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14화 (214/277)

(219) 이세계 드래곤 [23] 11.극기훈련 중...

패싸움이 일어난 뒤로 분위기는 조금 뒤숭숭해졌다. 패싸움에 가담했던 아이들은

선생님께 들킬까봐 전전긍긍했고,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은

서로 수군거렸다.

"야야~ 들었어? 저기 사파(학교 이름) 학교하고 우리 학교하고 패싸움 났다는 것..

들었어?"

"응! 들었어! 100대 100으로 붙었다고 하더라...."

사실 많아봐야 두 학교 합쳐도 130명도 안 된다. 소문이란 허영이 많이 첨부되는

것을 가르쳐 준다.

"난 거기에서 봤어! 정말 피 터지게 싸웠다니까? 출혈과다해서 쓰러진 놈도 있더라

. 그놈들 잘 살아 있을 라나..."

거짓말이다. 피 터져봐야.. 입술에 살짝 찢겨진 것과, 코피 흐르는 것이 전부이다.

이놈이 그곳에서 봤다면 저놈은 패싸움의 가담자라고 오명을 받을 수 있는 발언이

다.

"그래? 정말 장난 아니었겠다. 말로 들어보면.. 우리 학교가 거의 초토화 시켰다고

하더라. 정말 우리 학교이기는 모습 봤어야 하는데 정말 아까워..."

역시 거짓 소문이다. 초토화시키긴 커녕 확률이 60대 40으로 거의 카이란에 학교가

지고 있었다. 참고로 백드롭해서 다구리 맞은 놈, 한 놈만 팬다는 놈, 그 놈들 모

두 같은 학교라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만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100%졌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 패싸움 벌이고 있는 이유가.. 여자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

이것은 맞았다.

"맞아. 소문에 의하면.. 우리 학교 예쁜 여학생 20명이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감금

당했는데.. 그것을 본 정의로운 우리 학교 학생 3명이 뛰어들어서 그들을 초토화

시켰더라고 하더라. 그런데.. 그 비겁한 놈들이 친구 30명을 데려와서 그 정의로운

우리 학교 학생 3명을 반쯤 죽여 놨데. 이대로 당할 우리 학교가 아니니, 의리 아

니면 죽음을 달라 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니 이때 정의감을

발휘해서 그들과 싸운거라고 하더라. 정말 드라마같이 멋진 내용 아니냐? 나 이 얘

기 듣고 정말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뿅 갔다니까.."

"와! 정말 대단하다."

"멋져!!"

하하... 소문이란 모두 부질없는 것. 눈으로 보기 전에는 절대 믿지 말아야 할 것

이 소문이다.

이번에 벌어진 패싸움의 사건에 의해서 전교생들에게 화재가 되었다. 덕분에 학교

측에서 회의가 있는지 선생님의 모습들이 보이지 않았다.

카이란은 태연스럽게 창밖이나 응시했다. 아까 그 얘기 듣고 기겁을 했지만 진실이

란 때론 숨기는 것도 좋다. 그래서 그는 무슨 일이 벌어졌든, 일어났든 상관없다는

얼굴로 이 놈의 버스는 언제 출발하냐 라는 얼굴로 하품이나 해댔다.

버스 안에는 아이들이 모두 와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가만

히 밖에 돌아다니게 놔둔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10분정도 흘러 왁자지껄하게 어수선한 버스 안이었지만, 선생님이 들어오자

떠들썩한 아이들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정적이 흘렀다.

선생님은 마이크를 잡고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 너희들도 지금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선생님들의 심정으로는 무척 유감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우리반에는 그런 패싸움

가담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 감정을 이성적인 의지의 힘으로 억제해서 다스리라는 의미가 깃든 이 극기훈련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니 나로서는 정말 실망이 크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다소 떨리는 말투, 무척 화가 났다는 모습이다. 차라리 회초

리를 들어서 매로 다그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 왔다.

"몇 명을 잡아서 심문을 해 보았지만 대부분 왜 싸웠는지 이유는 모른다고 하더군.

그래서 어떠한 처벌을 내릴지 망막했지만 쉽게 결론을 지었다. 우리는 그 사건 덕

분에 너희들이 그렇게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운영을 못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

는 그것을 확실히 컨트롤 할 수 있게 앞으로 벌어질 진정한 국기훈련이 뭔지 가르

쳐 준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래서 우리들의 결정은 하나밖에 없었다."

"꿀꺽..."

아이들이 침 넘어가는 소리가 버스안에 메아리가 칠 정도로 컸다. 설마 라는 생각

이 뇌리에 스쳤지만 그 설마가 아니기를 믿고 있었다.

"앞으로 모든 권위를 교관에게 넘겨주는 것과 훈련 량을 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에에엑!!!"

"말도 안 되요!!"

"우리는 억울해요.."

