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027 - 너희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28/99)



〈 28화 〉027 - 너희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집에 도착하고 외출을했으니 씻는다.

약간의 낮잠을 청하는 시간 또한 가진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지고, 끼니 또한 챙겨 먹는다.

운동도 잊지 않는다.

오늘도  일이 없는지,혹시 유망한 인재는 없는지 커뮤니티를 들어간다.

친구들과의 연락이 아닌 커뮤니티를 확인 하는 시점에서 나의 교우관계가 갑자기 암울해지지만 괜찮다.

난 강하고 굳센 사람이니까.

근데,

“뭐야 시발 이 개판은”


***

-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돌아왔구나!

-미안해 잘못했어 이젠 떠나지 마 미안해 잘못했어 이젠 떠나지  미안해 잘못했어 이젠 떠나지 마

-머임 어디 다녀옴

-왜 이제 켜!

-일요일 다 끝났잖아!!


“우선 본가에 좀 다녀왔다. 반찬 가져가라고 하셔서. 깍두기가 맛있더라,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왔는데, 아주 개판이 되었네, 난 너희들이 루미나 대신 잡아줄 때까지 안 떠나”

그리고 슬슬 알아서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목금토 3일밖에  지났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깍두기랑 국밥이면 무슨 국밥 먹음?

-깍두기는 설렁탕이지

-곰탕인데 이걸 모르네

-깍두기는 순대국이지 나머지는 사도 아니냐?

“그냥 대충 끓였어 내가”

자취하려면 재료를 넣고 끓이는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앗, 그렇게 갑자기 때리시면

-뭐 넣고 끓임?

“그냥 무랑 고기랑 콩나물도 좀 넣고 딸기 한 두개 넣고 매콤하게 끓였어”


-오, 오? 아니 씨발

-딸기딸기딸기 씨발 왜 딸기가 들어가냐?

-딸기 좋아한다매 왜 딸기 괴롭혀?

-라면에 아이스크림을 쳐 말아먹지를 않나 국밥에 딸기를  넣지를않나

-이럴려고 돌아왔어!!? 우리 괴롭히려고 돌아왔냐고?!


? 뭐래 지들이 물어봐놓고.

겜이나 켜야겠다.



***

“어디까지 진행했…아, 다시 앞길이 막막하네.”

잠시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그래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OO를 하다보면 결국 너희도 느끼겠지만, 모든 것을 감당하고 모든 것을 예상할 수는 없어, 결국 배제해야할 것이 생기고 포기해야할 것이 생겨.”

지금 나에게 리베르타스의 존재가 그렇다.
대비도, 대응도, 대처도 할  없는 천재지변 금호의 능력을 보건데 그녀가 작정하면  죽어야 한다.

그러니까 배제한다. 배제했으니 죽어도 어쩔  없지.

“자 마인드 컨트롤 끝. 그럼 할  하러 가자, 노바투스 친구들의 목적은 온갖 곳에 방해를 뿌리고 다니는 거였지? 다시 이 투표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

1 파라디수스
그라티아
3 앙귀스
4 페칸스

자 투표 눌러놓고, 아직 정리가 덜 되었다고는 하나 제 역할은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다고 했으니, 3층을 구경해 보자.


***



우선 훌륭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부러진 파라디수스 보급품이나 사용할 수 없게 된 단도보다는 좋은 장비겠지.

“야 무기는 뭐 들까? 일단 스탯이 스탯이니까 어떤 무기도 괜찮을  같은데.”

현실적으로 활시위를 당기는데 힘이 얼마나 필요 하겠어. 총도 들고 돌아다니려면 무게감이 장난 아니고.

심지어 인벤토리도 없으니 원거리 무기라고 다른 게임을 생각하며 민첩에 투자를 하면 바로 죽 쑤기 쉽다.

게다가 민첩이라는 스탯은 애초에 공격력에 간섭을 안 하기도 하고.

다만 총기류는 예외다 사용하라면 재주가 30이나 되니까 사용할 수는 있지만 힘이 30이나 되면 조금 낭비가 생긴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총기 제외로 무기 추천 받을게,”



목적지는 앙귀스로 정해졌다.

우리 사복이의 강력한 애정이 빛을 발했다고 볼  있지.

그리고 무기는….

“진짜로? 야짜로 코짜로 양손대검이야?”

대검.

일부 매니아 층에게 진정한남자의 무기로 불리는 무기이며, 특히나 저들이 원하는 대검은 대충 봐도 2M는 넘을 것 같은  덩어리.
이걸 들면  봐도 실내전은 물 건너갔다.

-왜 골라달라매 골라주니까 졸렬하게 딴소리하려고함?

-사복검을 들리지 못한 이 한 평생 잊지 못한다!

-인간적으로 사복검은 ㅋㅋ;


그래  업보지. 그나마 사용할 여지가 있는 라인업을 좀 찾아보자.

