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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012 - 물이 맑으면 미꾸라지는 잡혀 (13/99)



〈 13화 〉012 - 물이 맑으면 미꾸라지는 잡혀

“아 스탯 어디서 벌지?”

무려 4개의 냄새를 맡았지만, 이번 습격이 컸는지 다 같은 화제였다.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줬다면, 정상적으로 보급이 진행이 되었거나, 반군 측에서 보급을 풀어 일반인들의 지지를 얻었거나, 둘 중 하나라도 이뤄졌겠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훼방을 놓아버렸기에 이들은 사실상 나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이것이…약자의 삶인가? 하찮군.”

-시발 니가 조져놨다고 ㅋㅋㅋㅋ

안 들린다. 아니지 안 보인다.

조금만 더 돌아보고 없으면 필드네임드라도 잡으러 가야겠다. 한 이틀정도? 구르면 다른 이벤트가 열리겠지.
다음 교전이벤트에 참여해서 물을 흐리기에는 조금 힘들  있지만 어쩔  없다. 그냥 가능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럼 농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모르겠네, 듣기로는 감자는 완전히 망했다고 하던데”
“이런 올해는 식량도 걱정해야하는가?”

 어차피 올 겨울은 못봐 수고~. 아, 이게 아니다 방금 저 대화 굉장히 유익한 대화다. 스탯의 냄새가 난다.

다가가서 조용히 대화를  엿듣자 아니나 다를까.

[이벤트를 발견했다.]
[변한 세상의 가혹함은 인간에게 한정되지 않았다. 이유모를 싸움, 그리고 그 여파, 짐승들은 삶의 터전의 변화를 감지했고, 터전을 벗어나기를 희망했다.]
[자그마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몰고 온다. 짐승에게 작은 시련은 인간의 큰 시련이 되는 것 역시 그러할 것이다.]
[이들은 당장 올 가을의 흉작을 느끼고 있으며, 당신은 조금 더 큰 변화를 주도할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지

“이게 바로 퀘스트와 이벤트의 차이점입니다. 아시겠나요? 목표도 없고, 보상도 없이, 그저 행하고, 그것을 보여주면, 그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고, 세상이 변하는 것. 그게 바로 지랄시뮬레이터를 플레이하는 방법이다 이겁니다.”

-이제 변수조차 아님 ㅋㅋ
-진짜로 겜하면서 스탯 비석이랑 종료버튼, 점수창 제외하면 시스템 메시지 처음봄.

“어떻게 할까? 불붕이는 약자는 베고,  약한 자도 베어야 한다고 하는데.”

-너가 개판 쳐서 짐승들이 서식지를 옮겼고,  과정에서 농장이 털린 거임?

“농장은 안 털렸겠지. 벽 안에 있는데. 근데 벽 밖에서 뭔가를 했는데 그게 들짐승한테 털렸고, 그게 감자를 개 박살내는데 한 몫을 했나봐.”

-돕는거랑 둘다 엿먹이는거랑 뭐가 더 보상 큼?
-보상 큰 쪽으로 가자

“그건 나도 아직 몰라, 이 시뮬레이터 게임시작시간부터 가상 시뮬레이팅을 하는  아니라, 시작 전 2년인가 3년부터 시뮬레이팅을 시작해서, 기본 큰 틀은 똑같지만 이런 작은 거는 매번 바뀔 수도 있어.”

-시발 상점위치나 주인이 그래서 바뀌는 거였냐
-어쩐지 분명 똑같은 이름에 똑같은 가게에 똑같은 얼굴인데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더라

“그러니까 일단 진상부터 조사를 해볼까요? 나 불붕이 궁금한 것은 참지 않는다. 가자.”

-시발 적응 안되네 ㅋㅋㅋㅋ

***

외벽에 농장은 많지 않다. 밭이 모두 한사람의 소유는 아니지만,  자체는 적기 때문에 당사자를 추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애당초 대놓고  위에 멍하니 주저앉아 항하사가 참으로 모래알의 개수를 세다가 탄생한 수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는 이가 한명 뿐이었으니.

“모래알을 세고 있나?”

-냅다 시비까네 ㅋㅋㅋㅋ

그가 조심스레 나를 올려다 본다.
딱 봐도 잘못 들었다는 표정이다.

