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011 - 물이 맑으면 미꾸라지는 잡혀 (12/99)



〈 12화 〉011 - 물이 맑으면 미꾸라지는 잡혀

사람은 후회의 동물이다.
기시감이 좀 드는데. 아무튼.

기상, 일주일 중 가장 체력적으로 지친상태에서 게으르게 시작하는 토요일.
특히나 새벽까지 겜하고 떠들고, 졸리니까 늦잠자고, 생활패턴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특히나 평일에도 안정적인 게임타임 확보를 위해 주말에도 무리하지 않으며 생활패턴을 확립해온 나에게, 새벽활동은 더 큰 피로를 가져왔다.
그렇게 게으름 피우길 2시간.

PM.02:00

평소 기상 및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이 6시인 것을 생각하면8시간이나 빈둥거린 셈. 아 몰랑. 토요일인데.

***

토요일. 오후 2시. 커뮤니티를 구경하기 가장 좋은 시간.

[갤주어디갔냐고]

-대체 고정이 뭐하는 능력인데 시발~

>고장이 아닌지 잘 읽어봐
>ㄹㅇ 빨리와서 탄력이 뭐하는 능력인지좀 알려달라고

[야 페붕이들 뭐하는 얘들이냐 진짜]

-얌전히 들어가서 도감 채우면 노잼이니까 잠입하려고 했는데 죽고 300점 뚫었다. 얘네  있냐?

>ㄹㅇ 그냥 착하고 힘쌘 바보병신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봄
>멸망뭐시기가 거기라매 확실히 평범한 얘들은 아님 ㅋㅋ

[OO는 무적이다 갤주는 신이고]

-이 몸 플탐 5000시간. 헛된 시간이었다.

>이거 오픈하고 얼마나 됐냐 5000시간이면 진짜 먹고자고싸고OO했냐?
>넌 진짜  밖에 나가라

[확실히 뒷일 생각하면서 하니까  재미있는 거 같음]

-대왕 귀신전갈도리젠위치 랜덤인줄 알았는데다 이유가 있더라

>빨리 공략
>빨리 글써 정신 나갈 거 같애

그 외에도

[솔직히 캐릭가챠 늘어난 것만으로도 꿀잼이면 개추]
[야 사복검 이제 조금 쓸 수 있을  같음]
[세상이 바꼇냐 야비군 다녀오니까 PVP에 이상한 무기가 돌아다녀]

쟤는 아직도 포기를  했네.
저 정도  사랑이면 나중에 사복검의 좋은 예를 한번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활기차고 활발하게 활성화 된 게시판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대로 3개월 정도만 있어도 아마 루미나 클리어인원이 나오지 않을까? 아마 조금 불합리하다 싶은 부분이나 말도 안되는 부분만 내가 공략으로 짚어주면  빠를 수도 있다.

 시뮬레이터 시발 늘어나는 것이라고는 플레이어의 지식과 피지컬 밖에 없는 다회차 권장 시뮬레이터면서.
다회차 전제니까 이정도 불합리함은 괜찮겠지? 라는 악의가 느껴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의 정체가 그렇다.

뭐든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뭣도 아닌 주인공은 과거의 배경을 플레이어가 직접 설계하고 상상해서 그려낸  그에 맞는 컨셉플레이를 알아서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종종 플레이어를 의심하거나 경계하는 NPC도 있고, 보통 그런 NPC는 보스격 고넴이며, 그런 놈들한테 의심을 사고 경계를 당하면 그 이후에는 반대쪽에 붙거나 다희랑 놀아야 한다.

다회차 혜택은 ㅈ도 없으면서 다회차를 전제로 삼은 설계와 다회차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는 크다.

그런 부분은 내가 도움을 주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공략이 아니라 조언형식으로.

전부 다 알려주면 재미가 없잖아. 맞지?

솔직히 이 겜을 1년을 쉬지 않고 했는데 내 피지컬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결국은 나쁘지 않다 정도이고, 나보다 뛰어난 이들이 훨씬 많으니까. 노력하면 아니면 다른 공략법을 찾는다면 루미나는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유이도 어떻게 안개를 봉인하고 붙으면 할만 할지도 몰라.

