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 이세계 드래곤 [28] 5.스키장에서 생긴 일.
-샤악!-
눈발 휘날리며 긴 스키로 슬로프(Slope) 한곳을 질주하고 있는 어느 한 남자. 남보
라 고글에 스키복마저 흰색이라 마치 빛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정말 하나같이 그
림같은 멋진 포즈로 눈위를 지나가는 그의 모습은 프로 전문가의 실력 뺨쳤다. 아
니, 오히려 더욱 멋져 보였다. 이거야말로 예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
"오오!"
"음! 괜찮네. 봐줄만 하군!"
"나 정도는 하는걸?"
그에 비해 이상하게 인간들의 반응은 그다지 시원치 않았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포즈가 아닌데도 반응이 크지 않으니 뭔가 단단히 이상했다.
"휴우!"
산하 밑까지 모두 내려온 그는 뒤를 바라보며 자신이 내려온 길을 보았다. 적어도
중급 코스 이상 되는 경사진 곳이었다. 이정도 거리를 쉽게 내려오는가 보면 아무
래도 스키타는 것에 상당한 노련한자 같았다.
"이거 꽤 어려운걸."
검은 흑발 머리가 찰랑찰랑 흔들거리는 그 위에 쓰고 있던 고글을 위로 올렸다. 특
출 난 외모는 찾아 볼 수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키도 그다지 크지 않고 외모도
높게 평가할 만한 수준이 못되는 이 사람(드래곤)은 다름아닌 카이란이었다.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네.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별의별 놀이를 만들었단 말야. 왜
내가 있던 인간계는 이런 놀이가 없는지…."
눈 위에서 큰 막대같은 기구를 이용해서 즐기는 놀이는 카이란의 세계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체험이었다. 마법을 써서 움직이는 마법이 없는 세계답게 확
실히 기구를 잘 이용하는 곳 다웠다.
"흠! 하지만 역시 너무 힘들군. 적절하게 마법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니
…."
카이란은 오늘 스키를 처음 타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엄청난 실력을 보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타고난 운동신경 때문이다. 타고났다고 해 봐야 드래곤이니 가능
한 거겠지만… 어떻든 타고났긴 타고났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고 해도 교과서만 보
고 단번에 잘 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그것을 보조해 주는 것이 마법이었다
.
"와앗!!"
"오오오옷!! 멋지다!!"
"옵빠 사랑해욧!!"
"꺄악! 너무 멋져요!!"
갑자기 대함성이 울려 퍼졌다. 왜 그런지 궁금함을 느낀 카이란은 고개를 돌려 대
함성이 울려 퍼지는 근원지를 보았다.
-촤악!-
누군가가 3명이서 멋지게 스키를 타면서 내려오는 광경이 보였다. 코스는 카이란과
비슷하게 중급정도 되는 코스였으나 가파른 경사가 덜한 곳이었다. 중급정도면 실
력이 좋다는 것을 가르쳐 주듯 상당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카이란과 대조를 하자면
엄청나게 못하게 보였다. 몸을 너무 기울여서 중심을 잃는 모습도 눈에 종종들어왔
고, 방향 틀다 다리를 너무 벌어져 엉거주춤한 자세가 나올 때도 있었다.
방금 선보인 카이란의 비해 엄청 못하게 보이는데 왜 인간들은 이렇게 열광하는 것
일까? 카이란은 그것이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빴다. 자신이 내려왔을 때
는 이런 반은 반의반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의아하고 말도 안 된다고 여기겠지만 세상살이 모두 이유가 다 있듯이 이것 역시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말한다면 적어도 180 이상정도의 키에 멋진 롱다리에 빛이
반사될때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 호리호리한 형도 아니고 뚱뚱한 형도 아닌 잘
알맞은 체격! 어딜 보나 미남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외모들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경사진 코스를 모두 통과한 그들은 카이란과 비슷하게 고글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자신들을 환호하는 여성들을 향해 싱긋 웃었다.
-찡!!-
갑자기 광대한 빛이 그들의 얼굴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후광효과!?
언제나 사미, 아리아, 혜미, 민지에게서만 보이던 후광이란 말인가!?
"꺄악! 나 죽어!"
"옴마! 너무 멋져!"
"나 오늘부터 팬 될꺼야!"
덕분에 대충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한다면 외모와 키가 받쳐주니 그런 반응이 나온
것 뿐이다. 실력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기 괴로울 정도로의 꼴불견 모양
새도 아니고 외형이 멋지면 눈에 콩깍지 낀 원리로 뭐든 멋지게 보이기 마련이니
실력같은 거에는 비중이 높지는 않는다.
"꺄악! 오빠! 너무 멋져요! 오늘 저 시간 많아요!"
"미쳐! 나 반할 것 같아!"
"꺄악! 꺄악!!"
극성 팬들이라도 있는 것인가? 왜이리 많은 여성들이 환호하는 것이지?
