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54화 (254/277)

259) 이세계 드래곤 [28] 9.스키장에서 생긴 일.

"역시 백성님도 그 기운 때문에 정령들을 소환하신 거군요."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고 방긋 웃으면서 아리아는 카이란에게 그렇게 말을 건넸다.

120% 완벽재현을 꿈꾸는 것인가?

"그래, 무슨 일이야?"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리아를 향해 카이란은 용건을 물었다. 물어봐야 이런 패턴 또

뻔할 뻔자, 색다로운 아이디어 하나 없는 작가에게 한계일 것이니 어떤 대답이 나

올지 대충 상상이 갔다.

"물론, 설화 때문예요."

에라∼ 그럴 줄 알았다. 그래도 설마했는데…, 역시 이놈의 작가에겐 설마라는 것

이 없나보다.

"싫어."

"에?"

갑자기 카이란의 그 한마디에 아리아는 의문의 탄원을 내뱉었다.

"뭔 소리예요? 뭐가 싫다는 거예요?"

"아니‥ 완벽재현이라면 다음 말이 이거라서 말야…."

쉽게 말한다면 헛소리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엘프 아가씨.>

<안녕! 엘프 아가씨!>

운디네와 실프가 아리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시간상은 대략 1달 정도겠지만 7권 이

후로 본 적이 없으니 여기서 사정상은 오랜만이리라. 그리고 한달이면 사실상 오랜

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네, 그렇게 되네요."

방긋 고개를 끄떡이며 아리아도 그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는 생략하고, 진짜로 무슨 볼일 때문에 온거야? 이번 일은 나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설녀라는 것도 나도 처음 들어본 종족이니 아무리 오래 살은

나라도 그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녀가 여기에 온 이유가 설화 때문이겠지만 카이란도 이번만큼은 아무것도 모르기

에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알아요. 분명 백성님이 설화에게 한 행동을 보니까 그런 것 같더라고요."

살풋 미소를 곁들이며 아리아는 부드럽게 말을 했다.

"그래? 그럼 무슨 얘기를 하자는 건데?"

그런 사실을 그녀가 잘 알고 있다면 굳이 설화에 대해 얘기할 것이 없는데 언급하

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백성님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말끝을 흐리며 아리아는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이란도 자연스레 그녀가 보고

있는 시선으로 향해졌다.

"뭐하니? 설화야 들어오렴."

부드럽게 아리아는 입을 열었다. 그러자 문 모퉁이에서 빼꼼히 얼굴 반만 내밀면서

조심스럽게 카이란의 눈치를 살피는 설녀 설화가 보였다. 아직까지 카이란이 무서

운지 좀처럼 그녀는 모퉁이에서 나오질 못했다.

"괜찮아. 무섭지 않아. 이 오빠 아까처럼 무섭게 굴지 않을테니, 이제 그렇게 겁먹

지 않아도 돼."

아직까지 설화가 카이란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리아가 다시금 부드럽게

달래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머뭇머뭇 거리기만 할 뿐

앞으로 나서질 못했다.

"할 수 없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리아는 자리에 일어서며 설화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괜찮아. 설화에게 아무 짓도 안 할 테니 염려 놔도 돼."

"정말 괜찮아요? 설화는 저 오빠가 아직도 무서워서요."

"그건 내가 아까 그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야. 사실은 굉장히 다정한 분이니까, 그

렇게 무서워 할 필요 없어."

"정말이에요?"

미심쩍 한 눈빛으로 설화는 아리아를 올려다본다. 정말이지, 소심도 하셔. 아리아

는 방긋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아는 다시 한번 빙긋 웃었다. 그리고 설화를 데리고 카이란에

게 다가갔다.

"설화야 인사해야지. 이백성님이라고 해."

"……아, 저… 아, 안녕하세요…."

머뭇머뭇 연신 카이란의 눈치를 살펴보던 설화… 그래도 허리까지 바짝 숙이며 인

사를 건넸다. 그런 설화의 귀여운 모습에 카이란은 뭔가 장난을 치고 싶은 충동이

서렸다. 그래서인지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스쳤다.

"그래. 똥구멍이 털은 안 났고?"

"아, 아직 안 났어요. 그리고 사미언니가 그러는데, 그건 모두 다 거짓말이래요."

"그건 너를 안심시켜 주기 위한 말이야. 지금쯤이면 분명히 구멍에 모근이 심어졌

을 테고 조만간 털이 쑹쑹 생겨날걸. 아마 내일쯤이면 그 결과가 나타날 테니, 아

침 일찍 일어나서 확인해봐. 내가 확인해 볼 수 있게 거울까지 빌려줄까?"

