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이세계 드래곤 [27]4.눈을 떠보니…….
랄라라∼ 샬라샬라∼ 하면서 즐거운 얘기를 하는 도중 어느 한 이가 '나 내일 가출한
다' 라는 말을 한다면 친구들이 얼마나 황당할까? 조금 뭔가 어긋나긴 하지만, 생각
을 해 봐라! 지금까지 그런 쪽과는 전혀 무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그
런 얘기! 당황하고도 충분히 남는다.
"……."
다들 황당해 하는 표정. 그중 아리아는 전혀 당황하는 빛이 없었다. 아마도 이 사실
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혜미도…. 오직 카이란, 민지, 하나만이 놀란
표정이었다.
"가, 갑자기 그런 말이 어딧어!?"
하나가 그 말에 반박했다.
"원래 여행이라는 것은 애초에 계획을 짜고 가는 것보단, 갑자기 정해서 가는 것이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거야. 그러니 바로바로 결정하는 것이 좋지."
하지만 이것은 해도해도 너무 할 정도로 빠른 결정에다가, 무엇보다 아리아, 혜미,
사미는 애초에 미리 계획을 잡아 놓은 것 같다. 하나는 그것을 느꼈다.
"헤에… 여행이라… 저는 좋아요! 이런 따분한 방학을 보내는 것 보단 어디 여행을
가는 것이 좋죠!"
민지는 찬성의 의사를 보낸다.
"요! 잘 생각했어! 민지야!"
"그럼 백성군은요?"
혜미가 카이란을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카이란은 솔직 담백으로 이 한마디만 건넨다
.
"귀찮아요."
단번에 거절의 의사였다. 하지만 아무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혜미는 이런 말, 예
상했다는 얼굴로 여전히 눈가에 웃음을 유지한 채 빤히 카이란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
었다. 그리고 카이란은 말을 덧붙였다.
"놀러가서 시간 보내는 것보단 차라리 잠을 자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그리 가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영원히 자라. 그게 너의 숙명이다.'
카이란의 그 말에 하나는 이 말이 목구멍 속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간신히 입을 꾹 다
물며 새어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래요? 후훗! 역시 백성군 답네요."
"그렇죠. 저 답죠. 그러니 이 여행 저 빠질게요. 그럼 전 잠이나 자러…."
또자냐?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잠이 많은 녀석이라 하나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이대로 혜미 언니가 가만히 있을 생각? 물론 지금 이시기에 느닷없는 여행은 어이가
없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가기엔 혜미답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혜미는 입가에 미소와 함께 방긋 입을 열었다.
"저에게 들어줄 부탁…, 아직 두 가지 남았죠?"
"클럭!"
역시!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의 거절했던 말에 전혀 당황하는 빛이 안보이더니,
이런 속셈이 있었을 줄이야. 애초에 3가지의 부탁, 뭔가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 아닐
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것까지 치밀하게 준비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으으∼."
카이란은 신음을 내질렀다. 계약은 계약. 어쩔 수 없는 약속이라 가지 않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훗! 그럼 결정 된 거네요."
"어쩔 수 없잖아요. 약속인데."
"저기 어머님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시간이 괜찮다면 같이 가시는 것도 좋을 듯
한데요. 같이 가시겠어요?"
어머니를 쳐다보며 혜미가 여쭈어본다.
"호호홋… 그럴까?"
"그래요! 어머님! 같이 갔다와요. 저희들도 어머님과 같이 가는 것이 좋으니까요."
덩달아 사미도 부추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나? 어른이 한 명이라도 끼어있으면 자
유를 구애받게 되어 있다.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고 싶은 혈기가 왕성한 젊은
이들인데 그런 것을 원할까? 결론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예의상 물
어본 말일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혜미이니만큼 그런 예의는 없을 것
같다.
"호홋! 말을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왜요?"
"그냥요. 차라리 아이들 없을 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을 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또 간만에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잖아요."
"그래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강요는 안 할 생각인지 혜미는 거기에서 그쳤다. 민지는 고리타분한 어머니의 성격이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어머니답다는 생각이 들어 할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럼 슬슬 준비할게요."
