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47화 (247/277)

(252) 이세계 드래곤 [28] 2.스키장에서 생긴 일.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점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어중간한 시각. 이런 어중간한 시각에 허기가 느껴진다면 분명 괴로울

것이다.

-꼬르륵…-

배가 고프다. 하지만 하나는 참았다. 납치 당했던 시간이 어제 오후였으니 어제 저

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허기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생리현상이다.

허기도 허기지만 하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느껴지지도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눈 앞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면 다른 일은 제쳐

두고 그 일에 신경만 쓰니까.

"와! 여기 참 좋다!"

주위를 둘러보며 하나는 감회 어린 표정을 그렸다. 온 주위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 아름. 마치, 천계에 온 착각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눈부시게 아릅답게 빛났다.

"그렇지!? 그렇지!? 여기 참 좋지?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들뜬 하나의 표정을 본 사미가 평소보다 큰 소리로 맞장구를 쳐준다. 아마도 자신

이 저지른 짓 때문인지 흘끔흘끔 하나의 눈치를 눈치보는 것 같다.

"뭐…, 그렇긴 하네. 이곳 경치를 보니까,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말하는 것이 진심이긴 하지만 뭔가 미묘하게 빈정거림이 담겨 있었다.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 사미는 하나가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말만 들려 크게 웃었다.

"호호홋! 내가 고른 장소인데 당연한 것 아니겠어?"

울컥 하는 기분과 함께 하나의 이마빼기에 시퍼런 혈관이 두둑 튀어나왔다. 그리고

주위에는 뭔가 재미있다는 듯이 구경꾼들이 몰려 킥킥거리면서 웃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하나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런데?"

하나가 말꼬리를 물자 사미는 그것을 되물었다. 하나는 무서운 눈초리로 사미에게

훽하고 시선을 돌리며 있는 힘껏 큰소리를 내뱉었다.

"이곳은 뭐냐고!!?"

찌렁찌렁! 산울림이 일어난 것처럼 하나의 목소리는 산 전체를 뒤덮었다. 사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하나를 쳐다보며 두눈을 깜빡 거렸고, 아무것도 잘못된 곳이

없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며 되문한다.

"뭐, 뭐냐니? 보면 몰라? 우리가 묵을 데잖아."

이상하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사미를 보자 또다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건 하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녀가 기가 막힌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장소가

문제가 있었다! 장소가…. 어떻게 이런 장관을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 것인지!?

사미의 두뇌가 제대로 된 두뇌인지 의심스러웠다.

"보면 모르긴 뭘 몰라!? 어떻게 스키장에 이런 집을 지을 생각을 다 했냐고!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거야!?"

다름 아닌 스키장 바로 옆, 대략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평범한 별장만 한 통나무

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키장 근처에 그 쌔고쌔고 많고많은 호텔이 있는데 어떻

게 이런 짓을 벌였는지 그녀로써는 황당한 경험이었다. 이것은 해도해도 너무 할

정도로 어이가 없을 장관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느닷없이 화를 내고 있었다

.

'잘도 이런 곳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었군. 아마도 돈으로 매수한 것이겠지.'

스키장과 전혀 무관한 장소지만 이런 숙박 건물을 쉽게 질 수는 없다. 구청에서 허

가가 떨어져야 할 테고, 스키장 측 관계자 사람들도 굉장히 거센 항의가 들어올 것

이다. 그런 것이 없는가 보면 아마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부터 트럭 4대가 왜 필요한지 의아하게 여겼는데, 그 트럭 4대가 무엇 때문에

필요했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솔직히 놀러가는데 왜 트럭 4대가 필요한 것일까?

옷이나 기타 의류 식기도구, 음식, 기타 등등 모든 것을 다 싸잡아도 트럭 한 대로

다 들어가고도 남을 것이다. 것도 보통 크기의 트럭도 아닌 컨테이너 트럭이다. 그

러니 그 트럭 4대중 3대는 분명 이 집을 짓기 위한 장비나 재료가 필요했을 거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집을 하루만에 지었는지 그것만큼은 미스터리로 남아 풀이 할

수가 없었다.

"왜? 난 괜찮은데… 멋지지 않아? 이런 집에서 우리가 한달간 있는다는 것이. 난

낭만적이라고 느껴지는데……."

정말 퍽이나 낭만적이다. 어떻게 이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하지만 두

손을 깍지낀 사미의 두 눈에는 빛이 반짝거렸다. 정말로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고 있

는 표정이었다.

"어이! 거기 있는 모두 무슨 말 좀 해줘. 이거 정말 너무 하다는 생각 안해?"

방관하고 있는 카이란, 민지, 혜미, 아리아에게 시선을 돌려 구원을 요청하는 표정

으로 말을 했다.

"전혀, 난 괜찮은데?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아."

