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030 - 너희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담서란 인물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보자.
앙귀스의 표면적인 수장.
왜 표면적이냐고?
실질적은 수장은 그녀의 오라비였던 담수 이후로 없다고 봐도 좋다.
따라서 표면적인 수장이며, 자칭 둥지지기.
앙귀스라는 약자들의 둥지를 보듬고 지키며,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망령.
삶의 이유도 목적도 빛, 희망, 꿈, 전체.
그 모든 것을 한사람에게 걸었고, 그 사람의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을 잃은 사람.
모든 것을 잃었기에 그저 현상에 머물러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존재.
따라서 망령.
자 그럼 그녀의 오라비가 되는 사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OO라는 세계에서 최고의 인격자이자 유일한 흠이 없는 정상인이다.
비록 본적은 없지만 그의 행적을 보면 모두 인정할 걸?
우선 약간 잘못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호부견자 없다고 훌륭한 인격자로 성장.
하지만 10살 언저리의 나이에 북쪽지부가 개박살이 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만다.
그 후 좋지 않은 가정사를 가지게 되었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
추후에 북서지부의 참극이 벌어지던 날 이부누이인 담서를 데리고 가족의 곁을 뜬다.
그 후 자신의 여동생과 그 외에 삶이 험난하고 힘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단체를 설립.
현재의 앙귀스에 해당한다.
라틴어로 뱀을 뜻하는 단어.
자신들이 쳐내고 버린 이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이 살아가는 곳을 낙원이라 부르며, 잘난 채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뱀.
물론 제작사의 의도가 그러했다는 것이고 OO의 세계관에 라틴어라는 언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
영어권에서 하면 영어를 쓰고, 일본에서 하면 일본어, 독일에서 하면 독일어를 쓰는 걸?
아무튼 본인의 능력으로, 그리고 자신이모은 재력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보살피며 그 세를 키워 당당한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매김한다.
6살의 나이, 6년간 가족에게 버려져있던 담서는 그런 오라비 곁에서 오직 그만을 보고, 오직 그에게만 배우며, 그를 목표로 성장했고.
12년뒤 담수는 배신당해 죽는다.
현실을 기준으로 성인이 되던 날에 맞춰서.
담서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어떤 감상을 가졌을지, 어떤 마음을 품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담수는 죽어가면서도 그녀에게 정말 훌륭하고 OO 대표보살다운 유언을 남겼고.
담서에게 모든 것을 넘겼다.
그래서 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놨다.
자신의오라비는 훌륭했다.
인격자였고,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으며, 모두에게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말을 따랐다. 따르기로 했다. 자신이 생각과 감상, 느낌을 모두 저버리고 그의 유언을 따랐다.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더 크고, 더 오래간다고하던가?
어린 아이는 상처를 모두 다스리기도 전에 더 큰 상처를 입었고, 그 결과 자신의 둥지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그런 담서를 둥지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바로 앙귀스의 핵심 과제이자, 앙귀스를 자신의 세력으로 삼아 루트를 진행할 때 가장 큰 목표에 해당한다.
무려 방법도 두 가지 뿐이거든.
말했듯이 담서는 이미 살 이유를 잃었다. 그런 담서의 곁에서 담서를 아끼고 달래고 북돋아주면 담서는 놀랍게도 북서지부를 쳐부숴버리고 앙귀스의 손아귀에 떨궈버린다.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모조리 중앙으로 내쫓고, 받아들이는 이들을 모두 하나로 규합하고, 그라티아를 쫓아내고, 파라디수스의 강경파 역시 내쫓으며, 페칸스의 협력을 얻어 북서지부를 평정한다.
그리고 뭐할까?
당연히 죽는다.
나머지 하나의 루트는 담서를 북돋아 준 뒤 담서를 따라 움직이는 척하며 담수의 유지를 이어받은 앙귀스의 3인자의 계략에 따라 담서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는 것.
자 두 가지라고 하였는데, 설명한 것은 한 가지다.
둘 다 담서를 북돋아 주는 루트잖아?
그럼 남은 하나는 뭘까?
지금 저 노바투스 출신 의문의 후드인이 저지른 만행이 바로 그것에 해당한다.
머리에 꽂은 석산.
저 석산 담수의 능력이다.
죽어서도 유지되고 있는 정말 대단하고 무능한 능력이다.
