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38화 (238/277)

(243) 이세계 드래곤 [26] 2.당연히 크리스마스! 하지만….

이브다! 크리스마스이브! 이날의 효용덕분인지 거리에는 연인들로 가득 메웠고, 눈꼴

시인 장면도 많이 연출되고 있었다. 덕분에 솔로인 인간에게는 분노 게이지가 솟아날

정도로 괴로움을 만끽해야만 하는 그런 날이다.

"흐음…."

학교 끝나자마자 카이란은 혜미와 약속을 잡은 장소로 갔다. 그 둘의 약속을 알고 있

는 상태라서 그런지 사미와 아리아는 오늘 카이란네 들리지 않고 바로 사미네 집으로

향했다. 그렇기에 카이란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와 혜미가 잡

은 약속 장소를 늦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빨리 온 것인가? 아직 작은 바늘은 5시를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약속 시

간은 정각 5시였다. 그렇기에 카이란은 가만히 멀뚱멀뚱 눈꼴시게 하는 연인들의 모습

들이나 보고 있었다.

-웅성 웅성-

갑자기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카이란도 시

선을 돌려 웅성거리는 쪽으로 두었다. 그러자 웅성거리는 원인을 알 수가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본다면 누구라도 시선을 흘끔 보는 것이 인간들의 특징이자 버릇이다

. 못 오르는 나무도 아쉬움과 여운이 깃든 채 계속 쳐다보듯이 그것과 비슷하게 아름

다운 것이 존재한다면 한번이라도 더 보고 뚜렷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흘끔 흘끔 보는

것이다.

윤기 난 흑발머리가 찰랑찰랑 아름답게 흔들거리며 안면의 미소가 사람을 녹여버리게

만드는 어느 한 소녀. 지금 그 소녀는 이곳에 있는 모든 젊은 남자들에게 집중되고 있

었다. 연인이든 솔로이든 꼭 두 번 이상 뒤를 돌아보게 만들 정도는 그녀의 이목구비

가 수려하게 아름다웠다.

"와∼! 세상에 저런 미녀가 존재했다니!! 천우신조의 기회로 하루 데이트를 할 수 있

었더라면 소원이 없겠다! 우와!"

"저런 슈퍼 울트라 초 미녀라니!!! 감탄 감탄!! 아아∼ 아름다워라∼."

"오오! 멋져 뷰우티폴!! 따봉! 저런 여자가 내 애인이었다면!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일

텐데!"

"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저런 여성이 이 세상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았으니! 사진 한 장 찍어 놓은 것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진기를 안 가지고 온

것이 한이 되는 구나!!!"

그 소녀가 지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감탄 어린 음성들…. 남자들은 그 소

녀의 아름다운 흥취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퍽! 퍽!! 퍽!!! 퍽!!!!-

"파혼이야!"

"이혼이야!!"

"도장찍어!!!"

"위자료 내놔!!!!"

그리고 연이어 꼭 이런 음성들이 옆에 붙어 있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입조심 해야 하

는 날이라는 것을 남자들이 망각했나 보다. 그리고 수많은 여인들이 피눈물과 함께 질

투와 분노를 가득 담은 눈길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애꿎은 소녀에게로 향했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고 했던가? 예쁜 것도 죄가 대듯 길거리를 걸어도 주위에는 많

은 불행을 심어주기 때문인지 수많은 연인들의 질투와 분노와 저주까지 퍼붓는 바람에

미인에게는 그런 말이 붙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모든 남자들에게 시선을 한껏 받는 그 소녀는 활

짝 웃음 띤 얼굴로 총총히 걸어갔다. 거리의 연인들&솔로들은 그 여성을 유심히 관찰

했다. 점점 어느 한 남자에게 접근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은 눈을 돌려 그

여성이 가고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들은 하

나같이 이런 생각을 품었다.

'아니겠지! 설마 저런 남자에게!!'