“이 친구는 내구도가 높고 예리함이 낮네?
이 친구는  길다. 이건 진자 못 쓰겠다.
얘는 너무 가볍다, 이렇게 가벼우면 부러지겠는데?”

거르고, 거르고, 거르다보니 결국 남은 건 실질적으로 한 자루.

[석산 무늬 대검]
[검은 빛이 감도는 대검이다.]
[검신에는 붉은 빛 석산이 그려져 있다.]
[한때는 예리했던 것 같지만, 세월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진다.
[내구도 50/50]
[공격력 127~157]

 이거뿐인데.

성능은 굉장히 준수하다. 보통 초반부무기의 내구도는 25~30정도.
공격력은 100을넘으면 높은 것인데.

무려 내구도는 2배에 공격력도 1.5배에 달한다.

근데 문제는 석산무늬라고….

“야 다른 게 아니라… 아니다 그냥 뭐 죽으면 너네 탓이지 뭐.”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둘째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뭔데 알려줘

-뭘 알려주고 탓해!!


음 어차피 첫 목적지가 앙귀스인데 보면 알겠지

“자 그럼 앙귀스 위치도 알려주고, 가입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우리 사복이가 좋아하는 담서도 보여주러 가보자”

아, 우선 가기 전에 앙귀스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있는지 확인을  보자. 2층 오른쪽이었나?

“생각해보니 위치는 그냥 이거 캡쳐해서 써라 리베르타스 말고 다 나와 있네.”

정확한 위치까지는 안나와있지만 어차피 그라티아는 위치가 의미가 없고, 앙귀스와 페칸스는 근처에 가서 찾으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찾는 방법을모르고 지냈을 뿐이지.

건물을 나오자 반겨주는 것은 텅 빈 거리.
거리 몇 블록 건너편부터 활기가 도는 것을 보니 번화가에 인접한 곳.

이렇게 황량한 것을 보니 북동 혹은 남서 거리인 같은데.

아니 둘 다 인가?

알다시피 북서지부는 네 구획으로 나뉘어있고 그 구획이 딱히 경계가 그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다른 구역에 간섭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그 감정은 알게 모르게 표출이 되기 마련. 경계는 굉장히 인적이 드물다.

조용한 거리에 적당히 커다란 건물. 방 배치가 왜 이렇게 이상하고 비효율적인가 했는데, 겉으로 보이는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였나보다.

바로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앙귀스를 찾을 수 있을  같다.

북서지부는생각보다 크다. 버리는 땅이 많아서 실제 활동 면적은 적지만, 심지어 이미 한 번 개작살이 났던 곳이라 사람도 적어서 특히나 더 적지만.
실제 땅덩어리는 넓다.

특히 남동쪽 번화가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의 주 활동 무대인데 그 남동쪽이 제일 적은 면적을 차지한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아 걷는  존나 지루해”


-야 너두? ㅋㅋ 나두

-안 그래도 지루하다고 할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지루하다가 뭔가튀어나올지도 몰라라는 마음에 버티고 있었는데 ㅋㅋㅋ

-아모른직다


빈민가를 걸어 앙귀스로 향한지 족히 30분.
잡담을 하는 것에도 한계가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식성에 대한 욕이 나와서 삐져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아니 사람이 라면에 딸기아이스크림 좀 말아먹고, 국밥에 딸기 좀 넣고 끓일 수 있지.

취향을 너무 억압하는 거 아니야?

-뭐야 주인장 삔또 상했어?

-아 그래도 딸기국밥은 선 넘었지


“아”

-야 주인장 화난다 분위기 파악해!

-폭력 멈춰!

-멈춰!

“그런 거 아니야 얘들아, 그냥 음, 뭐라고 할까. 사복이 소원성취 축하해.”

-? 갑자기?

-오; 내 눈에 보이는 저거 뭐냐? 창임?

-뭔 창 시궁창? 빈민가가 좀 더러워도 사람 사는 곳인데 시궁창은  그렇다

-오 인성 올타임 레전드

-아니 저거 진짜 창 같은데?

-창이 왜 날아다녀 시발


좆된 것 같은데, 저거 설마 나한테 오나? 가능성 농후한데.

 확실히 나다.
저 각도면 직선방향으로 그냥 나한테 날아온다.

노리는 건, 어? 목인가? 그렇게 빠꾸없이 바로? 아닌데? 담서가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창이 어디…있네요

-날아오냐?

-담서는 어디 있어 저게 담서야?

-하다못해 사람한테 담서냐고 물어봐

-창피해!

-창 피하라구?

-아니 너희 창피하다고 어디 내놓아도 부끄러운 녀석들이야

확실하다. 죽이려고 오는 거다.

시발.

부리나케 뛰어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어쩐지 슬슬 사람이 돌아다닐 만큼 깊숙이 들어왔는데 사람이 없더라, 이미 정찰을 뛴 건가?

