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는 변화한다-61화 (61/105)

0061 / 0105 ----------------------------------------------

여름 나기

(연참이라 앞에 한 편 있어요!)

엘쟈네스는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여름은 윈터나이트 영지가 가장 풍요로워지는 계절이다. 산과 들에서는 온갖 열매들이 자랐고 동물들은 살이 올랐다. 밭의 야채들은 싱싱하게 자랐으며 여름의 윈터나이트 영지에서 물고기를 먹으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고기마저도 맛이 좋았다.

여행자도 많고 무역이 활성화되는 시기기에 여름은 바쁜 편이었다. 황족들의 방문이 겹치기에 더 그러했다. 할 일을 마친 엘쟈네스는 휴식을 취하는 대신 마사지와 관리를 받고 있었다. 엘쟈네스의 주기적 일과였다.

오늘 엘쟈네스를 시중드는 이는 시녀장 아이라였다. 저녁에는 황족들과의 저녁식사가 있을 예정이었다. 엘쟈네스는 아이라에게 말했다.

"향유를 조금 더 발라주렴."

"알겠습니다."

"오늘은 최상의 상태로 보이고 싶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마님?"

아이라는 차분한 얼굴로 물었다. 아이라의 솜씨는 황족 전속 시녀들보다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녀는 영민했기에 주인에게 물어야할때와 묻지 말아야할때를 정확하게 구분하고는 했다.

그녀는 엘쟈네스의 머리칼에 향유를 더 바르며 주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엘쟈네스는 나른하게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며칠 전 라시아 블렌시아를 만났지."

"별채에서 머무신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라, 그녀를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알겠니?"

"알려주신다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마님."

아이라는 대답하면서도 엘쟈네스의 피부에 크림을 바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이라는 언제나 엘쟈네스를 최우선시했으며 그렇기에 엘쟈네스의 상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라의 대답은 완벽했다. 아이라가 방법을 내놓았다면 손님인 라시아에 대해 평가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엘쟈네스의 대답과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엘쟈네스는 말했다.

"어떤 것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이들은 그것으로 꺾였을때 가장 패배감을 느낀단다. 라시아 블렌시아의 경우에는 자신의 외모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지."

엘쟈네스는 라시아가 자신을 바라보았을때 찰나 어리던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라시아는 엘쟈네스를 보며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 리리엘의 주변에서 몇 번 본 유형의 인물이었다.

리리엘의 아름다움은 신이 내린 것처럼 완벽했다. 리리엘은 여러 미녀들 사이에 있어도 혼자 영롱하게 빛을 발했다. 리리엘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적도 존재했다. 리리엘의 혈육으로서의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인물을 만났다는 것이다.

리리엘에게 적대감을 가진 여자들 중 간혹 자신의 특출난 아름다움에 과도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는 했다. 그들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미모가 리리엘의 앞에서 빛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고 풀이 죽고 말았다. 엘쟈네스는 라시아 블렌시아를 처음 본 순간 그 여자들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건 아니야.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사람일 경우에는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에 자존심을 거는 법이란다."

라시아 블렌시아의 사정은 엘쟈네스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라시아가 엘쟈네스에게 경쟁 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황족들과의 이야기가 오가는 내내 렌을 계속 바라보았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라시아가 렌을 바라보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걸려오는 싸움을 피할 이유는 없지 않겠니."

엘쟈네스는 말했다. 엘쟈네스가 굳이 라시아의 방식에 맞춰 자신을 치장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엘쟈네스는 라시아가 최근들어 치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였다.

부시녀장인 줄리는 간만에 타인에게 사람을 붙여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되어 신이 난 눈치였다. 그녀는 정보를 모으고 입수하는데 특화된 인재였기 때문이다. 줄리는 라시아가 쓰는 화장품들과 팩들의 가격을 가져왔다.

라시아 블렌시아는 윈터나이트에 오면서 그것들로 집중적인 관리를 받기 시작했는데 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데다 모두 지나치게 비싼 것들이었다. 그녀가 아나스타샤 황녀도 사용하지 않을만한 초고가의 화장품을 윈터나이트에 도착해 갑작스럽게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윈터나이트의 별장에서 많은 시간을 관리받는데 들였다고 했다. 라시아 블렌시아가 윈터나이트에 오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이 정도의 관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저녁이 다가왔다. 모든 관리를 마친 엘쟈네스는 지시했다.

"가벼운 파티를 위한 검은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 진주 귀걸이를 준비해주렴."

검은 드레스는 장인들의 거리에 있는 디자이너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것이었다. 엘쟈네스를 위한 옷이었다. 진주 목걸이와 진주 귀걸이 역시도 장인들의 거리에 있는 세공사가 엘쟈네스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것들을 착용한 엘쟈네스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막 마친 화장마저도 완벽했다. 얇은 굽이 달린 여름용 하이힐는 발을 드러내는 형태였다. 보기와 달리 단단하고 튼튼해 엘쟈네스가 넘어질 염려는 없었다. 엘쟈네스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때마침 렌이 들어왔다.

