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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드래곤-230화 (230/277)

(235) 이세계 드래곤 [24] 8.이해할 수가 없어!

종민이는 계속 사미에게 접근을 했다. 벌써 사미를 쫓아다니기 시작한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종민이는 사미를 어떻게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

일 정도로 그는 정말 악착같았다.

사미는 계속 싫은 기색을 끊임없이 보였다. 하지만 사미가 계속 종민이를 만날 수 있

던 것은 바로 나의 덕택이다. 내가 자주 사미네 집으로 가기 때문이다. 사미는 이상하

게 나에게 무척 약하다. 나의 뻔한 행동이 눈앞에 보이지만 사미는 그것을 일부로 속

아주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속는 건지 잘 알 수가 없다. 아니, 일부러 속아넘어가는

척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은근슬쩍 사미는 종민이가 자신을 기다리기를 바

라는 눈치도 가끔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음에 품었다기 보다는 뭔가 기대에 설렌

다는 표정이니 확실히 사미는 종민이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사미는 바로 10대들이 구경하고 놀고 하는 그런 것을 좋아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밖에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느낌상 내 예상

이 맞는 것 같다. 분명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이 일을 즐긴다는 생각 할 테니까. 단지

눈앞에 종민이가 자주 나타나서 치근덕거리고 있다는 것이 느낌이 싫은 것 같다.

요~ 기집애 그런 마음이 있다면 당연히 이 나에게 말을 해야지. 이렇게 은근슬쩍 시치

미를 떼다니… 뭐, 그래도 좀 봐주는 것이 낫겠지? 괜히 그런 말 꺼내면 사미야 당연

히 아니라고 하면서 반박할 테지만 사실상은 무안할 테니 말이야. 난 친구에게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결론은 모르는 척 가만히 있는 걸로 할까나…. 후훗~ 난

역시 멋진 친구인가봐.

난 그렇게 사미는 종민이에 의해서 요즘 애들이 잘 알고 즐기는 일을 계속 만끽할 줄

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욕심이었을까? 나중에서야 사미에게는 그것이 힘들다

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딩동 딩동-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과목 선생님은 밖으로 나가고 담임이 곧 들어와서

종례를 시작했다. 대충 앞으로 1주일 밖에 안 남은 기말고사니‥ 어쩌고저쩌고 시험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만 전하고는 도로 다시 밖으로 나가버린 담임선생님을 보며 난

책가방을 챙겼고, 사미와 같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은 우리 둘이서만 가자."

사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으, 응? 하지만 백성님과 아리아양이…."

같이 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오늘은 나와 둘이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

바램은 지금 나의 말에 나온다.

"그냥 아리아에게 먼저 간다고 말하고 가면 되잖아. 오늘은 토요일인데 그냥 집에 가

면 정말 재미없다고. 나와 노는 것 싫어? 난 너와 데.이.트.하.고 싶어서 둘이 가자고

한 말인데… 넌 그게 싫은가 보구나."

은근슬쩍 데이트라는 말은 임팩트하게 강조했다. 그리고 여기서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알아둬야 할 점은 종민이와 같이 라는 대목도 사실상 저 말속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다. 그 말을 하면 분명히 사미는 꼭 백성이네 간다고 아우성 칠게 뻔하니 난 그 말을

뺀 것 뿐이다.

내가 느닷없이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사미와 종민이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이겠다 시간도 많겠다 하니 한번 같이 동참

해 볼 심산인 것이다. 분명 종민이는 우리가 자주 가는 길목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야. 사미도 그것을 못 느끼는 바는 아니겠지만 분명 속아주는 척 하겠

지.

"아, 그, 그런… 것은 아냐. 당연히 좋지. 하지만 같이 우리끼리만 가는 것은 좀… 그

, 그냥 같이 데이트하면 안될까?"

처음은 금방 좋아하는 표정을 짓더니만 순식간에 그 표정은 싹 사라지고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바뀌며 말을 꺼냈다. 남자 하나에 여자 셋이라… 아니, 잘하면 여자 다섯일

수도… 민지와 혜미 언니가 가세할 수도 있으니까 말야. 어쨌든, 그것은 싫군. 무슨

길거리에 시선 집중하게 생겼어? 그리고 백성이만 좋으라고? 그것은 정말 싫다.

"그건 별로야. 난 너와 같이 돌아다니고 싶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은 다

음으로 미루면 안될까? 난 그러고 싶어."

