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013 - 물이 맑으면 미꾸라지는 잡혀
[나비의 날갯짓은 시작됐다. 당신은 이번 일이 단순히 사고로 인한 흉작이 아니라, 처음부터 농사자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당신이 모르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벤트를 습득했다. - 무대 밖의 사람들]
‘무대 밖의 사람들’
루미나를잡기 위해 난리를 치던 순간 내가 실패한 이벤트가 ‘커튼 뒤의 연출자들’
난 아직 그 이벤트의 전말을 모른다. 알려고도 해봤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루미나를 잡아보기로 했다. 실패했지만.
뭔가 결이 비슷한 이벤트 같지 않아?
드디어 실마리를 잡은 느낌. 참을 수가 없다. 두근거림, 설렘, 흥분.
-흥…분?
-어맛, 문란해
“불붕이 파란의 예감에 피가 끓는다.”
-시발 졌으니까 그러지 마
***
열심히 흔적을 조사하고. 주변도 관찰했지만 당장 남은 증거는 없었다. 모종의 거래 현장이 있는데 짐승들에게 습격 받아서 실패했다. 그런데 흔적이 없다?
이렇게 되면 맨땅에서 찾아가야한다. 어디를 찾아야할까?
경험을 되짚어보자. 가장 수상했던 곳이 어디일까?
이들의 정착지는 고정된 곳일까? 혹은 바뀔까?
벽 밖도 자주 돌아다녀봤다. 맵의 끝이 어딘지 알고 싶어서 무작정 탐험을 나선적도 있다.
이런 궁금증을 가진 다른 이들의 후기 역시 자주 봤다.
단순히 사막 어딘가에 정착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상불가능하다.
유저수가 몇이고 쌓인 세월이 몇인데, 발견이 안됐다고? 그건 우연이아니라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맞지.
-막 은폐하는 결계 같은 그런거는 없어?
“응 판타지기는 하지만 그런 계열의 판타지는 아니라서. 알잖아?”
-그래두 혹시나 했지 ㅎㅎ
-ㄹㅇ 기대 좀 했자너
그럼 당연히 벽 안에 있겠지?
광산을 점거한다? 그건 페칸스나 가능한 일이야.
북서지부는 크게 다섯 구획으로 나눌 수 있다.
소거법으로 계산하면 남동쪽 번화가에서 한발자국 벗어난 위치.
앙귀스에게서도 페칸스에게서도 가장 먼 곳.
파라디수스에서 가까운 만큼 그라티아와 거리를 둔 곳.
“오늘은 하루 종일 도시탐방이겠네.”
-다른 곳은 왜 소거하는 거야?
“이런 약이나 파는 얘들이 앙귀스나 페칸스 앞에서 설칠 수 있을 리가 없거든.”
***
번화가랑 다름없는 분위기.
인구 밀도는 적은 편이지만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을 정도의 차이.
내벽 앞이 안전하고 번화한 것은 맞지만 딱히 그들이 외벽민에게 친화적인 것도 아니니, 굳이 그곳에만 몰릴 필요도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일반인 중 파라디수스에 적대심이 있는 이들이 모인 곳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적대감은 있지만 표출할 자신은 없는이들.
관리체계에 대한 적개심을 들킬까봐 오히려 남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이들.
사회에 대한 경계가 타인을 향한 경계까지 이어지는 이들.
하나의 세력이 숨어들기에 좋은 곳.
그리고 수많은 회차를 파면서 한번도 집중적으로 끈덕지게 파고든 적이 없는 곳.
소거법 상으로도 완벽한 위치.
“여기에 숨어있을 확률이 높은데. 어떻게 찾아야 할까?”
크게 4개의 세력이 있고, 메인 세력은 아니지만 나름 테마엔딩을 1개씩 가지고 있는 유통업체와 신문사까지.
총 6개의 세력과뒤얽히며 업적을 무려 70%를 달성했는데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세력.
