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43화 (243/277)

(248) 이세계 드래곤 [27] 2.눈을 떠보니…….

"뭐야? 이 난장판은?"

사미의 방 안으로 들어가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여러 옷들이 여기저기 난장판을

이루고 있는 거였다. 이거 무슨 피난 가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심하게 어질러

져있는지 하나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런게 있어."

생긋∼! 오늘따라 유난히 사미의 미소가 아름답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것인

가? 덩달아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아, 아니… 변태인가? 자신이 그

런 것을 느끼게? 그리고 지금 그런 기분을 느낄 때는 아니지. 웃고 있는 표정 뒤에

무언가 이상한 흉모의 냄새가 난다.

"그럼 갈까?"

잉? 어딜? 하나는 대충 아무 곳에 걸터앉으려고 할 때 사미가 그렇게 말하자 어정

쩡한 자세에서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보았다. 그리고 미처 말하기도 전에 사미는

여행용 큰 가방을 질질 끌고 가며 먼저 자신의 방을 빠져나왔다.

"자, 잠깐…."

오자마자 나가다니… 그리고 어딜 가는 거지? 그 가방은 또 뭐고? 어디 놀러갈 예

정인가? 어쩠든, 하나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사미가 나가자마자 바로 건너방에서

문이 딸깍 열리며 그 안에서는 혜미가 불쑥 나왔다.

"아, 언니. 준비 끝냈어?"

혜미언니도 같이 갈 예정인가? 방안에서 나온 혜미의 손에는 사미와 똑같게 여행용

큰 가방을 질질 끌고 왔다. 그들이 나온 것을 보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사내

한명이 다가왔고,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혜미는 빙긋 웃으

면서 질질 끌고 온 가방을 그 사내에게 건네었다.

"이거 부탁해요."

"네, 아가씨."

"이것도요."

사미역시 그 가방을 건넸다. 도대체 어딜 갈 예정인 거지? 것도 혜미 언니랑 같이

말이다. 방에 들어가니 여행용 가방을 챙긴 상태이질 않나. 그리고 그 짐을 똘마니

들에게 맡기질 않나. 그럴바엔 왜 자신을 불렀는지 하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럼, 언니 가요."

"그래, 사미야."

무언가 의미가 깃든 미소가 교차하며 그 둘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리고 사미는 좀 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하나를 쳐다보았다.

"가자, 하나야."

"……."

"왜 그래 하나야?"

하나의 얼굴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본 사미가 질문한다. 비로써 하나는 지금 어

디를 갈지 질문했다.

"지금 어디를 가는 건데?"

그녀의 질문에 사미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명쾌 발랄한 어조로 대답한다.

"당연히 백.성.님.네 집이지."

"……."

어이가 없어 황당무리하다. 백성이네 가면서 저 정체불명의 여행용 가방은 뭔지 모

르겠다. 다른 사람이 보면 꼭 어디 여행가는 줄 알겠다.

하나와 혜미, 사미는 곧 카이란네로 향했다. 물론 걸어서 갈리는 없다. 그녀의 집

이 평범한 집도 아니고, 평범한 부자도 아닌데, 왜 걸어가겠는가? 당연히 비행기나

헬기로 갈 수가 있지만 이 평범한 한국 땅에 그런 교통 수단을 이용하다가는 저격

당하기 알맞으니 최고급 자가용을 타고 갔다. 그리고 어느덧 카이란네 도착.

-딩동!-

문 옆에 달려있는 초인벨을 누르며 그녀들은 안에서 대답이 있을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 사이 하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

새삼스레 또 다시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집도 무척 굉장하다. 사미네 집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지만 백성이네 집은 한번쯤 이곳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경관이

다. 쉽게 표현한다면 TV나 영화 속에서 자주 나오는 부자집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미네 집은 규모가 크고 집이라기 보단 거의 성에 가깝다는 느낌이 강해 백성이네

집처럼 한번쯤 살고 싶다 라는 느낌은 강하지 않고, 그저 '크다'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만 나오는 정도다.

<앗! 사미 언니네!>

누구인지 딱 봐도 알 수 있게 발랄한 어조에 15-6세 정도되는 앳된 목소리의 소유

자였다. 카이란 집에서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딱 한사람, 민지밖에 없

다. 대개 '누구세요?' 라고 물어보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집은 부자집이고 요즘 인

터폰에 화면 액정 안 달린 집안은 없을 것이니 민지는 단번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

았다.

"응, 나왔어."

초인벨 스피커에서 나오는 민지의 목소리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지금 문 열어 드릴테니까 들어오세요.>

-띠잉!-

말 끝나기 무섭게 기계음이 한번 들리고 문이 살짝 열려졌다. 그녀들은 문을 밀고

카이란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와요! 언니들!"

현관문 앞에서 민지가 그녀들을 맞이했다.

"백성님은?"

사미가 오자마자 민지에게 물어보는 것은 카이란을 찾는 거였다. 그런 덕분인지 민

지는 살짝 피친 표정을 그리며 투정썩인 말투로 말했다.