“모래알을 세고 있는지 물었다. 밭을 가졌다는 것은 외벽민 중에서는 부유하다는 것이고, 동시에 책임이 있다는 것. 밭을 일구지 않을 것이라면 다른 열정이 있는 이에게 양보하지 그러나?”

물론 열정이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수확을 해서 비싸게 팔아먹을 생각뿐이겠지. 아마 낙원에서 가격규제를 내리지 않았으면 외벽민들은 진작에 자정작용으로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강경파 머저리들 이 간단한 것을 안 하는 것을 보니, 거기도 결국 잘 버텨봤자 집안싸움으로 망할 풍조다.

“남의 속도 모르고 막말을 하는 겐가?”
“딱히 알 필요는 없지, 군인은 당장 오늘을 살아가기 지쳐도 자살을 할 것이 아니라면 전쟁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군인으로의 의무니까. 너 또한 그렇다. 외벽에서 지주로서 밭을 일굴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을 고용해서라도 밭을 놀리지 않을 의무 역시 있다는 것이다.”

궤변 같은가? 하지만 맞는 말이다. 외벽민들에게 있어서 지주라는 것은 낙원에 입성하지 않는 이상 최고의 지위중 하나다.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 이상 굶어죽지는 않으니까.

사실 진짜로  필요 없기도 하다. 정말로 확인해야 하는 정보는 이미 조사하고 있으니까.
예를 들어 밭. 씨앗조차 뿌려지지 않은 것 같은 밭. 이곳에는 크게 두 종류의 감자가 있다.

봄에 심어 여름 동안 키워 가을에 수확하는 감자. 평범하고 퍽퍽하며 맛이 없다. 수확량을 극으로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사막 같은 이곳에서도 잘 자란다.

그리고 가을에 심어 겨울을 키워 봄에 수확하는 감자. 이건 배를 채워주고 영양소를 보충하는 쓰레기다. 식량이라는 말을 붙이기  미안하다. 하지만 땅을 쉬게 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잘 자라며, 봄 감자보다 수확양이 많다.

이기작으로 봐야할지 이모작으로 봐야할지 쉬이 구분이 가지 않지만, 겨울 감자는 감자보다는 쓰레기라 부르기 걸맞기에 이모작이라 하자.

-그렇게 맛이 없어?

“너가 생각하기에 가장 맛이 없는게 뭐야?”

-두리안?
-솔직히 두리안은 코가 마비되면 맛있음 괜히 과일의왕이 아님
-똥 어떠냐

“넌 똥을 먹어봤구나…난  먹어 봐서 비교를 못해주겠네. 그냥 맛없다고 할게.”

-똥먹은 에반데;
-똥먹충;;
-시발

하여튼 겨울 감자는 사실 잡초에서 영양소가 자란다고 보는 쪽이 맞다.수확을 하고 일일이 다시 제거해주지 않으면 봄에도 겨울 감자를 기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이지. 병신 똥 감자는 봄에 비옥해진 땅에서 길러도 병신  감자니까.

그런데 그런 작업을 한 정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봄 감자를 심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대충 실마리가 잡히는군.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나면 빈민가에는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마약.

플레이어가 간섭하지 않으면, 제대로 퍼지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사건이지만, 그 시작이 여기인 줄은 지금 처음 알았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지례짐작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마약사건에  몫 거들은 경험도 있고, 반대로 단속을 뛴 적도 있다.
눈앞의 농부를 마주친 적은 없지만,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 그 화분을 완전 밖에서 들여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어떻게 둘러대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속여서 농사를 조졌다고 믿게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이 사내가 높은 확률로 마약소동의 뿌리일 것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어차피  키워서 팔아봤자, 빈민가에 줄도 없어서 결국 빈민가 쪽 조직, 이름조차 없고 매 회차마다 고정되어있지도 않은 그저 그런 잡조직에게 고스란히 상품과 이익만 넘겨주게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선의를 품어도 시민들의 걱정은 덜어줄 수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씨앗을 구할 생각이 없었나본데.

“아니, 오히려  몸의 선의로 이곳 북서지부에 간악한 악의 무리의 마약사업을 원천 차단하였다. 역시 정의의 구도자 불붕이. 미래를 읽는 현안으로 오늘도 정의를 집행했다.”

-지랄 ㅋㅋㅋㅋㅋㅋㅋ
-아조시 그거 정신병이애오!

