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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엘쟈네스
(연참이라 앞에 한편 있어요!)
엘쟈네스의 며칠은 바쁘게 지나갔다. 드레스를 맞춘 날 다음부터 엘쟈네스는 갑작스럽게 바빠졌다. 결혼 전의 신부를 위해 황실에서 보낸 시녀들이 끊임없이 엘쟈네스의 시중을 들었다. 첫 날은 우유로 목욕했고 꿀과 과일이 섞인 팩을 온 몸에 발랐다. 머리칼에는 특수한 식물의 성분을 추출한 크림이 발라졌다.
그 상태로 계속해서 마사지를 받았다. 엘쟈네스가 크로커스 공작가에서 받던 것과 비슷한 관리였다. 하지만 황실의 시녀들만이 아는 비법은 달랐다. 한번 관리를 받고 쉴때마다 엘쟈네스에게서는 빛이 났다. 하얀 피부는 진주처럼 눈부시게 빛났고 붉은 빛이 도는 구불거리며 내려오는 적갈색의 머리칼은 아름다웠다. 단호한 진갈색의 눈동자는 휴식을 취해 투명하고 맑은 빛을 띠었다.
하루종일 전신 마사지와 팩을 받는 것이 다소 고되기는 했지만 거울속의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있었다. 엘쟈네스는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자기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면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엘쟈네스님. 뭉친 곳은 더 없으세요?"
"좋구나."
황실의 시녀가 엎드린 엘쟈네스의 뭉친 곳을 손으로 부드럽게 풀어주고 있었다. 엘쟈네스는 뭉친 곳이 별로 없는 편이었으나 어깨는 달랐다. 서류 작업이나 티타임을 많이 가졌던 탓에 엘쟈네스의 어깨는 알게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다.
황실의 시녀들은 프로였다. 그녀들은 수많은 귀부인들을 시중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엘쟈네스의 어깨를 풀어주었다. 덕분에 며칠간은 몸이 날아갈듯 가벼웠다. 엘쟈네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내일이 바로 결혼식이었다. 오늘은 엘쟈네스의 관리가 막바지에 접어든 날이었다. 시녀 하나가 말했다.
"피부도 너무 고우시고 머릿결도 좋으셔서 내일 엘쟈네스님은 틀림없이 빛나실거에요."
시녀들 몇이 맞다고 동조했다. 관리를 받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엘쟈네스도 꼭 좋아서 한 것만은 아니다. 리리엘은 치유의 힘을 타고 태어난 덕에 관리받지 않아도 언제나 늘 아름다웠지만 엘쟈네스는 아니었다.
그리고 엘쟈네스가 상대하던 부인들은 모두 고위 귀족들이었기에 완벽해야만 했다. 꼬박꼬박 머릿결과 피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때로는 귀찮았고 맡아서 하는 일이 피곤했는데도 쉴 수 없어 짜증이 나기도 했다.
엘쟈네스만큼 꾸준한 관리를 하는 영애는 거의 드문 편이었다. 엘쟈네스는 결혼식 준비를 하며 관리를 주기적으로 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몇가지 과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혼식 하나를 위해 갑작스럽게 준비를 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장점이었다.
"자. 끝났습니다. 이것으로 준비는 다 끝나셨어요."
최종적으로 목욕 시중을 마친 시녀가 한 말이었다. 내일 있을 결혼식을 위해 엘쟈네스는 초저녁에 잠들어야했다. 지금은 점심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 식사는 제한한다. 엘쟈네스가 식사를 하고자 한다면 말릴 이는 없었지만 엘쟈네스 스스로가 자신을 관리하고 싶었다.
황실에서 시녀들이 인사를 올리고 간 후 엘쟈네스는 혼자 침대에 편안히 누워 휴식을 취했다. 조금 편해지니 렌이 생각났다. 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도 바쁜걸까. 렌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과는 반면 긴장이 조금씩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의 아내로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약을 하는 것이다.
엘쟈네스는 밖을 바라보았다. 저녁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문을 두 번 두드렸다.
"네."
