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037 - 도화지 위에서 추던 춤
-유이-
눈이 어지럽다.
머리에 잡음이 울린다.
원망하는 소녀의 절규가,
갈망하는 소녀의 울음이,
책망하는 소녀의 비명이,
머릿속을 울린다.
푸른색.
붉은색.
녹색. 보라색. 하늘색. 노란색.
각각의 색을 가지고 흩어진다.
각각의 색으로 세상이 물든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세상은 다시 흩어지고 퍼져나가 또 다른 색으로 물든다.
주황색. 흰색. 검은색. 분홍색.
색이 퍼지고 번져 그 색은 점차 다채로워지고, 계속해서 시야를 어지럽힌다.
세상이.
색으로.
안개로.
덮여간다.
여전히 소녀의 외침은 떠나지 않는다.
내 앞에서 적의를 표출하던 이들이,
자신의 의지를 표하던 이들이,
자신의 정의를 내세우던 이들이,
세상을 물들이며 사라져간다.
그래 너희는 약하다.
너희는 나를 꺾을 수 없고.
따라서 너희의 의지는 내 앞에서 의미를 가지지 못하며,
너희의 정의는 내 앞에 세워지지 않는다.
억울한가?
그럼 분노해라.
원망하고, 증오하고, 불합리함을 외쳐라.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것에 만족해라.
악을 행하던 이들아,
선을 저버리던 이들아,
상황을 방조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꾸지 않던 이들아.
너희의 감정은 합당하다.
난 너희의 악의를 받아들일준비가 되었다.
너희는 악을 행하며 너희에게 가해지는 분노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너희는 선을 저버리며 너희에게 외쳐지는 울분을 흘려 넘겼지만.
난 너희의 감정을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으니까.
난 도망치지 않는다.
눈 돌리지 않고, 조소하지 않고, 합리화하지 않는다.
신이 세상에서 눈을 돌렸을지언정, 인간에게 사후가 남아있다면 필시 나의 끝에 평온은 없겠지.
그럼 받아들이겠다.
이미 일그러진 세상에는 오직 선을 행하는 것으로는 이루지 못할 것이 많고, 그럼 선의를 행하는 이는 시험에 빠지고 모순에 빠지고 말겠지.
그 역시 받아들이겠다.
오만하다고 생각하나? 그럼 그렇게 생각하여라.
그 역시 받아들이겠다.
인간은 모순은 앉고 살아가는 생물이고,난 오만할 만큼의 무력을 가졌고, 세상은 약자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아직도 소녀의 외침은 떠나지 않는다.
너희가그러했듯이.
그러니, 난 너희를 붓 삼아,세상에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더는 숨을 뱉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하늘에 닿도록 그림을 그릴 것이고.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하여, 너희가 보지 못하는 그림을 바칠 것이다.
난 너희의 악몽, 너희의 종말, 너희의 멸망, 너희의 끝이 될 것이고, 너희는 나로 하여금 약자가 되어떠나갈 것이다.
세상이 끝나는 날, 악을 행한 이는 나 혼자로 충분하고.
내 삶이 부서지는 날, 저버려지는 선은 나를 향할 선이면 충분하다.
그러니까,
더 부딪쳐 와라.
나의 강함으로 입증하는 나의 정의에 반기를 들고, 나의 존재로 정의하는 나의 의지에 적의를 표하고, 나의 의지로행해지는 행보를 막아서라.
그리고 나를 밟아 부수는 것으로, 너희를 입증해라.
너희가 해 오던 방식으로, 내가 행하는 방식으로.
***
영문 모를 세력의 본거지를 기습하고 30분이 지났다.
강한 세력이었다. 필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무능한 파라디수스의 병졸들이라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모조리 바스러졌을 텐데.
이들은 30분의 시간을 잡아먹을 만큼 본연의 힘을 갈고 닦은 이들이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비록 내가 원치도 않았지만, 의사와는 관계 없이 나에게 주어진 이능은 약한 이들에게 더 압도적이고 강한 이들에게 그 힘이 약해진다.
인류에게 가혹한 세상과, 그리고 그러한 세상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 같은 이능.
그리고 억지로 주어진 힘은 그 대가로 나에게서 신체의 건강을 앗아갔다.
약한 이는 내 주변에 오는 것만으로도 버티지 못하고 바스러질 것이고,
강한 이는 스스로를 해하고, 본연의 힘을 제어하지 못해 무너지는 내 앞에 그저 서는 것만으로도 나를 압도하겠지.
전형적인 힘에 휘둘리다가 죽어가는 강약약강의 이능.
그래서 스스로를 단련했다.
강과 약이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니까.
내가 나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 단련하는 것으로 난 나의 존재를 관철할수 있다.
원치 않았던 일이라고 울부짖을 바에는 이렇게 된 세상을 벌할 수 있기를 선택했다.
바란적 없다고 남을 탓할 바에는 이렇게 만든 이들에게 죄를 묻기를 선택했다.
