은 왼손 위에 올려놓았던 그녀들의 손을 내려놓았다. 마리는 그래도
재미있었는지 코웃음을 내며 입을 열었다.
"킥킥... 하여튼.... 그런 유치한 짓을 한다고 아프던 손이..... 낫기........ 얼래
?"
그녀는 말을 다 내뱉지를 못했다. 진짜로, 카이란의 말대로 아픔이 다 날아갔기 때
문이다. 마리뿐만 아니라, 옆에 인혜도 방금 전에 아파서 낑낑거렸던 고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신기한 듯 이리저리 손을 문질러 보았지만, 아무런 통증을 느낄 수가 없
었다.
"뭘 그리 놀래? 내 손이 약손이라는 것 잊었냐? 내가 닿는 곳은 치료가 안 되는 것
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카이란의 말은 우스개에 가까웠지만, 마리와 인혜는 그것을 진
짜로 믿는 표정을 지으며 대단하다는 눈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어느덧 밴을 주차해
논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어.. 왔어..?"
올라갈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일행들을 반기는 이는 매니저였다.
매니저는 손을 살짝 들어 그들은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또 뵙는군요."
매니저가 일행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사미와 아리아도 따라서 인사를 건넸다.
"네.. 반가워요."
인사를 받고 매니저는 인혜, 마리를 보았다. 살짝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매니저는
입을 열었다.
"그래? 일은 잘 됐고?"
"응. 잘됐어요."
"네.."
고개를 끄떡이는 그녀들을 보고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카이란을 보았다.
"뭐, 그녀들이니 생각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까의 함성을 듣고 알았
으니, 네가 생각한 대로 됐는지 모르겠군. 만족은 하나?"
매니저의 질문에 카이란은 쟤네 둘의 독무대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만족 못
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수고해온 일이 있으니, 카이란은 고개를 끄
떡였다.
"응. 충분해."
"다행이군.. 원래 너는 우리를 부르기만 했지만 할게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 도중 얘
네들이 같이 무대 위에 오르자는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을 잊은 채 그녀들이 무대에
심취해져 독무대로 네가 나설 자리가 없을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
지 않았나 보군. 다행이야."
".............."
이 인간,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에 스쳤다. 다
행이다는 식으로 웃고 있었지만, 카이란의 눈에는 뭔가 비스름하게 입가에 조소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왠지 열받는데?
"그럼.. 이제 슬슬 가야겠군. 시간이 시간인 만큼.. 빨리 서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 내일부터 일이 바빠질 거니.. 이제 가지.."
"응!"
"네."
다시 한번 고개를 끄떡이며 인혜 마리는 매니저의 말에 동의했다. 내일부터 안무 연
습과 녹음 준비로 인해 혹독한 일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발걸음은 날아갈
정도로 가벼웠다. 오늘의 공연으로 인해서 상당한 만족감을 얻은 동시에 용기를 돋
구어 줬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우리들 갈게.."
"백성군.. 잘 있고, 뒤에 계신 두 분도 잘 지내세요."
마리와 인혜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했다. 이제는 언제 만날지 몰랐기에 살짝 아쉬
움이 묻어 있는 그녀들의 표정이었다.
"그래.. 잘가.."
"잘가요."
"건강하세요."
카이란과 사미, 아리아도 그녀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인혜와 마리는 밴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매니저도 운전석으로 몸을 옮겨 탔고, 시동을 걸었다.
"저기 말야..."
인혜가 창문을 열자마자 얼굴을 내밀며 카이란에게 말을 했다. 인혜는 빙긋 미소를
그린 채 다시 입술을 열었다.
"앞으로 종종 이런 일이 필요할 때 불러줘요. 이렇게 영원히 안 만날 것 같은 인사
는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네요. 그러니.. 자주 전화해 줘요. 저희는 언제나 환영
이니까요. 후훗.."
이렇게 기약 없는 헤어짐 같은 것은 싫었는지 인혜는 다시 만날 것은 약속하자는 얼
굴로 다부지게 말했다. 카이란은 양쪽 입 꼬리가 올라가며 씩.. 미소지었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그럼 다시 만나지."
카이란은 인사를 정정했다. 그러자 인혜는 더욱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요. 다시 만나요."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으라고!! 알았지! 그럼 빠이빠이!!"
뒤늦게 인혜 뒤에서 마리가 카이란에게 소리쳤다.
-부릉..-
엔진소리가 울리며 차는 점점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혜와 마리는 활짝 웃으
면서 손을 흔들었고, 카이란과 사미, 아리아역시 똑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시야
에는 밴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판즈가 밴을 타고 돌아간 시각은 11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다. 지금은 빛이라는 것
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사방에는 어둠으로 내리 깔렸다. 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
이라 미미하게 보이고만 있는 밴이었지만, 완전히 어둠으로 드리워 때까지 카이란과
사미, 아리아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럼, 돌아가지..."
밴이 시야에 완전히 사라지자 카이란은 그녀들을 보며 말을 했다.
"네.. 가요."
그녀들과 카이란은 걸음을 옮기며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짧은 만남과 아쉬운
이별을 맛보며, 극기훈련의 첫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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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그것도 엄청..
왜냐고 물으신다면..
할말이..ㅠ.ㅠ;;;
클럭..
털썩..
문의나 멜은[email protected] 입니다.
그럼 언제나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