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008 - 자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참 쉽죠?
2개의 이벤트,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전갈사냥.
내가 얻어낸 스탯 포인트는 9포인트, 생명력과 이능력을 15로, 적응을 11포인트로 올렸다.
생명력과 체력은 마지노선에 달했으니 우선 적응을 20까지는 올려줘야 한다.그 후에는 여유를 두기위해 나머지 스탯에 조금씩 투자해주면 되겠지.
부족한 성장을 메꾸기 위해, 그리고 간단하게 채울 수 있는 도감을 채우기 위해.
사막과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이능력 관련 이야기도 많았지? 아예 못 쓰니?”
-솔직히 미구현 시스템인줄 알았다. 처음에 얼엑이었잖아
-나도 컨텐츠 추가되길레 천천히 추가될 줄 알았지
이해는 간다. 여타 RPG에서도 마법이라는 개념의 구현은 개발사마다 각자의 고뇌가 녹아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떤 감각으로 사용하게 할지, 어떻게 조절하게 할지 등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지 않은 감각과 능력을 어떻게 구현 시키고 컨트롤할지.
OO 역시 마찬가지 실제로 능력을 써보면 굉장히 묘한 감각이다. 그래서 난 사실 잘 못써….
심지어 작중 이능력이라는 존재는 선택받은 자들의 축복, 혹은 극광병이라는 죽음의 선고 및 그에 대한 보상 취급인 경우가 많다. 모를만 하지, 발현하고 못 써서 눈치 못 채는 경우도 많고.
“그럼, 능력 뚫는 법부터 보여줄게. 대신 이렇게 뚫으면 순도 100% 랜덤이긴 한데, 어차피 나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원하는 능력 저격하는 방법은 모르니까. 일단은 이거로 만족해줘.”
-이렇게 가볍게 말할 정도로 열리는 거면 개 뜬금없는 방법으로 연다는 소리네
응, 맞아
***
벽 밖으로 나와 길을 따라 걷는다.
“그거 아냐? 왜 막대기 계열을 제외한 스탯의 기본치가 5인지”
-막대기 계열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막대기 ㅇㅈ이지 ㅋㅋㅋㅋㅋ
“막대기가 10인 이유는 생명력이랑 지구력이 5면 난이도가 너무 십창이라 그런 거 같더라 장난없어 진짜루”
-맞지 생명력 안 맞으면 된다고 뽑아봤는데 ㅈ돼
-지구력 ㅋㅋㅋ 뽑으면 칼질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됨 ㅋㅋ
“아무튼 모든 스탯이 5인 이유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야.”
체력 5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외벽 밖을 걸어도 대미지를 받지 않는 수준.
기본적인 자원으로 쓰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광석 [아우르] 항상 특유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으며 정제하지 않으면 위험하기에 정제하여 연료로 활용한다. 조금 다르지만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방사성 에너지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이 돌멩이가 뿜는 에너지와 전쟁의 여파로 오염된 대지와 대기, 그것들의 사이에서 버티기 위한 최소치가 바로 체력 5.
그리고 적응 5
체력으로 버텨냄과 별개로 신체는 ‘아우르’가 분출하는 에너지에 노출이 되고 감염이 된다. 감염자가 되지 않기 위한 최소선 적응 5.
나머지 3개는 사실 별로 안 중요하다. 깔 맞춤인 듯.
-이게 깔맞춤엔딩이네 개 진지하게 들었는데 ㅋㅋ
-ㅇㅎ 그래서 일반 시민들이 밖에 안 나가는구나
-그러게 일반NPC들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는거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그런 거야. 어쩌다보니 체력이랑 적응을 5 이하로 깍는 사람은 없어가지고 직접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적겠지만 한 2정도로 깍아서 밖에 서 있으면 체감이 잘 될걸?”
