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74화 (274/277)

대략 9-11명 정도 아이들이 서로 서열을 가리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래

도 그들 대부분은 각반 싸움을 잘하는 캡짱들인 것 같았다.

"……."

…역시…… 역시‥ 아무래도 여기는 그 말로만 듣던 문제아 반 같았다. 카이란은 한

동안 실내화 맞은 그 자세 그대로 돌처럼 굳어 경직되어 버렸다.

"흐흐흐흐흐… 큭큭큭큭큭큭큭큭!! 하하하하하핫!!!"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카이란은 서서히 빙긋 웃기 시작했고, 점점 입밖에는 유쾌한

장면을 본 것 같이 아주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광경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

다면 그는 웃음을 내뱉을 줄 모르는 저능 드래곤이리라.

"응? 저 말 뼈다귀는 또 뭐야?"

"저런 미친놈을 봤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지랄 발광 웃음을 내뱉는 거야?"

"웃는 것 절라게 재수 없네! 저 크레이지 베이비 먼저 조지자!"

미치광이처럼 웃는 카이란을 향해 그들은 일심동체를 이루어서 누구를 먼저 보낼 것

인지를 정했다.

"흐흐흐흐흐흐흐흐!!

서서히 그들은 카이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카이란은 찡하고 눈빛이 번득였다.

"자알 봤다…, 나의 환영식을…‥. 너무 기뻐서 웃음이 나오는 구나. 큭큭큭큭큭큭…

!"

카이란은 빙긋 짙은 미소가 자연스럽게 입가에 피어났다.

나이 방년 27세… 교사생활 4년차…….

옷 붉은 색 캐주얼 정장에 짧은 미니스커트…. 스트레이트 한 부드러운 갈색 머리가

허리가에서 찰랑 찰랑 거리고 있는 여성…… 그녀는 뚜벅뚜벅 높은 구두 굽의 소리를

내며 복도를 걸어다녔다.

"하아……."

상당한 외모를 지닌 그녀…, 한창 잘 나가는 TV연예인과 버금가는 굉장한 미모의 여

성이었으나 지금은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는지 대략 3류 연예인정도의 외모로 비쳐 보

이고 있었다.

"하필 그런 반이라니……."

확실히 그녀는 고민이 있었다. 과연 무슨 고민에 휩싸였기에 저런 예쁜 미모에 금이

간 것일까? 다름아닌 그녀의 고민은 다음과도 같았다.

그녀는 반 담임이 되었다. 올해로 3번째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난한 반이라 그저 그

렇게 보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보낼 것이라고 굳건히 믿어 왔건만 오늘로써 그것은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번에 맡은 반에는 각 반 문제

아들 9-11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아∼ 어떻게 될 것인가? 학생들이 제대로 말은 듣기라도 할까? 분명 교실 안에서도

담배를 뻑뻑 피겠지? 아아∼ 이러다가 몸에 담배 냄새가 찌들면 어떻게 하지? 그런

놈들이 많으니 더러운 가래나 침 같은 것 엄청 많겠지? 아아∼ 모르고 발을 잘못 디

뎌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아냐, 아냐! 그것보다 혹시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XX당하고 YY당하고 성인용 애로 비디오처럼 강제 고문을 당해 HH될 수도 있어

. 이렇게 예쁜 얼굴을 애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잖아…. 아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이 예쁜 얼굴에 상처라도 상한다면 분명 충격을 받아서 며칠 앓아 누울거야.

그녀는 이런 저런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젠장! 어제 술을 너무 과하게 먹은 탓 때문이야!! 으득!"

사실 그녀는 이 반 담임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 어제 지나치게 과음을 한 탓

에 학교에 지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한창 교무회의가 중반쯤까

지 치닫고 있었고, 마침 각 반 담임 배정을 모두 끝마친 시각이었다. 당연히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땐 마지막 남은 반인 지금 반을 맡아버린 것이다.

"으으!"

죽어도 싫었다. 하필 그런 반… 이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갈 정도로 분명 귀찮은 일이 잔뜩 있을 거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리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 탓을 하려면 자신을 탓해

야 했지만 그녀로써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이것은 아무래도 음모의 비리가

났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덩치 좋고 인상 무섭고, 험

악한 선생 놔두었다가, 왜 하필 귀엽고, 예쁘고, 착하고, 미인인 교사가 그런 놈들을

맡아야 하는 거지? 쉽게 말해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 파워로 개과천선시키라는 것이야

뭐야?! 그렇게 내 미모가 좋다는 거야!? 흐극! 그녀로써는 이런 반 배치 배정, 납득

도 안 갔고, 자신 탓도 안 갔다.

