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이세계 드래곤 [28] 1.스키장에서 생긴 일.
그녀의 기억은 거기까지가 다 였다. 술을 먹어서 필름도 끊긴 것도 아니고, 그저 지
난 일을 생각한 것 뿐이니 생생하게 모든게 다 기억이 났다.
"그랬었지…."
갑자기 분노가 치솟는다. 이것은 명백한 납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사람
을 기절 시켜서 이곳으로 데려올 수가 있는가!? 그녀로서는 이런 일을 처음 당해 기
가 막혀 코도 막혔다.
"어억!"
갑자기 두통이 아려왔다. 아마도 그것에 의한 후유증 같았다.
"그 기집애!!"
그녀는 분을 삭힐 수가 없었다. 이찌 이럴 수가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딸깍-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나의 시선은 자연적으로 그쪽으로 가졌다.
"어머!? 일어났네?"
시큼 상쾌한 미소를 흘리는 채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장본인 사미였다.
"사∼ 아∼ 미∼!"
웃는 얼굴이 지금처럼 가증스러운 적은 없었다.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해서라도 데려
올 수 있는지….
"호호호홋! 미, 미안… 정말 미안."
그래도 자신의 잘 못은 아는지 사미는 순순히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이 정도로 하나의 분은 삭힐 수가 없어 바락 바로 소
리쳤다.
"이, 이게 미안하다고 될 일이야!!?"
사미는 미안한 기색으로 검지끼리 콕콕 치며 쭈빗쭈빗 대답했다.
"하지만… 난 너와 같이 가고 싶었는걸. 처음으로 사긴 클래스메이트라서 꼭 같이 오
고 싶었단 말야…."
미안한 기색을 띤 사미의 표정은 너무너무 귀엽다! 어쩜 이리 귀여울까!? 자신 스스
로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화낼 엄두가 다 사라지고 있…… 아, 아니!
지금 계속 화내야 할 상황이다! 아무리 귀여워도 때와 장소는 구별해야 된다.
"…그, 그렇다고 전기 충격기로 사람을 기절시켜서 데려오면 어떡해!?"
그렇다! 기절하기 직전 페이지가 모자라서 정체를 적지 못했던 그것은 '전기 충격기'
였던 것이다.
예전에 여름 방학 때 카이란에게 먹여 주었던 그 전기 충격기였고, 실로 오래간만에
등장한 사미의 비장의 무기였다. 그리고 이번엔 이어없게 하나가 걸려 영락없이 기절
한 채 이곳으로 끌려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기절 시켜서 데리고 오냐? 이건 엄연한 범죄라고!"
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활짝 웃는 사미.
"괜찮아, 괜찮아. 우리집이 보통 집안도 아니고, 범죄야 늘 달고 다니는 조폭(조직폭
력) 집안인데 이런 것 쯤이야 일도 아니야. 그리고 겨우 사람 한 명 유괴했다고 우리
집에서 가만히 매스컴을 타게 만들겠니?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무척! 굉장히! 아주! 신경이 쓰인다.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는가? 언뜻 대충 들어보
면 사람 한 명을 소리없이 사라지게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그
리고 그 한 명이 자신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미는 배시시 웃었다.
"이미 이곳에 왔잖아. 왔는데 다시 돌아가는 것은 좀 그렇지 않겠니? 그러니 그냥 즐
기자. 그러는 것이 더 속편 할 것 아니겠어? 내가 네게 한 짓,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
해."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말대로 속 편히 즐기기로 하
나는 마음먹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는지 하나는 퉁명스레 말
을 내뱉는다.
"…너 말야, 원래 이렇게 하려는 것, 계획적인 의도지?"
무섭게 사미는 양팔을 저으면서 부정한다.
"아니야, 아니야! 내,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그럴 리가 있겠어? 너, 너도 아시다시
피 우리 집안의 위험함을 잘 알잖아. 몸을 보호하기 위해선 호신용 무기 정도는 가지
고 다녀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 그 무기가 바로 그거야."