또한 종민이와 백성이와 마주치면 안되니까 말야.

"으음… 그, 그런…"

사미는 생각에 잠겼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방금 고민에 빠진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금새 활짝 웃는 미소를 보였다.

"그래. 그러자. 아리아양이나 백성님에게 말해 놓고 가자고. 아마도 이해해 주실 거야

."

난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결정했으면, 얼른 가자고."

"응."

우리는 불과 몇 미터 안 되는 백성이네 반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

서는 아리아를 만날 수가 있었고, 대충 우리들은 그녀에게 먼저 간다고 말을 해 놓자

역시 예상대로 아리아는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제가 백성님에게 말해 놓을테니, 그렇게 하세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와 사미는 대충 인사를 건네고 학교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교문 앞에서는 언제나 민지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오늘은 없었다. 아무래

도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 것 같다.

평일 날에는 언제나 중학생이 먼저 끝난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이다

. 우리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건물이 붙어 있는 관계로 수업시간은 50분으로 맞추

어져 있다. 대부분 다른 중학교는 45분이 정상일 테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5분이 더 추가되어 있어서 중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생각하

겠지만, 이 학교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월부터 금까지 모두 6교시로 통일해져 있다는

점이다. 대계 보통 중학교는 월부터 금요일 중 중간에 7교시가 껴 있지만 우리 학교는

그것이 없다는 것이다.(이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지겠지만 필자의 중학시절에는 화요일

은 무조건 7교시가 있었기에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설정한 것이니 그냥 그렇다고

만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월부터 금까지는 무조건 7교시라는 것이

다. 여기서 혜미 언니는 어떻게 민지와 같이 있는지는 의아하겠지만 거기까지는 나도

모른다. 나 역시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니까 말야. 혹시 수업을 땡땡이 치는 불량소녀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니까.

어쨌든간 민지가 학교 교문 앞에서 우리들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어떻게 50

분 동안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게 생각될 뿐이다. 50분 동안 혼자서 우

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텐데…. 어쨌든 월-금을 제외한 토요

일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모두 3교시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은 우리들이 먼저 끝났는

지 교문 앞에는 민지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심지어 혜미 언니도….

우리는 곧 바로 도시 중앙가로 향하기 위해 가까운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그러자 우연

도 아니라는 식으로 우리가 가는 길은 앞에는 종민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떡하니 서 있었다.

"여어‥. 오늘도 데리러 왔어. 어랏? 오늘은 하나까지 있네? 어쨌든 안녕!"

"‥그래…."

어쨌건 난 대충 종민이에게 손을 살짝 올리며 인사를 받았다. 과연 오늘 사미는 어떻

게 나오는지 난 궁금했다.

"……."

사미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무래도 예상을 하고 있었겠지. 나 역시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야. 하지만 사미는 처음과 달리 이제는 그런 수선을 떠는 행동은 없었다

. 적응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같이 갈려는 마음이 있는 거였나? 흠‥ 모르겠다.

"어랏? 오늘은 너무 조용하네. 그렇다면 순순히 나와 가겠다는 것이지?"

종민이는 친근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그러자 사미는 그런

종민이의 표정을 비웃기라도 한 듯 빙긋 웃으면서 나의 팔에 팔짱을 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당신하고 같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제 옆에 있는 하나와

같이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그만 가주시겠어요."

역시 이렇게 되는 것인가? 난 이제부터 이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또다시 말싸움이 날

테고 잘하면 종민이의 최고의 방법, 완력으로 끌고 가기도 있으니 사미가 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다면 하나까지 끼어서 같이 놀면 되겠네. 나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말야

, 같이 다녀도 상관없잖아? 그리고 어제 말대로 락카페(Rockcafe)가 뭐고 뭐하는 곳인

지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뒤로 빼면 안되지."

종민이는 사미의 말에 아랑곳없는지 대수롭게 보지 않고 여전히 빙긋 웃음진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락카페라… 아직 18살인 우리들에게는 들어가기에 무리인

곳이다. 그런데도 그런 곳을 간다니… 양아치 티를 내는구나 종민아.

"흥! 그것은 당신이 일방적으로 약속한 것이지 제가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은 없군

요."

"어이어이, 그러지 말라고. 이러면 내가 무안해지잖아."

전혀 무안하게 보이지 않은 표정이다. 무안한 놈이 지금까지 그런 행동도 보이는 것은

뭔지… 잘도 저런 뻔뻔한 말도 하는군.

