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021 - 리턴에는 리스크 역시 따른다. (22/99)



〈 22화 〉021 - 리턴에는 리스크 역시 따른다.

“…좋네요.”

그리 말하며 상대방은 고개를 들고,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살짝 들어올렸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그에 반하는 얼굴에 상흔.
얼굴의 1/3을 덮는 화ㅅ…

‘!?’

-뭐야 주인장 왜 그래

-뭔데 왜 안 보여줘

시발 쟤가 왜 여기 있지?
잠깐만 정지를 하고.

“친구들 이 앞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있어.
이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조직 수장이나 실세는 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
그리고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게 너무나도 큰 스포일러가 될  있어서 잠깐 화면을 내렸어.”

-아니~이제 와서 무슨 스포일러가 남았냐구~

-ㄹㅇㅋㅋ  걍 스토리모드 포기하고  꺼 보다가 온라인 컨텐츠나 즐길라고~

-시바 너 몇점이야 100점도 못 찍은 찐따는  껴줄건데?

-앗…!


 말도 맞는 말이다.

“근데 얘는 조금 결이 다르거든? 얘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조금 많이 놀라운데,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낙원 연구소 부소장 세피’

‘살아서’ ‘북서지부에’ ‘정체를 숨기고’ ‘의문의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어떻게 내가 아는 정보와 이미지랑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지?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아키야 역시 그렇게 알고 있다.

죽었다면 중앙에서 죽었을 것이다. 연구소는 중앙에 있고, 숙청도 중앙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마찬가지로 아키야가 그렇게 말했다.

정체를 숨긴다? 세피가?
당당하지 않은 의문의 조직과 연관이 있다? 세피가?
어딘가에 소속된다? 세피가?

모두 아키야에게 들은 이미지와는 상반된다.

그럼 아키야가 거짓을 말했나? 미친 또라이는 맞지만, 거짓을 말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얘도 심상치 않은 사건을 겪고 큰 변화를 맞이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건데.

남은 업적  여기에 몰려있나?


-아 빨리 보여달라고!!!!!

-왜 너만 눈나 얼굴바!

-나두 얼굴 보여저!!


음, 에이 알바야 지들이 보여 달라고 하는데.


-앗

-누…누나

-괜찮아 화상이 있어도 이뻐!

-일단 캐릭터 디자인한 사람은 선량하고 착하고 훌륭하고 좋은 사람임

“자, 목적은 숨김없이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 네 자유다.”

적어도 이번 회차에 한해서는 모두 진실이다.

염병 똥 특성 2개 때문에 강제로 저런 스탠스를 취하게 되었지만, 게임 내적으로 본다면 맞잖아? 그치?

캐릭터가 생성되는 순간에 만들어 진 거니까, 내가 없는 3년간의 주인공에 역사에 저런 특성이 생길만한 사건이 있었거나, 날 때부터 그랬거나, 주인공에게 과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스토리 적으로 해석하면 모두 사실이라구!

그리고 말투.

많은 이유가 있지만, 불붕이에 이어지는 변붕이의 삶을 살다보니 입에 붙었다.

이런 저런뒷사정을 붙이려면 붙일 수야 있지만그냥 입에 붙고 말았다.

…킹치만!

변붕이는 이런 상황에서 굽히지 않는다구!

자 이제 걱정이 되는 것은  조직이 과연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인지에 관한 것인데.

혹시 몰라서 반골의 기미가 보이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조직의 구조를 알게 된다면 결국 들키겠지만, 그래도 정보를  캐내고 죽는 것이 다음 회차를 위해서도 이롭다.

“믿습니다. 요 근래 당신의 행보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으니까요.”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구석에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어두워서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그 방은.

“반가워요. 제 이름은 세피. 중앙 낙원의 인류재건 팀 소속으로 특별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며, 낙원 총괄의회 연구부장관의 비서.”

후드를 완전히 벗는다.

“였던 사람의 잔재.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편하게 세피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행적을 모두 말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내가 낙원에 대한 적의를 그렇게 표출했는데 신뢰관계도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사람에게 바로?

그녀의 외형 또한 상상하지 못했다.

우선 머리. 본래그녀는 평범한 황갈색 머리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파란색.

자 미리 말한다. OO는 나름 현실에 입각한 설정과 배경들이 많다.

유이의 자연산 검붉은 색 머리카락도 충분히 평범하지 않았지만,
심지어 파란색? RGB 0.0.255가 아닌가 싶은 쨍한 파란색?

후드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눈썹도,
어두워서 확인할 수 없었던 속눈썹도, 모두 파란색이었다.

그리고 눈.

화상은 왼쪽 뺨부터 눈까지를 덮고 있었고, 화상에 덮인 눈은 검은 색이었다.
동공 말고 자위가 검은색이었다.
동공은 왼쪽과 같은 흰색.

눈이 먼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원래는 흑갈색이던 동공이 흰색이 되었다.

흔히 역안이라고 부르는 계열의 왼쪽 눈과 제대로 보이는 것이 맞는지 마치 시력을 잃은 것 같이 초점도 정확하지 않고, 동공마저  비어 흰색인 오른쪽 눈.

