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029 - 너희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30/99)



〈 30화 〉029 - 너희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넓게 휘둘러지는 검.

그 형태는 채찍.

그 검로는 건물을 족히 30채는 갈아버리며 휘둘러지고.

후드를 뒤집어 쓴 상대는 높게 뛰어 선을 벗어난다.

그 손에 들고있는 것은 거대한 장창.

물리의 법칙이 중요한 것은아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저 높이의 공중에서 그 어떠한 발판도 없이 직선으로 쏘아지는 공격과 그 파괴력은 범상치 않아 보인다.

허나 그 공격이 닿는 일은 없고,  경로는 허공에서 등장한 방패에 가로막힌다.

-아직도 뭐가 남아있냐;

파캉!

공격이 막힐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반응이 빠른 것인지.

마치 처음부터 그러기 위했다는 것처럼 그대로 공중에 뜬 방패를 지지대 삼아 뒤로 튕겨져 나간다.

그런 후드를 공중에서 낚아채기 위해 쏘아지는 두 자루의 창.

목과 팔.

분명히 남아 있어야할 채공시간은,
방금 쏘아진 공격이 이상한 요술이 아닌 마치 당연하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마냥,
그 부유감을 잃고 급격히바닥으로 꺼진다.

핑!

그 손에서 던져지는 폭탄.

처음에 날 구하는 과정에서 기습과 함께 던진 폭탄과 같은 것일까?허공에서 방패에 가로막히자 녹색 운무를 흩뿌리며 폭파한다.

아마 모종의 약품이 들어있는 폭탄인 것 같다.
운무의 범위를 여유를 두며 뒤로 물러선다.

동시에 휘둘러지며  연기를 밀어내는  번째 방패.

딱히 본인에게도 안전한 안개는 아닌지 나를 구한 노바투스의 멤버 역시 연기의 이동 경로에서 벗어나는 느낌.

둘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다.

다만 담서에게 거리란 큰 의미가 없는 전투적 요소.

공중에 체공하고 있던  자루의 창이 창끝을 돌림과 동시에 아직 쏘아지지 않은 남은 두 자루의 창이 쇄도한다.

노골적으로 가로축을 그리며 후드를 몰아넣고, 그 움직임이 멈추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와 끊임없이 창끝을 돌리며 내리 꽂힐 준비를 하고 있는 창들.

무슨 연기인지는 몰라도 아까의 폭발에서 들이 마신 연기가 효과를 발휘하는지 담서의 혈색이 안 좋다.

본인의 무력의 강함과는 별개로 신체의 내구도가 높지 않은 편에 속하는 그녀는 숨을 고르며 상대를 응시한다.

그와 함께 창이 빨라진다.

꾸준히 후드의 주변을 감싸며 빙빙 도는 파란 창대를 가진 창.

마치 앞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상대를 비호하는 것처럼 보일 모양새.

그러나 그 끝은 그와는 상반되게 항상 후드를 꿰뚫을 준비를 마치고 빈틈만을 노린다.

그리고 그런 창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듯이 난잡하게 공격을 시도하는 보라색 창대를 가진 창.

거기에 어느 샌가 다가와 집요하게 다리를 노리는 흰 창.

여전히 공중에서 내리 꽂힐 기회를 잡고 있는 붉은 창.

그리고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포기한것처럼 피를 뱉어내고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는 담서.

검을 쉰 손을 오른편으로 뻗고 대각을 그리며 쳐들은  내리친다.

그와 함께 쭉 뻗었던 도신을 하나로 뭉치며,
이미 박살이  거리에 다시 한 번 상흔을 남기며,
후드를 찢어발기기 위해 오른편으로 검이 이동하고.

또 다시  몸을 늘리며 담서의 손과 함께 내리쳐진다.

내리치고 끝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도약하는 후드.

도약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지는 파란창과 설마 잊었냐는 듯이 쏘아지는 다른 두 창.