"에휴……."

그녀로써는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야기야 어떻게 됐든 이제는 모두 끝난 일…

어느덧 자신은 자신이 맡은 반 문앞에 다가서 있었다.

"후흡!"

기합이 깃든 쉰 호흡을 크게 한번 내쉬고 그녀는 한쪽 주먹을 불끈 쥐어서 힘찬 파이

팅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힘차게 3학년 14반의 교실 문을 활짝 열었

다.

"안녕!"

큰소리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 뒤 그녀는 재빨리 교탁으로 향했고, 출석부와 지휘봉

을 교탁 위에 탁 올려놓으며 큰소리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14반을 맡은 담임 '김채연' 이라고 해요! 과목은 역사고요. 앞으로 잘 부탁

해요!"

다름 아닌 14반… 즉, 카이란의 반을 맡은 담임은 역사선생이자 교내 가장 인기 있는

여선생으로 뽑히는 '김채연' 선생이었다.

"……."

이상하게 조용했다. 대부분 자신이 담임을 맡으면 환한 환호성을 지르기 마련인데,

지금 그런 것은커녕 설렁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리송할 정

도였고, 그녀는 그제서야 교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래?"

문제아들 몇 명이 들어간 반답지 않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한결같이 책상들이 모두

잘 정돈 된 상태였다. 그리고 교실에 담배꽁초 하나 없었다. 분명 지저분한 담배꽁초

와 뿌연 연기들… 그리고 가래침 같은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이 널브러져 있을 거란

예상을 했건만… 예상외의 먼지 하나 없는 교실 풍경이니 그녀로서는 어리둥절할 만

도 했다.

"얼라라?"

다만 이상한 것이 있다면 마치 어디서 누구에게 얻어터진 것 같이 반 아이들 중 9-11

명 정도가 모두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붓기를 자랑했고,

심지어 쌍코피에 이빨까지 나간 녀석까지 쉽게 보일 정도였다. 이것은 마치 세계 타

이틀매치 헤비급 권투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외상이었다.

"……."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알 수 없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일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도 모든 것을 카이란이 평정했다는 것은… 채연, 그녀로

써는 죽었다 깨어나도 영원히 의문에 남을 것이다.

이렇게 카이란은 지난 여름방학 때와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며 새학기 새 학년의 시작

의 종소리를 울렸다.

개학식 날 학교에서 하는 것이 없었다. 단순히… 담임선생님의 소개와 새학기 새책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하고, 본격적인 수업은 내일부터이니 우선 이 임시 시간표대

로 가져오세요. 그리고,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고3 수험생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꼭 공부하시고요. 알았죠?"

"네!!"

아이들은 큰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채연은 흐뭇했다. 문제아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

는데도 생각 외로 아이들이 얌전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이 예쁜 미모로 인해 아

이들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을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채연은 실로

기분이 좋았다.

"자… 그렇다면 우선 임시 반장을 뽑아야 할텐데…… 혹시 희망자 있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머뭇머뭇… 아이들은 하나같이 서로의 눈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 반장이 되면 골

치 아픈 것이 한 두개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눈치

를 살피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 이 반에 반장이라는 직위에 딱 어울리는 놈이

있어서 아이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희망자 아무도 없나요? 괜찮으니 손들어 봐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채연은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말해보았고, 그때 모두들 만장

일치라도 되었는지 시선은 점차 모두 한곳으로 모여지고 있었다.

"에?"

시선이 일제히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검은머리에 눈매만 빼곤 별 볼일 없는 외모의 수

유자인 카이란에게 쏠렸다.

"어머? 너는… 그때……."

채연이는 카이란을 보고 바라 알아보았다.

"에…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헌팅맨들 손아귀에 구해준 적이 있으니 그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날

구해준 대신 억지로 데이트까지 해줬으니까.

"네! 그러네요."