통합된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거야말로 평범한 외모의 극치를 보여주는 남자인데 설마

저런 여자가 가겠는가? 절대로 아니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주위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가득한 적막이 생겼다. 다들 하나같이 옆에 아리따운 애

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그녀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 점점 그녀는

자신들이 아니겠지 라는 남자에게 천천히 접근하는 광경이 눈에 보이자 그들의 안색은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계속‥ 계속 설마라는 심정으로 유심히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활짝 웃는 얼굴로 그 남자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이윽고 가슴을 도려내

는 한마디가 그들의 귓가를 후벼팠으니….

"어머!? 백성군 먼저 도착했네요."

이 말이 그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와도 같았다.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이럴수

가!! 저런 평이한 남자에게 저런 미인이!! 이것은 꿈이 아니라면 믿기 힘든 광경이었

다. 특히나 오늘 같은 날에는 말이다.

모든 이목을 집중시킨 소녀는 다름아닌 혜미였다. 혜미는 카이란을 나오라고 한 장소

로 향하고 있는 도중이었고, 점점 시야에서는 그가 보이자 그녀는 방긋 웃는 얼굴로

말을 건 것이다.

"어∼ 왔네……."

카이란도 다가오는 혜미를 향해 평상시처럼 그녀를 맞이하려고 했지만 느닷없이 뇌리

에는 장난기 하나가 스쳐갔다. 카이란은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다. 하긴 그럴

만도 하겠다.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 봐도 그렇게 잘난 얼굴도 아니고, 멋진 모습도 아

니다. 그러니 주위에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부정하면 안 되는 법. 카이란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표정을 그리며 친근감이 가득한

어조로 방긋 웃는 혜미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왔어? 뭐, 집에 있어봐야 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 빨리 오게 되었어. 그나저나

혜미, 오늘따라 너무 예쁘네. 나의 파트너로써 상대하기 더 활 나위 없이 최고."

웬 갑자기 반말? 그녀는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카이란이 의아했지만…, 그녀가 누구인

가 사미 언니인 혜미이다. 전교 14등은 기본이오, 뭐든 올 '수'로 장식하는 만능소녀

후지사키 시오리…는 아니고, 진혜미이다. 그러니 순식간에 혜미는 그가 왜 이런지를

데이터로 파악했고, 이유를 알자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후훗∼! 그래? 자기도 괜찮네. 이렇게 멋지게 나올 줄은 몰랐는걸? 아무튼 멋져. 그

러니 자기 나 오늘 맛난 거 많이 사줄 거지? 나 오늘 맛있는거 많이 먹고 싶어. 그렇

게 해줄 거라고 믿어 자.기.야."

"하핫! 그래? 나야 뭐, 원래 한 멋 하잖아. 그리고 당연히 많이 사줘야지. 염려놓아

내가 오늘 네 원하는 것 팍팍팍 모두 전부 All 다 사줄게! 하하하하하∼!"

"후훗! 역시 자기 멋져!"

그러면서 혜미는 애교와 함께 카이란의 팔과 허리사이에 자신의 팔을 넣으며 깡충깡충

좋아한다.

"가자, 자기야∼"

혜미는 길을 재촉했다. 카이란은 이렇게 자신의 돌변하는 모습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

려 맞장구 쳐주는 혜미를 내려보았다.

찰랑 찰랑 검은 흑발 머리가 잘 어울린 이목구비. 부드러운 눈매가 사람을 매료시키기

에 적절하게 티끌하나 없어 보인다. 확실히 이만한 미인은 쉽게 어디서나 보기가 힘들

다는 것을 쉽게 알려주고 있었다.

카이란은 주위 인간들을 놀렸다. 언제나 자신의 외모 때문에 이런 미인을 알 리가 없

잖아 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기에 카이란은 더욱 열올리거나

부러움을 사라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수

있는 쪽은 혜미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런 행동을 보인다면 당황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신반의로 카이란은 나갔다. 융

통성이 있으면 자신과 맞장구를 쳐줄 것이고, 없으면 '왜 그러세요? 백성군 어디 아파

요? 제가 아는 가까운 하얀 병원이 있는데… 소개시켜 드릴까요?' 라는 소리를 들을

걸 말이다. 다행히 혜미는 눈치 하난 빨라서인지 융통성 있게 자신의 말을 맞장구 쳐

준 것이다.