엘쟈네스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집사라고 생각했다. 식사를 하러오라는 말일 것이다. 엘쟈네스는 저녁은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샐러드만 먹었다. 웨딩드레스를 위해서였다. 집사에게 말을 하려고 문을 연 순간 엘쟈네스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검은 머리칼. 서늘한 느낌의 잘생긴 남자가 엘쟈네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렌."
"엘쟈."
"무슨 일이에요?"
"잠시 보러 왔습니다."
렌 스스로도 답을 알 수 없었다. 렌은 이 곳에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말 대신 다른 답을 택했다. 내일이 결혼식이었다. 그 사실은 렌의 감정을 다소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렌은 눈 앞의 엘쟈네스를 내려다보았다.
붉은빛이 석양과 함께 윤기가 흐르는 적갈색 머리에서 빛난다. 진갈색의 눈동자는 노을을 받아 붉은 빛이 서려있었다. 렌은 엘쟈네스를 바라보았다.
이 공작영애는 내일이면 그의 아내가 될 것이다. 온전한 그의 사람이. 엘쟈네스는 다른 여자들과 달랐다. 그저 렌을 렌 자체로만 보아주고 있었다. 그녀와 똑같은 사람으로. 렌의 말에 엘쟈네스가 가볍게 웃었다. 웃을때의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긴장되네요. 렌은 어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엘쟈와의 결혼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알아요. 낯설어서잖아요. 우리 둘 다 결혼은 처음이고요."
엘쟈네스는 가벼운 실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렌의 검은 눈동자에 노을의 붉은 빛이 약간 서렸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은 석양의 빛깔마저도 삼킬 것처럼 검었다. 렌 역시도 가벼운 와이셔츠와 바지 차림이었다. 렌은 엘쟈네스에게 말했다.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습니다."
"어떤 것이?"
"내일 결혼식에서 제가 있을겁니다. 엘쟈. 괜찮을겁니다."
렌은 막연하게 엘쟈네스를 달래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엘쟈네스가 울거나 심하게 동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그랬다. 복도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붉은 석양빛 아래에서 둘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엘쟈네스는 늘 렌에게 고마웠다. 로벨리아 왕국의 그 누구도 엘쟈네스를 이렇게 귀한 사람처럼 대한 적이 없었다.
감사한 것은 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렌은 정략결혼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엘쟈네스에게 감사했다. 이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다. 둘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둘의 사이에 이성간의 강한 호감은 없었으나 서로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이 존재하고 있었다.
"렌. 언제나 감사해요."
"당신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엘쟈."
렌은 이제서야 엘쟈네스가 리리엘 크로커스 대신 온 신부였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리리엘 크로커스가 어떻든은 이제 그와 관계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동반자가 되어줄 엘쟈네스 크로커스였다. 그는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리리엘 크로커스 대신 엘쟈네스가 이 곳으로 와 다행이라고. 렌은 엘쟈네스의 얼굴을 보자 아까부터 은근한 신경쓰임이 멎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벌써요?"
"내일은 결혼식이니까요. 얼굴을 보러 왔을 뿐입니다. 푹 쉬시길."
엘쟈네스를 방에 들여보낸 후 렌은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아주 어릴 적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며 신부에 대해 상상한 적이 있었다. 그의 신부는 웃는 것이 고울 것이라던지 하는 사실들에 대하여. 그렇게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는데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다. 잠시나마 그가 조금 떨렸다는 사실을.
방 안에 들어온 엘쟈네스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결혼식이다. 렌의 얼굴을 보고 나니 이상하게 긴장감이 풀렸다. 내일의 결혼식에서는 렌이 엘쟈네스의 곁에 있어줄 것이다. 안심이 되자 조금씩 잠이 왔다. 엘쟈네스는 눈을 감았다. 내일 있을 결혼식을 위하여.
============================ 작품 후기 ============================
Q. 연참을 하지 않아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까 책임져!
A. 네 연참하겠습니다 독자니소스님!^^*
오타나 비문 지적 너무너무 감사함니다^0^ 발표준비랑 중간고사 때문에 졸면서 쓰거든요ㅠㅠㅠ 그래서 연참은 오늘만!;ㅆ; 빨리 방학 왔으면 좋겠어요
민트맛토피님, 비천야님, 프렌시아의꽃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