카이란도 빙긋 웃으면서 그녀를 반겼다. 채연이는 카이란과의 만남을 한번이라고 기

억하겠지만 사실 카이란과는 두 번째 만남을 가졌었다. 한번은 채연이가 알고 있는

기억과 또 한번은 예전 외형을 바꿔서 운디네와 실프를 데리고 다닐 때 우연찮게 만

난 적이 있었다. 그때… 분명 그녀는 남자를 걷어 찬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날 기억으로 오랜만이라고 하기엔……."

실로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 2학년 역사 시간 때 만날 봤었는데 말이다.

방학 때문에 오랜만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지금 그녀가 오랜만이라고 한 것은

그로부터 오랜만에 봤다는 의미니…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했다.

"그런가? 호호호호…"

카이란의 말의 의미를 알아 차렸는지 어색하게나마 웃는다.

"어쨌든, 모두들 임시반장의 지명을 백성군 쪽으로 쏠리던데 해볼래요?"

시선이 카이란에게 쏠렸으니 채연이는 임시반장을 할 지향이 있는지 묻는다. 카이란

은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했고, 어차피 선생 오면 인사하는 것 밖에 없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죠."

"후훗! 고마워요."

의사를 들은 채연이는 다시 교탁으로 돌아갔다.

"자∼ 그럼 임시 반장도 정했으니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죠. 내일부터 본격적인 수

업 시작이니 모두들 늦지 말아요. 자! 그럼 반장."

"네."

채연이가 쳐다보자 카이란은 자리에 일어서서 제식 구령호구를 외쳤다.

"차려! 경례!"

"감사합니다!"

라는 외침과 함께 아이들은 저마다 가방을 챙기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카이란도 느

긋하게 가방을 어깨에 들쳐 매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 왠지 모를

익숙한 얼굴 한 놈이 부랴랴 교실 밖을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하

게 나갔다면 몰랐을 것을 오히려 그의 그런 행동이 더욱 눈에 띈 바람에 카이란은 그

를 쉽게 알아봤다.

"여어…!"

싱긋 웃으면서 그를 향해 말하자 흠칫! 그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이네…."

"…아‥, 그, 그렇네……."

어색하게나마 빙긋 웃으며 그도 카이란을 아는 채 했지만 속으론 온갖 욕으로 도배하

면서 윽박지르고 있었다.

"나랑 같은 반이었다니‥ 아무래도 우리는 떨어지려야 떨어 질 수 없는 사이인가 보

네. 흐흐흐흐흐흐…. 이름이 수.민.이.라.고 했지?"

"으응…."

익숙한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2학년 때 같은 반이자 인간 백성이의 자살로 몰고

가게 만든 놈 수민이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조화인지 수민이는 또다시 카이란과 같

은 반이 되자 기절 초풍에 어디서 통곡이라도 시원하게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간신

히 해방됐다고 여겼는데 또다시 2학년 때와 똑같은 꼴을 당해야 하니 그로써는 막막

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예전 백성이를 괴롭혔던 일에 대한 인과응보(因果應

報)의 조화인지도 몰랐다.

"흐흐흐흐∼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카이란은 만족한 미소를 띠며 교실 밖을 나갔다. 이제부터

수민이는 또다시 카이란이 전용 꼬봉이 된 것이다.

"백성님."

"백성님."

교실 문 바로 앞에는 아리따운 사미와 아리아와 그녀들보다 외모가 좀 못한 하나가

기다…… 헉!!

-퍽!!-

…크, 클럭…… 저, 정정하겠다. 그냥 교실 문 앞에 사미와 아리아와 하나가 기다리

고 있었다. 카이란은 그녀들과 함께 교실 건물 밖으로 나갔고, 교문 앞에 다다를 때

쯤 익숙한 여성이 보였다.

"오빠. 그리고 언니들…."

민지가 카이란과 그녀들이 오는 것을 보고 반겼다. 사미와 아리아, 민지, 하나… 전

부 모였지만 뭔가 하나 빠진 느낌이 들었다.

"아아…. 오늘은 이렇게 가는 건가?"

예전에는 언제나 이런 멤버로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언제부턴가(아마도 인기 투표 했

을 때 누구누구와 합의해서부터) 혜미가 같이 끼여서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혜미가 없으니 뭔가 아쉬운 감이 있다고나 할까? 아니면 허전하다고 해야 하나

… 조금 그런 느낌이 있었다.

"내가 없으니 외롭긴 외롭죠? 후훗!"

"에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