그리고 어디 한번 다시 땅으로 꺼져보라는 듯이 내리 꽂히는 붉은 창.

하지만 그 창이 목표를 찌르는 일은 없었고, 후드를 쓴 이는 물리법칙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공중을 박차고 뒤로 재차 도약한다.

그런 후드의 동선을 방해하기 위해 움직이는  개의 방패.

허공을 밟으며 돌아다니는 후드와 그럼 차라리 그냥 방해만 해주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움직이는 네 자루의 창.

꾸준히 시야를 가리고 동선상에서 장애물이 되기 위해 움직이는  개의 방패.

눈을 어지럽히는 난전은 땅에서 공중으로 무대를 옮기며 상황은 다음으로 넘어간다.


***



“혹시 몰라서 환단을 몇 개 집어왔는데, 다행이다.”

그 사이에 나는 몸을 추스리며 재정비를 꾀하고 있었다.

정비가 완료된다고 딱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명력이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 것 보다는 든든하게 만땅인 쪽이 좋잖아?

-야 야야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더 궁금한게 하나 생겼어

“뭔데 말해봐”


-담서는 왜 사복검을 쓰냐? 뭐라고 하는  아닌데 저 자동추적창이랑 자동방어방패만 해도 이미 괴물 같은데

-그르게 창이 막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고 존나 빠르고 존나 매섭고 존나 날카롭네

-까리하게 휘두르면서 도심을 개박살내는거 멋있긴 한데 다른거에 좀 가려진다

“음 일단 아직 3페이즈에 들어가진 않았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

창만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1페이즈.

본체도합세해서 온갖 수단을 이용하는 2페이즈.

“그리고 고유능력을 키고 칼질 시작하면 3페이즈인데 아직 3페가 안되서 그래.”

3페이즈에 접어들면 이제 정말 가상의 존재들이 사용하듯이 지 혼자서 뱀처럼 움직이는 검을 수 있다.

겸사겸사 아직 발동하지 않은 창들의 특수능력도 볼 수 있고.


-오; 아직 끝난 게 아니군요?

-그럼 저 칼  자루는 언제나옴?

-4페까지 있어?


“칼?  허리춤에 달린 거? 글쎄 일기토에서는 반대로 안 뽑아 저거”

담서는 의외로 잡기 쉬운 보스에 속한다.

일단 본인이 삶에 대한 의지와 욕구가 없어서 일기토를 발생시키기 위한 공작을 진행시키다보면 그냥 자포자기하고 몸을 내던진다.

오히려 앙귀스에 들어가 그 옆에서 뜻을 맞추고 삶에 의지를 북돋아주고 그 결과 삶의 목표가 생기면 저 두 자루의 검을  수 있다.

 목표가 복수인 것을 감안하면 잘 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좀 헷갈리는데.
그건 그녀만이 알겠지.


-뽑으면 어케 됨?

-맞아 아까 뽑는 거 보고 당황했잖아

-비밀이라고말하면 딸기 밟아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는 영상으로 커뮤니티 도배할거야

“? 이걸 인질을 잡아? 우리 인간적으로 먹을 것을 소중히 하자”

-시이팔 그걸 딸기국밥 처먹는 새끼가 말하냐고!

-아니 음식을 모아서 쓰레기로 만들어 먹는 얘가음식을 소중히 하자고 하네


크윽! 적이 너무 많다.
비겁한 녀석들.

-비겁은 옘병씨부랄

-정말 비겁한 것은 그런 것을 먹었다고 보고하는 당신이 아닐까요?


“아무튼 집이 없는 쪽이 천수국 방금 휘둘러질 뻔한거.
저 친구는 담서의 고유능력을 담아서 휘두르면 도신의 길이가 담서의 영역과 같아져,
휘두른 위치부터 담서의 영역에 들어온 원하는 거리까지의 모든 것을 베어 넘길  있지”

영역의 크기는 대충 시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잠깐만 이해가 잘 안됐음


“아냐 이해 잘한 거 맞아받아들여”


-니가 뭔데 날 판단해 이해시키려 하지마  그런 사실 받아들일 수 없어

-사복검 왜 써?

