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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준비
엘쟈네스는 요구사항이 적은 편이었다. 엘쟈네스는 대공가의 내정 업무가 밀려있던 것에 대해 한 번도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 거기에 일 처리 속도도 빨랐다. 렌이 도와줄 틈도 없이 모든 내정 업무는 예정보다 엄청난 빠른 속도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아내는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 엘쟈네스가 무언가를 요청할 때는 업무상 필요하거나 공적으로 반드시 필요할 때 뿐이었다. 결혼식때 산 보석과 드레스가 많아 새 것을 가질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것을 알았지만 잘 와닿지 않았다.
렌은 엘쟈네스를 볼때면 모든 것을 안겨주고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했다. 엘쟈네스가 가게와 가게의 장신구들을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었다.
렌은 엘쟈네스가 귀걸이들을 들여다보며 나직한 탄성을 내뱉는 것을 보며 다음에는 엘쟈네스를 위한 장신구들을 미리 만들어 놓으라는 요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엘쟈네스는 유리관 안의 진주 귀걸이 한 쌍을 바라보고 있었다. 렌은 엘쟈네스의 옆에서 그것을 같이 들여다보았다.
"마음에 듭니까."
"정말 아름다워요. 그렇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엘쟈네스는 귀걸이 자체를 언급했으나 렌이 떠올린 것은 그 진주 귀걸이를 한 엘쟈네스의 모습이었다. 렌은 대공가의 후계자로서, 그리고 아카데미 시절 그녀의 요청에 의해 수없이 보석을 보아왔다.
렌의 옷과 장신구는 전문가가 관리한다. 장신구나 보석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크게 관심이 있는 분야는 아니었기에 보석에 대한 심미안을 기르면서도 사용할 곳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장신구를 많이 봐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쟈네스와 함께 장신구를 고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장신구에 대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엘쟈네스의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았다. 엘쟈네스의 진갈색 눈동자가 즐거운 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엘쟈네스는 물었다.
"렌. 제가 이 장신구를 착용해 볼 수 있을까요?"
"가게의 모든 것을 착용해도 됩니다."
그는 말하며 유리관을 직접 열어주었다. 장신구들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했다. 빛에도 예민하게 변질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가게의 것들이라면 관계 없었다. 지금 가게를 비운 이 가게의 장인은 본래 아마릴리스 황실에서 일하던 이였다.
아마릴리스 황실에는 수많은 사라진 기술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마법 전쟁 전 존재하던 것들이었다. 그 기술들을 배운 황가의 기술자들은 평생 황가를 위해 일하며 살아갔다.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했다. 에너지석을 다루는 기술부터 시작해서 작게는 이렇게 보석을 변질시키지 않는 것까지 등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넓은 분야의 기술이 아직까지 남아 내려오고 있었다.
렌조차도 이 기술들에 대해 다 알지 못했다. 오로지 아마릴리스 황제만이 이것들을 이어받고 관리할 뿐이었다. 아마릴리스 황실은 세계에서 마법 전쟁 전의 기록들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그 사실이 아마릴리스를 강성한 제국으로 서게 했다.
"이곳의 귀금속들은 결코 변질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죠?"
"마법 전쟁 전의 기술 때문입니다."
"마법 전쟁 전부터 존재하던 기술을 이어받는 사람은 로벨리아에서는 흔치 않았어요. 북쪽에는 종종 있는건가요?"
"북쪽에도 거의 없습니다. 아마릴리스에 유독 많은 편입니다. 초대 황제가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국의 고위 귀족 몇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사실입니다."
"신기한 사실이네요. 어머나. 렌. 이 진주 귀걸이는 정말 아름다워요."
"엘쟈에게는 진주빛이 잘 어울립니다."
엘쟈네스는 풀어내려 늘어뜨렸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옆의 유리관 위에 거울이 있었다. 은은한 빛을 띠는 진주 귀걸이가 엘쟈네스의 귀에서 빛나고 있었다. 엘쟈네스는 그것을 사기로 결정했다.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로벨리아 왕국의 젊은 귀족층들은 수수한 디자인을 선호하고는 했다. 리리엘의 영향이었다. 리리엘은 보석을 낮잡아 생각했다. 리리엘에게 있어서 장신구는 부담스럽고 장착하면 무거울 뿐인 거추장스러운 것에 불과했다. 또한 머리가 나쁘고 사치를 즐기는 것에 대한 증표였다.