여행이라면 옷 같은 것은 준비해야 하니 민지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윗층 자신
의 방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사미가 그것을 만류했다.
"잠깐, 민지야."
"네?"
"갈 필요 없어. 그냥 그대로 몸만 가면 되."
"하지만 옷 같은 것은 준비를 해 둬야……."
"괜찮아, 괜찮아. 지.난.번 여.행.때.는 준비하고 갔었니? 그러니 괜찮아."
은근슬쩍 강조하는 말이 하나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그러자 왠지 모를 오싹한 소름
한줄기가 돋아났다. 그녀는 의아하게만 여길뿐, 그 말에 내포된 의미는 생각하지 않
았다.
"아! 그렇군요!"
민지는 납득했다는 얼굴로 손을 딱 쳤다. 이들과 함께 가는 이번 여행…, 처음은 아
니라는 것을 하나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장작 갈지 안 갈지 자신의 의사는 묻지 않
는다.
'아마도 친구니까 가는 줄로 알고 있겠지…. 그리고 아무래도 같이 가야겠지? 혼자서
빠지면 좀 그러니까.'
하나는 왜 자신에게 묻지를 않는지 이상하게 여겼지만,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며 위
로한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사미가 하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는 어떡할 꺼야?"
스스로 그런 생각으로 위로했다지만 역시 느낌상은 지금까지 잊혀진 존재라고 느껴졌
다. 사미의 그런 질문에 단순하게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자 하나는 무
언가 벅찬 감동이 받았다.
"‥아무래도… 가야겠지?"
"그래? 다행이야. 같이 갈 수 있다니 기뻐."
쉽게 간다는 자신의 말에 사미는 환하게 웃으면서 좋아하는 표정을 그렸지만 왜 그렇
게 좋아하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첫 친구랑 간다는 것이 즐거워서 그런 것이겠지….'
사미로써는 자신에게 있어 첫 친구. 그런 것이니만큼 같이 간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
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2박3일 정도쯤이야….'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이 께름칙한 기분은 뭔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행가면 가는 것이지… 왜 아까 바보처럼 행동한 거야? 말못할 사정도 없으
면서 말야."
바보처럼 행동이란 아리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을 느닷없이 사미가 그 말을 가로막
으며 이상한 말을 주절거린 것을 뜻했다. 굳이 숨길 필요까지는 못 느껴 하나는 사미
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자 사미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호호! 그게 말야 나도 숨기고 싶지 않았는데… 그냥 처음부터 쉽게 말하면 재미없잖
아. 그래서 그런 것 뿐이야."
"……."
그 덕에 죄 없는 민지가 속아넘어가 바보만 된 꼴이 됐다는 것은 알려나…?
"그런데 어디로 갈 예정인데?"
여행 간다는 말만했지 장작 목적지는 듣지 못했다. 여기서 하나는 자신이 스스로 한
말에 두려움이 느껴졌다. 사미는 부자다. 그것도 평범한 부자가 아닌 엄청난 부자다.
그런 부자가 이런 한국땅에 여행을 하겠는가? 적어도 지구 반바퀴에 있는 나라쪽으로
가는 것은 아닐지 불현듯 걱정이 치밀었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2박 3일은 어림도
없다. 적어도 10박 11일 정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해외여행이니 괜찮을 라나?'
평생 갈수 있을까 말까한 해외여행까지 가는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자신의 돈을 투자해서 가는 것이 아닌 친구 때문에 가는 '공.짜(은근슬쩍 강
조한다)' 해외 여행인데 말이다.
'하지만 난 외국어는 잼병이라서… 자칫 봉변이라도 당하기라도 한다면….'
해외여행이라고 말한다면 가장 끔찍하고 힘든 것이 언어전달 일 것이다. 하나는 외국
어를 하나라도 모른다. 물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언어보단 제스처로 모든 것
을 무마시킬 수 있는 힘이 존재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에 길을 잃거나 봉변이라도 당하면 자신은 꼼짝없이 미아
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외국에는 불한당이 많다고 들었다. 인신매매 범이나 어딘가
팔려나가는 꼴이 된다면 끔찍 그 자체였다.