근데 시엘라는 아니야. 솔직히 걔는 아무리 약화 이벤트를 성공시키고 대 전용장비와 최적화 스탯  체질, 특성, 이능을 챙겨도 각도기가 넘어진다.
그런 미래가 이미 보였다.

시엘라 만큼은 너희들이 잡아 줘야해!!

***


우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방송을 켜놓은 상태로 샤워를 하고 왔다.

-주인장 문 열어!
-아 빨리 문 열라고!!!
-니 점수에 잠이 오냐!

지랄이 나있군. 솔직히 내 방송은 다시보기로 지쳤을 때 보고 자기네들 공략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래서야 언제 루미나 얼굴 볼거야.

-응 지금이 쉬는 거야~
-사람은 원래 낮에 자는 거야.

미쳤네.

“자, 오늘은 1번 세이브로 진행한다. 2번은 일단 냅뒀는데, 저대로 자동진행 돌려도 충분해. 세상에 불만이 많은 친구. 이름이라도 정해줄까? 오늘부터 불붕이야. 불만이 많으니까.”

-;;;
-?
-??
-에반데;

“조용히 하세요. 예?”

어차피 내 캐릭터인데.

“자, 다시 오늘은 우리 불붕이로 진행을 할 거에요. 불붕이는 불만만 가득해서 정규군에도 반란군에도 심지어 봉사단체 두 군데와 신문사 및 유통업체에도 취직을 못하기 때문에. 절찬리 깽판을 치고 다녀야해요!”

-신문사랑 유통업체는  뭐냐?
-왜 아직도 세력이 남아있는데

“아. 나중에 하자 거기도 설명하면서 하려면 또 시간 한참 낭비되잖아.”

초기 스탯  60 간신히 넘던 똥캐를 버리고 온건 좋지만 사실 불붕이도 스탯만 우월하지 불만충이라서 진행이 쉽지 않다.

특히나 양쪽에 고춧가루를 뿌리며 이득을 빨아먹는 플레이는 초반에는 성장이 굉장히 쉽지만,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나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확립해야 하고, 무력을 과시해야한다. 나라는 존재를 불합리한 존재로 여기게 해야 한다.

단일 세력으로 잡기에는 리스크가 크지만, 협력은 할  없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싸우자니 계속 방해를 뿌리러 오는데, 무리해서 잡고 시작하면 상대 세력한테 먹힌다.

그게 내가 취해야 할 포지션.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성장인가?
그런데 당장은 교전이벤트가 없다.
어디서 알아서 경험치를 벌어먹어야 하는데.
양쪽세력에 발을 걸치고 해본적은 있어도 양쪽세력에 척을  적은 없어서 앞길이 갑자기 막막하다.

“야 고인물들아 보통 경험치 앵벌이는 어디서 해?”

-? 누구 고인물이신분?
-글쎄요? 저는 청정수도 못되고 맑은 수분 정도 될 듯
-그걸 왜 니가 물어보냐 ㅋㅋ

“나도 중립플은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개썅독고다이 중립은 처음이라 당장 이벤트가 비네.”

-이벤트가 원래는 안 비는 구나 ㅎㅎ
-저희는 이벤트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ㅎㅎ

시발 게임을 발로 했나

-솔직히 발을 움직일 때도뇌를 쓰니까 우리는 머리카락으로 했지
-머리…카락? 지금 탈모인은 게임도 못한다는 겁니까?

“개소리 그만들 해. 일단 그럼 마을 가본다. 내벽에인접한 번화가 돌면서 사건의 냄새를 맡아보자.”

-킁킁 무슨 냄새 안 나?
-고거슨 제 정수리 냄새구연
-님 인중냄새구연

***

번화가. 사실 별로 번화하지는 않다. 일단 다른 대륙은 아예 등장도 언급도 없어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OO의 무대가 되는 대륙은 인구도 많지 않고, 그마저도 북쪽은 특히나 인구가 적다.  사고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사람이 많이 그나마 모여 있는 곳이니까 여기서 어떻게 이벤트 몇 개 잡고 시간은 벌어보자.
시간은 돈이고 금이고 생명이다.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면 불붕이에게 존재하는 미래는 시궁쥐 웰빙 뷔페 뿐.

“그럼 우리   없는 친구들을 위한 이벤트 잡는  하나 강의 한다.”