그저 빼앗기며 눈물 흘리던 소녀는, 그렇게 그날 홀로 외로이 죽어갔다.
죄 없이죽어간 소녀의 시신에서 핀 꽃은, 그 꽃을 먹고 자란 짐승은, 그 짐승을 삼키고 커진 괴물은, 그렇게 세상을 덧칠하는 폭류가 되어, 이렇게 자리하게 되었다.
그래, 난 그러했다.
난 더 이상 울부짖지 않는다.
더 이상 불평하지 않고,
탓하지 않고,
악의를, 분노를, 증오를, 원망을 그 어떠한 울분을 남에게 표하지 않는다.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않는다.
허면, 약자는 죄인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허면, 약자는 울부짖을권리가 없는가?
그 역시, 그렇지 않다.
선하고 약한 소녀를 먹고 자란 괴물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세상으로 하여금 인정시키기 위해,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 섰으니까.
그러니까 너희는 나에게 반하기 위해서, 나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나를 인정시키기 위해서.
나와 같은 자리에 서서, 내 앞을 막아, 나를 꺾어야한다.
억울한가?
합당하다.
불합리한가?
그 역시 합당하다.
독선이고, 위선이며, 자기만족에 불과한 광인라고 생각되는가?
나 역시그리 생각한다.
예로부터 광인에게는 매가 약이라 하였다. 그럼 너희는 매를 들 텐가?
“와라, 너의 정의를 내 앞에 내세우고 나의 정의를 꺾어라.”
새파란머리칼을 흩날리며.
등에, 날개 뼈에, 광배에, 허리에, 잿빛 편익을 펼치고.
은빛으로 반짝이는 역안을 치켜뜨고.
그래 그렇게 나에게 와서 스스로를 입증하는 거야.
소녀의 외침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
비익조라는 상상의 동물이 있다.
둘이 합쳐 한 쌍의 눈과 날개를 가져, 자신의 짝이 없으면 날 수 없고, 살아갈 수 없는 새라고 한다.
그래 날개라 함은 하나를 가지고는 날 수 없다.
그러니 저 네 개의 편익은 날 수 없어야 정상이다.
애초에 네 개가 아닌 네 쌍이었더라도 인간의 몸을 지탱하기에는 그 크기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네 쌍의 날개로 나는 것과, 네 편익으로 나는 것은 차이가 느껴질 수 밖에.
“그저 외적으로 발현한 것이 편익이었던 거냐? 너도 일그러졌구나.”
비행의 능력도, 부유의 능력도 아닌지 하늘을 거닐던 그녀는 돌연 가속도라는 개념을 부정하듯이 쏘아졌다.
“네, 필시그렇겠지요?”
내리꽂히던 창을 피하고, 주변에 흩뿌려진 안개를 몸에 감는다.
능력의 효능과는 별개로 그 외적 발현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으로 발현되는 능력도 그럴 진데, 일반적인 능력이 아닌, 자신의 심상이 반영된 개인고유의 이능은 그 형태에 따라 대상이 얼마나 망가져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내가봐온 이들 중 망가지지 않은 이는 앙귀스의 전대 수장. 오직 그 한 명뿐.
“무엇을 잃었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바라고 있지? 너의 외 날개는?”
짝이 맞지 않는 형태, 잃은 것과 얻은 것의 균형이 맞지 않아 기울어진 모습.
잿빛, 그다지 희망적인 것을 얻지도 않았고, 그에 비해 잃은 것의 가치는 높았나.
눈에 띄는 머리색과, 보이기는 하는 것인지 의문인 우안.
그에 비해 명백히 이변을 품고, 그 빛을 발하는 좌안.
이미 망가질 만큼 망가진 이가,
망가지는 목표를 가지고,
그릇된 길을 걷고 있다고,
전신으로 표명하고 있다.
“글쎄요? 당신보다야 덜 비뚤어진 것 같은데, 그런 비뚤어진 사람이저에 대해서는 왜 궁금할까요?”
날개를 무기삼아, 창을 축 삼아, 크게 돈다. 그 날개는 사람을지탱하기엔 작다고 말한 내 속을 뚫어보았는지, 배는 넘게 크기를 키우며 주변을휩쓴다.
충격이 크다, 안개를 감았지만 그 충격은 상쇄되지 않은 것을 보니, 또 성가신 능력이다.
안개를 지우는 것이 좋다고 이성이 조언한다.
하지만 소녀의 울음은 멈출 생각을하지 않았고,
어차피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공세에 힘을 실어주기로 하고 그녀에게 힘을 집중한다.
“타인의 이능을 밀어내는구나, 네 날개.”
이능이라 함은 세상을 향한 생물의 반항의사, 세상을 할퀴기 위한 생명의 반격.
따라서 세상에 패배하지 않고 버텨낸 이가 자신의 소망에 따라, 경험에 따라 그 효능이 정해진다.
