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009 - 자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참 쉽죠?
“페칸스 간 다음에 점수 받고 손 놓을 거야. 못 봐서 모르겠지만 세력마다 스탯비석 있거든? 거기서 점수 찍힌거만 보여주고 세이브 터트린다.”
개똥스탯에 좆진들고 겜하라고? 에바지~ 그래도 촉진이라 점수 조금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체질이랑 특성을 아직 못 봤다.
일단 병자멸시나 관련 계열은 아닌데, 페칸스 가입할 때까지만 얌전히 있어줘.
***
외벽을 나와 또 다른 폐광을 향해 걷는다. 이번 폐광은 이전 폐광과 다르게 고젝에 속하는 폐광이다.
그렇다 내가 능력을 뚫기 위해 찾은 폐광은 랜덤생성이다. 광산정도 되는 큰 오브젝트기에 어느 정도는 정해진 로테이션이 있지만 기본은 랜덤이다. 덕분에 헛걸음질 좀 했지.
-아 어쩐지 전갈 많이 잡더라 랩땅기는 줄
“그것도 있긴 해. 완전 끝까지 가야하는 것도 아니라서, 어느 정도 가보면 티가 나거든 있는지 없는지, 주로 길의 상태로 알 수 있지 폐광이라는 건 사람의 손이 닿았던 적이 있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흔적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가면서 경험치 좀 벌고 아니다 싶으면 선회해서 다른 곳으로 가고 다행히 금방 찾았는데 운이 안 좋을 때는 5번이나 헛걸음을 한 적도 있다.
참고로 로테이션 위치는 파악한 게 7군데인데.
“페칸스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하자. 얘들은 광산 하나를 점거에서 거기에 자리 잡고 연구와 복지활동을 하고 있어. 듣기로는 광산 강탈할 때도 무혈로 입성했다고는 하는데, 100% 무혈인지까지는 모르겠네.”
최대한 인명 피해를 줄이긴 했을 거다. 그런 조직이니까
-근데 왜 광산을 강탈해? 그냥 폐광같은 거 잡으면 안 되나?
“거리가 먼광산은 안정적인 채굴을 위해 도로도 깔고 도로가 깔리면 일반인도 일단은 왕복할 수 있으니까. 도로채로 점거한 셈이지.”
-도로 채로 점거했는데 그걸 놔둬?
-그러게 광산 뺏긴 건은 그렇다 치고 도로는 꼬와서 박살낼만하지 않나?
“파라디수스도 병신이 아니니까 페칸스가 가만히 있어주는 거로 만족하는 거지 당장은. 말했잖아 유이가 게임 종료버튼이야”
-앗, 아아…
-그렇다….
“아무튼 파라디수스는 나름 계략을 꾸미고 있지만, 당장은 내버려두는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는 거지.”
도시에서 북동쪽.
지도상으로는 완벽한 북쪽. 크지는 않지만 아우르의 에너지 농도가 짙은 광산. 채굴 및 정제효율을 생각하면 낙원 측에는 되찾기에는 수지가 안 맞는 이곳.
바로 이곳에페칸스가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ㅇㅎ 개깡패가 서식하는 거로 모자라서 수지타산도 안맞아서 내버려두는구나
-수지가 안 맞는 곳을 왜 개발함?
-글게 안맞으면 버린다했는데
“농도가 짙으니까. 처음엔 정제하면 효율도 좋을 줄 알았던 거지, 농도가 짙은 만큼. 근데 실상은 별로였고.”
하지만 자원은 2차적인 목표고 아우르 그 자체에 대한 연구가 본 목적인 페칸스에게는 그야말로 최상의 자리.
파라디수스가 광산을 버린 이유이자, 페칸스가 하필 이곳을 빼앗은 이유에 해당하지.
“다행히 이곳에 오는 동안, 그리고 이곳에 도착한 이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일단은 안심이 되네용 오홍홍”
-ㄴㅈ
-노잼
-ㄴㅈ
“아가리 쌉쳐. 공략 보고 싶다매.”
-킹치만 이미 도감도 6개나 뚫었고, 원리도 알게 되었으니 더 봐도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걸
-사복검은 좆병신 똥무기다. 10번만 연속으로 붙어줄 놈 구한다.
-그걸 안 버리고 계속 한다고?
-염력 같은 능력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게임에서 나오는 무기를 신체에 연장선처럼 다루는 능력 있으면 될 거 같아서. 능력 뚫는 법 보자마자 바로 도감작 달렸다.
“대단하네. 그걸 생각하고 활용하려고 하는 것도, 그새 도감작을 한 것도.”