-혹시 한번 휘두르면 부러지냐? 그래야 하는데?


“정보, 담서의 모든 무기는 내구도가 무한이다. 알아두렴.”


-대체 왜 그러는거야?

-제작사는 유저가 싫대 제작사는 집단이기주의야 자기네 게임밖에 몰라

-ㅇㅋ 납득은 안가지만 문장의 이해는 했어 그럼 남은 하나는 뭐임?

“쟤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데 뽑으면 영역에 들어온 원하는 대상을 베 사이에 장애물 따위는 상관없이”

-머가 이해하기 힘들어 씨팔 그냥 뽑으면 죽는다고 해

-어이, 이 검, 뽑으면 죽는다.

-이해가 잘 안되네, 저런 NPC가 있는데 낙원인지 뭐시긴지 남아있다는 사실이

-음 담서의 원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담서가 원수를 못 갚거나 한게 아니라안 갚은 거구나


“일단 다른 외적인 요소는 없고 물리력이 행해지는 범위가 늘어나는 거라서 막으면 막히긴 해.”

참고로 담서의 재주는 이 게임에서 제일 높다.

“자 담서가 화는 났지만 그래도 나를 바로 죽일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은알겠죠? 정말 죽일 생각 밖에 없었다면 그냥 창 같은 거 필요 없이 저 멀리에서 금잔화 뽑으면 바로 다희랑 데이트였어.”

말이 막을 수 있는 거지 영역에만 들어오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부위를 자를 수 있는 존재를 어떻게 대처해.


-아니 말이 안 맞잖아 장애물을 무시하는데 어케 막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겠나?

-엄마! 나는 커서 담서가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담서가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담서가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담서가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담서가 될래요!


“아니 무협지에서 나오는 심검 같은 거 있잖아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니까?”

거리와 장애물을 무시하고 바로 목표를 향해 허공에서 참격이 휘둘러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즉 휘둘러지는 타이밍에 끼어들면 막을 수 있다.

미리 가드를 올리고 있으면 소용없지만 휘둘러지는 것을 확인하고 가드를 굳히거나,
휘둘러지는 것을 확인하고 장애물의 위치를 바꾸면 막을 수 있다.

“참고로 난 성공한 적 없어”

-뭔 팁이라도 주나 했는데 시발 죽을  멋진 포즈로 죽는 팁이네

-이봐 웨이터 이건 뭐지?

-저쪽 신사 분께서 죽으며 취한 포즈입니다.


떠들다 보니 슬슬 생명력이 모두 차올랐다.

전세는 극히 불리.

당당하게 덤벼들길래 무슨 수가 있나 했는데 그것은 아닌  같고.

담서의 혈색도 슬슬 더 나빠지지는 않는 것을 보니, 약효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충분하지도 않은 느낌.

이대로면 우리 소중한 노바투스 친구가죽겠네.

별 수 없나?

“둥지지기! 네 녀석의 염원이다! 잘 받아라!”

있는 힘껏 대검을 내던진다!

담서가 저 자리에서 교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그녀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것은 나도 후드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

놀랍게도 담서는 자신의 오빠가 죽은 이후로 한명도 사람을 죽인적이 없다.

방금 목숨이 날아갈 뻔한 내가  말은 아니지만 담서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꺼린다.

나름 유언을 지키는 중이거든.

동시에 담서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과대평가한다.

솔직히 천수국을 휘두를 때는 날 진짜로 죽일 생각이었던  같은데,
그 외에 모든 행동에는 설마 죽겠어? 이정도로는 안 죽을 걸? 이라는 마인드가 깔려있다. 아마도.

