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 이세계 드래곤 [28] 7.스키장에서 생긴 일.
시간은 1시가 약간 넘었다. 1시정도면 슬슬 점심때이다. 설화의 귀여운 협박에 의
해서 지금 사미와 아리아, 민지, 혜미, 하나는 호텔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때마
침 점심때이고 슬슬 허기가 느껴졌기에 협박을 들어줄 겸 점심까지 해결할 생각이
었다.
"와! 여기 좋은 곳 같아요. 멋지다! 오오! 아름다워!! 화아! 반짝반짝거리니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네요."
시골뜨기처럼 설화는 호텔 식당 안의 광경을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마치 이런 곳에
처음 왔다는 마냥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구∼ 꼭 누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네."
창피한 설화의 행동에 입살을 찌푸리고 있는 민지였으나 시골아이처럼 행동하는 모
습이 밉지만은 않은지 눈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아마도 그 누구의 모습이 연상
되서 그런가 보다. 그 누구라는 것은 다들 누군지 알 것이다.
호텔 식당 안은 상당히 호화스러운 곳이었다. 스키장 근처에서 제일 괜찮은 호텔답
게 상당한 고가품의 인테리어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아늑한 느낌을 뿜어냈다.
웬만한 부유층 사람들 외에는 절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 같았다.
아리아는 조용히 뒤를 따라왔다.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하고 있던 그녀였고, 표정
이 심상치 않게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한 표정이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손님 혹시 저쪽 식당인데 잘 못 찾아오신 것 아니신지?"
이건 또 뭔말?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호텔 웨이터가 그녀들의 길목을 막았다. 말하
는 투가 상당히 기분 나빴다. 사미는 사납게 눈을 치켜 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소리죠? 우리는 제대로 맞게 왔는데요."
"그렇다면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차림새가 이곳과 잘 어울리지 않는 지라, 입장이
좀 힘들겠습니다."
차림새? 그녀들은 자신들의 옷차림새를 보았다. 스키장에서 바로 이곳으로 온 것이
기에 차림새는 스키복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스키장에 왔으니 스키복을 입고 온 것 뿐인데, 뭐 어때서요?"
"죄송합니다, 손님. 그런 차림으로는 들어가질 못합니다. 그러니 저 옆에 있는 식
당에 가주시거나 아니면 그에 맞게 어울리는 의복으로 갈아입고 오시기 바랍니다."
웨이터는 정중하게 허리까지 굽히며 말을 했다. 이쯤대면 대부분 무안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다시 돌아가겠지만 그녀들이 누구인가? 사미는 크게 웃었다.
"오호호호호호호홋! 우습군요.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뭔가요? 고급 식당이니 만큼
겉치장에 신경쓰라는 건가요? 여기는 식당은 손님 고를 때 옷차림을 보나보죠?"
아무리 들어도 사미의 웃음소리는 굉장하다 라고 느낀 하나였다.
"저, 저기 손님…."
"시끄럽습니다! 당장 지배인 불러요. 지금 당장 부르지 않는다면 대신 당신 모가지
를 비틀어 버리죠."
목을 비틀어 버리겠다니… 무척 살벌한 말이었다. 이번에 하나는 말리질 않았다.
말려봐야, 듣지도 않을뿐더러 어차피 어떻게 해결하게 될지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
이다.
사미의 독기 어린 눈빛에 겁을 먹었는지 웨이터는 살짝 표정이 바뀌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 지배인님."
사미의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워낙에 작은 소리가 아닌지라 이미 장내 안은 어수선
해 진 상태이기에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온 지배인이 다가오며 물었다.
"당신이 이곳 지배인인가요? 대체 부하 교육을 어떻게 시키기에 손님을 골라서 받
는다는 거죠? 이런 치장으로 밥도 먹을 수 없나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당장 자리를 내 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은 사미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허리를 깍듯히 숙이며 굽실거리기 시작했다
. 그러자 방금 그 웨이터는 의아한 기분으로 물었다.