억울하다. 정말로.. 싸움을 한 인원은 많아봐야 60명 조금 넘을 정도이다. 그 60명

때문에 300명 이상이 되는 인원이 뼈빠지게 훈련을 해야 하다니.. 확실히 억울할

만도 했다.

"시끄럽다!! 이미 결정되었으니 우는 소리 해봐야 늦었다. 원망을 하려면 우리들에

게 하지말고 싸움을 했던 당사자들을 원망하길 바란다. 이것으로 인해 너희들의 많

은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이상!"

선생님은 마이크를 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권위라는 것이 있을까? 사실..

권위라는 것은 말뿐이라는 것에 불과하다. 훈련에 들어갔을 때부터는 선생님들은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 만담을 즐기거나 아이들의 훈련하는 것을 구경하는데, 권

위라니.... 선생님이 교관이라면 참견을 하나, 그게 아니라면.. 잠자코 있다.

그렇게 말하는 의도는 아마도 패싸움을 했던 아이들의 처벌을 어떻게 내릴 수가 없

어서 그런 말이라도 내뱉은 것이다. 의심할 소지는 충분하나.. 아이들은 순진하게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의심한 놈은 없었고, 말도 안 된다, 억울하다 라고 아우성만

칠 뿐이었다.

뭐, 훈련량을 배로 늘린다 라는 벽력같은 말은 좀 먹힐 만도 하다.

"자.. 이제 가죠."

여전히 시끄럽게 아우성을 펼치는 아이들이지만, 선생님은 아랑 곳 않고 운전수에

게 출발하자는 말을 건넸다. 운전수는 시동을 걸며 버스를 움직였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메운 버스 안이지만, 행선지로 아무 탈 업이 잘만

가고 있는 버스였다.

점점 아이들은 불만이 많이 뿜어냈다. 처음은.. 그런 패싸움이 일어난 일이 멋지다

대단하다 라고 칭찬만 하던 아이들은 무려 30분만에 이런 식으로 돌변했다.

"젠장! 빌어먹을 자식들! 왜 싸움을 하고 G-랄이야! 그놈들 때문에 우리들이 고생

하잖아! 젠장!"

"맞아! 빌어먹을 놈들.. 할 짓이 없어서 싸움질이나 하는지.. 분명히.. 여자들이 (

삐리리)하게 예뻐서 잘 보이려고 한 짓일꺼야!!"

"아냐! 분명히.. 타학생들이 20명의 여학생을 감금시킨게 아니고, 분명 20명이 우

연찮게 모여있는 가운데.. 그 타학생들이 잠시 뭐 좀 물어보려고 한 것을 괜히 오

해해서 싸움을 벌였을 거야."

"맞아! 맞아! 분명 그럴거야. 아마도 20명 중 한명이 그 놈들이 좋아하는 여자 1명

이 있어서 폼 좀 내보려고 한 짓일 거야. 분명히!"

처음 칭찬을 아끼지 않은 모습을 보이더니만 이렇게 얘기는 점점 나쁜쪽으로 흘러

갔다. 역시 인간들이란 갑자기 자신이 안 좋은 쪽으로 조금만 기울인다면.. 저렇게

말을 쉽게 바꾸는 족속인가 보다. 그것이 억울하게 본인이 가담하지도 않은 상태에

서는 더욱더 말이다.

버스는 유유히 움직였다. 빠르게 가지도 않고 느리게 가지도 않게 가고 있었다. 그

러더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 여기서 내리도록."

선생님의 말에 모두들 버스에 내렸다. 이제는 아까의 경치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흙과 풀과 뒤덮인 벌판이 적어도 1km 정도는 펼쳐져 있었지만 그 이상부터는 산으

로 둘러 쌓여 있었다. 버스에 내린 곳 옆에는 붉은 벽돌로 만든 3층짜리 건물이 지

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건물들 몇 개가 더 지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단체&학교에서 오는 극기훈련 체험장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훈련하

기에는 무척 알맞은 장소라는 것이 절로 느껴졌다.

"집합! 집합!"

각반 선생님이 집합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아이들은 각자 담

임선생님에게 향했다.

"자, 지금부터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식당은 바로 저곳이고, 점심시간이 끝나는 시

간은 정확히 2시다. 2시까지 이곳으로 다시 집합한다."

선생님은 왼쪽 손을 펼치며 여기에서 제일 큰 3층짜리 건물을 가리켰고, 다시 발

밑에 있는 땅을 가리켰다. 아이들의 시선은 모두 그곳으로 향했고,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1층이 식당이니 알아서 밥을 먹도록. 그럼.. 해산!"

"네..."

대답을 하고 난 후 아이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2시까지라고 하니 시간은 충분히 남

아 있었다.