-고고고고고고!-
카이란의 등에서는 투지로 가득한 오로라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은근슬쩍
자존심과 더불어 기분이 나빠졌다. 어째서 자신의 실력이 훨씬 더 좋은데 어째서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거지? 이런 찬밥신세라니…, 이것은 드래곤으로써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도 됐다. 분명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드래곤 역사상 오점에 남기리
라.
모든 생각을 완료한 카이란은 스키 바인딩을 벗고 곧장 어디론가 향했다. 그 뒤 백
성이의 모습으로 한 카이란을 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촤악!!-
눈발이 휘날리며 그 사이로 빠른 인형이 지나친다.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으로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그 주위에 배경이 여러 장미들이 피어있는 착
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적어도 키 180이상에 어깨를 넘는 윤기가 흘러넘치는 샤방샤방한 붉은 머리카락.
고글에 가려진 그의 반쪽 이목이었지만, 사이에 살짝 비치는 매서운 눈매를 완전하
게 가리지 못했다. 이건 거의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스키 실력 좋
지, 외모 짱이지, 키 크지, 머리카락조차도 아름답지 이걸 완벽하지 않는다면 뭐라
고 해야 할 것인가!?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를 판이다.
"꺄악!! 너무 너무 너무 멋져!!!! 저 남자 누구야!?"
"나 미쳐버려! 오늘 나 세상 하직해도 여한이 없어!!"
"연예인 뺨치는 외모… 아니, 연예인 저리가라 하는 외모다! 너무 멋져! 스키 타는
실력이 너무나도 굉장해! 어떻게 저런 외모에 저런 엄청난 실력이라니! 저 사람 혹
시 신 아냐!? 이거 너무 완벽해서 쳐다보기도 힘들잖아!!"
"옴마! 나 어떻게 너무 멋져! 너무 멋져! 너무 멋져! 나 며칠간 눈 안씻을래!!"
"나 저 사람에게 스키 한번 배우는게 평생 소원이야!! 제발 나의 소원좀 들어줘요!
!"
멋지게 경사진 언던을 내려오는 그의 모습에 인간들은 온갖 비명같은 함성을 내질
렀다. 심지어 리프트를 탄 인간들조차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흠∼"
가파른 경사를 다 내려온 그는 고글을 벗었다. 그것도 그냥 벗은 것이 아니고, 우
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머리까지 휘날리며 한폭의 그림처럼 벗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들을 향해 환호하는 인간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고글에 가려졌던 눈매가 모
습을 드러내자 더욱 한층 빛나는 외모로 변모됐다. 그의 눈매는 상당히 매서웠지만
외형과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눈매라 사람을 빨아들이는 엄청난 마력을 숨기고 있
는 듯 했다. 그래서 한번 쳐다보면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보답이라도 하듯 그는 화사한 미소를 선보였다.
-찌잉!!!-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섭고 매력적인 눈매답게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자 갑자기 태양
보다 더한 빛이 그의 뒤쪽에 뿜어져 나왔다. 이건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
할 정도였다.
"옴마! 나 죽는다!!"
"꺄악! 뭐니! 뭐니! 이거 미쳐 돌아가 환장하겠어!!"
"나 이대로 하직할게! 이제 더 이상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봐요! 나 시간 많아요! 아니, 절 평생 노예로 부려먹어 주세요!!"
그래! 이거야! 이걸 원했다고! 온갖 시선을 받고 있는 그는 콧대가 절로 커지는 느
낌이었다. 다름 아닌 그의 정체는 폴리모프를 해서 붉은 머리 미남자 형태를 하고
있는 카이란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던 카이란은 백성이의 모습을 없애버리고 붉은머
리 미남자로 변형해 맘껏 인간들의 시선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었다.
콧대가 이미 올라갈 대로 올라간 카이란은 포즈를 바꾸면서 인간들에게 보였다. 그
러자 더더욱 꺅꺅거리는 인간들의 아우성 비명을 들을 수 있었고, 그거에 재미들인
그는 계속해서 포즈를 바꾸었다.
솔직히 포즈를 바꾸고 있는 카이란의 모습은 꼴불견 그 자체였지만 이미 인간들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었기 때문인지 그런 것을 느낄 겨를이 없다.
"……."
방금전만해도 엄청난 시선을 받고 있었던 미남 3인방. 그들은 아연실색하는 표정으
로 카이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이게 뭐냐? 방금만해도 우리보고 꺅꺅거렸던 인간 다 사라지고 없다."
"그렇게 말이다. 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저 자식 뭐다냐? 왜 갑자기 난입해 우리
의 인기를 다 뺏어간거야?"
"아! 젠장 오늘 정말 일진 좋지 않다. 여자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나… 유일하게 자
신 있는 부분까지도 저런 놈에게 지질 않나. 아! 또 젠장이다!"
