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56화 (256/277)

(261) 이세계 드래곤 [28] 11.스키장에서 생긴 일.

그들은 설마 부모가 있을거란 것을 상상조차 못했다. 물론 비상식적이 아니고서야

그런 생각을 못할 리가 없었겠지만 이런 곳에 꼬마 혼자 돌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뭔가 잘 못됐기에 설마 존재할 거란 생각을 못한 것이다.

"너 몇 년 먹은 요괴지?"

딱 보면 설화의 나이는 8살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이상 외모와 나이

와 전혀 무관할 수도 있다. 그 예가 카이란을 보면 된다. 카이란은 3600년이나 먹

은 웜급 드래곤이다. 외형으로는 18살 어린 고등학생으로 보이니 인간이 아닌 이상

외형에 속으면 안 된다.

"요, 요괴라뇨!? 설화는 요괴 아니에요!?"

그 말에 언제 울었냐는 듯이 한순간에 눈물을 뚝 그치며 요괴라는 말에 기겁을 한

다.

"외형은 인간이면서 이상한 기운이 있는데, 그게 요괴가 아니면 뭐겠어?"

나름대로 일리 있는 발언이었지만…….

"설화는 요괴가 아니에요!! 설녀예요!"

…그것을 인정할 리가 없다.

"맞아요, 백성님. 설화는 요괴가 아니에요. 아무래도 그 말은 너무 한 것 같아요."

<주인님은 너무 신경이 무뎌요. 지금 이 애에겐 무슨 말이든 가장 신경이 예민할

시기인데 그런 자극적인 말이라니… 너무 무책임해요.>

<…….>

그의 그런 표현에 아리아와 실프가 불만을 뿜어냈다. 물론 운디네는 그런 것에 운

운할 그녀의 성격이 아니기에 침묵으로 일관했고.

카이란은 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귀찮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꼬맹이 넌 몇 살 먹었지?"

꼬맹이라는 말도 상당히 거슬렸지만 더 이상 말해봐야 듣지도 않는다는 것을 느꼈

다. 하지만 요괴보단 낫다는 생각에 설화는 질문한 말에 대답했다.

"설화는 열 살이에요. 열 살."

손가락 10개를 모두 펼치며 설화는 귀엽게 웃어 보였다. 그런 말을 당했는데도 용

케 그런 표정을 그릴 수 있나보다. 하지만 많아봐야 8살 정도로 생각했는데 10살이

라니…, 설화는 동안 캐릭이었다.

"10살이라…."

덕분에 이것으로 설화는 확실하게 적은 아니라는 것이 100%판명되었지만 설녀라는

종족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영재가 아닌 이상 열 살이면

그리 많은 것을 알 나이는 아니다. 오히려 공부하기 싫어서 이리핑계 저리핑계 대

면서 말썽부릴 시기인 것이다.

"왜 사는 곳을 가르쳐 주면 안 된다는 것이지?"

궁금한 것을 뒤로하고 우선은 집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기본적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설화는 쭈빗쭈빗 검지끼리 콕콕 찌르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저, 저기… 설화는 잘 모르겠어요. 설화는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엄마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어요. 만약… 어디선가 인간과 친하게 되더라도 집만

큼은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그랬어요. 그러니‥ 설화는 절대로… 오빠, 언니들을

집에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

대충 카이란은 왜 인간들을 집에 들여다 놓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딱

보면 인간과 다름없는 외모지만 속은 인간이 아니다. 이곳은 인간 외 타 종족이 없

는 세계다. 설사 모르는 종족이 있더라도 이곳에는 그런 말이 한번이라도 알려져

있지 않으니 아마도 엄청 극소수일 것이다. 그러니 타 종족이 발견된다면 이곳에서

는 크나큰 뉴스거리가 되어서 화재가 된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인간과 다르다는 점 하나 때문에 그 뒤 설화와 설화 부모는 인간에게 실험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 기술을 높이기 위한 실험일 수도 있고, 전쟁 기술을 한 차

원 높이려는 실험일 수도 있다. 둘 다 어쨌거나, 설녀들에게는 최악의 사태라는 것

만은 확실히 치닫는다.

그래서 설화의 부모는 설화에게 절대로 인간들에게 자신이 사는 집을 가르쳐 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 한 것일 거다. 하지만 그는 그거에 대해서 상관이 없을 것 같

았다. 그래서 카이란은 가볍게 웃음까지 흘리며 설화에게 말했다.

"괜찮아. 우리는 인간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그렇다! 그는 인간이 아닌 것이다. 설화 말로는 인간을 데리고 오면 안 된다고 했

으니 분명 인간 외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그래도 안 되요. 아무리 언니, 오빠들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데려가면 안

되요."

하지만 설화는 인간이 아니라도 해도 안 된다고 얘기한다.

"안 되는 것이 어딧어?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라' 라는 말도 넌 모르냐? 그

러니 나에겐 안 되는 것이란 없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카이란이 아니기에 말도 안 되는 이론을 펼치며 막무가내 어

떻게든 설화네 집에 가려고 했다.

"…저, 정말 안되요. 만약 데려가는 순간, 전 엄마한테 눈 녹을 때까지 맞아요. 그

러니 언니 오빠들을 데려갈 수 없어요."

눈 녹을 때까지 맞다니… 정말 그렇게 된다면 무척 오래도 맞는다. 하지만 그거야

말로 진정한 오리지널 아동 학대가 아닌가?

"나하고는 상관없어. 그건 네 알 바잖아."

아동학대든 동물학대든… 심지어 요괴학대든 카이란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어

떻게든 설화의 집을 찾아간다는 목적밖에 없으니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그가 아니었

다.