멀티플레이에서는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달성 점수에 따라 주어지는 커스터마이징 스탯 포인트가 다르고, 도감에 등록된 장비나 능력에 한해서만 선택 가능해서 고인물을 가르는 선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운빨 ㅈ망겜에서 운빨을 거르고 멀티를 즐길 수 있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지.
즉, 이능력을 강제로 개방하는 방법과 개방한 이능력을 확인하는 방법을 보자마자 바로 도감런을 해서 맘에 드는 능력을 뽑고 PVP에서 재도전을 하는 중이라는 것. 대단해.
***
페칸스의 본진이 있는 이곳은 세계관 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방문할 수는 없는 마을이라는 개념과 가장 인접한 곳이다.
기본적으로 ‘중앙 낙원’과 그곳에서부터 뻗어져 나온 ‘낙원 지부’ 및 도로를 제하면 적응기관 즉, 적응 스탯이 없는 인류는 살 곳이 없다시피 한데.
이 낙원이라는 개념이 처음부터존재했던 것이 아닌 만큼. 지금은 철저하게 관리 중인 정화장치가 전쟁 이후 초창기에는 나름 많았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살았고, 그 주변에서 살던 이들은 낙원으로 이주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안주한 곳에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적응 능력을 발현한 이들만이 살아가는 마을 또한 존재한다.
전자는 자세한 메커니즘은 잘 모르겠다. 말했다시피 못가니까. 그리고 이곳도 닮은 장소지 마을은 아니니까.
후자는 더더욱 모르겠다. 벽 밖의 대기에는 적응했다 치더라도 인간이 먹고 살만한 곳은 아닌데, 북쪽을 제외한 다른 방향은 다른가? 후속작에 기대해 보자.
아무튼 포인트는 본래라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순전히 페칸스가 눌러앉았기 때문에, 방역복 입고 하루에 4시간정도 채굴하고 교대하던 광산이 이렇게 활기찬 소규모 마을이 되었다.
-먼가 도시보다 초라하긴 한데 밝네
-그르게 판타지 애니나 소설에서 나오는 활기찬 도시같은 느낌?
-ㄴㄷㅆ
“다른 지부는 안 가봐서 확답은 못하지만. 적어도 현재버전의 OO를 기준으로 페칸스는 최고의 아우르 연구 기관이자 극광병 연구 기관이며, 동시에 최강의 무력집단이야. 사실 무력집단 쪽은 워낙 윗동네 사람들의 힘이 남달라서 내가 아직 모르는 세력이 있으면 구도가 바뀔 수는 있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최강의 무력집단이지.”
-그렇게 들으니 넘사벽 그 자체네
-이정도면 프리메이슨 아니냐?
“프리메이슨 같은 세력은 따로 있어.그 새끼들 시바 전력파악도 위치파악도 아무것도 안돼서 문제지.”
그 새끼들만 뚫으면 2000점 뚫을 것 같은데.
-그럼 걔네가 주인공이냐?
-주인공이 시바 겜 끝날때까지 등장도 안함?
-아 그르넹 ㅎ
조곤조곤 떠들다 보니 어느덧 광산 앞.
딱히 감시도 경비도 없이 휑한 입구.
그나마 출입의 편의성과 광산의 안전성을 위해 지어진 건축물들만이 한때 사람의 발걸음이 닿았던 곳이라는 것을 입증할 뿐.
-을씨년스럽네
-페칸스 얘들인 채굴 안함?
-코인은 언젠가 떡상한다 ㅏㅡㅏㅏㅏㅏ!!!
“여기 부단장이 존나 유능해. 감염자면서 능력자인데, 다른 감염자들의 감염의 진행도도 멈추고, 본인 스스로 정화탑의 역할도 하고, 신규 감염자의 발생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 씹오벨아님?
-왜 페칸스는 파도 파도 괴물만 있냐
-걘 또 몇위야 걔가 1위야?
-1위 감염 안된다고 했음
-아 기네
“전투능력은 약해. 죽이기도 쉽고. 죽이면 바로 1위 발작버튼이라서 나중에 1위 전투력 보고 싶으면 죽여 봐. 2위가 너무 위엄이 넘쳐서 1위가 묻히기 쉬운데 눌러보면 1위가 왜 1위인지 알 수 있어”
-무서워 대신 눌러줘
-공략 ㄱ
“지랄 마. 나도 무서워. 3등 체력도 3도트 이상 못 까는데 뭔 공략이야.”
-ㄴㅈ
-나락
-나
-나
-락
-나
“오랜만에 들어오는 광산이네, 자! 여기 굴러다니는 거 아무거나 집어서 먹으면 감염자가 될 수 있어용! 혹시라도 당장 오늘만 사는 플레이를 하고 싶으면 먹어봐도 좋아!”
감염자는 일반적으로 이능력이 뚫린다.
