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039 - 막간.

영상은 3편.

대화를 잘라낸 30분정도 길이의 아키야vs시엘라 영상.

시엘라의 시점 느낌이 나도록 적당히 손을 봤다.

게임의세대가 반쪽짜리 가상현실에서 완전한 가상현실로 온 이후의 장점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이 넓은 전황을 한 눈에 담고 지켜보고 있으면, 내가 실제로 집중해서 본것이 어디가 되었든, 녹화된 영상에서는 깔끔한 화질로 다시 감상을할 수가 있다는 것.

어차피 사람의 시야는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을 다 관측하지 못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과, 그것을 인지하고 관측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

그리고 가상이지만 현실인 환경에서도 마찬가지.

천리안이나 동조, 공유 같은 계열이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능력이 있는 게 어디야.

덕분에 적당히 고개를 허공에 고정하고 곁눈질로 하이라이트만 구경했는데, 나름 대부분의 교전이 녹화가 되었다.

물론 결국 시점은 고정 되있을 수밖에 없어서 시엘라시점의 느낌이 살도록 손을 봐도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리고담서vs루미나.

무려 2시간이 넘어가는 영상이었는데 손 댈 부분이 없어서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1시간이 한계였다.

게다가 녹화위치 기준으로 너무나도 깔끔한 시야각에서 일어난 전투라서 살짝 원테이크 기법의 영화필름같은 느낌도 산다.

마지막으로 유이vs세피.

여기도 1시간이 넘어가는 영상이지만 기본적으로 속도감이 있는 전투와 한 합에 따라오는 대화가 많았고, 안개로 인해 잘려나가는 부분이 좀 되다보니 20분의 길이로 조절할 수 있었다.

이렇게 3편.

사실 방송으로 먹고 산다거나 할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영상사이트에 올려서 조회수로 용돈 빨아먹는 것 정도는 나쁘지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영상 투고사이트에 올렸다.

절대로 얘들 엿 한번 먹이려고 혼자 본 건 좋은데, 곱창이 난 민심을 어떻게 다스릴지 감이 안와서 이런 것은 아니다.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점수. 드디어 17층을 벗어났다.

근데 문제는 22층이 되었다는 것이지….

2000점이 만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 구경도 못한 세력이 있었고, 그 이유가 엄청난 속도로 북서지부를 떠나기 때문이었다면, 그 세력을 북서지부에 묶어놓는 것만으로도 미래는 굉장히 큰 폭으로 바뀌니까.

그렇잖아? 없어야 할 인물이 생기기만 해도 미래가 여간 크게 바뀌는 것이 아닌데.

심지어 한 세력이 생겼다.

굉장히 큰 폭으로 점수가 상승할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여기서 큰 폭이란 100점 단위를 말하는 것이었고.

그리고 리베르타스 친구들은 확실치는 않지만 저 정도로 정보가 없는 조직이면 오히려 반대로 점수 기여도가 낮을 것 같았기도 했다.

때문에 리베르타스 루트는 점수를 잘 뽑아도 2000점 내외 테마가 붙는다면 2200점 정도?

그리고 노바투스는 테마가 붙는다면 2500점까지도 나올 것 같으니 만점도 그정도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우리 북서지부의 아이들은 다들 불행하고안타까운 삶을 살고 있으니까 어떻게 그래도 나름의 행복을 찾는 해피엔딩이기를 바랬지만,
노바투스는 그것과는 별개로 누가봐도 베드엔딩의 대표 주자였지만,

내가 바르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삶이니까.

그래서 노바투스 쪽이 아마도 가장 점수가 높게 나오는 루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것이 정사는 아니지만, 후속작 예정도 알 수 없으니 정사에 의미도 별로없지만, 그래도 만점짜리 루트라고 하면 뭔가 의미가 부여되잖아?

그런데 뭘 하지도 않았는데 2300에 인접하는 점수가 찍혔다.

심지어 테마엔딩도 붙었다.

그리고 2주를 채우기도 전에 끝난 결과물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원래 2주짜리 게임이 아니거든.

OO의 회차 플탐은 길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짧을 수 없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의 카운트다운이 대략 한 달.

유이를 저지할 경우에는 늘어나겠지만, 그쪽은 그쪽대로 다른 사건이 진행되서 결국 아무리 길어도 두 달 이내에 끝을 보게 된다.

그 와중에 현실과의 시간 배율이 1대1이라서 자동진행부분이나 시간가속부분이 잘 구현되어있기는 하지만

최대 60일치의 볼륨을 가진 게임에서 2주가 경과하기도 전에 게임을 마쳤는데 2278점? 이젠 몇 점이 만점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루트 상 최고 기록이 1724점인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이상하지.

흠, 에라 모르겠다.

점심을 먹으며 작업한 영상을 정리해서 올린 뒤, 시계를 보자 3시.

얘들은 내가 출근한 줄 알겠지? 비록 영상은 올렸지만 적당히 루팡한 척 하면서 시간 좀 때우다가 느지막이 방송을 켜야겠다.

마침 피곤하기도 했고, 이불을 덮고 커뮤니티 돌아다니다가 남의 방송 구경이나 해야징.

***

[올라온 시각 3시]

-연차를 쓴게 틀림이 없다. 그게 내 결론이다.
그러니까 방송 켜!!!!!

