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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005 - 탑이 개싸움하면 보통 눈치 빠른 정글이 잘 크지 (6/99)



〈 6화 〉005 - 탑이 개싸움하면 보통 눈치 빠른 정글이 잘 크지

조심스레 다가오는 다섯 개의 인영.

내 주머니에는 후방기습을 통해 닦아버린 이들의 단검이 세 자루 정도.

있는 대로 싸그리 싹싹 쓸어오고 싶었지만, 인벤토리 없다고….

그래도 적은 다섯 3자루면 충분하지. 여전히 저들은 혼란토템의 비명싸기를 듣고 찾아왔을 뿐이니까.

그 반증으로 긴장한 모습을 나타내는 듯이 고정되지 않은 채 떨리는 시선,
무게중심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발걸음,
과하게 힘이 들어가 오히려 휘두르는데 방해가 될 것 같은 무기를 쥔 모양새.

반면 나의 재주는 높다.

재주의 정확한 효과?
우선, 무기를 사용할 때의 자세보정 마치 숙련자처럼 무기를사용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숙련자보다 못하고 실제숙련자가 받는 보정이 더 크다. 피지컬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

둘째 장비의 대미지.
장비에는 대미지의 폭이 있다.
흔히 민댐과 맥댐이라고 부르는 그것. 그 수치의 민댐을 올려준다.

무기의 대미지라는 것은 활용을 못하는 자의 공격력과 활용을 잘하는 자의 공격력 그리고 휘두를 때의 자세와 각도 등,
그러한 요소를 계산해서 산출되는 것이기에 재주가 높으면 자세의 보정과 별개로 무기술에 대한 조예가 부족해도 무기의 성능이 올라가는 셈. 방어형 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

한 자루

“컥, 큭, 케읔 칵”

 자루

“어이 무슨일 켁, 커컥”
“적습!! 적이 숨어있다!!”

이렇게 현실에서라면 쓰레기통에 캔조차  던져 넣는 내가. 단검곡예사가 될  있다.

자리를 조금 옮긴  다시금 자세를 잡는다. 어차피 어디서 날아왔는지 제대로 확인도 못 했을텐데 조금만 자리를 옮겨도 사실상 적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게임답게 표현하자면 경계게이지가 리셋되었다고 봐도 좋다.

마지막 세 자루

“켁”

털썩

이제 둘 남았다.
순식간에 동료들이 없어지는 모습에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이 뒷걸음질 치는 모습.
아니 도망치는 모습. 한 놈은 잡아두는 것이 좋겠다. 둘은 힘들  같고.

몸에 탄력을 싣고 튕겨져 나가듯이 가볍게 움켜쥔 검은 바닥을 긁을 것처럼 내려잡은 채로 조금의 힘을 주기만 해도 날카롭게 세워지며 검 끝은 적을 향하게 되겠지.
가볍게 흐름에 몸을 맡기자 마치 검조차 내 몸의 일부가  것처럼 검로가 눈에 보인다.

찌르는 수는 제외한다. 아무리 만만하다지만 언제나 변수는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목 뒤를 베어낸다. 베기보다는 빗겨 치는 느낌으로 옆으로 빠진다. 과하지 않게 살짝 부족해도 괜찮다. 이곳이라면 충분히 치명상이니까.

변수를 줄이고 적들에게 피해를 입는 것을 차단하고자 습격과 은신을 한 수로 이었지만 저들은 이미 도망치느라 바쁜 모습.
동료의 죽음 따위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대로 도망치면 경험치가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 19명인가? 아직 부족하다.

***

덫을 쳐놓고 기다리자 이제 급기야 모든 동료들을 죄다 끌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라티아 소속원들도 데려오고 싶었겠지만 그들에겐 이번 습격이 더 중요하니, 결국 일반인들끼리 모여서 오는 꼬라지.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이 들어맞자 쾌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온다.

약 20걸음 남았다.

재료는 시신들의 주머니에서 챙겼다. 솔직히 아무리 인벤이 없어도 단검 세 자루로 주머니가  차겠어?
급조한 덫이지만 충분하다. 한 번에 쓸려나가면 귀찮음을 덜고, 남는다 하더라도 어차피 전의마저 개작살난 오합지졸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

약 10걸음 아니 보폭이 좁아졌다. 16걸음?