"으아아앙! 싫어요! 가기 싫어요! 엄마에게 혼난단 말이에요!! 으아아앙!!"

결국 또다시 눈물을 터뜨린 설화였다.

"이 망할 꼬맹이 또 우네!? 차리리 필살기로 해라 필살기!"

말하자면 필살기다. 그것도 울트라 초 하이 필살기. 아이에겐 더없이 최고의 효력

을 자랑하지.

"으아아아앙!! 어쨌든, 전 못 가요! 엄마에게 혼난단 말이에요!! 으아아아아앙!!!

엄마가 인간들과 데려오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 말에 무섭게 버럭 반박했다.

"인간들이 아니라니깐!!"

"하여튼, 안돼요! 설화는 집에 가면 안 된다고요!! 으아아아앙!! 그러니 설화 이대

로 놔주세요!"

"……."

감수성을 자극해 마음이 약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카이란의 "……."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가 누구인가? 왕 철면피에 뭐든 목적을 위해서라

면 억지로 성사시키는 그다. 그러니 마음 약해질 카이란이 절.대(강조!) 아니다.

카이란은 무언가 이상했기 때문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언뜻 엄마의 매가 무서워

서 우는 것 보단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이

란은 의심의 눈초로 설화를 빤히 응시하며 물었다.

"너 말야… 사실은 그것말고 다른 이유가 있지?"

뜨끔! 설화는 갑자기 울다 말고 어깨가 움찔했다. 뭔가 찔리는 것이 있다는 표현이

었다. 카이란은 어깨가 움찔거린 그녀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의심

의 눈초리를 뿜어내며 설화를 보았다.

"흐음∼ 역시 애는 애인가? 그렇게 금방 드러내는가 보면은……."

감 잡았다는 모습으로 카이란은 짙게 씩 웃었다.

"아, 아니에요! 설화는 그것말고 다른 이유가 없어요!!"

애써 부정을 하지만 이미 카이란에게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로 간주하고 있

었다. 그래서 입가에 있는 비릿한 조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면 왜 안 된다는 거지?"

"그, 그건 설화도 잘 몰라요. 엄마가 무조건 안 된다고만 했어요. 그러니 설화는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해요."

"오호∼ 그래? 한마디로 말하자면 착한 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가보군."

"네…, 설화는 착한 설녀예요. 그러니 엄마말씀 잘 들어요. 그래야 나중에 큰설녀

가 될 수 있데요."

큰설녀? 큰인물라는 말의 설녀 변환식인가 보다.

"그럼, 내가 혼나지 않게 잘 말 할 테니, 꼬맹이 넌 그냥 안내만 해줘. 처음부터

네가 잘못이 없다고 하면 괜찮을 것 아냐. 애초에 난 인간도 아니고, 처음부터 너

를 만나자마자 이상한 기운을 느껴서 이곳까지 왔다고 하면 너그러이 용서해주지

않겠냐. 설마 그 정도도 용서하지 않는 치졸한 부모는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내

가 네 부모를 혼내주겠다. 이래봐도 3600년이나 먹은 웜급 드래곤이다. 충분히 네

부모를 혼낼 자격은 있으니 염려 마라."

누가 뭐래도 드래곤이다. 그것도 100년 200년 먹은 드래곤이 아닌, 3600년이나 세

월을 살아온 그다. 그만큼 근엄함이 묻어 있다. 다소 나이 값을 못하는 것이 문제

이긴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거론될 것이 아니니 문제될게 없다(사실 문제가 좀 많

을 수도). 인간계의 신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에게 감히 대적하거나 말대꾸하는 간

큰종족이 존재할까? 최소한 사망으로 사죄 받으리.

"‥하, 하지만… 설화는…."

"하지만이 뭐야? 하지만이? 뭐가 또 불만인데? 네가 걱정하는 것은 매맞는 거라며?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확실하게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 줄 테니, 넌 안내만 해."

"하지만…."

그런 말을 했는데도 설화의 입에서는 또다시 똑같은 말이 뿜어져 나왔다. 카이란은

빙긋 웃었다.

"너도 느꼈다시피 나에겐 굉장한 힘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나를 처음 보자마자 울

었던 것이겠고. 너 정도가 나의 힘을 느꼈는데 네 부모도 못 느낄 것 같아? 무디지

않는다면 그럴리는 전무하겠지. 그러니 우리를 본다면 오히려 맞이하지 않겠어?"

인간이라면 말이 틀려지겠지만 거대한 힘이 흐르고 있는 카이란과 부드러운 기운이

흐르고 있는 아리아,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정령들과 같이 간다면 인간과

자신이외 다른 종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고. 동료 의식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설화는…."

울먹울먹 설화는 또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다.

"또 하지만 이냐? 내가 그 정도까지 말했는데도 계속 하지만이면… 그것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생각되는걸?"

"으아아앙!!!"

설화는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잘도 운다. 오늘 하루에 의해서 눈물샘이 마르지 않

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으아아아앙!! 설화는 집에 가면 안 되요!! 으아아아앙!!! 설화는 아직 인간세계에

서 구경할 것이 너무 많단 말이에요!! 으아아아앙!!!"

드디어 진짜 이유를 실토하는 설화였다. 카이란은 이미 다른 이유가 있을거란 것을

알았기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었다.

"그래, 집에 가면 안 되는 이유가 뭔데?"

"설화는 가출한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금방 들어가면 안 되요!! 으아아아앙!!!

설화는 엄마에게 눈 녹을 때까지 맞을 수 있단 말이에요!!! 으아아아앙!!!!"

"……."

이래나 저래나 맞는 이유는 확실했다. 하지만 겨우 10살인 녀석이 가출이라니… 그

말에 그들은 모두 나사 빠진 표정으로 어이없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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