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42화 (242/277)

247) 이세계 드래곤 [27] 1.눈을 떠보니…….

눈을 떠보니……, 새 하얀 천장이 보였다…. 잠을 오랫동안 잤었는지 쉽게 눈이 떠지

지 않았고, 눈이 무척 아팠다. 그래서 뚜렷한 윤곽이 잡히지 않아, 보이는 것은 새

하얀 천장이 전부였다.

"……."

처음 이곳이 천국은 아닐까 라는 의심이 솟구쳤지만 아팠던 눈은 천천히 제 활력을

찾아가며 윤곽이 서서히 잡히기 시작하자 동공을 좌우로 굴러보니…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천장 중앙에 고풍스런 모양세로 만들어져 있는 커다란 프로펠러 선풍

기가 멈춰진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광경이 처음 보였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둘러보니… 여러 가지 장식품이나 옷장 같은 가구들이 보였다. 보아하니

이곳은 어느 건물 안인 것 같았다.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잘 몰랐다.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그리고 왜 이런 곳에 쓰러져 있는가? 설마 납치라도 당한 것인가? 그녀는 가만히 생

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카이란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인지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

렀다. 역시 방학답게(?) 시간개념과 날짜 개념이 사라진 느낌이다.

주하나… 그녀는 오늘도 할 일 없이 방안에서 뒹굴뒹굴 놀기만 했다. 뭐, 그녀 자신

도 예상했던 일이다. 언제나 방학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 노는 것이 그녀

의 일상이었으니까.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해도 괜찮겠지만 집에서 부모님들이 반대

를 하고 있어서 만날 이렇게 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하나 이유가 있다면 귀찮아서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이유를 말한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은 학교 가는 것만도 벅차다 라는 고유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

자가 아닌가 싶다. 그러한 생활 덕분에 시간&날짜 개념이 사라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어쩠든… 이래나 저래나 할 일 없는 평상시의 일상. 1월 1일, 신정에 무엇을 했는지

조차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무료하게 황금과도 비싼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가끔

하는 일이라면 늦잠자는 것은 기본이오 밖에서 바람쐬기나 쇼핑(용돈이 있을 때만…)

, 사미네 가서 놀기가 그녀의 일과전부였다. 숙제야… 뭐, 당연히 햇볕은 쨍쨍 모래

알을 반짝∼ 마른하늘에 벼락치기로 원 샷으로 끝낼 수가 있으니 문제가 될 것 없었

다. 그리고 그녀의 학교는 방학숙제가 많지 않아 방학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

다.

이것이 하나가 보내는 방학생활의 전부다.

그 날도 평상시와 다름없게 사미네 집으로 향했다. 물론 아무런 이유와 목적은 가지

고 있지 않다. 어느 때와 같게 자신이 심심해서 사미네 집에 가거나 사미가 자신을

부르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사미가 불러서 그녀의 집으로 향한 것이다.

-딩동!-

사미네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칙칙한 스피커음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

렸다.

<누구십니까?>

굵은 목소리의 남자였다. 생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조금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무

뚝뚝하고 냉혈적인 무게감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녀에는 이제 익숙해 졌다는 듯

이 스피커에 입을 가까이 대며 별반 다른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미 친구 하나거든요. 사미가 불러서 왔어요."

<아∼! 하나 아가씨 되십니까? 금방 문 열어 드리겠습니다.>

아가씨라는 호칭을 들으니 하나는 뭔가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거리에서 듣는 '

아가씨'와 여기 이 사람들에게서 듣는 '아가씨' 라는 말의 의미가 달라서 그런 것 일

거다. 그리고 어느 거리에 가든 움푹 쫄 정도로 험악하게 생긴 외모의 소유자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는데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하나는 이들 입

에서 흘러나오는 '아가씨'라는 단어는 몇 번이고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부우우웅∼-

기계음이 흘러나오며 천천히 거대한 문이 열린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함이 가시지 않

는 문. 자신의 키에 2.5배정도 높은 문이 열리니 신기하지 않겠는가? 것도 수동이 아

닌 자동문인데……. 사미네 집은 대단하다는 이 한마디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

장하다.

"어서 오십시오! 하나아가씨!"

우렁찬 목소리들이 지축을 뒤흔들 듯이 크게 울렸다. 덕분에 고막이 괴로울 정도로

고통이 스며들었다.

"‥네, 네…."

어색한 몸동작으로 하나는 그들 사이를 헤쳐나갔다. 만날 올 때마다 이러니… 이런

대환영은 아마도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거다. 아니, 이런 인간들이 자신을 어떻게

말하거나 대하든 평생 익숙해지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하나는 곧장

바로 사미네 방으로 향하려고 했다.

"여어! 이거 하나양 아니십니까?"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하나는 고개

를 옆으로 돌렸다. 시야에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촉촉하게 젖은 머릿결 위에 수

건이 얹혀져 있는 사내가 보였다. 막 샤워를 끝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땀에 젖은

모습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끈거리는 땀 냄새가 악취를 뿜

듯 코의 신경을 자극하자 목욕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만날 운동만 하면서 사나?'

그렇다! 하나가 이 남자를 볼때마다 꼭 이 남자는 저런 꼴이었다. 사미네 집을 그렇

게 자주 온 것은 아니지만 매번 이 남자와 마주치면 꼭 이런 모양새로 만나기만 하니

하는 이 남자는 24시간을 운동으로 보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볼 때마다 저러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여튼 귀찮아….'

노골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은근슬쩍 이 남자를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는 듯이 하나는

인상을 찡긋 구겼다. 그 표정을 봤는지 안 봤는지 눈앞에 있는 사내는 그저 담담히

크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핫! 이거 오늘 참 운이 좋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하나양을 만나니까요."