한 발자국 더 걸어 세상을 향한 적의가 클수록, 그 목표가 높을수록, 그 신체가 강하고, 굳건할수록,
그리고 정신이망가진 만큼.
그 심상을 반영하여 표출되는 것이 고유한 이능.
세상을 불태우기 위해 자신을 장작으로 삼는,
세상을 할퀴기 위해 자신의 손발을 상처 입히는,
세상을 베기 위해 그 팔다리를 내던지는,
그러한 힘.
그래서 나의 안개는 세상을 물들이는 만큼, 나를 물들인다.
따라서 그녀의 날개는 타인을 밀어내는 만큼 자신을 몰아세울 것이다.
“네, 역시 화가님, 눈치가 굉장히 빠르시네요. 아니 오히려 눈치를 못 채는 쪽이 이상하긴 하겠네요.”
두 날개를 몸에 감고,두 날개를 세워 다시금 쏘아진다.
그렇구나, 넌 타인의 이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자신의 앞에 서는 것을,
거부하는 구나.
그 능력의 뒤에 존재하는 상처가 무엇이기에.
그렇구나, 좋다.
그 역시, 좋다.
난 언제나 적의를 받아내고, 정의를 부딪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자 부딪치자 너의 정의와 나의 정의를.
도움이 되지 않는 안개를 치운 뒤 순수한 육체로 맞선다.
이미 부서지기 시작한 몸이지만, 받아내도록 하지.
너의 의지는 과연 나를 꺾을 수 있을까?
나의 의지는 과연 이번에도 꺾이지 않을까?
그렇게 소녀는 줄곧 울부짖고 있었다.
***
-월요일. 아침 10시-
“미쳤나봐 시발”
연차를 신청하길 잘했다.
나의 빈자리가 작지는 않겠지만 그건 내가 아닌 직원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연가수당을 지키기 위해 주말임에도 칼같이 연차를 허가해준 팀장에게 감사를.
생각해보니 그 양반이 나한테 올 연가수당을 왜 걱정하지?
뭐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얼마나 집중해서 전력을 다해 구경했는지 몰라도, 몸을 움직인 것은 없는데 일어나니 9시다.
아니 몸을 움직여도 가상현실이니까 실제 근육이 혹사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체가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존재하는데.
“많이 지쳤나?”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방송이라는 해행위 자체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미쳤나봐”
일어나고 1시간, 포인트만 잡아가면서 유이와 세피의 전투를 감상하고 있는데.
우선 세피.
이 여편네도 괴물이다.
날개가 돋아? 그럴 수 있다.
이능력을 쳐내? 그럴 수 있다.
뛰어난 체술? 그럴 수 있다.
근데 단순히 그런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닌데?
우선 공중으로 떨어지는 장면.
공중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지상에서 공중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머임? 대체 머임?
신체가 그런 것이면 이해하겠다.
왜 지상으로 던진 창이 지면을 부유하다가 공중으로 떨어지고, 그걸 자연스럽게 잡는 거야?
유이도 유이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대처하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행동한다.
항상 그런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상으로 내던진 창이 지면에 눕혀져 있다가, 불현듯이 중력에 당겨지는 것처럼 유이에게 쇄도한다. 왜?
솔직히 얼핏 보고 이해가 가는 고유능력은 유이 뿐이었지만, 얘는 특히나 이해가 안가네.
루미나? 걔는 고유능력을 발동하는 지도 몰랐어.
그리고 둘의 대화.
확실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고유능력에 숨어 있는 것 같기는 해.
고넴들한테 고유능력을 받을 때 매번 듣는 말이 있는데 눈치를 못 챌 리가 있나.
근데 그와 별개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키야는 매번 넌 왜 세상에게 먹히지 않을까 라고 묻는데.
모른다. 세상에게 먹히는 게 뭔데 시발; 죽는 거?
시엘라는 세상을 먹지 않도록 조심하란다. 뭘 먹어?
하여튼 지들만 아는 씹덕 설정가지고 청정수 놀리는 더러운 썩은NPC들
그건 그렇다 치고, 영상 잘 뽑혔네.
오랜만에 본업 좀 발휘해서 적당히 편집해서 올려줘야겠다.
자그마한 복수심과 몰입감을 위해 혼자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나랑 놀아준 친구? 들인데 버릴 수는 없잖아?
***
[병신들 아직도 17층따리 찐따나 물고 빨고 지랄났다]
(대충 2278점 찍은 이미지)
-22층 쉽고수님께서 존나 쩌는거 보여줄테니까 들어와서 따봉누르고 가라
>얜 또 뭐냐;
└빛.주.
>그새끼 거품인줄 알았음 ㅋㅋ 결국 하다보면 된다니까?
└얘가 그새끼란다 친구야
└그...혹시...없나?
└넌 제발 뭐 좀 알고 말해라
>돌아왔구나 딸태식이!
└꼭 그렇게 말해야되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좀 그릏다...
└갤주 1패
└와! 드디어 우리가 이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