어느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보스 일기토를 걸고 다닐 때면 항상 실패했다고만 출력되며 나의 의욕을 갉아먹던 비슷한 느낌의 이벤트들.
어쩌면 시작이 잘못되어서 이벤트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
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꼬리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시~발 하긴 이렇게 쉽게 잡힐 꼬리였으면 진작 발견했겠지.
게다가 워낙 들쑤시고 다녀서 그런지 슬슬 주변의 사람들의 눈길이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말했듯이 이들은 스스로 제발이 저려서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이들.
당장 옆집사람마저 언제 뒤통수를 치고 나를 반란분자로 몰아갈지 두려운 마음에 이웃 간의 대화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외지인이 이러고 있으니 영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
슬슬 물러날 때가 되었나보다.
날이 바뀐다고 경계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이대로 계속 조사를 하는 것도 역효과겠지?
“아 원래라면 이 타이밍에 2번슬롯 파서 자살 조사를 하면 되는데”
-어 절대 안 돼
-ㄴㅈ
-ㄴㅈ
지랄났네. 이럴 줄 알았지.
얘들은 뭘 원하는 걸까?
적당히 사람이 안 오는 한적하다기보다는 을씨년스러운 골목의 빈 건물을 하나 잡고 밤을 보내기로 했다.
시간가속을 느리게 잡고, 기척감지 범위에 NPC가 들어올 경우 자동진행 해제를 걸어놓은 뒤 잠시 작전회의 시간을 가져보자.
“내 방식대로 하는 건 노잼이라고 싫다 했으니, 너희들의 방식을 말해 보거라.”
-말하면 하냐?
-ㄹㅇㄹ?
“그렇다 이몸 불붕이 한번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그냥 사람 썰다보면 무슨 일이던 일어나지 않을까?
-나쁘지 않네 개판치다보면 뭐든 되겠지.
“아니 시발. 사탄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견 꼬라지 ㅋㅋㅋㅋㅋㅋㅋ
“음, 아니야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아.”
-? 미쳐버린 거신가?
-인성 타령하더니, 인성에 전염되어 버린 모습이다.
“아니 조용히 해. NPC학살 하겠다는 게 아니라 개판 쳐보겠다고.”
대략적인 상황은 이러하다.
1. 나는 파라디수스에 소속될 수 없다.
2.또한, 그라티아에도 소속될 수 없다.
3. 현재 탐색 중인 세력은 제정신인 세력은 아니며, 소속될 수 있을지 여부 또한 불확실하다.
4. 현재 탐색 중인 세력은 다른 세력의 눈을 피하려고 하며, 위의 두 세력은 나를 경계 중이지만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 두 세력을 끌어들여서 이곳을 개판 쳐 놓으면?
어떻게든 뭔가의 액션을 취하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두 세력을 끌어들일까?
그라티아는 나에 대한 정보를 대략적으로 잡고 있다.
‘병자멸시’로 인해서.
게다가 나라는 존재가 자기네 앞마당을 왔다 간 이후에 자신들의 습격작전 정보가 누설되었다.
당장 추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의심을 하고 있겠지.
파라디수스는 나를 만난 적이 있다.
예의 순찰대장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보고 했는지.
그날의 습격을 토대롤 나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순수한 호의는 절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니까 만악의 근원이네
“어쩔 수 없어. 열심히 도전해보는 친구들은 이미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솔직히 등장세력 중에서 정말 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걸.”
-그렇더라 강경파 얘들은 막 전형적인 나쁜 애들인 줄 알았는데
-안나쁨?
-나쁘긴 한데 막 극악무도한 얘들까진 아니었어
-그건 어케암?
-얘하는거 보고 잠입 말고 그냥 정문으로 들어가면 되는거 아닌가 싶어서 인식표들고 구라 좀 쳤더니 들가짐
오! 오오!
“발전했구나! 잘 봐둬 저게 파라디수스 루트 타는 정석 방법이야.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저거만큼 뒷탈이 없는 게 없어”
-사기치고 군인인 척 한다고?
