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51화 (251/277)

(256) 이세계 드래곤 [28] 6.스키장에서 생긴 일.

카이란이 이런식으로 시간을 보낼 동안 그와 떨어져 있는 사미, 아리아, 민지, 하

나, 혜미는 나름대로 스키를 배우느라 전염이 없었다.

"이제서야 시끄러운 것이 사라졌네요."

아까부터 꽥꽥거리는 거대한 함성 소리가 사라지자 아리아는 무척 거슬렸던 신경이

풀어졌다.

"네, 그러게요. 저도 시끄러워서 신경이 거슬렸었는데 아리아 양도 마찬가지였나

보네요."

사미도 그 굉장한 함성 소리에 무척 짜증스럽게 신경이 거슬렸었는데 아리아도 똑

같은 신경을 느꼈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인간이 짜증날 정도로 엄청난 소리였는데

여기서 보통 인간보다 청각이 우수한 엘프는 어떻겠는가? 시끄러움이 배라서 짜증

스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뭐 때문에 그런 함성 소리가 난 것일까요? 무슨 연예인이라도 등장 한 걸

까요?"

"연예인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함성 소리는 보통 연예인 가지고는 어림없

는 규모였어. 그 정도 소리를 듣는 연예인이 있다면 '판즈' 정도의 수준인걸. 이건

완전 슈퍼급 거물 연예인이 등장한 소리라고."

민지의 질문에 하나가 대답했다. 하나 말대로 그 정도 함성소리라면 확실히 보통

연예인 가지고는 어림없는 규모였다.

"하나양 말대로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그게 누구인간에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오

히려 그것 때문에 더 좋지 않았나요? 대부분 사람들이 그쪽으로 향한 덕분에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방해받을 일이 없었잖아요."

확실히… 혜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했다.

그녀들이 말하는 얘깃거리는 카이란이 폴리모프로 모습을 변형해서 모든 이목을 집

중 받았을 때를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카이란의 이목 집중도는 그만큼 대단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슬슬 걷기 연습도 끝났으니 초급 코스로 가 볼까요?"

걷기 연습을 모두 끝낸 그녀들은 리프트를 타고 초급 코스로 향했다. 경사가 크지

않는 초급코스이긴 하지만 처음 스키 타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스

키는 눈을 이용한 놀이다. 내리막 경사각에다가 미끄러움까지 있는 곳이니 아무리

초보자 코스라고 신중하게 조심해서 타야 하는 것이다.

"바로 내려가면 위험하니까, 지그재그로 천천히 내려가야 해요."

직진으로 내려가다간 사고날 확률이 무척 높았다. 그러니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는 지그재그로 가는 것이 현명했다.

"으, 응… 알았어. 그런데 이거 꽤 어렵네."

"그러게요. 이거 중심 잡기도 힘들어요."

평평한 길에서와 달리 내리막 경사길에서는 쉽사리 중심을 잡기 힘들자 혜미를 제

외하고는 모두들 어정쩡한 모습으로 엉덩이를 뒤로 한 채 중심을 잡고 있었다.

"어, 자, 잠깐! 사미야 내리막 경사길 정면으로 서 있으면 안 돼! 몸을 옆으로 하

고 서 있어야지!"

"에? 꺄악!!"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기어이 사미의 몸은 앞으로 향했다. 초보자 코스라 그다지

빠르게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방향을 틀지 않는 한 점점 가속이 붙어 위험하게 될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사미를 향해 혜미가 그 뒤를 쫓았다. 방향 트는 방법을 가르

쳐 준 상태지만 현재 사미에게는 그런 행동을 취할 사고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혜미가 달려나간 것이다.

아직 가속이 그다지 붙지 않은 상태라서 그런지 혜미는 사미를 순식간에 따라 잡았

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방향을 옆으로 틀었다. 더 이상 내리막으로 내려

가지 않는 사미의 몸은 천천히 속도가 줄여졌고, 이윽고 완전히 멈췄다.

"괜찮아?"

걱정이 깃든 음성으로 혜미는 사미의 안부를 물었다.

"응, 조금 놀라긴 했지만 괜찮아. 고마워 언니."

"그러기에 내가 말했잖아. 게처럼 걸어야 하고, 게처럼 서야 한다고. 그냥 내리막

에서 정면으로 서면 어떡해? 당연히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잖아."