 그럼 이 이벤트가 시사하는 바가 뭘까? 단순히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알려준다? 그럼 이벤트로 표기되지 않는다.
정리해보자.

1.불붕이의 현안과 정의감으로 마약사건의 발생을 막았다.

-1번부터 지랄 났다 ㅋㅋㅋㅋㅋㅋ

2.그 과정에서 들짐승들의 서식지가 옮겨졌다.
3.그로 인해 미래의 마약유포범은 짐승들을 핑계로 자신의 죄를 숨길  있었다.
4.그리고 사람들은 짐승들의 서식지가 바뀌었음을 인지했다.

이정도가  것 같다.

-식량난은?

“그건 의미가 없어, 이벤트가 발생을 했든 안했든 결과적으로 수확되는 감자의 양은 변하지 않았을 거야. 이 사람이 이 밭의 지주인 이상.”

“즉, 식량난에 대한 불안은  이벤트를 소개하기 위한 소개문에 불과하고 이벤트에 내용에는 해당하지 않아.”

그러니 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그건 지금부터 찾아야 하고.
뭔가 작은 이벤트 하나 잡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스케일이 있어 보인다.


***

이런 전개는 처음이지만 이 마약사건은 익숙하다. 거래장소 역시 알고 있고.
다만, 감각이 날카로워 지는 기분을 지울  없다.

기백번이 넘는 플레이.
그중 이 일에 간섭을  횟수는 얼추 60%를 넘는다.
세력이 1개 빼고 다 외벽 쪽 세력인데 당연히 외벽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겠지.
돌려 말하면 이 사건을 해결하거나 키운 횟수도 100번을 넘는다는 뜻 일진데.
이번은 그간의 경험과 다르다는 것을 경험이, 기억이 속삭인다.

“먼가…먼가가 일어나고 있음.”

-시바 분위기 개박살내지말고 아가리해
-존나 느낌있게 설명깔아놓고 막판에 조져놓네

너희는나를 조금 더 아낄 필요가 있어.

-아끼는건 니가 말을 아껴야 하고
-얘는 왜 볼때마다 새로울까

아무튼, 이전 회차의 기억을 더듬으며 거래접선장소에 도착했다.
기억 상으로는 4곳 정도가 있었고, 세 번째 위치에 도착했을 무렵. 주변에 들짐승에 의한습격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별로 당당한 거래가 아니었을 테니, 운송 수단을 가지고 오지는 않은 걸까? 혈흔과 짐승과 인간의 싸움 흔적, 부서진 상자와 화분의 파편들.
내가 보급습격에 물을 흐린 것이 게임 상으로  3일전, 오늘 정보를 모아 움직이고 이곳에 도착했으니, 이곳의 전투는 어제 혹은 그제라는 뜻인데.

너무 빠르지 않은가?
당장 이벤트를 받아서 움직일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3일전에 내가 습격을 했고 그 싸움으로 움직였다면 짐승들은 2~3일 전에 이동을 개시했다.
그리고 습격은 1~2일전.

목적지를 미리 정하고 움직이는 것도 아닌 들짐승들이 습격장소에서 정 반대편에 가까운 이곳에 일직선으로 왔다고?
심지어 그렇게 오는 녀석들을 눈치도 못 챘다고?
얼마나 거래현장에 오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시간 낭비하다가 이렇게 중요한 거래 품목마저  박살을 내놨다?

다른 무언가의 목적이 있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할 세력은 적어도 내 플레이 기록에는 없다.
내가 모든 세력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내 업적 달성도 70% 보스들의 일기토를 해결하고 다닌다고 하여도 20%가 넘게 비어있다. 마치 몇몇 세력에 대해서는 마주치지도 못했다는 듯이.
나의 점수는 1724점. 몇 점이 만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맞아떨어진다면 최소 300점 좀 더 높다면? 2500점이라면? 5000점이라면?
단순히 북서지부에만 관계된 일이 아니라면?

“이게 게임이지. 루미나 잡느라 쌓인 스트레스 풀러간다. 어떻게 루트 돌입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다보면 감이 오겠지. 공략 끝났다. 사전답사 하러간다.”

-아잇 씨~팔 컨셉질만 존나 하더니 갑자기 뭐냐고~
-이제 너도 뉴비인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겜알못쉐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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