"칫! 언니 너무해요. 내 인사보단 오빠를 먼저 찾다니. 민지 서러워요."

"아∼ 미안 미안. 그냥, 백성님이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 것 뿐이

야. 설마 이 언니가 민지를 무시하겠니?"

"헤헷! 오빠는 위층에 있어요. 그런데 아직 꿈 속에서 놀고 있어요."

"……."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 잔다는 것이지? 벌써 1시가 넘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자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그렇게 잠을 오래 잘 수 있는지

신기했다. 사미와 혜미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후훗! 백성군답네."

"그러게요, 언니. 뭐, 저도 이 시간에 깨어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

여기서 이해를 할 수 없는 인간이 유일하게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저렇게 잠을

오래 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다니…. 어찌 이런 자신의 사고 방식이 고리타분한

것 같이 느껴진다.

민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카이란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쳐 줬다.

어찌보면 민지도 대단하다. 아니, 단순하다. 저 말만으로도 삐친 것이 풀어지니까

말이다.

"어머? 왔어요?"

안방에 있던 어머니가 나오며 그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허리를 깍듯이 숙이며 사미와 하나, 혜미도 덩달아 인사를 건넸다.

"마침 잘 됐네요. 슬슬 점심을 먹을까했는데, 늦게 오지 않아 다행이에요."

시간을 보니 어느덧 1시가 넘어갔다. 어머니의 말을 들어서인지 갑자기 허기가 들

었다.

"그럼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혜미가 나서서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요? 혜미양이 도와주면 저야 고맙죠. 혜미양이 하는 음식은 언제 먹어도 맛있

으니까요."

"후훗, 과찬입니다."

"과찬이라뇨? 전 사실을 말할 것 뿐인걸요. 정말로 혜미양이 만든 음식은 정말로

맛있어요. 저도 한때는 미래를 위해 요리 학원까지 다녀서 요리사 자격증까지 획득

한 상태인데, 이상하게 혜미양의 맛은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칭찬 저에게는 너무 과분해요. 오히려 전 어머님의 요리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는 걸요. 그래서 언제 한번 어머님께 한수 배우려고 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미천한 제 실력이 부끄럽습니다."

"어머나, 겸손도 하셔라. 하지만 사람은 때론 스스로 인정해야 할 것도 있어요. 그

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은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 아니고 욕이 될 수 있거든요."

"후훗! 그런가요? 제가 듣기로는 어머님이 저를 욕하는 것 같아요. 전 정말로 어머

님의 요리 실력에 감탄해서 한동안 음식에 대한 실의에 빠질 정도였는데, 욕이라뇨

?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전 사실을 말한 것 뿐이거든요."

"호홋! 고마워요. 이런 어줍잖은 실력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

요."

"어줍잖은 실력이라뇨? 그런 실력이면 어느 요리사 못지않는 엄청난 실력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저도 이참에 어머님께 요

리나 좀 배울까요?"

"호홋! 전 오늘 혜미양에게 요리를 배워둘까 했는데…. 이거 먼저 선수를 뺐긴 기

분이네요."

"후훗! 그런가요? 제가 먼저 말하길 다행이네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요리를 만들

까요? 아무래도… (쫑알 쫑알… 음식 얘기 음식 얘기……)."

"쫑알쫑알…(어머니)."

"쫑알쫑알…(혜미)."

"쫑알*2(어머니)."

"쫑알*2(혜미)."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이 오가는지 혜미와 어머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그렇게

유유히 주방안으로 사라졌다.

"……."

마루에 가만히 그 둘을 지켜보고 있던 사미가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주

위에 있는 하나, 민지는 사미를 보고 있었고. 사미도 점심 만드는 것을 도와주려고

했었다. 도대체 언니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라는 말을 왜 한 것일까? '저희'란

인칭대명사로 '우리'의 겸양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 한 명이 아닌 주위나 단체 여

럿을 말하는 의미다. 그러니 저희라는 말 안에는 자신도 들어가 있을 텐데 언니는

왜 혼자 도와주러 주방에 가는 것일까? 덕분에 사미는 멍하니 그 둘의 대화만 보기

만 했다.

-딩동!-

멍하니 그들을 보고 있을 때 인터폰에서 소리가 났다. 민지가 이 소리를 듣자마자

조그만한 인터폰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인터폰 액

정에서까지 그 생기를 잃지 않는 금발 머릿결. 뚜렷한 이목구비에 보는 이마다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수려한 외모. 어떠한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

자란 외모의 소유자 아리아가 눈앞에 있는 인터폰에 얼굴을 가까이 갖다대고 있었

다.

"얼래? 누구지?"

…하지만 장작 얼굴이 너무 가까이 들이미는 것이 문제랄까. 덕분에 민지가 못 알

아본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인터폰에 보이는 것은 딸랑 코와 입이 전부다. 눈

이라도 보이면 알아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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