재료는 간단하다. 내가 주워온 것은 작은 사이즈의 수류탄 하나 화염병 네 병.
특이한 화염병이기에 병만을 가운데 모아놓고 기름을 주변에 흩뿌린다. 기름먹인 천도 잘 모아둔다. 수류탄도 어차피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분해해서 파편만을 병에 담고 화약을 기름먹인  아래 쌓아둔다.
덫이 되는지 의문이 수준이지만 저 병이라면 충분하다.

앞으로 여덟 걸음

기폭제는 손에  화염병. 이 녀석만큼은 평범한 화염병이기에 기폭제로 밖에 쓸 수 없다.

이제  걸음



하나

낮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유리병.

반딧불이라도 되는 냥 날아가는 모습이, 반짝이는 불빛에 경계는커녕 적인지 확인하겠다고 상체를 숙이는 적들의 모습이, 역시 난 이럴 때가 좋다.
비록 게임이더라도 세상이, 사람들이, 모든 것이,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 순간에 쾌감을 느낌다.
그래서 이 변수 시뮬레이터를 거지같다 느끼면서도 포기  하는  같다.

강렬한 불길과 파편의 폭풍.
 것도 없네.
수고했고.


***

얼추 30이  되는 인원을 이슬로 바꿔버리고 전황을 파악하자, 슬슬 할 만해 졌는지 어느 정도 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병력자체를 줄인 것은 아닌지 분명 적의 머릿수가 2배는 족히 됐을 것임에도 비등하게 전황을 이끌어가는 중이었다.

물론 유리하진 않다.
역시 초반에 감염자들의 뒤도 없는 집중포화가 한 몫을  것 같다.

그러나 습격대 역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내다버리는 병력으로 데려온 감염자들이라고는 하나 모두 썰렸다면,
심지어 뒤에서부터 썰렸다면, 미지의 적의 실력도 위치도 경계할 수밖에.

그래 이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아니지 시발  절대 확신하지 않아. 마침 뒤에서 주워온 것들  적당한 녀석이 있지.

[폭풍화염병]

-폭풍을 일으키는 능력이 담긴 화염병입니다. 화력이 약할 경우 화염이 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 방금 덫에 쓴  녀석.

그라티아의 인챈터가 만들어놓은 화염병이다. 아마 어느 정도의 신뢰를 위해 넘겨준  같은데, 맨땅에 던지면 제대로 위력도 나지 않는 불량품이다.
던지지도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셨지만 아마 던졌어도 별 차이는 없지 않았을까?

펑-!

화르륵!

물론 이미 불이 가득가득 질러진 보급차량이라면 불량품은 무슨 천지를 불태우기에 충분한 용 숨결 물약이 될 수 있지만.

연달아 들리는 폭음이 귓가를 때린다.

정확한 확인은 당장 할  없지만 못해도 서넛은 데려가지 않았을까?
전력은 이제 파라디수스 측으로 기울 것이고, 내가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보급의 양도 착실히 줄어들었겠지?


보급을 줄이는 판단을 하고 화염병을 던지긴 했지만 옳은지는 모르겠다.
너무 과하게 피해를 줬다면 후일 삽질을 좀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과감하게 나가자.

시발 거 완전히 척을 지진 않았지만 양쪽에게 중립으로 나서면서 강한 힘을 가지려 했던 초기계획과 다르게 양쪽에게 좆같지만 쎄서 못 건드리는 눈엣가시로 성장해야 할 것 같아.

그러기 위해선 랩업도 존나 땡겨야 되고, 양쪽에게 적당한 피해가 아닌 큰 피해를 입혀서 상대적으로 우세에 서야하니까.

-난 놈이긴 하다. 솔직히 이렇게 까지 생각하면서  생각은 안 해봄
-호에엥 머리아파 1000점 5분컷 공략 알려줘 장비들 해금 할래
-빼애액 나도 빨리 알려줘
-그럼 반동 얘들은 안 괴롭혀도 됨? 더 괴롭혀야 하는거 아님?