"아니, 지배인님 왜 갑자기…?"
-퍽!!-
묻자마자 돌아온 것은 지배인의 주먹이었다.
"시끄러! 당장 저분들께 자리 내드려! 임마! 저 분들이 누군지 알아!? 이 호텔 특
실 한 층을 통째로 빌린 분이야, 멍청아!"
"네에!?"
이곳 호텔 특실 한층을 모두 빌린 손님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 있었다. 그 웨이
터는 두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런 상태로 웨이터는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많아봐
야 10대 후반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이런 인물들이었다니… 분명 외모는 수준
급… 아니, 최고수준급이긴 하지만 외모와 부유층과 상관이 없다. 역시 인간은 겉
만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거였다.
"너 당장 모가지 잘리고 싶어!!? 빨리 이분들에게 자리 내주지 않고 뭐해!!?"
"네넷!! 소, 손님 이쪽으로!"
지배인의 호통에 웨이터는 깜짝 놀라며 그녀들을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와! 언니 끝내주게 멋있다."
설화가 감탄 어린 표정으로 사미에게 말을 했다.
"오호호호! 그러니? 고맙다."
"응! 언니 너무 멋져!"
"……."
아마도 사미의 저런 모습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 인간은 세계에서 통틀어 이 애밖
에 없을 거다. 대부분 처음 사미의 트레이드마크 웃음소리를 듣는다면 깜짝 놀라거
나 무서워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멋져 보인다고 하다니…. 그것도 그거지만 그런 소
동이 일어났는데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설화의 표정이란… 웬만한 꼬마의 반응
이 아니라,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아이가 아니란 것을 느낀 하나였다.
"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정중하게 메뉴판을 건네주며 물어보는 웨이터. 그녀들은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먹음직스러운 여러 가지 음식들의 사진과 이름이 보였다.
"그런데 하나양은 괜찮겠어요? 아까 뭐 드신지 별로 되지 않았잖아요."
이미 허기를 가실정도로만 먹은 하나에게는 지금 점심을 먹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
은 시간대였다. 그것을 안 혜미가 하나에게 물어보았다.
"아∼ 괜찮아요. 전 뭐 먹을 때 좀 빨리 소화가 되는 편인지 이상하게 금방 배고파
지더라고요."
이런 체질인대도 신기하게도 살이 찌지 않는 것 보면 신기하다.
"어머 그래요? 그러다간 배 나오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러니 가끔 운동
도 하는 것이 좋아요."
"……."
그러지 않아도 오늘 카이란에게 복근 좀 단련하라는 소리를 들은 상태다. 혹시 혜
미도 그런 사실을 알고 그런 말 한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즐겁게 드십시오."
먹음직스러운 푸짐한 음식들이 식탁을 모두 메웠다. 설화는 놀랐다는 듯이 눈이 동
그래졌다.
"‥이, 이걸 다 먹어요?"
맛있게 보여서 놀라는 것보단 너무나 많은 양에 놀랐다. 이것은 가히 10명이서 먹
어도 배가 터질 정도가 될 것 같은 양이다. 지금 인원 6명, 그중 설화는 8살정도
된 어린 꼬마아이다. 많이 먹어봐야 1인분이 한계다. 그리고 하나는 이미 약간의
끼니를 떼운 상태다. 그녀역시 많이 먹어봐야 1인분이 한계 일 것 같았다. 그런고
로 나머지는 이들 4명이서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당연하지 않겠니. 왜? 무슨 문제 있니?"
태연하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냥 사미는 대답했다.
"아, 아뇨. 아무것도 문제없어요."
"그래? 그럼 먹자."
앞에 놓여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집으며 그녀들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뭐, 다 못
먹으면 남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설화도 포크와 나이프를 집고 음식을 입에 넣기 시
작했다.