사이좋은 연인사이로 보이는 이 둘은 점점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거리의 남자들은

처음은 이 광경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나중에는 카이란을 부러워해 하는 눈

빛을 뿜어내며 눈물을 흘렸다.

"역시 남자는 말발이야!! 젠장 너무 부러워 죽겠어. 나도 저런 애인 갖고 싶어!!"

"돈 많은 놈이군!! 부러운 자식!! 나도 돈만 많았다면 저런 여성을 곁에 둘 수 있는

것인가!!? 흑! 이렇게 돈이 없다는 것이 서러울 줄이야…!"

"저런 남자에게 저런 여자가!! 나도 기회는 있으렷다!! 우하하핫!!전의를 불태우는 구

나!!!"

-퍽! 퍽!! 퍽!!!-

한방씩 맞는 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그리고 연이어 분노에 사로잡힌 여인네들의 목소

리가 메아리 치듯 울렸다.

"헤어져!!!!!"

그러기에 오늘 같은 날은 조심하라고 그랬거늘… 왜 이리 망각하는지…….

"후훗∼ 백성군도 참 짓궂군요. 그렇게 갑자기 말을 바꾸니까 그때 깜짝 놀랐잖아요."

혜미는 웃음을 지으며 방금 전 그 일에 대해 말을 했다. 하긴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서로 말을 놓지 않고 경어를 썼었던 두사람인데 느닷없이 카이란이 말을 낮추는 동시

에 애인행세를 하니 혜미가 놀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놀랐나요? 하핫!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주위에 있는 인간들이 나를 무시하

잖아요. 그러니 홧김에 그렇게 해 버렸어요."

카이란의 말에 혜미는 느닷없이 삐진 표정을 그렸다.

"흐웅∼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라‥. 쉽게 말해 저로써는 못마땅하다는 말도 되

는군요. 이래봬도 한 외모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저 정도는 성이 안 찬다는 말로

들리네요. 그리고 백성군을 무시하는 사람 때문에 애인형세를 했다는 말인가요? 이것

좀 기분 나쁘네요. 단지 저를 도구로써 사용하니까 말이에요."

질책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카이란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카이란은 허둥지둥 자신의 실수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아… 아, 아니, 그것은 아니고요. 그렇게 생각할 리가 있겠어요? 오히려 너무 대단해

서 제가 부담스럽죠. 이런 미천한 외모가 선배같은 예쁜 사람을 거느리는데 감지덕지

못할망정  설마 못마땅해하겠어요. 하.하.하.하!"

이런 말을 스스로 내뱉으며 카이란은 속으로 온갖 똥 씹는 얼굴을 해야만 했다. 한낱

인간에게 드래곤이 아양을 떨어야 하다니! 이런 자존심 상하는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

었다. 드래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천한 외모라니!! 어떻게 이런 말까지…

! 자신의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외모의 소유자였는데 스스로 이런 말

을 하니 비참하게 느껴졌다.

"후훗∼ 그런가요? 고마워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면 억울 할 것 같아요. 그

러니 벌이 있어요."

"……."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자 카이란은 그녀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그녀가 밴댕이 소갈딱지도 아니고 그런 것으로 삐칠 리가 없었다.

때는 이미 늦었고, 덕분에 벌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혜미는 카이란의 팔을 바짝 당기

며 이런 말을 남기니….

"그럼 자기, 오늘 맛난 거 많이 사줘야 해."

"……."

카이란은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이렇게 애교를 떨면서 말하니 당황해버린 것이다.

"싫어?"

"아, 아니‥요…."

"요?"

물끄러미 혜미가 자신을 쳐다보며 카이란의 끝말을 되문을 하듯 말했다. 덕분에 카이

란은 알 수 있었고, 벌이란 아까의 행세를 그대로 이어나가자는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 설마 이런 식으로 나갈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카이란은 피식 입가에 웃음을

그리며 말했다.

"좋아. 당연히 사줘야겠지. 말만해 내가 뭐든지 다 사줄 테니까 말야."

카이란은 혜미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한편으론 여자란 변화하는 것도 한순간이라 무섭

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가…….

"후훗∼! 응! 그러면 자기만 믿겠어."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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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Subject

[연재] 244.이세계 드래곤 [26] 3.당연히 크리스마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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