핵심을 찔렸다. 그렇다! 이것은 계획이었다. 사미는 자신이 위험에 처하면 카이란이
구해줄 거란 것을 굳건히 믿고 있기 때문에 전기충격기 따위 가지고 다닐 리가 없다.
그렇지가 않다면 왜 지난 납치 사건때 그 무기를 꺼내지 않았겠는가? 위협이 될 수
있는 무기인데! 정답은 없으니까 못 끝낸 것이다. 그러니 이번 일은 의도적인 계획이
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다시 하나는 퉁명스레 말을 내뱉는다.
"그래?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고상하네. 너희 집안 정도가 겨.우 스.턴.건(Stun Gun
-전기충격기-)이라니… 적어도 기본이 콜트권총일 것 같은데 말야."
사미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양팔을 저으며 또다시 부정한다.
"호호호홋! 그, 그럴 리가 있겠어? 물론, 그런 권총쯤이야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나
같은 아녀자가 가지고 다니기에는 무서운 무기잖니. 그래서 안 가지고 다니는 것 뿐
이야."
"그래? 지금 네 웃음 소리를 들으니까 생각난 건데 말야. 얼핏 내가 기절하기 직전에
작전 성공했다는 의미로 너의 트레이드마크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자, 잘못 들은거야! 내가 왜 그런 웃음을 내뱉겠어!? 분명 네가 잘못들은 걸 거야.
원래 사람이 기절하기 직전에 환청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했으니…, 분명 그런 것일
걸."
사실은 했었다. 하나를 기절시킨 계획을 성공하자 사미는 그 의미로 사악 그 자체의
트레이드마크 웃음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를 하나가 쓰러지면서 언뜻
들어버린 것이고…. 사미는 하나가 분명히 강경하게 가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봤
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거란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사미는 만반의 대응을 준비해
온 것이다. 계획이라고 해 봐야 지난번 방법과 다름없이 방심을 유도시켜 기절시키는
거지만, 인간 한명 데려오기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그래? 나의 착각이었나? 흐음…."
뭔가 미심쩍었다. 찜찜한 기분도 들었고… 그래서 하나는 꼬투리를 잡을 만한 것이
있을 것 같아 생각에 잠겼다. 그 의도를 안 사미는 재빨리 하나에게 말했다.
"저, 정말로 계획이 아니라니깐. 나를 믿어줘. 난 정말로 너와 꼭 이곳에서 같이 놀
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진심이 담긴 사미의 애걸한 표정. 그녀는 피식 웃었다. 의심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
던 것이다. 어차피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미 즐기기로 결정했는데 쓸데없이 이런 의
심 해 봐야 아무것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 알았어. 믿을게."
그 말에 확 표정이 밝아지는 사미.
"정말! 고마워!"
"고마울 것 까지야…. 원래 친구인 내가 믿어줘야지 누가 믿겠어?"
"맞아! 친구인 내 말을 믿어줘야지. 역시 하나, 너 밖에 없어."
"후훗! 당연하지! 너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데!"
"응! 넌 나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야."
"그런 말을 들으니까 쑥스럽다 얘."
"호호홋! 뭘, 쑥스럽다고 그러니? 난 있는 말을 한 것 뿐이야."
"그렇지? 그런데 이거 원래 의도적인 계획 맞지?"
"그럼! 그렇지! 의도한 계획이 아니고서야 뭐겠니!? 호호호홋! 일부러 전기충격기 가
지고 와서 기절시키고, 작전 성공했다는 의미로 크게 웃은 것 다 내가 한 짓이야! 호
호호호호호‥호…호호……호……!"
크게 웃던 사미의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하나의 눈초리는 무섭
게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고…. 사미는 고개를 위로 올린 상태에서 두 눈을 깜빡 거렸
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레 하나에게 시선을 돌려 표정을 살펴보았다. 무섭게 자신
을 쳐다보는 하나의 표정이 보였다.
"그, 그럼 하나야! 다른 사람들이 기다린다! 얼른 대충 준비하고 나와! 알았지! 그럼
난 밖에 나가 있는다!"
후다닥 사미는 도망가듯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에 하나의 대갈일성이 터졌다.
"거기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