“개꿀팁 하나 준다. 앙귀스의 작전 참모의 능력은 존나 천리안이다. 정확하게는 시력강화인데 얘가 돌연변이라서 평상시에 눈을  뜨고 다닐정도로 눈이 좋아. 아마 남서거리에서 개판이 한번 났으니까 경계를 하고 있었나본데. 너희는 혹시라도 석산무늬 같은 접두어 달린 장비 죽어도 쓰지 마라. 죽으니까”

건물에 뛰어들어 2층으로 올라간다.

지하로 내려가면 진짜로 죽는다.

챙그랑!

1층 창문이 깨지는 소리인가? 앞뒤 생각안하고 일단  죽이고 보겠다고?

뭐지? 잠시만 게임 시작하고 며칠이지?

8일? 9일?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지?

아,과연.

“야 죽을 수도 있거든? 죽으면 미안하다. 너네 탓이라고 생각해라.”

옆으로 구른다.

2자루 째인가?

콰드득!

건물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심스러워 질 거라 믿고 내부로 들어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날이 아니었나봐.

파캉!

그대로 옆에 창을 깨고 뛰어 내린다.

체력이 좀 낮은데 높은 근력과 민첩이 있으니까 다리 근육을 스프링 삼아, 낙하의 충격을 추진력 삼아 뛰쳐나간다.

슬슬 첫 번째 창이 올 때가 되었는데 앞에 세 번째 창도 왔다.

맞나?  번째 창이 파란색  번째가 무슨 색이었지? 제대로 못 봤는데

-빨간색이었음


오케이 확인, 그럼 저건 세 번째가 맞네.

네 번째는 들고오나? 들고 오면 좋겠는데.

일단 한번 떨쳐내야 한다.

창 세 자루가 날아다니기 시작하면  순간 변붕이 꼬치구이야.

검 면이 좀 얇은 것이 아쉬운데. 석산이니까 믿어본다.

저  건물이 좋겠다.

문을 부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번째창 아까부터 내 목만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다. 여전히 목인  같은데.

다섯.

아직 두 번째 창은 보이지 않는다.

넷.

검을 뽑아든다. 궤적은 보이니 쳐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셋? 아니 둘.

진심인  같은데 가속을 시작했다.
이건 쳐내도 손해가 나겠는데.

하나.

지금.

카가각!

창끝이 면을 강하게 찌르더니, 이내 멈춘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미 내 팔에 가해진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

팔이 저려오지만 얼 타고 있을 시간은 없다.

창이 부딪히는 충격을 발판삼아 뒤로 뛴다.

체력에 조금 더 투자할 걸.
팔 근육이 지끈거리는 것이 신경 쓰인다. 제대로 뛸 수 있을까?

세 번째 창이 안 보인다.

위쪽인가? 처음에 어디를 향해 날아왔지? 머리? 그럼 위가 맞는 것 같은데.

빨간색.

벌써 두 번째 창이 왔나?

다리.

목표가 명확하면 막아내기도 쉽다.

사실 어려워 팔도 아프고 속도도 빠르거든.

깡!

막았다. 검날 상했나? 제발 상해라.

응, 멀쩡하고.

흰색과 보라색  3창과 4창이다.

각각 머리와 왼팔, 몸을 틀어 궤도를 비틀고, 그대로 굴러 머리를 지킨다.

2창이 보인다.

 팔에 오른팔에 힘을 준만큼 왼팔에 힘을뺀다.

그대로 대각선.

무릎에 화끈한 감각.

이정도 상처는 어쩔  없지.

1창이 돌아왔다.

상체를 크게 숙여 두자루의 창을동시에 피한다.

동시에 날아오는 4창을 끌어안듯이매달려 위치를 옮긴다.

지금.

창에 몸을 감으며 앞으로 구르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타이밍을 노려 창을 밀어내 그대로 앞으로 구른다.

마침 벽 바로 앞이다.

빈민가 건물의 벽은 얇으니 조금만 힘을 주면.

우지끈!

이렇게 부숴서 탈출할  있지.

-?

아 씨발


-??

“너,  알아?”

의욕 없는 목소리.

푸석푸석하고 힘이 없는 흰 머리카락을 한 번에 묶어 올린 포니테일.

생기 없는 하늘색 눈동자.

짙은 다크서클과 신경질 적으로 보이는 미간의 주름.

검은 색 상복과 왼쪽 머리에 꽂혀있는 검은 색 석산.

소중하게 움켜쥔 금색 십자가 목걸이.

그리고 오른손에 가볍게 쥐어져 밑에 늘어져 있는

-!!!!!!! 담서야! 보고 싶었어!! 너가 담서니? 반가워!!!

-진짜 사복검이네.

-얘가 왜 이리아파보이냐

-아프니까 사복검을 들고 다니는 거 아닐까?

하, 담서가 칼질하는 거 보면 거짓말 안보태고 여기서 절반은 사복검으로 넘어갈 거면서.

자 이제 어쩔까…

죽어야 하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