'그래도 공짜에다가 해외여행인데….'
그렇다! 공짜다! 공짜! 그것도 해외여행! 이런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마다하겠는가!?
하는 계속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지진이 났다. 그러니 사이에 사미는 하나를 보며 대
답했다.
"응, 지방에 있는 스키장에 갈꺼야."
"네가 그러고도 부자냐!?"
"에?"
그녀의 호성에 사미가 동그렇게 눈을 뜬다.
"아, 아냐…."
실언을 했다는 것을 알자 하나는 양 볼이 붉어졌다. 창피함을 무진장 느꼈던 것이다.
"하아…."
…갑자기 김이 빠졌다.
"잠깐, 그렇다면 이건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잖아."
목적지를 알자 하나는 한가지를 깨달으며 사미에게 말을 했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는데?"
"이건 '여행'이 아니고 '놀러' 가는 것이지. 어떻게 여행이 되겠어? 넌 스키장에 여
행가니? 스키장에 놀러간다 겠지."
사미는 생각에 잠겼다. '스키장으로 여행가다' 확실히 어감도 이상하고 느낌도 이상
했다. 그리고 뜻도 이상했다. 그러니 자고로 '스키장으로 놀러가다' 가 맞을 것이다.
사미는 딱하고 손을 쳤다.
"아! 그렇구나."
"……."
혹시 자신은 바보와 친구가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푸훗!'
바보라는 생각에 하나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사미의 성적표 받은 날이 생
각났기 때문이다.
사미의 성적표는 정말 가관이었다.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어렵게 힘든 고난
을 거치면서까지 그녀의 성적표를 본 보람이 있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게 콧대 높고
도도하게 군 여왕님 진사미가 설마 뒷등수 제왕의 우위를 가릴 정도로 못할거라는 상
상은 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짜로 그녀의 성적표를 보자 어이없는 끝에 박장대
소로 번졌던 기억이 났다.
'덕분에 사미가 토라해져 한동안 나와 말 안 한적이 있었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왔다. 물론 순순히 사과를 하자 사미는 언제 그랬
냐는 듯이 금방 활짝 웃으면서 다시 친해졌지만…….
"와! 하나양, 그럼 이건 여행이 아니었군요."
아리아가 감탄하는 눈빛을 뿜으며 자신을 바라본다.
"……."
자신은 아무래도 진짜 바보들과 친구가 된 것 같다. 아리아의 진 명목도 이미 시험
성적표를 봐서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 슬슬 가볼까요?"
준비할 것도 없으니 이대로 몸만 가도 됐다. 그러니 여행… 아니, 놀러갈 준비(준비
랄 것도 없다)는 빨리 끝낼 수 있었고, 사미가 먼저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 뒤로
줄줄이 일행들은 빠져나왔고, 하나는 맨 끝에 나왔다.
"에엑!!?"
나오자마자 하나는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크게 놀라버렸다.
"이, 이게 뭐야!?"
께름칙한 기분은 이것 때문이었나?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
듬고 사미를 쳐다보며 손가락질과 함께 물었다.
"뭐야 저 트럭들은!?"
그녀가 본 광경은 자그마치 컨테이너가 매달린 커다란 화물차 4대정도 줄 이은 광경
과 뒤에 여러 자가용이 보였기 때문이다. 피난가는 것도 아닌 놀러가는 것 뿐인데 무
슨 이정도가 필요한가!? 그녀로써는 기가 막히는 것도 모자랐다.
"놀러가는 건데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이 아냐?"
사미는 태연… 아니, 오히려 질문이 이상함을 느꼈다는 표정으로 당연하다는 하나의
물음에 답해줬다.
"……."
대통령 행진도 이것보단 덜하겠다. 무슨 컨테이너 트럭이 4대씩이나 필요하단 말인가
!? 도대체 저 안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지? 하나는 사미의 말 대목이 생각났다.
'괜찮아, 괜찮아. 지.난.번 여.행.때.는 준비하고 갔었니? 그러니 괜찮아.'
