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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의 마법이 흐르는 몸의 모든 부분이 엘쟈네스에게 말해왔다. 그것이 엘쟈네스를 불렀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엘쟈네스는 옆의 렌을 바라보았다. 렌은 먼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엘쟈네스에게 말했다.
"겨울의 소리입니다."
"렌도 들었나요?"
"겨울이 다가오면 들립니다. 평범한 사람은 들을 수 없습니다."
엘쟈네스는 렌이 바라보는 북쪽을 함께 바라보았다. 겨울의 마법이 미세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엘쟈네스를 부르고 있었다. 이 곳으로 오라는 거대한 의지가 저 먼 곳에서 들려왔다.
거부할 수 없는 어떤 권유가 엘쟈네스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은 엘쟈네스의 피를 타고 흐르는 파괴의 마력보다도 원시적이고 강력한 것이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렌은 엘쟈네스를 감쌌다.
"계속 바라보지 마십시오."
"위험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것은 겨울의 마법의 소유자에게만 들리는 소리입니다. 겨울의 땅에 갈 시기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겨울의 땅에요? 북쪽에 있나요?"
"지금은 마법에 의해 닫히고 폐쇄되어버린 옛 땅입니다. 직접 가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출발 시기가 머지않았습니다."
렌은 엘쟈네스를 먼저 들여보냈다. 소리는 겨울의 땅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윈터나이트 기사단을 비롯한 겨울의 마법의 소유자들은 윈터나이트에 겨울이 올때면 늘 이 부름의 소리를 들었다.
겨울의 땅에 가지 않더라도 윈터나이트에는 반드시 머물러야했다. 간혹 윈터나이트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자도 있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겨울의 마법은 우연처럼 여러 필연을 만들어내 소유주를 윈터나이트로 인도했다.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다음 대의 대공이 대공위를 이어받는 것 뿐이었다. 다음대의 대공과 그 대공을 모시는 다음대의 윈터나이트 기사단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이 의무를 이행해야만했다.
렌은 북쪽을 바라보았다. 겨울의 마법을 간접적으로 소유한 자들에게는 의지가 들릴 뿐이었지만 근원을 소유한 윈터나이트 대공의 귀에는 이 소리가 수많은 목소리들로 들려왔다.
어떨때 그 목소리는 아이 같았다. 어떨때는 낮고 굵은 소리를 내기도 했다. 어떨때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북쪽에 깃든 마법은 겨울이면 많은 목소리를 내고는 했다. 몇 가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으나 오래된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윈터나이트 대공과 겨울의 마법을 불렀다. 이것을 베어버리라고 명령했다. 또한 아룬델을 불렀다. 아룬델에게 어떻게 들릴지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없었다. 오직 마법 전쟁 전의 기록을 가진 아마릴리스 황제만이 가지고 있었으나 황제는 그 기록을 결코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다.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아룬델이 오랫동안 오지 않게 되며 그 목소리는 이제 사그라들었다. 바람이 한 번 불때 희끄무레하게나마 아룬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엘쟈네스는 렌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1층 계단의 앞에 서 있던 시녀장 아이라가 두 손을 모은채 차분하게 둘을 반겼다.
"산책은 즐거우셨습니까. 대공 각하. 마님."
"즐거웠단다."
"네. 비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부탁합니다."
아이라는 지나가던 시녀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윈터나이트 대공비의 위치는 중요한 것이었다. 대공비는 대공과 같은 정치적 권한을 행사했을 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윈터나이트의 안주인이기도 했다.
대공비를 마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오직 내부 고용인들 뿐이었다. 윈터나이트 저택의 고용인으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엘쟈네스를 마님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함부로 안주인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내정 살림은 중요한 것이었다. 윈터나이트에서 집안의 일은 신성시되고는 했다. 2개월간의 겨울의 생활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마님이라는 호칭은 아무나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시녀장인 줄리는 최근 정보를 모으는데 여념해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다. 일도 잘 하는 편이었지만 줄리가 가져온 정보는 정확하고 신속해 엘쟈네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는 했다.
엘쟈네스는 아이라의 인사를 받으며 렌과 함께 대공 부부의 방으로 들어왔다. 방 안으로 들어오자 따뜻한 열기가 엘쟈네스를 감쌌다.
"따뜻해요. 벽난로도 없는데 신기하네요."