“아니 그라티아는 당장 전력과 물질적 손실은 적지만 이번 작전에서 지원한 일반인들을 다 말아먹었으니까 장기적으로는 더 타격이 커. 이정도면 충분해.”

별 일이 없다면….
별 일이 있더라도 당장은 대처할 방법도 없고. 그냥 기도해야지, 좆-같은 겜.

“그리고 시발 1000점은 5분 컷  돼. 못 해도 20분은 해야 하는데 이론이라서 내 피지컬로는 못할 수도 있어.”

-이 와중에 20분이면 가능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이거 킵하고 이론으로라도 속성공략 ㄱ 솔직히  보는 거 재미있긴 한데 24시간방송이 아니라 나 할 때 참고하고 싶음
-ㄹㅇ 이대로 가면 먼가 많이 볼 수 있는 건 알겠는데, 별개로 당장 장비도 열고 싶긴 


다른 컨텐츠의 이야기다.

나름 PVP도 있고 협동 미션 모드도 있으며, 곧 생존 모드도 나온다고 한다.

그곳에서 사용하는 스탯은 자신의 최대 공략 점수에 비례하여, 장비는 스토리에서 한번이라도 획득하여 도감에 등록된 장비로 한정되어 진행된다.

솔직히 난 해본적도 없고 일단 스토리의 끝을 보기 전까지는 할 생각도 없었기에 잊고 있었는데 듣고 나니 확실히 이해가 가긴 한다.
커뮤니티에서도 PVP와 협동미션은 크게 활성화되어 있었으니까.

“후, 그래 그럼 내일은 주말이니까. 이번 전투 정산하고 저장해  다음에 간단하게 몇  알려줄게. 조금 쉬고 싶기도 했고”

***

외벽 구석탱이 그라티아도 없고, 출구도 멀고, 사람도 뭣도 그냥 아무것도 없는 곳.

이곳에 첫 번째 비석이 있다.
비석은 일종의 정산 포인트 같은 곳이다.

편의상 랩업이라고 부르는 행위, 그간의 업적을 통해, 행동들의 경험치를 통해 스탯을 올릴 수 있다.


돌려 말하면 그간 100점도 못 찍고 꼴아박던 우리 친구들은 스탯도 절반이 십창이  채로 게임을 하고 있던 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우두머리 역병여우 때려잡던 친구들이 갑자기 존경스럽네.


[물 흐리기 – 성공]


아 마침 이벤트도 달성했다.
이제 스탯 찍어야지

-이건 또 뭐노 ㅋㅋㅋㅋㅋ
-봐도 봐도 새롭네 ㄹㅇ

생명력 17
이능력 6
지구력 15
체력 6
근력 7
민첩 9
재주 10
적응 5
투자가능 능력치 – 30점

>전투 – 10점
>오브젝트 – 5점
>이벤트  9점
(전술적 착오/거짓 전파/물 흐리기)
>점수 달성  6점
(100점-3/200점-3)
현재 달성 점수 227점

전투특화형 스탯 덕에 사람을 많이 썰어서 그런지 전투경험치로 인한 스탯이 10이나 된다. 이건 크다. 이대로 잘 굴리기만 하면 큰 스노우볼이 되어주겠지?


-이게 ㄹㅇ 전투 1번하고 먹은 스탯이라고?
-ㅋㅋㅋ 나였으면 전투경험치도 절반정도 먹었을테니 이제 5점인데
-방금 30명은 썰었는데 반이나 먹은거면 너도 유능하네 ㅋㅋㅋㅋ


에휴 언제 끌고 가냐.


생명력 17 > 22
지구력 15 > 25
근력 7 > 17
민첩 9 > 12
재주 10 > 12


이능이나 적응은 당장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필요 없을 지도 모르고.
체력도 당장은 필요가 없다. 민첩이 높으니 안 맞으면 그만이지.


자 스탯도 다 찍었으니. 저장하고 뜨거운 성원에 호응해줘야겠다.

어후 나도 좀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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