리리엘은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을 사치스럽고 허영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리리엘은 과한 장신구를 한 사람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과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리리엘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젊은 귀족층들은 큰 행사가 있지 않은 한은 차츰 수수하고 차분한 디자인의 작은 장신구들만을 걸치고 다니게 되었다.
엘쟈네스는 그런 리리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착용하고 다녔다. 수수하고 차분한 디자인의 작은 장신구들은 비쌌다. 작은 것으로 그 사람의 부와 재력을 보여주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점점 더욱 더 값비싼 보석들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엘쟈네스가 하고 다니는 귀걸이와 목걸이 모두를 합쳐도 그것들을 사지 못할 만큼 장신구들의 가격은 끝없이 올라갔다. 리리엘은 그 사실을 잘 몰랐다. 리리엘은 엘쟈네스가 화려한 장신구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며 사치를 그만두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리리엘은 엘쟈네스가 보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늘 수치스럽게 생각해왔다. 엘쟈네스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엘쟈네스가 주어진 한도에서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리리엘이 관여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 대치는 엘쟈네스가 윈터나이트로 떠나기 전까지 이어졌다. 리리엘의 곁에서 벗어난 것이 다행이다. 그런 상념이 들었다. 로벨리아 왕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엘쟈네스는 이번에는 투명하고 푸른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를 집어들었다. 귀걸이와 세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목걸이의 이음고리를 풀고 그것을 목 뒤로 가져갔다. 그러나 잘 연결되지 않았다. 머리를 풀고 온데다 뒤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엘쟈네스의 손 위로 렌의 손이 겹쳐졌다.
"도와드리겠습니다."
낮은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엘쟈네스는 머리칼을 약간 들어올려 렌이 목걸이를 쉽게 연결하도록 도와주었다. 렌의 시선이 느껴졌다. 렌은 엘쟈네스의 드러난 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쟈네스는 어렵지 않게 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렌의 얼굴은 서늘한 느낌을 주었다. 엘쟈네스를 바라볼때 그 검은 눈은 깊어지고는 했다. 묘한 긴장감이 공기를 타고 흘렀다. 엘쟈네스는 물었다.
"다 되었나요?"
"아직입니다."
렌은 이미 목걸이의 이음고리를 연결한 후였다. 엘쟈네스가 조금 더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 자신조차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대로 엘쟈네스에게 손대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그것은 갈증이었다. 이름을 붙인다면 갈증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리라. 렌은 목걸이 줄을 내렸다. 목걸이가 엘쟈네스의 목에 온전히 우아하게 걸쳐져 있었다.
"다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묘한 긴장감이 그제서야 깨졌다. 엘쟈네스는 내심 숨을 내쉬었다. 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엘쟈네스에게서 눈을 떼기 위해 노력했다. 엘쟈네스는 그의 인내를 알지 못할 것이다. 렌은 엘쟈네스와 마주섰다.
"렌?"
렌이 엘쟈네스를 끌어당겼다. 강한 힘이었으나 엘쟈네스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다. 가게의 장인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 장인은 세공 도구를 다시 구하기 위해 나갔다. 렌은 그 보고를 떠올렸다. 장인이 오기까지 시간은 남았다. 렌은 엘쟈네스의 목에 입맞추었다. 엘쟈네스가 움찔거렸다.
"렌...!"
"싫으십니까."
"싫지 않아요.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요."
"무슨 기분입니까."
"잘 모르겠어요."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십시오."
그는 엘쟈네스의 목 아래로 점차 내려갔다. 드러난 쇄골에 숨결이 닿았다. 이 이상 내려가지는 않았다. 그 순간 엘쟈네스는 도망쳐 버리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렌은 지금까지 여자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쇄골의 선을 입술로 덧그렸다. 엘쟈네스가 움찔거렸다. 혀가 뜨겁게 닿아왔다. 감촉은 생소했으나 나쁘지 않았다. 이내 이가 쇄골을 조금씩 깨물어갔다. 엘쟈네스는 눈을 감았다.
자극적이었다. 감촉도 그러하였으나 렌의 검은 눈이 가장 그랬다. 이내 엘쟈네스가 참을 수 없는 어떤 감각을 느낄때쯤 렌이 엘쟈네스에게서 떨어졌다. 렌은 엘쟈네스의 옷을 올려주었다.
"장인이 십 오분 뒤쯤에 올겁니다."
엘쟈네스는 멍하게 렌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의 아내가 사랑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엘쟈네스를 순수하게 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렌은 엘쟈네스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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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서 급하게 올리기만 한 후 이제 겨우 수정을 하였슴니다;ㅆ; 으아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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