-그게 왜 정석이야 ㅋㅋㅋㅋㅋ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잖아. 너 주인공이 뭐하던 사람인지 알아?”
-? 뭐 있음?
-오 주인공 과거도 알 수 있음?
“아니, 모르는데? 그러니까 혹시 정규군 소속이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니야?”
-오;
-사고방식부터가 저희랑 다릅니다.
-아니 사실 맞지 군복을 안 입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니까? 모르니까 뭐든지 될 수 있는 거야.
“하여튼 그냥 상황과 이념이 부딪히는 전쟁 통에서 더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이 있을 뿐이지, 착한 사람은 없어.”
사실 평가점수는 상대에게 있어서 자신이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가를 나타내는 점수가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너무 과몰입 같아서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게임인데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시들어 버린다구!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군바리들이랑 다르게 반동친구들은 날 일단 의심하고 있으니까, 계기만 심어주면 추적을 시작하겠지? 그렇게 반란군친구들을 끌어들이면 좋던 싫던 군대친구들도 움직여야 할 거야? 희망적인 관측이긴 하지만”
세상에는 결과를 모르는 사건에 대해 최고의 결과와 최악의 결과가 있다.
OO는 늘 고점보다는 저점에 가까운 결과를 낳는 게임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시작도 전부터 이미 온갖 경우의 수를 짜놓고 시뮬레이팅을 돌려서 2~3년을 흘려보내고 그 결과물에 나를 떨궈 놓다보니,
정말 변하지 않는 요소들을 제하면 사실상 동일한 회차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런 상황에 적응할 새도 없이 살아가고 적응하고 더 나아가 뭔가를 이뤄 내야한다.
사실 이룰 필요는 없지만 눈 앞에 산이 있으면 오른다고들 하지 않던가?
참고로 난 안 오르지만 비슷한 거지.
***
얼추 10분정도 계획을 짜고 빠르게 시간을 돌렸다.
사실 계획이라 할 것도 없긴 해.
그냥 그라티아의 세력권 주변에서 알짱거리면서 시선 좀 끌고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는 것일 뿐이니까.
어차피 나에 대하여 알리는 것은 우리 킹자갓시님께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 가벼운 마인드로 주변을 돌아다니자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적의 어린 눈길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30분정도만 더 돌아다니면 되겠는 걸?
-아잇 싯팔 30분동안 좆노잼이라고?
-야 그냥 사람 하나 찌르면 안 돼?
“제발 인간성을 내버리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아냐 곰곰이 생각해보니 데이터잖아? 파일 하나 삭제해도 별일 없지
-ㅇㅈㅇㅈ 하나만 딱 하나만 눈감고 딜리트 누르자
“그렇게 지루해? 그럼 좀 쓸만한 이야기 몇 개 해줄까?”
-그럼 또 야정 코정이지 어디 한번 읊어 보거라
-사복검 공략줘…사복검 공략줘…사복검 공략줘…사복검 공략줘…사복검 공략줘…
-미친놈 좀 쳐내!!! 왜 여긴 싹둑이가 없어!!!
“사복검은… 이번 회차에서는 알려줄 방법이 없어. 그리고 내가 알려주는 것 보다 네가 담서한테 가는 게 좋을 거야.”
-담서가 누군데 씹덕아~
-또 시~발 지만 아는 이야기 하는 거 봐 태도가 글러먹었어
“아잇 시팔 나도 쓸 줄 모르는데 어쩌라고, 다음 회차 기다려”
***
“자 오늘 해줄 꿀팁은 캐릭터 스탯에 관한 이야기야.”
-또 무슨 비밀이 튀어나올려고 스탯이야기가 나와버리냐
-스탯에 아직도 비밀이 있다고?
“어 변동 가능 능력치 늘리는 법 알려줄거야”
-?? 늘어남?
-? 너도 5개였잖아
-아냐 얘 5개 다 뽑고도 활성화 돼있긴 했어
-ㄹㅇ?