-꾸역꾸역-
무슨 돼지 밥 먹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사실상 사미와 아리아, 민지, 하나, 혜미가
밥을 먹고 있는 소리다. 식사를 하기 시작한지 30분 정도 흘렀다. 식탁 위를 가득
메웠던 음식들은 어느덧 빈 그릇으로 가득 메웠다.
"화! 배불러라. 이제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다."
"……."
배를 살살 어루어 만지는 민지를 보며 설화는 침묵했다. 지금 떡하니 눈앞에서 펼
쳐진 광경이지만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남 길줄 알았던 음식은 그녀들
로 인해 찌거기도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운 상태였다.
-짝짝!-
많이 해봤다는 식으로 능숙하게 사미는 손바닥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웨이터가 정
중하게 그녀들의 테이블쪽으로 다가왔다.
"치워주세요. 그리고 디저트도 부탁하고요."
"또 먹어요?"
디저트도 먹는다는 말에 설화는 다시 한번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먹은 것
때문에 이이상 들어가기 힘든데 대체 어떻게 그것마저 먹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혹시 밥 못먹다 죽은 귀신이라도 들러붙은 건가?
"배부르다면서 어떻게 또 먹을 수가 있어요?"
"그야 디저트 먹는 곳은 따로 있으니까 그렇지."
"……."
여자들의 위장은 2개라도 되는 건가? 들어가는 곳이 따로 있게? 뭐, 여자들이 자주
쓰는 변명이긴 하지만 가끔은 진짜일거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뭘까?
"후식도 먹었으니, 그럼 일어날까요?"
모든 음식을 먹어 치웠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으므로 그녀들을 자리에
일어났다.
"여기 있었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인간들에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에게 하는 것 같
자 그녀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리며 소리의 근원이지를 찾았다.
"아!"
그녀들이 잘 알고 있는 카이란이었다. 검은 흑발 머리에 약간 눈매가 매서운 것만
빼고 특출 난 곳도 없는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 카이란이 아름다운 그녀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폴리모프를 풀고 백성이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찰랑찰랑 붉
은 머리는 푸석한 검은 흑발 머리로 바꾸어 있었고, 한번 보면 사람을 매료시켰던
마력의 눈매는 이제 건전지가 다 됐는지 푸쉬쉭 흐느끼해져버렸다. 아름다웠던 이
목은 온데간데없이 흉측함(?)만이 남았다. 잘생긴의 그의 외모를 살짝 봐와서 인지
왠지 지금따라 유난히 더욱 못생기게 보인다.
"……."
덕분에 카이란이 그녀들에게 다가가자, 훨훨 나비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꽃밭이
갑자기 시들시들 오염이 된 것 같다. 다름 것으로 비유하자면 한폭의 그림 옆에 꿈
틀대는 지렁이라고나 할 수 있다. 그거야말로 적당한 표현의 비유이다. 그것뿐이겠
는가? 외모에 자존심 상했다고 그것을 못 참아 모습을 변형시키다니… 더 말한다면
너무 많아서 주체 할 수 없…….
"시끄러! 더블 승룡 열파!!"
꺄울!!! 또다시 저 멀리 날아가는 작가. 아무래도 이번 챕터는 스키장에서 생긴 일
이 아니고 작가 수난시대 라고 바꿔야 할 것 같다.
"왜 그러세요?"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취한 카이란을 보자 혜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요? 그런데 어째서 하나양과 비슷한 행동이었을까요?"
글쎄… 때린 놈이 같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백성님도 식사하러 오셨나요?"
사미가 카이란을 보며 물어본다.
"으응∼ 아니, 밥 먹으러 온 것은 아냐. 그냥 너희들을 찾아 봤는데 없어서."
"와! 용케 우리를 찾았네."
민지가 감탄을 터트렸다. 그 넓고 넓은 광활한 스키장에서 찾지 않고 단번에 이곳
에 와서 찾은 것이 놀라웠던 것이다.
"뭐, 그야……."