살아있을 때는 붉은 색이었는데 죽어서 검은색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 저 미친년이 부순 목걸이, 마찬가지로 담수의 유품이다.
본인이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받았고, 자신의 이부동생에게 물려준, 담수의 두 번째로 소중한 것.
제일소중한 것은 담서라고 하더라 오우 닭살 돋아. 14살 차이나는 남매는 저러냐? 저럴 수도 있겠다. 14살 차이면 반쯤은 딸이지.
뭐 담수의 생각이 어떠했던, 담서에게 있어서 저 목걸이는 핏줄메이트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생기게 된 증표.
석산은 담수라는 인물이 살아온 인생의 증거.
마지막 유산.
그리고 우리 노바투스 친구는 지금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받쳐서 둘 다 부쉈네용?????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존나 존나 존나 도망치고 있는 이유다. 알겠냐? 너희는 혹시라도 담서랑 만나게 되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저거 2개만은 만지지도 말고 언급도 자제해라.”
우선 존나 열심히 뛰어서 노바투스의 거처로 돌아왔는데….
입구에 세피가 서있다. 왜지? 혹시 나한테 무언가 탓을 하려는…
“고생이 많으셨군요.”
건 아닌가보다.
“고생을 한 것은 맞지만 무슨 의도인지 물어도 되겠나?”
“일단 들어오시겠어요?우리의 소중한 선구자 중 한명이 자신의 염원을 다한 날이니 분위기가 좋답니다.”
이건 또 뭔….
***
“차는 드시겠어요?”
“진정하기 좋은 녀석으로 부탁하지.”
차를 우리러 간 세피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일시정지하고뒷태감상은 씹인정이지
-크으 역시 뭘 잘 알아
아니 지랄하지 마
“우선은 원인, 내가 노바투스에 입단하고, 담수의 유품을 들고 앙귀스에 찾아갔다. 그것도 진혼제가 얼마 안남은 순간에.”
“이로서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결과는 앙귀스에서 진혼제용 장작이 되는 것.”
“그러나 일어난 결과는 의문의 괴한등장으로 담서가 폭주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나는 생존.”
“끼어든 변수는 후드의 괴인, 확정지을 수 있는 부분은 그 인간은 노바투스 소속이고, 목적을 달성했다. 따라서 목적은 담서를 폭주시키는 것이고?”
“지금 세피와의 대화에서 얻어낼 수 있고 얻어내야 하는 것은 그 인간에 대한 정보와 표면적인 목적이 아닌, 속에 내포한 목적. 그리고 그에 따른 노바투스의 행보.”
“정보를 얻을 후 정리해야 하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해 각 세력이 취할 포지션과 그걸 기반으로 나의 행보를 정하는 것.”
오케이 정리 끝.
-음 역시 나는 만점공략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거나 따라하고 온라인이나 즐길라구~
-너두너두? 나두나두!
-그래도 상황 파악까지는 쫓아갔다 발전 ㅇㅈ?
-확실히 시간을 가지니까 정리가 잘 되긴하는데 버릇이 안 들어서 그릉가 나라면 이 타이밍에 정지 안했을 듯
“만점을 내가 찍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거만 따라오면 도감은 안뚫려 좀 노력 좀 해!!!”
그리고 발전이 있는 우리 친구들도 나 없이도 잘 해서 빨리 나 대신 피지컬로 엔딩 좀 봐줘
-야 그거 아냐? 내가 너 나온 이후로 다른 방송 보면서 느낀건데 사람은 몸이랑 뇌 둘 중 하나만 받고 태어난다
-ㅈㄹㄴ 난 둘 다 못 받았는데?
-너꺼 얘가 뺏어감
-뭐야 시발 돌려줘요
-어쩐지 우리한테 나눠져서 와야 할 뇌지컬을 얘가 다 가져갔구나!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시대를 앞서나갈 위인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했습니다.
-아들아 너의 아비는 OO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받친 사나이라고 기억해다오
-결혼은?
-어… 사복게이야! 나와 함께해줘!
[사복이] : 왜 다시 오자마자 나한테 이런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냐?
***
우선 대화의 순서를 정리하기 위해 차를 한 입 마시고.
“그 후드. 노바투스의 선구자겠지? 그자에 대한 정보부터 말해줄 수 있나?”