“어 변동 가능 능력치 다 쓰면 서로 다른 2개 뽑아서 한 종류를 1개씩 찍을 수 있어.”
예를 들면 생명력과 지구력을 1개씩 뽑아서 이능력을 1개를 찍을 수 있다.
“업적 하나 달성하면 해금되는 기능인데, 게임 내에서 스탯을 25개 깎으면 가능해.”
-2…5개요?
-일단 난 깎을 수있다는 사실 지금 처음 암 뭐 하면 패널티로 깎이는 거임?
-다리를 잘라도 민첩이 깎이진 않던데
“아 거기서부터 모르는 친구들도 있구나.”
스탯을 깎는 방법은 그냥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생명력과 체력.
게임 적으로는 HP, 방어력.
현실과 연관을 지어보자면 건강함 정도가 될까?
그래서 병에 걸리면 낮아진다.
기본적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는 병에 걸리면 다른 스탯들도 낮아지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마에 시달리게 되면 가장 극심하게 영향을 받는 스탯이 생명력과 체력에 해당한다.
근력과 민첩 그리고 지구력
공격력과 속도, 스태미너.
말 그대로 신체의 강함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근력, 근지구력, 지구력, 순발력 등등 현실에서도 신체의 강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들이 여기에 속하겠지.
그래서 그냥 몸이 허해질 행동을 하면 낮아진다.
굶어도 낮아지고, 잠을 안자도 낮아지고, 아파도 낮아지고, 그냥 상상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이 스탯들을 조져놓는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능력과 적응.
사실 적응은 줄일 방법이존재하지 않는다. 나름 이 세계관의 정수를 관통하는 스탯이기 때문에 첫 커스터마이징을 제하면 줄일 수 없다.
이능력은 그냥 이능력을 개화하지 않고 살다보면 체내의 이능력 보관탱크가 줄어드는 느낌으로 알아서 줄어든다.
왜 위도 안 먹어 버릇하면 줄어든다고 하잖아?
번외로 이제 재주가 있는데.
이 녀석은 손재주가 아닌 기량과 기술, 숙련 뭐 이런 느낌으로 치환할 수 있다.
영구적으로 깎는 방법은 드물고 술 좀 많이 마시면 줄어든다.
드문 방법 중 하나도 알코올중독이 있다.
“그러니까 가장 쉽게 따는 방법은 이능력 높게 뽑고 나서 적당히 스탯 변동치 이능력에 박고,
포인트 받는 족족 다 이능력에 박아 넣고,
그리고 이능력 개화 안하고 야생의 몬스터헌터가 되면 바로 딸 수 있어.”
-변동치는 그렇다 치고 왜 받는 족족 다 이능력에 넣어? 25만 맞추면 되는 거 아냐?
-아니지 우리 이능력 개화 한 적 없는데 누구 이능스탯 줄어들었다는 글 본적 있음?
-오; 그러네
“맞아 이제 슬슬 척하면 척이네. 위가 줄어든다고 해서 위가 없어지진 안잖아?”
이능은 기본적으로 적응과 동일한 수준 이하로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제약이 걸려 줄어들 수는 있지만 영구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업적은 영구적으로 줄여야하고.
-그럼 적응을 뽑는 건 어때?
-적응 5 미만으로 줄면 밖에서 도트딜 박힌다고 했음
-아 기네 ㅇㅋ
-그럼 이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빨리 줄어들어?살도 개뚱뚱하면 초반엔 빨리 빠지잖아
-? 안 빠지던데?
-그건 니가;;
“맞아. 안 쓰는 기관이 사이즈만 크고, 영양만 쳐먹으면 몸이 알아서 쳐낸다는 느낌으로 더 빨리 줄어들어.”
굶으면 근육이 먼저 빠져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
일부 예외도 있지만, 불필요한 근육은 유지비가 많이 나가는 신체 조직이고,
그래서 꾸준히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10년을 운동해도 단 며칠 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맞아 그래서 내가 운동을 안 해
-?
-??
-아…예…
-닥쳐! 닥치라고!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