"으아아아아아앙!! 설화는 그런 것 싫어요!!"

결국,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만 설화였다. 아리아는 질책 어린 눈길로 한숨을 내

쉬며 표독스럽게 말했다.

"어휴! 백성님도 참! 애 좀 그만 놀리세요. 그렇게 애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어요?

이것은 엄연한 아동 학대라고요!"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보는데……. 괴롭히는 것이니 학대에 들어가긴 하는 건가?

카이란은 오른쪽 볼을 긁적였다.

"울지마 설화야. 백성님이 장난 친 거니까. 뚝 하고 그쳐야지."

"으아아앙!! 하지만 진짜로 그럴 수도 있잖아요! 우아아아앙!!"

한가지 주제로 놀리는 것이 한번이 아닌 두 번째니 아무래도 믿음이 크나보다. 아

리아는 옆에 있는 카이란을 무섭게 째려보았다. 어떻게 할꺼냐는 눈빛이었다. 카이

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른쪽 볼을 또다시 긁적이며 설화에게 말했다.

"어이, 꼬마. 농담 한 거야. 그러니 그만 울어. 계속 안 그치면 원래는 털이 나지

않는데 진짜로 똥구멍에 털 나게 만드는 수가 있다."

카이란다운 말이라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이런 꼬마에게 저런 협박이라니…. 덕분

에 아리아는 황당해 하는 표정을 그렸다.

-뚝!-

하지만 역시 꼬마는 꼬마. 아무리 신빙성이 없는 얘기라도 그런 식으로 협박을 하

니 거짓말처럼 울음을 뚝 그쳤다.

"옳지, 잘했어."

카이란은 씩 하고 웃었다.

"아, 안 울게요. 그러니 털 나지 않게 해 주세요. 훌쩍…."

말하는 모습이 참 애처로워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는 모습이 무척 귀여워

보이기에 더욱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무래도 아리아가 째려보는 눈빛

이 장난이 아니어서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울지마 설화야. 괜히 장난 친 거니까 울 필요 없어."

"네, 알았어요. 설화 이제 안 울어요."

울음을 그치자마자 안면에 미소를 그리고 있는 설화. 그런 일 때문에 울었으면서

다시금 과오를 되풀이한다. 역시 애는 애인가?

"그런데 아까부터 저기 있던 저 언니들 누구예요? 이상하게 몸 색깔이 이상해요."

설화는 의문이 깃 든 목소리로 손가락을 정령인 실프와 운디네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당신은 우리들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 같군요.>

운디네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속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녀가 본

시각으로는 거짓이 묻어 있지 않았기에 진실로 비춰졌다.

<그런데 넌 누구야? 어째서 넌 우리들과 비슷한 냄새가 나고 있는 거지?>

실프가 설화에게 다가가며 물어본다. 실프의 모습을 본 설화가 눈이 동그랗게 되면

서 놀란 표정을 그렸다.

"와! 언니! 어떻게 공중에 뜰 수 있어요? 너무 대단해요!"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아무런 기구가 없이 그냥 공중에 뜬다는 것에 놀라지 않고

, 오히려 굉장하다는 표정으로 실프를 보았다. 아무래도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것

인지, 아니면 한번 하늘을 날아다니는 다른 무언가를 한번 본 것인지 사고 방식이

좀 독특했다.

<헷! 나보고 언니래. 와아! 너무 기분 좋아. 너 이름이 뭐야?>

언니라는 호칭이 듣기 좋은지 실프는 활짝 웃었다.

"설화예요."

<그래 설화야. 넌 어디서 왔니?>

"저 산에서 왔어요."

창가 쪽에 있는 눈 덮인 큰산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대답을 원하는 것

은 아니라서 카이란은 다시금 질문했다.

"산이 한 두 개냐? 구체적으로 말해봐, 꼬맹아."

찌릿! 설화는 인상을 찡그리며 화났다는 표정을 그렸다.

"제 이름은 설화예요! 꼬맹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설화에게 거짓말을 했던 나쁜 오

빠하고, 전 얘기 안 할거예요! 거짓말을 한 인간은 나쁜 인간이라고 설화는 배웠어

요!"

"하하하하하핫!!"

화를 내면서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설화를 향해 카이란은 갑자기 호쾌한 큰웃음을

내뱉었다. 갑자기 왜 웃는지 이상하게 여기며 설화는 의아한 눈길로 그를 올려다보

았다. 카이란은 식∼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자신에게 가리키며 크게 말했다.