'정령들이 찾아줬으니까 가능한거지…' 라는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카이란은 말끝
을 흐렸다.
"언니 저 오빠 누구야?"
손가락질로 어느 귀여운 꼬마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물어보자 카이란은 시선
을 그 꼬마에게로 돌렸다. 큰 눈망울에 머리위 큰 리본이 인상적인 귀여운 꼬마였
다. 다만 이상한 거라면 예전 자신의 세계에서는 볼 수 있을 듯한 옷으로 이세계에
서 살면서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이상해 보였다.
"응,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
사미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러자 그 꼬마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한다.
"언니 의외로 눈 낮네. 얼굴 못생겼어."
꿈틀… 카이란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다.
"호호호! 외모는 좀 그렇지만 마음씨는 좋아. 그리고 사랑은 외모에 상관이 없단다
."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사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야? 저 맛있게 보이는 꼬만?"
헛! 모르고 말이 헛 나왔다!
"으아아앙!! 저, 못.생.긴 오빠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그래! 나 무서워!"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는 설화. 왠지 '저 못생긴' 이라는 말이 강조하게 들린다. 그
리고 뭔가 경멸의 시선으로 그 애를 뒤로 감추는 사미와 혜미와 민지와 하나.
"……."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도 않는 것 같다. 카이란은 기가 막혔다.
"어이, 어이! 그 행동은 뭐야? 마치 내가 진짜로 잡아먹을 것 같은 표정이잖아."
"아… 죄송요. 하지만 백성님은 진짜로 그럴 것 같은 걸요."
"맞아! 오빠는 하고도 남을 것 같아!."
"……."
농담이겠지?
"그나저나 저 한입거리도 안되……는이 아니고, 저 꼬마는 누구야?"
"아, 네… 이 아이는요…. 설화야 저 오빠에게 인사해라. 아까 말했잖니.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시켜주려고 했던 사미였으나, 마치 무서운 것을 본 마냥 벌벌 떤 채로 설화는
사미의 허리를 꼬옥 붙잡았다.
"…설화는‥ 저‥ 오빠 무서워요. 굉장히 무서운 기운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소리니?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심성은 착한 오빠야…."
"그래그래, 보기에는 괴팍하고 더러울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 오빠니까 괜찮다고."
사미와 민지가 나서서 말하지만 카이란에게는 이상하게 좋은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
"…그래도 싫어요. 설화는 무서워요."
더욱 사미의 허리를 꼭 붙잡은채 설화는 좀처럼 앞으로 나서질 않았다.
"넌 누구지? 어떻게 느낄 수가 있는 것이지?"
정색을 하고 있는 카이란의 표정에 그녀들은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을 느
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들은 벌벌 떨고 있는 설화에게 눈길을 돌렸다.
"…무서워‥, 무서워…."
꼬옥 얼굴을 사미의 허리에 파묻으며 설레설레 저어 무서움을 표시했다.
카이란은 왜 저렇게 무서워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설화는 미비한 드래곤의 기운을
감지해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8살 정도 밖에 안된 설화에게는 무척 무서운 기
운이지만 미비한 기운으로 저렇게 무서움이 벌벌 떨고 있는 것은 조금 잘못됐다.
만약 그걸로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면 아리아는 카이란 앞에 나서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벌벌 떨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 기운으로 인해 모든 내면
까지 느꼈다는 말이 된다. 그것을 느끼면 그거야말로 거대한 드래곤의 힘과 정면으
로 부딪친 꼴이니 두려움이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카이란은 처음 설화를 봤을 때 무언가 보통의 꼬마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
었다. 설화도 카이란이 인간이 아닌 것을 느꼈듯이 카이란도 그것을 똑같이 느꼈다
.
"넌 누구지? 말해라."
차분하게 말하는 카이란의 말투에는 뭔가 강압적인 느낌이 있었다. 조심조심 설화
는 카이란의 눈치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전… 설녀(雪女)예요."
그 말에 일행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