자세히보니 화상도 아닌 것 같다.

무언가의 흉터? 화상이면 있어야할 피부조직이 손상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화상이 이어진 자리에 존재하는 귀.

-머야 귀 왜 저럼

-판타지였던거임;

-하드보일드해서 그렇지 원래 판타지였음

-귀 커마 어케했노;;

 귀는 깃털로 이루어져있었다.

아키야는 오른쪽이 전체적으로 지랄 났고, 얘는 왼쪽이 지랄 났네.

증상도 비슷한 것을 보니 같이 무언가의 사고에 휘말렸고, 그 과정에서 찢어졌다.

그래서 아키야는 세피가 죽은 것으로 알고있다.

그럼 세피는? 아키야가 살아있다고 알고 있나?

“크게 놀라지 않는군요?”

아 리액션 까먹었다.


-오늘 많이 허당이네?

-너 너너 우리가 맨날 화들짝 놀라는 거 보면서 혼자 이런 꿀잼 구경 하고 있었구나

-처음이래자너~

-이제 너두 우리랑 함께야!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고, 먼저 크게 변한 사람이 몇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다만 머리카락은 좀 눈이 부시군.”

“후훗, 굉장히 열려있으시군요. 좋습니다.  좋아요. 머리카락은 죄송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그리 말하며 다시 후드를 눌러썼다.


-앗 누나 얼굴 보여줘!!

-빨리 다시 벗겨!

-뭐? 벗겨?

-무친놈…무친놈…

“자, 이걸로 제 소개는 마치고, 저희는 노바투스. 구인류를 끝내고, 신인류를 선도하는 존재.”

세상은 끝났습니다. 끝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는 알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끝나지 못한 세상에 끝나야 했을 인류는 견디고 이겨내고 변화했습니다.

 과거부터 생물은 세상에 적응하고, 시련을 이겨내고, 변화를 받아들여, 진화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인류에게만은 그 진화가 멈추고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왔습니다.

이것이 신의 인도인지, 우연의 산물인지 모릅니다.

한  과학으로 모든 것을 밝혀내고자 했던 미련한 이지만, 이젠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본래 탐구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 여유를 가진 자들에게 물려줘야 맞는 것이기에.

따라서 저희는 지금 당장 저희 앞에 놓인 사실만을 보고, 당장 닥쳐온 현실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행해야 합니다.

닥쳐온 현실은 멸망하지 못한 세상의 험난함.

앞에 놓인 사실은 그 험난한 세상에 적응하고 진화할  있는 인류.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진화를 주도하고 앞서 나가는 것.

저희는 야만인이라는 멸칭으로도 야생인이라는 멸칭으로도  문명인이라는 멸칭으로도 불렸습니다.

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활을 하며 같은 것을 누려온 자들이었지만 자신들의 줏대와 판단으로 쳐내고, 따르고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이들마저 내친 이들이, 이젠 비난마저 하고 있습니다.

그래놓고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진화에 대한 리스크를 두려워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안에 처박혀 겁쟁이처럼 삶을 이어가죠.

헌신을 잊고, 은혜를 저버리고,
현실을 외면하고, 진화를 포기하고,
현상에 만족한 채, 변화를 두려워하는,

그런 주제에 약자로 남아서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한 리스크를 대신 짊어진 이들의 등 뒤에 숨어있는!

그런 이들을 징벌하는 것이 저희의 숙원입니다.


***


라는 느낌의 연설을 했다.
아직 하고 있다.

역시 제정신인 사람이 한 명이 없다.

이 녀석이 수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칠고 가혹한 OO의 세계에서  조직의 머리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정신을 놓아야 하는 것일까?

이 녀석이 아키야와 같은 사고를 당했다면, 그 끝에 도달한 점이 저것이라면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목적도 개 미친 급진주의자인 것도 아니다.

낙원 총괄의회를부수고, 진상에 대해, 현실에 대해 선전한 후, 변화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조언과 기회를.
안주를 희망하는 이들은 글쎄 그냥 무시한 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일반인을 학살하기를 원하는 집단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낙원을 제외한 대상에 대한 복수심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낙원을 향해 품은 감정도 복수심 보다는 자신들이 두렵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숨기려 하는 그 판단에 대한 분노가 아닌가 싶다.

아키야도 한 바퀴 돌아서 오히려 복수가 주된 목적이 아니었거든.
얘도 좀 그런 것 같아.
대신  부작용으로 정신도 같이돌아버린 것이 문제지.

요약하자면.

1 낙원을 부술 것이다. 그것이 현실을 인지하고, 선택권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걸음이니까.

나도 일부 공감한다. 낙원은 잘못됐어.

2 당장은 약하기 때문에 자리를 잡고 세력을 모을 것이다.
그 첫 후보가 이곳이다.

본래는 북서지부가 큰 사고가 있었기에 노렸는데 현실은 시궁창, 전 구역중 제일 위험한 곳이라서 런할 생각이었는데, 나로 인해    보려고 생각이 들었나보다.