오싹∼ 오싹∼ 닭살! 닭살! 느끼‥ 느끼‥ 있는 소름, 없는 소름이 다 돋았다. 더 이

상 돋을 대도 없을 정도로…… 하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사미를 보러 오셨나요? 다행이네요! 지금 사미 방 안에 있을 겁니다."

당연한 것 아냐! 지금 사미가 불러서 온 것이지 그냥 왔겠어!?

"저, 저기… 땀 냄새가 심하네요. 좀 샤워라도 하고 좀 오세요. 정말 지독해서 같이

있질 못하겠어요."

하나는 코를 막으며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찌보면 상당히 모욕을 주는 어투

이자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을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앞에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크게 호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핫!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 막 운동하고 나온 상태라 좀 심할 겁니다. 하지

만 이것이 바로 남자의 향기 아닙니까!? 그저 남자에게는 이런 냄새가 풍기는 구나

라고 생각해 주세요. 하핫!"

그것이 하루 이틀이면 말을 하지 않는다. 뭐가 남자의 냄새야!? 이게 남자의 냄새면

평생 결혼 같은 것 안하고 만다! 그리고 그 냄새도 정도것 하라고! 완전 시궁창이 냄

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나는 꾹꾹 눌러 어렵사리 삼켰다.

"알았으니… 이만 저는 사미에게 갈게요. 그럼……."

쌀쌀 맞게 하나는 홱하게 고개를 돌리며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상

대방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 경향이었지만 그녀에겐 상관이 없었다. 차라리 그가 화를

내서 더 이상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그럼 좋은 시간 보내요. 나중에 뵐 때 이런 냄새 안 나게 할게요. 하핫!"

현관문 뒤에서 하나의 행동에 아랑곳하지 않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볼 때마다

저런 꼴이었는데 과연 바뀔까? 정답은 아니다 라고 생각했기에 하나는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러버리며 신발을 벗었다.

만날 운동으로 인해 땀 냄새를 푹푹 풍기는 남자. 키는 180정도에 덩치는 산만하고

온몸이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있는 건장한 사내이다. 덩치가 좀 오바지만 이 정도

면 그리 나쁜 조건이 아니라서 싫어할 마다 없지만 그녀에게는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존재했다. 바로…….

'흥! 난 사미와 다르게 얼굴을 좀 따지는 편이라고!'

하나는 얼굴 인상을 찡그리며 코웃음과 함께 속으로 큰소리를 질렀다. 문제란 바로

그 사내의 외모는 거의 최악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아주 추악할 정도로 못생

겼다는 것에 있었다.

다름 아닌 그는 진거만의 아들이자 사미와 혜미의 오빠인 거한이다.

거한이는 아리아가 카이란의 제2의 여자친구라는 것을 알고 곧 포기를 했다. 조직이

라면 당연히 여자가 많이 따를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거한이는 제외다. 물론

여자도 많이 따른다. 하지만 거한이만 제외되는 이유는 바로 최고의 미녀인 두 여동

생에 의해서다. 집 주위에 그런 미녀 2명이 있는데 다른 여자들이 성이 차질 않아 현

재 거한이는 솔로라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이것도 이유가 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말한다면 돈에 눈이 멀은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여자들도 못생긴 거

한이의 얼굴 때문에 마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이유에 거한가 여자를 보는 시각은 천공과도 같았다. 그리고 아리아

를 만났다. 지금까지 본 여자중에 최고로 꼽히는 미모! 어찌 거한이가 가만히 놔두겠

는가!? 당연히 치근덕, 집적, 추근… 등등 온갖 만행(?)을 저지른 그였다. 뭐, 결국

은 아리아를 포기했지만 그녀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외모지만 그에게는 아리아에게

차인 충격에 의해 다소 눈이 낮아졌다. 그래서 지금 그의 눈에는 하나가 무척 예쁘게

보이고 있고, 아리아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아리아는 외모는 비중을 두지 않지만 사모하고 있는 종족(?)-카이란-이 있기에 거한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거한이가 누구인가? 사모하는 종족이 누구인지를 보지 않는

이상 끝까지 매달리는 악착같은 놈이다. 생긴 것부터 봐라! 그럴 것 같게 보이지 않

는가? 어쨌든 그런 놈이다. 그러한 행동 덕분에 인간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 아리아도

거한이를 무척 싫어했다.

그런 그녀의 비해 하나는 외모에 비중이 높은 사람이다. 그러니 거한이가 찝쩍거리는

모습이 좋기만 하겠는가? 그냥 싫어할 만도 못해 혐오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하나

는 일부러 보라는 듯이 무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만이는 그런 것에 아랑곳 않고 여전히 집적거리는 것이 문제랄까? 하나는

그것이 정말 의아했다. 기분 나쁘지도 않은가?

여하튼 거한이는 3권 뒤로 한번도 나오지 못한 비운의 캐릭터도 모자라 여전히 엑스

트라에 바보 취급받고 있는 캐릭터다. 에구 불쌍한 것…….

집 안으로 들어온 하나는 곧 사미의 방을 찾았다.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지만 정원

도 대단하지만 집 안도 굉장히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집안이 한국에 존재하는지…

정말 보면 볼수록 감회가 새로웠다.

-똑똑-

하나는 사미의 방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문이 딸깍 열렸다.

"어! 왔어?"

문을 열자마자 시야에 보이는 것은 환하게 웃는 사미의 얼굴이었다. 여신같이 아름다

운 미소를 보는 듯했지만 지금 하나에게는 순간 그 얼굴을 보자 불현듯이 왠지 모를

등에 식은땀 한줄기가 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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