-킹치만 언제 이능력이 뚫릴지 모르는데 적응은 못 버리는 걸
-생명력에 10개나 있는데, 체력은 5개 뿐이라 아깝자너 ㅋㅋ
“그래서 완전 아무것도 없는 일반인을 데려다가 스탯조사를 해보면 보통 이능력이랑 적응 스탯은 없고 체력 스탯도 낮을 거야. 인간의 내구도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처럼 튼튼하지 않거든”
-조사할 수 있음? 나, 패고 싶은 얘 하나 있는데 좀 쌔서 매번 사림
“못 하지, 스탯이라는 요소자체가 게임 적 허용으로써 유저에게만 보이는 건데.”
-근데 처음에 루미나 스탯은 어케봄? 생각해보니 그것도 신기했는데 다른 신기한 것도 많아서 잊혀졌네
-맞네 해명해
-해
-명
-해
-명
-명
-해
-해
“보는 템이 있어. 한번 사용하면 하나 볼 수 있고, 한번이라도 보면 도감에 기록돼서 여러 번 박다보면 다 볼 수 있게 돼.”
-어디서 얻음? 일찍 얻어서 미리 정보 뚫고 다니지는 못하나봐?
“일기토 성립하면 컷씬 나오기 전에 줘.”
-야발
-ㅋㅋ 알고 싶으면 칼 뽑으라고
“전용템이라 다른 보스한테도 못 쓰니까 알아두고, 본론으로 돌아가서 일반 NPC에게 이능력과 적응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둘다 있는 플레이어는 언제든지 계기만 있으면 이능력을 발현시키고 사용할 수 있다는 거야.”
-그게 그렇게 되나?
-일리가 단이야
“원래라면 살짝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서 뚫게 되어있어. 너희가 어느 루트라도 하나 정상적으로 밟았으면 고넴들이 알려줄걸? 근데 못 밟아서 튜토리얼이 없는 거지”
-아니이 왜 튜토리얼을 숨겨놓냐고 시발~
-선 넘네 씨~팔
“그래서 원래라면 좀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인데, 그냥 미리 알려줄라고. 편법 좀 쓰면 바로 뚫을 수 있거든”
길을 따라 걷다보니 슬슬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하다.
폐광. 한때 ‘아우르’를 채굴했겠지만, 안전도로를 건설해서 채굴하기엔 애매하게 가까운, 방호복만으로 채굴하기엔 애매하게 먼, 무엇보다 채굴가성비가 안 좋은, 그런 자연스럽게 버려진 폐광.
“체력과 적응이 5여도 광산에 들어가는 건 위험해. 알고 있겠지만 광산은 에너지의 농도가 더 짙으니까. 입구에 있는 광석 하나만 집어 들고 자리를 벗어나는 게 좋을 거야.”
-그거 먹냐?
-확실히 저거 먹어본 적은 없음
“예리하네. 조만간 나대신 보스 잡아줄 수 있겠어. 근데 먹지는 않아.”
잡담을 하며 마을에 돌아왔다.
마을에 돌아오면서 보니 시청자의 수가 많이 줄어든 게 보인다.
잘됐어. 어차피 방송으로 뭔가를 해먹어 보겠다는 게 아니니까. 잘 보고 배워서 자기 할 일 잘하는 게 베스트야.
“시청자 많이 줄었는데, 보고 잘 퍼 날라서 못 본 사람들 보게 해줘.”
통칭 스탯집 앞. 게임 적 허용으로써 아무도 안오는 안전한 곳, 시간의 흐름마저도 멈추는 일종의 전략실.
그런데 사실 별로 할 것은 없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다만, 얼마 안 되는 예외의 변수가 바로 이것. 이능력 뚫기.
“이 방법으로 이능력을 뚫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가 있어. 적응은 상관없는데 체력은 10 이상이어야 해. 안 그러면 누울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하며 주워온 돌멩이를 쇄골 사이에 박아 넣는다.
-?
-??
세상이 뭉게진다. 시야에 흑백 톤이 씌워지고, 공기가 무거워진다.
확인 할 방법도 없지만 본능적으로 시간이 느려짐을 느낀다.