왜냐? 체내에 들어온 에너지를 배제하려고 하니까. 신체의 극히 일반적인 항균작용이라고 볼 수 있지.
그 과정에서 정제기관이생성되어 정제된 에너지를 품을 수 있고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단지 신체가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에 오염되는 속도가 일반적으로 더 빨라서 감염이후에 이능력자가 될 뿐이다.
참고로 감염자가 되어도 정제기관이 생성되지 않는 사람은 빠른 시일 내로 죽는다.
실제로 역사상 아우르의 발견 초창기에는 그런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나름 인류가 진화를 해서 이제는 대부분 조금이라도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더 진화하면 이제 그냥 번거로운 병이 될 뿐 죽을병이 아니게 될 수도 있고.
이제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감염되지 않은 채로 이능력을 개화한 뒤 감염자가 된다면?
아우르를 주워서 처먹는 극단적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쉽사리 감염자가 되기 힘든 이능력자들이 아우르를 집어 처먹어서 감염자가 된다면?
그 과정에서 신체는 당연히 정제기관을 혹사시키고 정제기관은 강해지고 이능력 역시 강해진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죽으니까 살아남으면 무조건 강해진다.
회광반조라고 할까? 적응스탯이 20이상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 그러면 ‘강한 이능력자’가 아닌, ‘강한 이능력자가 될 뻔한 것’으로 변할수도 있다.
근데 난 적응이 14란 말이야. 게다가 좆진도 달고 있어서 20으로도 모자를 지도 몰라. 패시브능력 같은 거라서, 한번 ON으로 바꾸면 안 꺼져.
그래서 대충 하나 집어들고 근처에서 광산 까마귀들이나 잡으려고 했는데.
[체질을 발견했다.]
[‘항생’-당신에게 세상은 더더욱 가혹하다.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해져야했다. 당신의 몸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외부의 자극에 대한 저항 판정치를 크게 가져간다.]
이거면 쌉가능이지. 바로 쳐먹으러 간다.
-이게 뽑히네
-벌써 감 다 잃었네
***
페칸스의 입구 종종 보였던얼굴이 경비를 서고 있다. 고넴은 아니지만 페칸스정도 되는 핵심세력이면 간부진은 폐광처럼 어느정도 로테이션이 돈다.
세부정보 역시 로테이션이라서 사실상 팔레트 돌려쓰기 같은 느낌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반가운 얼굴임에는 변함이 없지.
그 반가운 얼굴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막아섰다.
“음, 굉장히 순도가 높은 아우르로군. 루치마를님이 계신다고는 해도 그렇게 들고다니는 행위는 건강에 좋지 않아.”
경계를 하면서도 나에 대한 걱정을 먼저 뱉는다.
형식적인 걱정이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역시 페칸스 소속은 다 나사가 빠져있는 게 틀림 없어.
“시엘라님을 뵙고 싶습니다. 계십니까?”
“시엘라님이야 언제나 이곳을 지키시네만, 무슨 용건이지? 그분을 걱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나름 경비라서”
“그럼 말씀 좀 전해주시겠어요? 지금 제일 필요한 어린 양이 왔다고”
페칸스. 죄인들이라는 뜻이다.
딱히 기독교적인 요소가 느껴지는 게임은 아니지만, 곳곳에 관련된 단어의 사용이나 신념이 담겨져 있는데, 이들이 특히나 그렇다.
언제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형식적인 고해성사는 하지 않는다. 다시 죄를 범할 것이기 때문에.
신이란 존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지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죄가 깊어 더는 우리를 내려봐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리라 믿지만, 자신들만은 천국에 가려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죄를 대신 짓고 자신들의 손만을 더럽히면서 자신들의 품 안에 존재하는 이들만은 사후에나마 평온하길 바랄 뿐.
원한의 고리가 실존한다면, 자신들의 평생을 갈아서 고리를 끊고자 하는 이들.
그런 그들에게 어린양이란 인류가 자신들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신에게 대신하여 받치는 제물. ‘선한 어린양’
요컨대 제일 필요한 어린양이라 함은 최적의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것.
바로 이 몸을 말하는 것이지.
이제 나의 의사표명을 하고, 페칸스에 소속된 뒤에, 페칸스에 있는 장비 도감 몇 개 채워준 뒤. 적당히 눈을 감아주면 될 것 같다.
***
[현재 점수]
[1233점]
[마지막 진행도]
[새 시대를 위한 희생양 – 성공]
어, 수고했고 본방 뛰러 가야지.
-아 이걸 튀네
-ㅅㄱ
-아니 도감을 여기서 채우냐고 ㅋㅋ
-ㄹㅇ 난 못간다고~~
아 꺼졍. 이제 자러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