확실하지는 않은데 앙귀스의 루트에서 물어봤을 때는 적어도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후드도 노바투스의 멤버고,
이렇게 빠르게 나한테 뛰어와서 담서한테 싸움을  것을 보면 나름 앙귀스를 담당하는 그룹일 것이고,
그럼 담서가 살생을 꺼리는 것 역시 알고 있을 테니,

내가 이렇게 시선을 끌어주면 알아서 상황을 봐서 탈출할? 거라고? 믿었는데?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담서와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죽을 각오로 몸을 내던지는 후드.

왜? 시발 왜?

시선을 돌리며 창의 속도는 하락했고,방패 역시 반사적으로 방어에 적합한 위치로 돌아온다.

오른손에 쥔 검은 견제를 위해 형태를 다시금 채찍으로 바꾸며 휘두르지만 후드는 죽을생각 밖에 없는지 옆구리를 통채로 내주며 뛰어든다.

그리고 컷인.

아, 여기서 컷인이 떠?

과연 친구 목적이 그거였구나?

내가!

씨발!

그걸!

몰랐네!

***


내지른 창은 방패에 막힌다.

크으, 나름 전력을 담은 창인데 저 자동방패에 이렇게 가볍게 막히다니.

역시 저 남매는 대단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빈틈은 충분히 보였다.

옆구리의 상처가 깊다.

하지만 시야는 살아생전 더 없이 뚜렷하고, 내 정신은 역대 최고로 맑다.

창이 막히면서 발생한 반동을 이용해 뒤로 살짝만 뛴다.

능력을 이용해 공중에 발 디딜 곳을 만들어내고 그대로 허공을 밟고 뛴다.

이미 무리할 대로 무리한 다리 근육이지만, 남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로 마음먹은 정신에 힘을 보태듯이 그 여력을 불태운다.

품에서아끼고 아끼던 폭탄을 꺼내 던진다.

두 번째 방패가 날아온다.

역시 신경이 분산된 지금이라면 자동반응을 해올 것이라고 믿었다.

터지는 타이밍을 조절한  방패를 향해 던진다.

설정한 시간은 2초정도.

그 찰나,

나의 몸은 방패를 지나치고,

방패에 부딪힌 폭탄은 그 힘을 잃고 공중을 부유하며,

 몸은 그 가속을 잃어간다.

그리고 폭음.

폭풍을 추진력삼아 마지막 가속을 취한다.

창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후드에 이능력을 담아 내던지자 뒤편에서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주머니에서 짧은 단검을 꺼내 왼손에 움켜쥔다.

이제 10M도 채 남지 않았다.

몸이 땅에 닿는 순간.

그 힘을 최대한 잃지 않도록 땅을 박찬다.

5M?

단검의 날을 세운다.

3M?

날 끝을 조준하고, 반대 손을 뻗는다.

1M

담서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
반가웠어!

나의 빛!

나의 목표!

나의 희망!

나의!
모든 것!

뒷일은  부탁해!”

부디 예쁘고 아름답게 망가져줘

금속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오른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짓뭉개는 감각.

그리고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


존나 도망쳐야한다.

얼마나 존나?

존나게 존나.

이번 회차는 좆됐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회차를 조져봤지만, 이렇게 좆된 회차는 흔치 않다.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끌어내며 도망친다.

“후우, 시발,  대면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시발, 미친, 시발, 개같은 새끼, 시발, 씨발!”


-와 갤주 이렇게 정신 나간  처음 봄

-이쯤되니까 궁금하진 않고 기대된다

-ㄹㅇㄹ 표정보니까 설명도 필요 없이 이미  터질 거  터짐 이제 막 올라가길 기다리기만 하면 됨

-팝콘 벌써 다 처먹었냐? 이제 영화 본편인데

-고럴줄알고 내가 또 하나 준비해찌

-오 무슨맛이지?

-민초팝콘

-하 씨발 여기   이리 안 좋냐?

-주인장새끼가 아이스크림라면 같은  처먹어서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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