"엘쟈."

"렌. 이야기는 어땠어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아름답군요."

렌은 니콜라이 황태자와 발라디미르 황자와 이야기를 하느라 집무실에서 옷을 갖춰입었다고 했다. 그들은 때때로 렌을 찾아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렌이 손을 내밀었다. 엘쟈네스는 렌의 손 위에 손을 올렸다.

"가요. 렌."

두 사람은 별장으로 향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엘쟈네스가 불편하게 걷지 않도록 마차가 준비되었다. 가을엔 바빴고 겨울엔 추웠기에 별장에 온 적이 없었다. 저녁무렵이었기에 공기가 제법 서늘했다.

별장의 주변에는 장미들이 피어있었다. 별장은 대공 부부가 쓰는 저택과 비슷한 크기였으나 좀 더 화려했다. 엘쟈네스는 별장의 커다란 열린 문 안으로 향했다.

* * *

한 편, 라시아 블렌시아는 연회장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오늘 극도로 신경을 쓴 상태였다. 묶지 않고 귀 뒤로 넘긴 금발은 반짝였고 며칠간 관리를 받아온 얼굴은 아름다웠다. 옆에 앉아있던 발라디미르 황자가 말했다.

"라시아. 오늘 정말 아름다워."

오묘한 색상의 푸른빛 드레스가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빛났다. 라시아 자신도 지금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며칠간 관리를 받는다고 얼마나 고생했던가.

라시아 블렌시아는 윈터나이트 대공비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그녀가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라시아는 외모와 맞물리는 묘한 분위기로 늘 주목을 받아왔다. 그녀의 순진하다가도 애교스럽고 그러다가도 묘한 성격이 그녀를 더 돋보이게 했다. 라시아는 며칠간 대공비를 만날 날만을 기다려왔다.

첫 만남에서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반면 대공비는 손님들을 맞을 생각에 치장을 했을 것이다. 그녀가 라시아에게 한 말은 반갑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 날은 당황했었다. 그랬기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보다 뛰어난 미모와 매력을 지녔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는 가정을 견딜 수 없었다. 아나스타샤 황녀는 밝은 하얀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황녀는 예쁜 것들을 좋아했으나 본인 스스로를 꾸미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라시아 블렌시아를 꾸미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은듯 했다.

니콜라이 황태자와 레오드릭 황자도 오늘의 라시아에게 시선을 보냈다. 잠시 꺾였던 그녀의 자존심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 느껴졌다. 아나스타샤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맞아. 라시아는 늘 예쁜 인형 같은걸. 나만의 인형 말이야."

"라시아는 아름답지. 그 어떤 인형보다도 내 눈에는 가장 아름다워보여."

발라디미르 황자도 그녀를 칭찬했다. 황족들은 라시아의 외모를 늘 인형에 비유하고는 했다. 북쪽의 유명한 미녀 인형과 라시아가 닮았던 것이다. 라시아와 같은 분위기를 가진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없기도 했다. 그것이 라시아의 자부심이었다. 라시아는 자신의 독특한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들의 진심어린 칭찬에 라시아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라시아는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기분이 급격히 저조해진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그들은 윈터나이트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이었기에 식사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던 것이다.

화기애애한 황족들의 대화가 멈출 무렵, 식당의 문이 열렸다. 집사가 들어오는 부부를 안내했다. 황족들의 시선이 문으로 쏠렸다. 라시아의 시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에. 저 모습을 봐."

아나스타샤가 철없는 아이처럼 크게 감탄했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 서늘한 느낌을 주는 윈터나이트 대공은 남자다운 잘생긴 미남이었다. 그의 몸은 탄탄했다. 대공은 아카데미 시절보다도 더 성숙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옆의 대공비는 아름답게 빛났다. 적갈색의 머리칼이 우아하게 틀어올려져 대공비의 하얀 목이 드러났다. 민소매의 긴 검은 여름용 드레스는 샹들리에 아래에 서자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공비가 움직일때마다 여름용 드레스를 덮은 얇은 투명한 천에 새겨진 무늬가 화려하게 보였다. 진주 귀걸이는 대공비의 귀에서 빛났다. 그것은 대공비의 아름다운 모습에 품격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화장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의 장점만을 부각시켜주었다. 라시아를 바라보던 남자들이 모두 대공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떼지 못한채로. 라시아는 이번에 표정 관리를 할 생각도 못한채 이를 악물고 말았다. 명백한 그녀의 패배였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0^♥

그 엑스레이 검사는 받았는데 이상이 보이지 않았으나 기침이 심해 큰 병원으로 CT촬영을 하러 가라는 말을 들었어요! 일단 자연 치유를 기대해 보겠씀니다. 몸 상태가 극히 나빠서 연참도 오랜만에 하는 것 같네요;ㅆ;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