-드디어 정신 차렸구나!
-역시  공략러가 딱이야 질문은 어울리지 않아

“우리 청정수조차 못되는 수분 입자 친구들은 이렇게 돌아다니면서도움을 요청하는 NPC들을 도와주고 다녔겠지요? 그래서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없어요!”

물론 NPC들과의 관계는 소중하다. 소소한 보상도 받고 NPC들과의 관계를 쌓아두면 추후 이벤트로 변화할 수도 있고, 가치 있는 보상을 받게  수도 있다,
 역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지.

하지만 그건 그런 컨셉의 플레이를 하면서 마음을 정화할 때나 필요한 것. 수라의 길을 걸어야 하는 불붕이는 그럴 수 업다.

“그러니까 퀘스트를 찾지 말고, 소란이나 모임, 흔히 말하는 동네 아주머니 회를 찾아야 해.”

마침 고철상 앞에 모여서 떠들고 있는 시민들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이들에게 난 외부인이고, 신뢰도 없다. 당장 다가가서 ‘무슨 일 있습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는 모험가 협회 소속 C급 모험가 불붕이입니다.’ 같은 전개는 이 염병시뮬레이터에 존재하지 않는다.
조용히 엿들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이럴 때는 담배라도 꺼내 물면 좋겠지만, 게임 내에서 담배는 고가의 기호품이거나 진짜로 신체를 갈아버리는사신 초대권이다.
그냥 얌전히 기척이나 숨기고 죽은 듯이 있어야겠다.

“……말게나!  일과 보급이 줄어드는 일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지네들이 언제 우리를 신경 쓰기나 했던가? 불합리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네.”
“쯧쯔, 이번 차례인 사람들만 불쌍하게 되었지.”

과연 내 탓이로군.

OO는 사실상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를 적당히 반반 섞어서  좋은 쪽으로 그려낸 세계관이다.
그럼필연적으로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이들은 단순 생필품을 낙원으로부터 지원받는다.

그 내용물은 주로 식량.

당연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외벽밖으로 나가기도 힘들고, 나가서 살아남기도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땅조차 비옥하지 못하니 최소한의 목숨줄을 이어가기 위한 식량정도는 자급자족을 할 수 있더라도.
그는 결국 상황이 악화되는 고리의 시작일 뿐이다.

목숨줄을 이어나가기 위한 양의 식량으로는 신체의 활력이 부족해지고,
신체의 활력이 부족해진다면 다시 연명하기 위한 식량을 수급하는데 지장이 생기며,
식량을 수급하는 것에 지장이 생긴다면 결국 삶을 이어갈 수 없어진다.

때문에 결국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조직이더라도 낙원의 지원을 받아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사냥을  수 있다면 아주 약간의 숨통은 트이겠지만, 외벽 밖에서 오랜 시간 활동할 수 있는 이는 드물고,
역병여우는 그 이름에 맞게 적당히 구워서 먹는 정도로는 식량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그나마 귀신전갈은 신체의 크기를 얻고 꼬리의 맹독을 잃었기에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고,
전갈류가 그러하듯 꼬리만 잘라내면 독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지만,
드넓은 사막의 한복판에서 전갈을 찾아서 잡는 것이 또 쉬운 일은 아니지.

다시 말하지만 일반 시민은 밖에서 어영부영하다가는 졸지에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을 것이고.

요컨대 나 때문이라는 것인데…

ㅎㅎ…ㅈㅅ;;

“이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까 스킵하자. 내가 반군으로 뛸 수 있으면 정체를 숨기고 식량창고 기습 같은 이벤트를 만들겠지만, 우리 불붕이 약한 자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 약함?

“약하니까 병에 걸리는 것이다. 이능력과 적응이 기본스탯만 되도 일상생활로는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ㅋㅋㅋ 그럼 파라디수스는  약함?

“강자의 명에 굴복하는 것은 약자들이나 하는 짓, 이 불붕이 결코 계급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ㄹㅈㄷ네 ㅋㅋㅋㅋ
-왜 갑자기 또라이가 됐냐?

원래 또라이였어. 이 지랄시뮬레이터는  정신으로 못해. 지금부터 본방이다.
페이스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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