카이란이 한 말이다. 하나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분명 정상적인 사고 능력자가 아

니라는 것을 이미 진작에 깨달았기에 분명 사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을 거란 것

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보았다.

"저도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것, 괜찮다고 생각되는데요. 나쁘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혜미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후훗! 아리아양도 그렇게 생각되었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되네요."

"저도 이곳 맘에 들어요. 딱 보면 재미있을 것 같잖아요. 이런 곳에서 한번쯤 지내

고 싶었는데 오늘 그 소원을 이루니 기분 좋아요."

"……."

하나는 아연실색하는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본다. 어떻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

두 정상적인 사고 소유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지? 하나는 그것이 기가 막혔다. 이런

시선을 받는 것이 기분 좋긴 뭐가 좋다는 것인지….

민지가 방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리고 만날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기분 좋잖아요. 뭐랄까… 쾌감을 느

낀다고 할까요?"

확인 사살. 그리고 그 말에 동의를 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모두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변태' 더더말고 이거면 된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위에 있는 친구들

이 전부 정상적인 사고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진다. 부유층은 다

그런 것인가?

"어, 어쩠든 난 싫어! 싫다고! 이런 곳에서 지내기 싫다고오!!!!"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

여담으로, 그 뒤로부터 하나는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만 했고, 무려 2

시간정도 투자했다는 전설.

"하나가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네."

체념했다는 표정으로 사미가 말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지낼 숙소를 찾아 삼만리를

찍기 시작했다.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깝다는 표정을 그렸다. 그럴 것이다. 피땀흘려(?)-사미&

혜미네 집 똘마니들이 만든 거지만- 만든 통나무집이 그렇게 하루도 지새우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으니 아깝다는 표정은 당연한 것이겠다. 사미의 표정을 보면 아직도

여운이 남는 것이 하나의 눈에 보여 몸서리가 쳐졌다. 빨리 그것에 대한 것을 잊게

만들기 위해 하나는 화재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지금은 빈방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휴가철이다보니 모

든 방이 다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

이곳을 합쳐서 벌써 3번째 듣는 똑같은 말이다. 그들은 난감해 하는 표정을 그렸다

. 역시나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현재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사미는 하나

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이런 표정을 그렸다.

'어떻게 할까? 빈 방이 없어.'

표정의 의미를 읽은 하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이런 답변을 했다.

'괜찮아, 분명히 구할 수 있을거야.'

'하지만 어딜가도 방이 하나도 없는걸. 이곳까지 벌써 3번째라고. 대부분 같은 대

답만 들려올 뿐일걸.'

라고 다시 답변하는 사미에게 하나는 또다시 이런 눈빛으로 말했다.

'분명 있을거야. 그렇게 믿고 있으면 꼭 방은 찾기 마련이야. 그러니 우리 포기 하

지 말자고.'

말은 없어도 친구는 일심동체(一心同體). 대화가 없어도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 수 있다. 어느덧 이 둘은 이런 경지까지 왔나보다.

-빙긋!-

말 뜻을 완벽하게 알아들었는지 갑자기 사미가 확 밝아지며 웃는다. 그리고 쫄래쫄

래 카이란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하나가 그 통나무집에서 지내도 괜찮대요."

"전혀 통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혜미가 방긋 웃으면서 말한다.

"후훗! 하여튼 하나양은 완고하네요. 통나무집에서 지내는 것이 그렇게 싫나요? 알

았어요. 하나양 때문에 어떻게든 방을 찾아봐야겠네요."

"……."

어찌 둘만의 눈빛 대화였는데 혜미가 알고 있는 것일까? 장작 사미와는 통하지 않

고 혜미와는 통해버렸다.

"특실조차 방이 없나요?"

혜미는 고개를 돌려 호텔프론트 직원에게 다시 한번 질문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흘끔 그들을 보았다. 그리고 살짝 조소가 스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무런 빈방이 남아 있질 않군요. 그냥… 근처에 있는 여관이나 민박

집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울컥할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왜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는 그들도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형태는 부유층 집안 냄새가 풍기지 않았다. 사미와 혜미

가 조폭 딸로 보이지 않듯이 민지와 카이란도 검사의 아들딸로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그 직원 눈에는 그저 서민 학생들의 여행정도로 보고 있었다. 물론 외모는

최수준 급으로 모인 멤버지만 외모와 방을 구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학생들의

여행으로 보이니 자금이 많게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 특실같은 방을 내줄 리가 만무

했다.

"뭐야! 당신 죽고 싶어! 이게 어디서 그런 눈깔 부리부리하고 있어!"

여기서 가만히 있을 카이란이 아니기에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그 직원에게 한바탕

큰소리를 질렀다. 둔감한 사람이라도 쉽게 알아 찰 수 있게 '사람 무시하는' 눈초

리인데 이정도 큰소리는 당연하다.