그러길 잠시, 천천히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언제해도 적응이 안 된다. 역시 정상적인 방법으로 뚫는 게 최고야.
“자 너희는 할 때 체력 조금 더 찍고 해. 오랜만이라 헷갈렸나봐 체력 12? 정도가 좋겠다.”
-먼데 지금 뚫린 거임?
“응, 정상적인 방법으로 개화하면 방금 같은 이펙트는 뜨지 않지만 이번엔 억지개방이라서”
이능력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체내에 정제기관이 존재하느냐 마느냐로 정해진다. 정제기관이 존재하는 이는 적응 스탯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이 정제기관으로 아우르의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정제하고 그 정제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 이능력의 원리다.
그렇기에 감염자들은 아우르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정제기관이 새롭게 형성되고, 그로인해 이능력자가 된다.
다만 형성되는과정에서 감염자가 되는 시간이 더 빨랐을 뿐.
운 좋게 기관이 먼저 형성되면 감염자가 되지 않고 이능력자가 될 수 있다.
이능력과, 적응 스탯의 효과는 바로 이 기관의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능력이 높아질수록 정제기관의 내구도가 올라가고, 체내에 정제된 에너지를 쌓아둘 수 있다.
적응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정제의 효율과 성능이 올라간다.
그리고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이능력 스탯도 적응 스탯도 처음부터 존재하며, 각각 기본적으로 10과 5로 낮지 않은 스탯을 가지고 있다.
보스격 고넴들이 심심하면 세 자릿수의 스탯을 들고 나오고 우리도 성장하면 결국 그렇게 괴물 같은 스탯을 보유할 수 있기에 굉장히 낮아 보이지만 5와 100이라고 해서 실질적으로 20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있는 기관을 이렇게 억지로 깨워주기만 하면, 이능력이 개방되는 것이다.
“이제 무슨 능력인지 알아보자. 이렇게 뚫어버리면 단점이 순도 100% 랜덤이라.”
이게 문제일 뿐.
스탯, 체질, 특성에 이어 이능력조차 랜덤. 심지어 정규 루트를 밟으면 발현 계기에 따라 개방될 능력의 방향성이라도 정할수 있지만, 지금은 순전히 100% 랜덤.
“써본 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랫목이나 윗가슴에힘을 주는 느낌을 내면 뭔가 새로운 무언가가 생긴 기분이 들 거야.”
그게 바로 정제기관의 감각이다.
“이 감각이 중요해. 정제기관을 활성화 시키는 게 이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예열 같은 거니까.
저 파란 막대기가 사실은 회색 막대기라고 봐야해. 이 과정을 통해 파란 막대기가 되는 거야.
충분히 활성화 되었다면 몸에 새로운 기운이 도는 게 느껴져.
그럼 이제 그 기운을 어떻게든 사용해 보는 거야
루미나 같은 순환이면피가 흐르는 느낌을 따라 돌리면 되지만, 보급습격하던 그 친구들처럼 방출계열이면 어떻게든 몸 밖으로 끄집어 내야하니까
그 부분은 뭐 여기 한 30분 박혀서 해보자. 뭐든지 기본은 비슷하니까 처음엔 튜토리얼 밟는 거보다 여기서 시간낭비하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내 능력은 ‘촉진’ 개 병신 같은 능력이 걸렸다.
[이능을 발견했다.]
[‘촉진’ - 당신의 신체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변화하여 적응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이로운지 해로운지 가리지 않을 것이다.]
개쓰레기 같은, 아니지 어차피 페칸스에 지원할거니 오히려 좋다. 연구나 가속시키고 점수 먹고 회차 끝내야지
-누구 이해하신 분?
-난 못 했는데
-일단 난 아님
“안 해봐서 그래, 해보면 알아. 개 똥같은 거 뽑아서 화나니까 빨리 페칸스나 가야겠다.”
폐광에 다녀오는 동안 잡은 전갈들 덕에 또 조금의 여유스탯이 생겼으니 적응을 14포인트까지 투자하고 페칸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