"미안. 그만 깜빡 잊었어."

"하여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혜미는 사미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기! 괜찮아요!!? 사미는 안 다쳤어요!?"

저 위에서 하나가 큰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미와 혜미는 고개를 틀며 하나에게 시

선을 돌렸다.

"응, 괜찮아요!"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사미는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하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어엇! 하, 하나양! 위험해요!!"

몸을 옆으로 튼 탓과 허리조차 너무 깊숙이 숙였던 탓인지 하나의 다리는 자신도

모르게 경사각쪽으로 향해 있었다.

"에엣?"

혜미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하나는 몸이 더욱 앞으로 쏠렸고, 그만 내리막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꺄, 꺄앗!"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리며 천천히 빠른 속도로 향하자 하나는 더욱 깜짝 놀라 비

명소리를 내질렀다. 사미와 마찬가지로 하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사고가 정지해 버

렸고, 그와중 할 수 있는 거라면 양 팔을 마구 흔드는 짓 밖에 할 수 없었다. 혜미

는 사미를 앉혀놓고 제빨리 하나에게 향했다. 금방 쫓아가고 싶었지만 하필 자신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 쉽게 쫓아가기는 힘들었다.

혜미는 빠르게 하나에게 다가갔지만 밑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점점 가속이 붙어

좀처럼 거리가 쉽게 잡혀지지 않았다.

"거기 조심해요!!"

하나가 떨어지고 있는 방향에는 8살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서 있자 혜미는 큰소

리를 쳤다.

"‥응?"

무슨 일이냐는 듯이 꼬마는 시선을 혜미에게 향했다. 그리고 뒤늦게 하나가 자신에

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피하기는 너무 거리가 가까웠는지 피할 행동조차 취하

지 못하고 결국 부딪쳐 버렸다.

"꺄앗!"

부딪쳤다는 것을 인식하며 하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물리적인 충격에 대

비하기 위해 신경을 집중했다.

"…얼래?"

오라는 충격은 오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기운이 전신을 감싸주자 하나는 의문을

터트렸다. 의아한 기분으로 두 눈을 떠보니 아무렇지 않게 포근히 앉아 있는 자신

의 몸을 볼 수 있었다.

"괜찮아요?"

브레이크를 걸며 혜미가 하나 앞으로 다가왔다.

"아, 네…,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아요."

의아한 기분으로 하나는 얼떨결게 대답했다. 그러자 혜미는 다행이다 라는 표정으

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옆에 계신 꼬마분 괜찮나요?"

"아차! 그 꼬마!"

사실상 하나의 안부보단 같이 부딪친 어린아이가 더 문제가 컸다. 자신과 부딪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기억나자 하나는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바로 옆에 엉덩방

아 찌고 있는 어린 한 꼬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야야! 꼬마야 괜찮니? 괜찮은거야?"

"네, 전 괜찮아요."

당황하는 몸짓으로 꼬마의 양어깨를 꽉 붙잡으며 안부를 묻는 하나를 향해 꼬마는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정말? 정말 괜찮은 거야?"

멀쩡하다는 말을 했는데도 안심이 안 되는지 계속해서 물어봤다.

"네, 네… 정말로 괜찮거든요. 그런데 어깨에 손만 놓는다면 더욱 괜찮을 것 같아

요."

지나치게 힘을 준 탓인지 살짝 고통에 스며든 꼬마의 표정이었다. 깜짝 하나는 황

급히 손을 떼며 사과를 했다.

"아, 미, 미안."

"후훗! 괜찮아요. 그나저나 언니도 안 다쳤죠?"

"으응, 이상하게 멀쩡해."

자신의 몸을 훑어보며 요리조리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아픈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애초에 넘어졌을 때부터 충격을 받지 않았으니 아플 리가 없었다. 하나는 그것이

이상했다. 부딪쳐서 넘어졌는데도 아픈 충격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럽고 포근

한 느낌이었다니… 뭔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했다.

"당연히 멀쩡하겠죠. 헤헷!"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꼬마의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하나는 시선을 돌려 꼬

마를 보았다.

"와아! 귀여워!!"

-부비부비-

앙증맞은 깜찍한 미소를 보자 하나의 눈은 하트로 변하더니만 꼬마의 볼에 부비부

비하기 시작했다.