어쩐지 보스급 고넴이랑 싸울 때마다 좋아하더라니.

3 그 과정에서 무의미한 피는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의미하게 죽어가서는 안되고, 심사숙고 끝에 선택하여 새 시대를 살아갈 신인류가  자격이 있기 때문에.

이게 진짜 미친 부분이다.

방사능을 먹다보니 방사능에 면역이  인류가 생겼다.

그것을 진화라고 판단하여, 방사능을 규제하고 경계하는 이들을 모조리 무너뜨린 뒤, 일반 시민들에게도 방사능을 먹고 진화할지 말지 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에서 방사능을 규제하고 경계하는 단체는 정상이고, OO에 존재하는 낙원은 비정상이라는 것.

근데 단체가 정상이고 비정상이고그런 문제로 방사능을 먹자고 주장하는 것이 옳게 바뀌는 것은 아니거든.

물론 OO의 세계를 살아가려면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적응 스탯을깨우쳐야 한다고 생각은 해.

아키야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 정화기둥이 해결책이 아니거든.

근데 급진적인 것은 맞다 생각해.
본래 큰 변화일수록 점진적으로 조금씩 느리게 진행돼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낙오되는 이들이 너무 많아져.

현실 또한 그렇잖아. 20년 30년씩 유지되던 하나의 세대가 10년으로 5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더 줄어들겠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고 낙오되는 이들을 저버리면 안 된다는 거지.
모종의 방안을 찾아보기는 해야 하는데, 이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게 자연의 순리고 옳다고 믿어서.

-어…그…그렇구나…

-ㅇㅋ 완전히 이해함

-맞지 누구 이해 못한 사람?

-없지 없지 다 이해했지

-아무튼 그 머냐 머시기 그거잖어 그거

-그치 그거지 그거

뭐 여기가 또라이 소굴인 것은 소굴인 거고, 난  할 일 해야지.

“확실히 목표가 일정 부분 같군.”

“네, 저희는 모두에게 당신은 자신에게, 단지그뿐. 저희는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자, 방금 말한 연설은 아마 진실이다.

다만, 그와 별개로 뒤에 숨은 것이 있느냐 없느냐.

그게 제일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

<이곳의 이름은 ‘노바투스’>
<이곳의 목적은 ‘낙원을 부수고 변혁을 주도하는 것’같다.>
<이곳의 특징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이곳의 구성원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오

-왜 1번은 확정형인데, 2번은 추측 형이야?


“조직의 이름에 대해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목적은 숨은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거야.”

추후 다른 목적이 없었고 그것을 확신 지을 객관적인 증거가 있으면 확정 형으로 바뀐다.

“그래서 아마 너희들은 그라티아의 목적과 특징은 3개월을 쉬지 않고 갈아 넣어도 확정 형으로 못 바꿀 걸? 내가 3개월 넘게 걸렸거든”

페칸스는 가입하는데 반년이 걸렸지만 정보를 다 밝히는 시간은 이 주 걸렸다.

파라디수스는 가입하는데 일주일 밝히는데 이틀 걸렸다.
루미나 미친년은 참고로 파라디수스로 분류가 안 되더라.

-시발 게임이  그러냐

-입대했다고  생활 끝나는 거 아니자너 ㅋㅋ

-근데 파라디수스는 이틀컷이자나!!


“맞아 그라티아가 이상한 거야. 파이팅”

-앙귀스는! 담서는!  꿈,  희망,  빛은!


“아, 거긴 3초정도 걸려. 근데 거기도 담서가 앙귀스로 분류가 안 돼.”

-그 분류가  된다는  정확히 뭔 소리임?

-사실 막 무소속 그런거냐?

“아니 소속은 맞는데 도감이 이중 도감이야. 구성원에 그냥 깔끔하게 ‘앙귀스의 수장  담서’ 이렇게 적힌  아니라, 밑에 특수 구성원으로 추가돼. 도감 밝히다보면 알아서 보게 될 거야.”

-시발 특수 구성원이 있을 수는 있다 치는데 왜 파라디수스도 앙귀스도 제일 윗대가리가 거기에 들어가 있냐?

-그라티아는 그럼 특수 구성원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어렵냐


“아 그거 직접 보는 쪽이 더 골 때린데 말해줘?”

-ㅇㅇㅇ

-말  해주면 오늘 잠  자


“그라티아의 구성원은 아키야 한명이야. 나머지가 전부다 특수 구성원으로 들어가서 하부 조직으로 분류 되던가? 그래. 다른 곳이랑 반대지?”


-?

-어… 어?

-많이 당황스럽네요?

“응, 나도 그래서 처음에 구성원이 아무리 해도 안 밝혀져서 화가 막 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화는 안 나더라, 어이가 없어서”


-맷돌손잡이 가져와!!!

-어? 이가 없다고?

-뭐 이가 없어?

-그럼 면제야?

에휴  개지랄 시작했다.

아무튼

내가 누구라고?

[노바투스 단원] [변화를 이끄는 선봉장] 변.붕.이

-지랄은 니가 시작했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