>누가 봐도 출근 안했는데 왜 안와!!
>사실이번에야 말로 우린 버려진 게 아닐까?
>작별인사였던거야


[영상 다 보는데만 2시간이네]

-2시간 뒤에 보자 친구들

>ㄹㅇ 귀신같이 글 리젠 줄어든게 레전드네
└아니 그냥 월요일이라 그래 백수새끼야
└시발 닥쳐

[일단 20분짜리 보고 왔다]

-우린 지금까지OO를 한게 맞을까?사실 ㅇㅇ이 아니었을까?

>사실 쟤가 하는게 OO가 아닌게 아닐까?
>사실 점수가 아니라 등수가 아닐까?


[30분짜리부터 보고 왔다]

-대부분의 사람이 20분짜리를 본 지금 30분짜리를 스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

>오; 어떰?
└모르겠음 ㅎ 그냥 투쾅펑펑하던데
└투쾅펑펑 ㅇㅈㄹ ㅋㅋㅋ
└나도 이 생각했는데 진짜 투쾅펑펑함

[밑에 놈 레전드네]

-요약이 그렇게 밖에 안되냐? ㅋㅋㅋㅋㅋ

>요약 가능?
└아니 난 아직 보지도 못했는데, 해설해놓은거 보면서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어...그렇구나;


[담서는 전설이다]

-비록담서 얼굴도 제대로 못 봤지만 오늘도 앙귀스루트 타러 간다.

>담서 얼굴보기 개쉽던데 뭐함?
└만나자마자 감동에 겨워서 머리박고 가르침을 요했더니 주변 얘들이 끌어내더라
>이새끼도 진짜 또라이야

[검제게이 분석방송 켰다]

-그래도 믿고 보는 순덕이인데 말 잘 해주겠지?

>허가해줌?
└ㅇㅇ 수정하거나 잘라내서 쓰는 거 아니면 괜찮다고 했음
>믿는다...! 순덕아...!

오, 이건 귀하군요. 얘나 보러 가볼까?



***


“우선, 미안하다. 그래서 내가 짬과 피지컬이 있는데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눈에 뵈는 게 없네.”


-요즘겜도 안하고 날먹만 하더니 폼 다 죽었네

-나락
-나
-락
-락
-나
-락
-나

-그래도 분석의 ㅂ이라도하는 건 너뿐이야

-그것도 맞긴해


“그래도 이 백병전은 뭐가 보이는데 나머지 2개는, 하나는 그림자에 떡칠이 되어있고 하나는 안개에 떡칠이 되어있어서 진짜로 안보인다 얘들아”

[‘너랑보려고’님 1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원본도 안보고 왔는데 느리게 재생하고 뒤로 돌리고 이빨 부숴지는줄]

-ㄹㅇㅋㅋ

-나도 안보고 왔는데 암걸려 죽는 줄 알았자너

-ㅋㅋㅋㅋㅋㅋㅇ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그건 미안한데 그래도 꼴에 분석방송이었잖아”

-아 알바 아니고 일단보여주고 분석하라고

-인정하는부분

-너 뭐하든 알바 아니고 일단 나 좀 보자고 ㅋㅋㅋㅋ


“아니 가서 혼자 보라고!!”

-? 지금 청자 내쫓는거?

-초심 어디갔냐?

-좀 잘나간다고 막나가네?


“후, 말을 말자 사랑해 얘들아”


-웩

-우웩

-형 역겨워

-역 형겨워

[‘야 너네 때문에’님 1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순덕이 기강잡기 들어갔잖아 입 다물어]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ㄹㅇㅋㅋ

-ㄹㅇㅋㅋ

-그래도 조금 아쉽긴 해~

-그건 맞지

그야말로 개판에 똥판.

혹시 내 방송도 이 모양인가?

생각해보니 이런 친구들은 매니저도 쓰고 채팅창 관리도 하고 그러는데, 난 그런 행위를 한 기억이 없다.

해 놓은 거라고는 그냥 너무 채팅이 난잡하면 집중이 흐트러지니까 채팅제한만 걸어놓고 말았다.

정작 게임에 집중하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눈에 안 띄어서 있으나 마나한 조치가 되었지만.

물론 그렇다고 풀어줄 생각은 없다.

채팅 읽을 때 방해되거든.

아무튼 전에는 신경 쓴적 없었는데, 일방적으로 벽보고하는 방송이라고는 해도 방송을 하는 입장이 되니 신경이 쓰인다.

좀 있다가 다시보기라도 하면서 체크해봐야겠다.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지나치게 나쁘거나 하면 다시보기로 공략을 참고하려는사람들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잖아?

내 방송에 상주하는 정신병자 친구들은 내 알바가 아니다.

[딸.기.조.아] : 실망이 큼

어, 아이디 안 바꿨다.

-? 시발 너 여기서 뭐해

[딸.기.조.아] : 루팡 중임

-구라치지말고 방송켜!!

-방송 안키고 머하냐고!!!!!

-ㅡㅡ

-뒤지기 싫으면 방송 켜!

[딸.기.조.아] : ...ㅎㅎ;; ㅈㅅ!!


도망쳐야겠다.

나도 인생이 있지 연차내고 노동방송이라니 절대 그럴 수 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