"당신에게 무안한 마음이 있기는 있군요. 언제나 웃음 짓는 가면밖에 보지 않아서 그

런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런 마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당연하지, 나도 인간인데 그런 마음이 있지 않겠어?"

"그런가요? 그렇게만 알고 있겠어요. 그러니 이제 그만 와주시겠어요? 전 오늘 하나와

데이트를 즐기고 싶으니까 가주시겠어요. 당신이 있으면 좋은 기분 다 망쳐버릴 것만

같으니 되도록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군요."

"그냥 같이 지내자고. 며칠간 같이 시간을 보낸 사이인데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 것 까

지는 없잖아? 그리고 괜히 좋으면서 그러지 말라고. 다 보이니까."

"좋으면서 그러지 말라고요? 애석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몇 번 놀아줬더니 이제

대 놓고 말을 꺼내는군요. 전 제 감정에 충실한 편입니다. 일부러 속이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당신이 좋으면 전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받아들였겠지요. 그러니 멋

대로 착각하는 버릇은 고쳐주세요."

"에이 거짓말은… 괜히 내빼지 말라고. 너, 나를 좋아하고 있잖아. 그 마음 알고 있으

니까 그렇게 내빼지 말라고. 이 넓으신 아량으로 너를 보살펴 줄 테니까 말야."

"……."

아주 짤막하게 침묵이 찾아왔다. 아마도 황당해서 그런지 갑자기 할 말을 잃은 사미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약간 시간이 흐르자 사미는 큰 웃음을 내뱉었다.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오랜만에 들어본다고 생각된다. 사미의 저 엄청난 폐활량 웃음소리를 듣는다면 누구라

도 놀라기 마련이다. 눈앞에 있는 종민이는 그 웃음소리를 처음 들어봤다는 증거가 되

듯 종민이는 움찔 놀란 기색을 보였다.

"좋아한다고요? 제가요? 당신을?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발언

이군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처음에 말했다시피 저에겐 사모하는 분이 계십

니다. 그것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하는군요. 사모하는 사람을 놔두고 제가 당신같은 분

을 좋아할 것 같습니까? 천만예요! 제 눈이 멀더라도 전 당신같은 사람 쳐다도 보지

않고 코방귀도 안 뀔 것이네요. 완전히 저를 가벼운 여자로 보시는군요. 아니, 모든

여성이 그렇게 가볍게 보니 그렇게 보는 것은 당연지사인가요?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군요."

"그래? 그럼 왜 지금까지 나와 다닌 거지? 나를 싫어한다면 넌 억지로라도 내 곁에 빠

져나갈 수가 있었어. 하지만 넌 그러지 않고 고분고분 나의 말을 들었지. 그게 좋아하

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행동은 뭐였지?"

종민이가 피식 웃는다. 그런 말을 들었는데도 어떻게 저런 미소가 나올 수 있는지…

성격도 이상하다. 아니, 그만큼 자신의 생각을 믿고 있는 건가?

"아~ 그것 말인가요? 그것 때문에 착각을 하다니… 아니, 그럴 만도 하겠군요. 물론

당신 곁에서는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지만 일부러 그렇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즐

기고 싶었지요.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전 젊은

이들의 세계를 모르는 소녀라는 것을 잘 알 거예요. 당신이 데려갔던 모든 곳, 저에게

는 생소하게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덕분에 즐거웠어요. 하지만 그것 뿐이에요

. 뭘 바라는 건가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다녔으니 제가 당신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거

라는 기대를 하는 것인가요? 전 당신을 이용해 먹은 것 밖에 없습니다. 나도 평범한

여성들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무척 궁금했으니까요."

사미는 고혹한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고분고분 말을 듣는 이유는 그것이 다예요. 꼭 모든 여자가 당신을 좋아해 줄 거라는

착각은 버리시고 사세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 당신을 이용한 것 뿐입니다. 지금

까지 저를 위해 애써준 것 수고했어요."

사미의 말에 의해 지난번에 내가 한 말이 생각났다. 아마도 사미는 나의 말을 들은 뒤

로부터 종민이와 같이 지낸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지금까지 나의 뻔한 행동에 일부

러 속아주는 척 하며 종민이와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나저나 역시 사미 독한 성격이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잘생긴 것도 모자라 매너까

지 좋으면 어느 여자든 쉽게 마음을 줄 수 있는 확률이 높은데 그저 즐기기만 했다니

… 사미는 정말 일편단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뭐야? 그럼 나를 이용한 거라고? 너 말야 너무한 것 아냐? 나를 꼭 물건 취급하다니!