이름은 엘레나.
당연히 노바투스 소속 선구자.
능력은 집약. 그중에서도 공기를 대상으로 한 집약.
능력의 개요는 공기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을 딛고 설 수 있고, 다리를 박찰 수 있다.
따라서 이능력이 허용하는 한, 그리고 다리의 근육이 허용하는 한.
그녀는 공중이라는 제약에서 자유롭다.
단, 수중에서는 물로 인해 능력사용이 제한된다고 하는데 거 OO에서 수중전할 일이 얼마나 된다고.
담당 역시 예상대로 앙귀스.
그리고 목적은….
담서가 분노를 표출하는 것.
그 일그러진 얼굴을 구경하는 것.
일그러진 표정으로,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하는 몸짓으로,
세상을 할퀴는 것.
왜 그런 미친년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욕망을 가지고 계셨고, 이뤘다.
죽어서 이루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다.
듣자하니 내가 대검을 들고 앙귀스로 향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
바로 급발진을 밟고 일단 담서한테 덤볐는데.
문제는 담서의 전투력.
우리가 1~3위만 논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순위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집계한 전투력 랭킹이 아니라 나의 체감과 경험으로 이루어진 순위다보니까 실제 고넴들끼리의 싸움에서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오기 쉽다.
대표적으로 시엘라와 아키야의 싸움이 그렇다.
그라티아라는 세력은 가오로 이루어진 세력이 아닐 뿐더러, 그 세력의 수장자리를 코인토스로 먹은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아키야의 전투력은 직접 본 사람이 아니면 표현할 방법이 없다.
담서 또한 그렇다.
무려 순수 피지컬 3대장 중 1명이며, 적어도 내가 알기로 최고의 재주스탯을 가진 NPC이기도 하다.
그래서 덤빈 것은 좋은데, 뒷일이 까마득해진 그녀에게 본의 아니게 구원의 동아줄을 내린 이가 있으니, 그게 바로 이 몸 되시겠다.
시발.
다시 정지 누르고.
“자 크게 꼬였다. 아주 많이 크게 꼬였는데, 우선 이제 앙귀스는 없다. 현재의 앙귀스는 전투적인 측면에서 담서 원툴이기 때문에세력구도에서 지워도 좋아.”
“파라디수스는 아마 전면전에 들어갈 거야”
-굳이 전면전에 들어갈 이유가 있음?
-가까워서 그런가?
-담수 뒤통수 깐게 파라디수스인가봄
“정답, 직접적인 흉수가 파라디수스야.”
그 뒤에 숨은 내막이 어찌되었든, 당장 그 심장에 칼을 박은 것은 결국 파라디수스.
“그렇기 때문에 그라티아는 관망. 당장자신들에게는 해가 없고, 파라디수스가 터지는 것은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니까 개이득이지.”
-페칸스는 막을것 같은데?
-페칸스 친구들은 중재할 것 같음
정답. 이렇게 개판 난전이 일어나는 것은 그 친구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이제 하산해도 좋다.”
-어림도 없지 ㅋㅋ
-응애 나 애기 오붕이공략 줘
제발 좀 하산해!
***
“저희는 이번 기회를 잡아 북서지부의 다른 세력들을 누르고, 북서지부를 무주공산으로 만든 뒤, 저희의 역사가 시작될 장소로 만들 것입니다.”
‘시작의 횃불을 태워 올린 선구자에게 평온을’
어느새 모여든 노바투스의 인원들은 그렇게 말하며 묵념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시발 속도 좋아 누구는 지금 심장이 쪼그라 들어가는데.
장담하는데, 이 새끼들은 담서의 폭주가 무슨여파를 가져오는지 모른다.
음 생각해보니 시작과 동시에 런각을 잡던 친구들이니까 모를 만도 하네.
그간 내가 발견해온 노바투스 관련 이벤트는 모두, 이미 북서지부를 떠난 노바투스를 다시 불러들이는 이벤트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이상의 정보도 없으니, 나도 내 나름대로의 할 일을 해내야겠지?
무주공산을 만들겠다고 했냐?
내가 또 그런거 정말 잘 알거든?
아키야 발작버튼 누르러 간다 딱 기다려.
음? 근데 아키야가 발작하면서 날뛰기 시작하면 세피는 어떻게 반응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