"아∼ 죄송합니다."

깍듯이 허리를 굽혀 사죄를 했지만 입가에 번지르르한 조소는 지워지지 않은 상태

였다. 더욱 약이 난 카이란은 다시 큰소리쳤다.

"아! 열받아! 너 죽었어! 감히 나를 화나게 하다니! 어디 너 한번 죽어봐라!!"

무섭게 오금이 저릴 정도의 기세로 카이란이 덤벼들려고 하자 그 점원은 움푹 기가

죽은 표정을 그렸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어이! 당신들 뭐하는 짓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우는 거야!?"

검은 정장을 입은 덩치 큰 두명이 손가락 마디를 두둑 거리며 카이란 일행 앞으로

다가온다. 깡패가 아닌 보안을 담당하는 인간 같았다. 하지만 하는 말투나 건들거

리는 걸음걸이를 보면 전직 직종이 뭔지 알 듯 했다.

"여기가 애들 놀이터 인줄 알아! 이런 잡것들이 어디서 큰소리야! 너희들 좋은 말

할 때 꺼지는 것이 좋을걸! 그렇지 않으면 이 몸이 직접……."

-퍼어어어억!!-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카이란의 멋진 스트레스 한방에 프론트에서부

터 적어도 20미터 이상되는 끝 벽까지 날려버렸다. 극락왕생 아미타불 빌어주자.

"이 몸이 뭐…!?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앙!?"

고고고고! 카이란의 뒤쪽에 알 수 없는 투지의 오로라가 불타고 있었다.

"자, 잠깐! 됐어! 그만해. 그렇게 해서는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뭔가 사고를 일으키려는 카이란의 행동에 하나는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리기 시작

했다. 하지만 카이란이 누구인가? 오로지 분노에만 몸을 맡기는 카이란이다.

"사, 사미야! 빨리 백성이 좀 말려봐."

자신이 말려도 카이란은 꿈쩍도 하지 않자, 하나는 사미 옆으로 다가가며 말을 했

다. 하지만 사미는 그녀의 말을 못들었는지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는지 큰 웃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여전히 무서운 사미의 특유의 웃음소리. 이 웃음소리를 듣노라면 대부분 놀라서 자

신도 모르게 한발자국 물러선다.

사미는 눈을 무섭게 부릅뜨며 프론트 직원을 노려보았다.

"사람이 정말 무례하군요! 정말 저와 백성님을 화나게 만들었어요! 좋아요! 어디

해 볼까요!? 이까짓 건물 통째로 사주죠! 그리고 당신같은 인간 당장 모가지 날아

가게 만들죠!"

사미는 있는 카드 없는 카드 지갑에서 모드 긁어내며 프론트 앞에 탕치면서 내밀었

다. 프론트 직원은 그 카드를 보면서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하나하나 모두 보기

힘든 굉장한 카드들만 나열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 저, 저기… 굉장히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특실을…."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프론트 직원은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막막하기 시작했다.

"됐어요! 빨리 이곳 총 책임자나 불러주시죠! 이딴 건물 10대든 100대든 모두 사드

리죠! 감히 저를 건드리고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았나요? 오늘 저를 화나게 한 것 후

회하게 만드리죠."

"그, 그만해 사미야. 방 내준다고 하잖아. 그, 그러니… 이런."

아무리 말해도 사미역시 카이란과 똑같이 듣지 않아 결국 하나는 포기를 해 버렸고

, 이번엔 민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민지역시 말해봐야 듣지 않겠다는 강경

한 모습으로 재미있다는 듯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민지조차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하나는 마지막 타자인 혜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

지와 다르게 혜미는 여느때와 다르게 그저 웃고만 있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혜미 언니라면 분명히 이들을 말릴 수 있을 거야.'

최후의 히든카드인 혜미에게로 다가갔다.

"혜미 언니, 쟤네들 말리는 것이…."

그녀는 이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평범하게 웃고 있는 혜미의 얼굴에는 뭔지

모를 섬뜩한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사미야."

혜미의 부름에 사미는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혜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겉으로 평가하는 이런 사람에게 돈을 쓴다는 것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 그러

니……."

-딱!-

사미는 손가락으로 딱 하고 쳤다. 그러자 우르르 검은 정장을 입을 똘마니들이 대

거로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아가씨!!"

그들의 부름에 혜미는 뒤돌아보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짓는 표정을 유지한 채 말했

다.

"차라리 쓸어버려 우리구역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니?"

혜미의 섬뜩한 이 한마디에 하나는 등골이 오싹 했다.

'어, 어째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고 소유자가 없는 것이냐고!!'

하나는 절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이들을 말리느라고 또다시 진땀을

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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