"괜찮아! 난 인간이 아니고 드래곤이거든!!"

"……."

그래서 어쩌라고? 결론은 나쁜 인간이 아니라는 밝히고 말하고 싶은 건가? 한마디

로 말한다면 바보라는 올바른 표현이리라. 실프와 아리아는 설레설레 고개를 젖고,

운디네 조차도 어렴풋하게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 모습이 보인다. 바보같아 라는 의

미가 담긴 행동이었다.

"헹! 오빠 바보죠!? 세상에 드래곤이 어딧어요!? 너무 만화책을 많이 본 것 아녀요

!? 여긴 현실세계라고요! 현실세계에서 인간말고 다른 종족이 어디 있겠어요!?"

"……."

여기 하나하나 모두가 다 다른 종족이다. 운디네는 물의 정령, 실프는 바람의 정령

, 아리아는 엘프족, 카이란은 드래곤족. 여기에서 설화가 말하는 인간은 한 명도

없다. 그리고 그것말고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럼 넌?"

카이란의 물음이 설화는 당연하다는 듯이 가슴을 탕탕치며 당당히 내뱉는다.

"당연히 설화는 설녀죠! 그게 어때서요!?"

"……."

설녀라는 것은 안다. 지가 그렇게 직접 밝혔었으니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아는데…, 너 말야 한가지를 간과한 것 아니야?"

"뭘 말예요!? 설화는 설녀라고 한 것 뿐인데 뭘 간과했다는 건가요!? 오빤 아무래

도 이상해요."

"……."

이상한 애에게 이상하다고 취급당하니까, 심히 불쾌했다. 이제 카이란이 무섭지 않

는지 설화는 막 화를 내면서 대들었다. 무서운 일을 금방 잊어먹는가 보면, 역시

애는 앤가 보다.

<설화양은 혹시 저희를 보고 느끼시는 것 없습니까?>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는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운디네였다. 설화의 시선은 그

녀에게로 향했다.

"언니 얼굴은 굉장히 아름다운데 너무 차갑게 보여요. 설화, 이렇게 소름이 돋았어

요."

<…….>

자신의 팔을 들이밀며 운디네에게 보여줬지만, 운디네는 침묵과 함께 아무런 행동

을 보이지 않고 계속 자세를 유지했다.

"이상하게 언니는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것 같네요."

<운디네는 원래 그러니까, 신경 쓰지마.>

실프가 설화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자, 설화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그렸다.

"언니, 이상하게 저와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네요. 어째서 그런 것이에요? 인간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힘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저희들은 정령입니다.>

운디네가 나섰다. 설화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령이요? 그게 뭐예요?"

<모든 만물의 근원에는 생명이 존재합니다. 인간과 동물에게 생명이 있고, 육체를

움직여주는 영혼(靈魂)이 있듯이, 모든 자연에도 그와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

이 자연의 혼령(魂靈)이라고 불리는 우리들입니다. 정령들은 총 4대 원소로 불, 물

, 바람, 빛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중 저는 물의 속성을 지닌 운디네 라고 합니

다.>

<난, 바람의 속성을 지닌 실프라고 하고.>

"헤에… 그렇구나. 인간 세상에는 별의별 이상한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정

말인가 봐요."

새로운 것을 알았다는 감탄어린 표정으로 설화는 그녀들을 보았다. 하지만 금방 의

문을 긷든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그런데 정령언니들과 저와 왜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죠? 설화는 정령이 아닌

설녀인데…."

장작 그녀들의 설명은 들었지만 어째서 자신과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

전히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정령이라면 말을 다했겠지만 육체도 있고, 감각도 있

으니 그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게 말야. 그걸 우리도 알고 싶어. 어째서 넌 우리와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

는 거니? 우리들 같은 정령은 원래 몸체가 없어. 주인님, 즉 계약한 소환주의 마나

로 형체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들은 이곳 세계에 나타날 수가 없는 것이지.>

실프는 허리에 양손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넌 혼령이 아닌 몸체가 있는 평범한 인간으로 보여. 하지만 인간에게는 절

대로 이런 기운이 느껴질 수가 없어.>

"당연해요. 설화는 인간이 아닌 설녀니까요."

도움도 되지 않는 대답을 선뜻 내놓는다.

<그래서 질문하는 말입니다.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정령이 아니면서도 우리와

비슷한 기운을 가지신 당신의 정체를 알고 싶습니다.>

운디네는 뚫어지게 설화의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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