카이란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로 이루어져 있는 문으로 되어 있었고, 들어

가자마자 양쪽 옆에는 캔 자판기와, 차 자판기가 각각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또다시 유리로 되어 있는 문이 있었다. 2중문을 거치자 깔끔한 구조로 이루

어져있는 넓은 식당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300명 정도 다 못 들어가는

공간이라고 할까? 많이 들어가 봐야 25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카이란 네 반이 다른 반의 비해서 선생님의 설명이 빨리 끝난 편인지 식당 안은 좀

한가했고, 대부분 자신의 반 학생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먹는 것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지, 카이란은 중간 입구쪽에 있는 자판기 앞

에 서서 아리아와 사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점점 식당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점점 많아지는 아이들은 점점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이러다가 서서 가다리는 것은 아닐지 조금 조마조마 했다.

"어머! 백성님.. 기다리고 계셨어요?"

사미가 놀란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다행히 기다릴 수고 덜하게 사미 옆에는 아리

아가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아.. 기다리고 있었어. 혼자서 밥 먹기는 좀 그래서 말야.."

"헤에.. 잘됐네요. 아까 우리보다 먼저 끝난 것이 보여서 혼자 드시는 것은 아닐지

조마조마 했었는데.. 이렇게 기다려 주시다니.. 왠지 찾는 수고 덜한 느낌이 드네

요. 호호.."

"그리고 왠지 영광인 느낌이 드네요.. 후훗..."

"뭐, 그런가.. 그런데.. 영광이랄 것 까지는.. 하핫.."

생긋 웃는 사미와 아리아의 표정에 카이란은 오른쪽 볼을 긁적였다.

"그럼.. 가죠. 점점 사람이 많이 들어오네요. 이러다가는 서서 기다려야 할지 모르

니까요."

사미는 활짝 웃으면서 재촉했다. 우선 식판과 수저를 들고, 길게 이어져 있는 줄의

뒤쪽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차례가 오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 밥을 받고, 반찬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국물을 받을 때...

"국물~ 받아~ 국물 받아~"

잉? 이 말투... 어디서 많이 들었던 억양! 카이란은 고개를 들었다. 축 처진 눈에

우뚝 나온 광대뼈, 코뼈부터 각이 조금 져 있는 콧대.. 정오각형의 얼굴 형태로 이

루어져 있는 그 인간이었다.

"풋.."

"훗.."

아리아과 카이란은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여기

서 이 사람을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또한.. '국물~ 받아~' 라는 억양은 '

대가리 박아~' 라는 억양과 조금도 틀린 것이 없었다.

사미는 왜 그러지 라는 얼굴로 카이란과 아리아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았다. 그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웃거렸다

. 그리고는 다시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왜 웃는 거지? 얼른 국물~ 받아~ 국물~ 받아~"

일부러 하는 말투인지 알았는데.. 원래부터 이런 말투인가보다. 또다시 웃음이 나

오는 것을 간신히 삼키며 카이란과 아리아, 사미는 국그릇을 받았다. 국그릇을 받

으라는 것이 아니고 국물을 받으라니... 틀렸다는 생각 안 드는 건가?

"방금 전 왜 웃었어요?"

사미는 아까 국 받았을 때 그들이 웃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카이란은 옆에 있는 아

리아의 얼굴을 쳐다보자 아리아 역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서로

픽하고 웃음을 보이며 사미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그 사람 얼굴이 좀 웃기기 생겼잖아. 그래서 픽 하고 웃음이

나온 것 뿐이었어."

사미는 천장을 쳐다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생긋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하긴, 그렇긴 하네요.."

"그렇지? 하핫.."

그렇게 웃음으로 쉽게 넘겼다. 순서대로 식판에 반찬과 밥과 국을 다 받은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때마침 자리가 몇 군데 남아 있는

것이 보였고, 3명이 연이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으으.. 이 맛없는 것을 먹어야 하다니.."

딱 봐도 맛이 없는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도 맛없었는데 이곳이라고 별반 다

를 것이 있을까? 단체로 만드는 음식은 이래서 나쁘다.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야 하

는 음식은 양념의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어 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그래도 먹어요. 나중에 힘.쓰.려.면.요.."

-흠칫!!-

뭔가 흠칫한 살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카이란은 느꼈다. 그 살기를 퍼트리고 있

는 장본인들은 바로 카이란 주위에 있는 인간들이 퍼트리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방금 사미가 말한 대사중 '나중에 힘쓰려면요' 라는 이 대목에 오해를 산 것이다.

그 대사의 오해란 분명 18금 망상을 생각해서 질투에 의한 살기라 분명하다. 그것

을 더해 '힘쓰려면요' 라는 부분에 임팩트까지 들어갔으니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된다. 하지만.. 생각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는 녀석들인지... 어이

가 없었다.

마음 같았으면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사고를 저지른다면 나중에 피해만 보

는 것은 자신뿐이란 억지로 참았다. 덕분에 오늘따라 정말 짜증날 정도로 거북한

느낌이 드는 점심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밥도 맛없어 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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