준비할 필요도 없이 몸만 가도 된다는 것은, 즉 저것들이 모두 옷이라던가 필요한 필
수 용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 하지만 트럭 한 대도 아닌 4대! 컨테이너 박스가
작은 것도 아니고 엄청 크다. 그렇다면 저것들은 도대체 다 뭐가 들었단 말인가?
"자, 잠깐… 그런데 며칠 있을 건데 저렇게 많이 가지고 가는 거야?"
저것을 보자 2박3일로는 어림없는 느낌이 치솟았다.
"물론……."
물론……? 하나는 사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방학 내내지."
"크, 클럭!!"
바, 방학 내내!? 하나는 이 소리를 잘 못 들은 것은 아닐지 의심했다. 어떻게 방학
내내 보낸다는 것인가?
"…자, 잠깐! 새, 생각해 보니 난 빠질게. 미, 미안해 사미야. 방학 숙제도 하나도
못한 상태이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양팔을 저으며 가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며 이것저것 변명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방학
내내는 오바다. 숙제는 물론이고 사미말고 다른 친구들과 놀러 가기도 했고, 가끔 혼
자서 궁상도 떨고 싶을 때도 많다. 또한 개인적으로 돈을 오래 쓸 여유도 없을 뿐 아
니라, 집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느닷없이 방학 내내 그곳에 있다고 한다
면 당장에 집에서 쫓겨날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방학 숙제야 나중에 우리 집에 있는 똘마니들에게 맡기면 돼. 그
러니 그런 걱정 붙들어 매고 나와 같이 가자."
꼭 반 교실에서 싸움 잘하는 아이가 비리비리한 아이들에게 숙제 맡길 때의 말투 같
았다.
"아, 아니… 그래도 미안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흑∼ 너무해 분명 같이 간다고 쉽게 말했으면서 갑자기 가지 않겠다고 하다니…….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는데 강남은커녕 강북도 가지도 않다니. 너무해∼."
완고하게 가지 않겠다고 말을 하자 사미는 거짓눈물로 작전 변경을 시도했다.
"바, 방학 내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쉽게 대답한 것 뿐이야. 난 그저 2박 3일정
도 가는 줄 알았지."
눈물을 흘린 사미의 모습에 미안한 감에 현혹돼 같이 간다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다음 말에 그 생각은 쏙 들어갔다.
"2박 3일정도로 무슨 놀러니? 그것도 놀러간다 라고 불릴 수가 있는거니? 그것은 단
지 휴식에 불과해. 놀러간다라는 말에 걸맞게 적어도 한 달은 놀다와야 성이 차야 하
는 것 아니겠니."
하나는 사미가 무섭다고 느껴졌다. 절대로 하나같은 평범한 학생의 신분으로는 그 정
도 놀러가는 것은 불가다. 배경부터가 평범하지 않는 집안인데 역시 생활사상도 평범
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미안, 아무래도 난 빠져야겠어."
아무리 뭐라고 그래도 방학 내내라는 말은 그녀에게로 하여금 무리일 수 밖에 없다.
귀중한 방학을 모두 그런 쪽에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보람있게 스키장으로 놀러
가는건데 뭐가 귀중한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한곳에 고립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친구들과 있는 것도 좋지만 2박 3일이 아닌 방학 내내 같은
곳에서 친구들과 논다는 것은 석연치가 않았고, 불편한 기운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
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고 놀고 싶어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런 것이다. 쉽게 말
해 자유 분방함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 정도
날짜에 개인적으로 쓸 돈도 없다는 것도 크게 한몫을 거든다.
"칫!"
그렇게 강경하게 굽히지 않으니 사미는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뭐."
다행히 사미가 자신을 포기해 주자 하나는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금새 표정을 다시
바꾸었다. 친구가 놀러 가는데 같이 따라가주지 못할망정 그런 표정이라니… 경거망
동하면 안되었다.
"미안 사미야. 내가 따라가…… 헉!!"
그녀는 거기까지 밖에 말하지 못했다. 무언가 따끔거리는 것과 동시에 온몸이 마비된
충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게 의식은 멀어지
려고 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반 이상 감겨진 눈으로 한 개의 물체를 보고 정신의 끈
을 놓쳤다. 그녀가 본 그것은 다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