"아코! 어, 언니…."

하나에게 꼭 붙잡혀서 부비부비 공격에 당한 꼬마는 바둥바둥 허우적거렸다.

"저, 저기 하나양. 꼬마분이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는데요."

"앗! 미, 미안."

혜미의 말에 하나는 사과의 말과 함께 꼬마를 놔주었다.

"아, 아뇨… 괜찮아요."

자신의 볼을 어루어 만지며 꼬마는 대답했다. 혜미는 꼬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기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다치지 않았다는 점이 혜미에게는 상당히 안심이 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째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는지 이상하게 여겨졌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확실히 부딪

친 광경은 보았다. 그런대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니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했지만

그것을 물어보면 왠지 다쳤으면 하는 바램으로 들릴 것 같아 실례라는 생각에 혜미

는 입을 다물었다.

"저기 언니들 괜찮아요!?"

뒤쪽에서 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민지와 아리아가 조심스럽게 자

신들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방금처럼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인지 민지와 아

리아의 발에는 스키가 빠진 상태로 부츠만 신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과 똑같이

그 옆에선 사미가 다가오는 것도 보였다.

"네, 하나양은 괜찮아요."

혜미가 대답했다.

"다행이다. 그런데 이 꼬마는 누구예요?"

하나 옆에 꼬마를 가리키면서 민지가 궁금해한다.

"방금 하나양이 신세졌던 분이에요."

그 말에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민지는 꼬마를 한번 보았고, 다시 혜미를 보면서 물

었다.

"그래요? 어디 안 다쳤고요?"

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다행히 아무도 다친 곳은 없다고 하네요."

"천만 다행이네요."

"네, 그래요."

가슴 쓸어 내리는 말에 혜미도 동조한다.

"꼬마야 어디 다치진 않았니?"

친근감 가득한 표정으로 민지가 꼬마를 보면서 물어본다. 그러자 꼬마는 뭔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뾰로통 표정이 변하더니만 표독스럽게 대답했다.

"내 이름은 꼬마가 아냐! 설화라는 이름이 있어!"

화를 내고 있었지만 오히려 민지에게는 더욱 귀여워 보였다.

"그러니? 미안, 미안. 호호호! 그럼 다시 말할게. 설화는 어디 안 다쳤니?"

"응! 나 안 다쳤어요. 멀쩡해요."

사과를 하면서 다시 말을 바꾼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설화라고 이름을 밝힌 꼬마는

언제 화냈냐는 듯이 표정이 순식간에 확 풀어지며 활짝 웃었다.

"우웅∼ 귀여워! 부비부비 하고 싶어!!"

-부비부비-

말과 행동이 상반되게 이미 행동은 부비부비를 하고 있었다.

"어, 언니 숨막혀요."

이번에 하나가 아닌 민지 폼에서 바둥바둥거리기 시작한 설화였다.

"헤헷! 미안. 설화가 너무 귀여워서 그만 이 언니가 실수하고 말았네."

"괜찮아요."

"어쩠든, 안 다쳐서 다행이야. 오늘일 정말 미안해."

다시 한번 하나는 설화를 보면서 사과를 건넸다.

"그럴 수도 있죠, 뭐."

싱긋 미소를 곁들이며 대답했다. 이해심이 넓은 아이인가 보다. 하나는 입가에 미

소를 흘리며 혜미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그럼, 귀여운 꼬마야 우리는 이만 갈게."

"오늘 일 정말 미안해."

"빠이빠이…"

"안녕."

순서대로 하나, 혜미, 민지, 사미가 인사를 건네놓고 뒤를 돌아보았다. 유일하게

아리아만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아까부터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꽉-

"응?"

무언가 옷이 늘어나는 느낌을 받은 혜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설화가 자신의

옷을 잡은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왜 그러는가요? 무언가 문제가 있나요, 설화양?"

혜미는 미소를 곁들이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불안하게끔 설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빙긋 그렸다. 설화는 말했다.

"나 스테이크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어요. 음료수도 먹고 싶고, 아무

튼 설화는 먹을 것 많이많이 먹고 싶어요."

"……."

신세를 졌으니 마치 무언가 요구한다는 눈빛이었다. 이해심이 넓은 것이 아니었나

보다. 이런 것을 협박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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