"이 방은 바닥과 벽면을 따라 열기가 전해지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엘쟈. 드레스를 갈아입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엘쟈네스가 입은 두꺼운 드레스는 뒤쪽에 단추가 달려있어 혼자서는 벗기 어려운 것이었다. 렌은 엘쟈네스가 옷을 입고 벗는 과정을 종종 도와주고는 했다. 렌의 손이 단추를 풀어냈다. 엘쟈네스의 목 뒤쪽에는 렌이 남긴 화인이 몇 개 남겨져있었다. 렌은 그 위에 입을 맞추었다. 엘쟈네스가 웃었다.
"렌. 안돼요. 간지러운걸요."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엘쟈네스를 만나면서 렌은 자신이 은근히 짓궂은 성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릴적 장난기가 많은 소년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윈터나이트 영지에 놀러가면 늘 무리의 대장을 맡고는 했다.
렌은 짖궂었다. 감정표현이 많지는 않았으나 그러했다. 엘쟈네스가 다시 웃으며 뒤돌아 렌과 마주했다. 엘쟈네스는 자신이 잘 웃는 성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렌 앞에서는 얼마든지 평범한 여자가 될 수 있었다.
무리해서 사교계를 나가고 업무를 처리하며 딱딱한 얼굴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권위를 굳이 보일 필요도 없었다. 렌은 엘쟈네스 자체를 사랑했다. 엘쟈네스가 어떤 모습일지언정 그는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 둘은 입을 맞추었다. 엘쟈네스가 렌에게 안겼다.
"시녀가 코코아를 가져올거에요."
"이번에는 마시멜로우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고마워요. 어릴 적 이후로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먹고 싶었거든요."
둘은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렌은 엘쟈네스를 위해 넓은 방에 예쁜 하얀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놓았다. 하얀 테이블에서 렌과 마주보고 앉은 상태로 엘쟈네스가 말했다.
"들어오렴."
시녀가 작은 손수레를 밀며 들어왔다. 손수레 안에는 엘쟈네스가 좋아하는 여러 과자들이 가득했다. 커다란 진한 초콜릿이 잔뜩 박힌 과자와 은은한 박하향이 나며 설탕가루가 입혀진 과자, 버터를 사용해 고소하게 구운 과자가 들어있었다.
엘쟈네스는 시녀의 옆에 서서 함께 들어온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시녀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엘리나는 기사단원복을 입고 있었다. 화이트 기사단을 상징하는 하얀 제복이었다. 엘리나가 곧 당황한 얼굴을 했다.
엘리나가 시녀복을 입고 있었다면 시녀와 함께 들어와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엘리나는 화이트 기사단을 상징하는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다. 문 밖에서 기다릴 줄 알았던 엘리나가 함께 들어왔다는 사실에 다소 놀란 기색을 보이던 시녀는 침착하게 과자와 코코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엘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대공 각하. 비 각하. 죄송합니다. 시녀의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니 엘리나? 아. 이 과자는 이 쪽에 놓아주렴."
시녀는 영민하게 모든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다시 조용히 나갔다. 커다란 대공의 방에는 이내 엘리나와 대공 부부만이 남게 되었다. 엘리나는 서 있었다. 렌이 말했다.
"보고하십시오."
"모든 화이트 기사단원이 여정 준비를 끝냈습니다."
엘리나의 말에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쟈네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었다. 겨울이 되며 화이트 기사단원들이 바빠지면서 엘쟈네스의 전속 시녀였던 엘리나는 본래의 업무로 돌아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화이트 기사단원들은 대공과 함께 겨울을 베어낸다. 그러나 여정에 대한 것은 듣지 못했었다. 엘쟈네스는 물었다.
"렌. 여정이 무엇인가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겨울의 마법을 받은 자들은 모두 겨울이 존재하는 땅으로 가야합니다."
"먼 곳인가요?"
"멀지는 않습니다. 엘쟈. 제가 당신을 살리며 당신에게 겨울의 마법을 넘겨주었기에 함께 가야합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렌을 믿어요.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출발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원래라면 일주일쯤 뒤였을겁니다. 올해는 시기가 급격하게 일러졌습니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렌의 검은 눈동자에 담긴 것은 미안한 감정이었다. 엘쟈네스는 렌의 손을 잡았다. 렌은 그 손길에 위안감을 느꼈다. 엘리나의 신비로운 파란 눈은 늘 엘쟈네스를 향한 동경으로 빛나고 있었다.
엘리나는 엘쟈네스와 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었다. 엘리나도 주군의 손을 잡을 줄 알았다. 엘리나는 부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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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병원에 갈 거심니다! 으아 감기가 더 심해져써요;ㅁ; 기침이 아주 많이 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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