다름 아닌 그들 3인방은 아까 사미, 아리아, 혜미, 하나, 민지를 꼬시려고 했던 헌
팅맨들이었다. 헌팅맨들은 그녀들을 꼬신 것이 실패하자마자 유일하게 자신있는 외
모와 스키로 온갖 시선을 다 받은 다음 사냥감을 잡으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나타
난 카이란의 의해서 모두 무산 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언제나 이곳에 오면 모든 이목을 잡는 것과 동시에 목표로 정한 사냥감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노련한 자들이었다. 실패할 확률이 제로에 가깝던 그들에게 오늘은 수
난의 날이었다. 여자들에게 눈길한번 받지 못한 채 무시당하질 않나, 모든 이목을
다른 놈에게 뺏기질 않나… 이런 모욕 그들은 처음 겪어보았다.
"야야! 오늘 그냥 조용히 그냥 가자. 아무래도 오늘은 정말 일진도 좋지 않고, 뭔
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아무래도 그래야 겠다. 오늘 그냥 숙소에 가서 조용히 있자."
헌팅맨1이 그렇게 말하자 헌팅맨2가 동의한다는 말로 대답했지만 헌팅맨3는 그들과
생각이 다른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난 싫어! 이런 기분! 이대로 넘어갈 수야 없지! 아무래도 손 좀 봐줘야 하지 않겠
어? 저 재수 없는 면상 한방이라도 갈기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이 분을 삭힐 수가
없을 것 같아."
이런 모욕 처음 겪어본 그에게 남는 거라면 카이란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맞아! 이대로 넘어가면 우리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아."
"그래! 손 좀 봐주자. 흐흐흐흐흐!"
아무래도 오늘 일진 무척 좋지 않은 헌팅맨들은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
으나 헌팅맨3에 의해 생각이 바뀐 그들은 카이란을 손봐주기 위해 음흉한 웃음을
그렸다. 그리고 그런 계획을 세우자마자 그들은 혼자 있기만을 기다린 카이란을 기
다렸고, 계획에 실행했었다.
그 뒤 헌팅맨들을 본 자는 갑자기 5kg이상 찐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하고, 그 잘생
긴 외모는 파스로 도배한 얼굴로 퉁퉁 부어 추악하게 변해있었다고 전해졌다. 그리
고 온몸에 깁스를 둘렀다고 한다.
여기서 작가로써 한가지 밝힐 점은 이건 완전 Dog사기라는 거다. 왜냐고? 이유를
말한다면 어떻게 스키 타는 인간을 자세히도 본단 말인가? 인간이 인간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거리는 길어봐야 20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솔직히 20미터도 너무 길다
). 여기에 나오는 엑스트라들의 시력은 대부분 5.0이 넘나 보다. 스키 타면서 내려
오는 인간을 자세히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뭐, 이거야말로 작가의 농간! 어련하
겠어?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픽션! 픽션! 이런 글 자체가 원래 말도 안 되는
것 아니겠어? 하핫!
"헤헷! 역시 드래곤은 이래야 한다니깐!"
맘껏 시선을 듬뿍 받은 카이란은 기분이 좋다는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지금
까지 평범한 외모라고 놀림 받았던 꿀꿀한 기분이 모두 날아간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아까 그 자식들 뭐야? 왜 덤비고 난리야? 한방감도 안되는 것들이 말야.
뭐, 덕분에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날려서 나야 좋았지만."
이거야말로 임도 보고 뽕도 보고였다.
<해요해요∼>
기분좋게 걷고 있는 도중 어느 누가 초를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카이란은 우뚝 걸
음을 멈추며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그래서 불만이냐?"
<네! 불만이에요. 겨우 그런 일에 자존심이 상해서 외모를 바꾸시다니… 우리 주인
님이 이렇게 속 좁은지 처음 알았어요.>
"에쭈? 주인인 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실프 많이 컸다. 그리고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나타나고 말야. 이제 막나가려고 하냐?"
<뭐 어때요? 그리고 저희도 독자들에게 인사정도는 건네야 하잖아요. 너무 간만에
나타나면 좋지 않다고요. 그렇지 않아, 운디네?>
언제 나타났는지 실프 옆에는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운디네가 보였다. 물론 명령
없이 멋대로 소환한 상태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간만에 등장한 운디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않은 카이란에게는 덕분에 겨울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반항기냐? 그래 너희 멋대로 해라. 이제 너희들에겐 주인인 난 필요 없겠구나."
<에이∼ 그렇다고 주인님 삐치시기는요. 이 귀여운 실프 얼굴을 봐서 화 푸시와요.
헤헷∼>
"……."
이젠 공주병 초기냐?
"그런데 왜 나타난 거야? 설마, 진짜로 독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서 나온 건 아닐
거 아냐?"
정령들은 절대로 멋대로 나타난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쓸데없이 그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카이란은 그녀들에게 용건을 물어보았다.
<그 설마가 진짠데요. 우리들 나온지 꽤 지났잖아요. 존재자체를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몸소 나타난 거예요. 그치?>
<네, 그렇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습니까?>
"……."
진짜냐? 이놈의 작가 페이지 잡아먹기 위해 아예 발악을 하는 구만…. 이런 말 적
는 것 자체도 페이지 아깝다. 그냥 넘어가라.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