"

"아~ 맞아, 당신도 인간이었지요. 언제나 웃음진 가면 뒤에는 음흉한 생각들로 가득

찬 썩은 동.물.로 밖에 보이질 않아서… 깜빡 당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해버렸군요

. 인간쓰레기를 동물로 취급해 준 것 만도 영광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군요. 가

능한 물건으로 취급하고 싶었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라 그렇게 불러 드린 것 입니

다."

상당히 굴욕적인 발언이다. 그것도 동물로 밖에 라는 말이 상당히 그 말은 강조를 했

다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종민이가 여자를 밝히는 것은 나도 잘 아나, 여타 작

업 들어가는 여자에게는 착하고 매너 좋고 멋진 남자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쉽게 표현

하자면 코꿴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종민이가 작업을 완성(?)하기 전에 꿰뚫은 말투

로 사미에게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사미가 그 만큼 관찰을 잘했다고 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종민이의 본심을 알았을까? 나도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왜요? 기분 나쁘나요? 하지만 사실이라고 생각되는군요."

"……."

종민이의 미소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 때든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스러움을

보였는데, 지금은 그런 웃음는 다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그에게 있어서는 처음 겪

는 심한 모욕이라고 본다.

종민이에게 있어서 여자란 심심풀이 재미있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여자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도 아니다. 하지만 당해보지 않으면 모두 종민이가 매너좋고 잘생

긴 놈으로 기억되지,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쁜놈이라

는 것을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도리어 자신을 썩은 동물 취급을 하니 자존

심이 안 상하겠는가? 그러니 지금 그에게는 여유스러운 미소는커녕 점점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뭐야? 너 말야 말이면 단줄 알아? 이게 예뻐서 봐주려고 했는데, 보자보자 하니까 못

하는 말이 없잖아!"

"……."

점점 험악하게 분위기가 삭막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 지금 그런 분위기가 이상하

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고요한 길목,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했

다. 승용차 2대도 쉽게 다닐 수 있는 커다란 길목인데 사람 한 명 보이지도 않는다.

꼭 폭풍전야(暴風前夜)를 연상케 무섭도록 너무나도 고요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모두 같은 말이네요. 설마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리고 할 말 못할 말 걸려내는 재주는 저에겐 부여되지 않았군

요. 그러니 저에겐 못하는 말은 없습니다."

"이게!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종민이는 손을 들었다. 한 대 후려칠 기색인 것 같다. 하지만 종민이는 손만 들었지

그 다음 행동은 할 수가 없었다.

-부아앙!!-

느닷없이 검은 승용차 3대 정도가 우리들을 향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검은 승용차 3

대는 우리들을 에워싸며 한쪽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며 건장한 사내 3-

4명들이 각각 차 밖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진사미 아가씨가 되십니까? 이거 반갑습니다. 역시 소문처럼 무척 아름답군요. 전혀

진거만의 딸로 보이질 않는군요. 큭큭…"

뾰족하게 각진 턱에 매서운 눈매를 가진 호리호리한 남자가 사미를 보자마자 이죽거렸

다. 코 중앙에는 일자로 칼에 의한 상흔(傷痕)이 있어 더욱 사내의 인상을 매섭게 증

폭시켰다. 난 흠칫 몸이 부슬부슬 떨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이 상황이 무섭

기 시작한 것이다.

"사, 사미야…."

사미를 불러보았지만 사미도 나와  별반 다를 것도 없이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공포에

짓든 표정을 보였다.

"이런 식으로 초대를 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저도 웬만해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 아버지가 정말로 일을 크게 벌리니 저로써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그러니 함께 동행해 주셔야 겠군요."

호리호리 생긴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사미는 뒷걸음질을 쳤지만 우리 바로 뒤에는 담

으로 가로 막혀 있어서 더 이상 나아가질 못했다.

"싫어… 싫어…!"

사미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도 이 상황에 대한 증세라고 생각했다.

"사미야!!"

난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불렀다. 그러자 사미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사미의 흔들리는 눈은 어느새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고, 서서히 겁에 질리던 표정이

아닌, 뭔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바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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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당신

Subject

[연재] 236.이세계 드래곤 [24] 9.이해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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