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042 - 소제목 말고 본제목
“저 밥좀 먹고오겠습니다. 진행하고 계셔도 좋고, 쉬고 계셔도 좋아요.”
하지만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지.
-이걸 런해?
-또 무슨 이상한 거 처먹으러 가!
“이상한 거라니 육개장 먹을 거야”
-시발 또 육개장에 딸기 쳐 넣어서 먹을 거지
-그런 거 처먹을 거면 가지 말라고!
“아니 너희 육개장에 딸기 넣어 먹어? 제발 이상한 것 좀 먹지 마”
신성한 육개장에 무슨 짓이야;
-?
-? 예?
-어?
-우리가 이상한 거였나?
“응~ 너희가 이상한 거야~”
“마침 잘 됐다. 칼빡이들아 나도 밥 좀 먹고 온다. 너희도좀 쉬다와”
-넌 어디가 넌 켜놓고 먹어야지
-감 다 잃었네?
-자꾸 내 피를 분노로 끓어오르게 하지 말아줄래?
-보글보글
-조금 더 임팩트 있게 끓으면 안 되냐?
-뽀글뽀글
-^^ㅣ발
***
“참모 이오릴, 그라티아의가장 큰 기둥이지. 그녀만 쳐낸다면 그라티아의 결속력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겠지.”
그라티아는 기본적으로 반쪽짜리 조직이다.
우선 정식 단원이 아키야 밖에 없다는 점이 첫 번째 이상한 점이고,
정규 편성이 되어있는 조직이 아니다보니 사공이 많다는 점이 두 번째 이상한 점이며,
그로 인해 합심할 만큼 큰 일이 닥치지 않으면 점조직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 세 번째다.
심지어 단 두 명을 제외하면 아키야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그 와중에 조직을 통솔할 능력이 있는 아키야는 관심이 없으니.
서열 2위 정도에 해당하는 이오릴이 유일한 구심점.
따라서 이오릴을 쳐낸다면, 구심점을 잃고 완전히 점조직으로 흩어지리라는 테르미의 판단을 옳다고 볼 수 있지.
“이곳, 남서거리와 맞닿아있는 외곽지역. 이오릴은 매번 북서거리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구역을 관리하지,보고에 따르면 이번 일주일동안은 이곳을 순회할거야.”
본인의 무력이 약한 그녀를 죽이고, 그라티아의 결속을 끊어내는 것.
그것이 자네의 목표라네.
***
“후, 무서웠다.”
-ㄹㅇㅋㅋ
-머가 무섭노?
-3인칭 충들은 그 압박감을 몰라서그래
-솔직히 방송보려고 캡슐 들어가는 건 좀...
-1인칭 해보면 절대 못 끊는데 이걸 거르네
-1충 특 파인애플피자 좋아함
-3충 특 딸기볶음밥 좋아함
-아좆같은 거로 싸우지 마 시발~
채팅창이 절찬리 뒷간의 똥통이 되어가고 있는 도중, 순덕이는 자기 방송돌볼 생각은 1도 못한 채로 나에게 원붕이의 장래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오릴은 뭐하는 친구입니까? 혼자서 해 볼만 한 거 맞아요?”
이오릴이라.
참모, 그라티아의 기둥, 빈민가의 등불 등뭐 많은 이명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명은 불사조.
‘불사조 이오릴’
일전에 보여줬던 힐링 토템. 바로 그 원본 되시겠다.
성격 좋고, 동료애가 투철하며, 피가 흐르는 것을 꺼리고, 약자들을 보호하고 싶어 하며 뭐 많은데, 대충 착한 사람이다.
뭐 기본적으로 OO에 순수하게 나쁜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조금 더 조건 없이 선한 성향을 표하는 이들을 꼽자면 반드시 해당하는 인물.
게다가 능력도 재생과 방출의 조합.
온라인 컨테츠에서는 별 것 아닌 듯이 사용했지만, 일전에 설명했던 능력의 계열들.
체내에서 작동 한다던가, 체외에서 작동 한다던가,그런 대분류는 보통 대분류가 겹치지 않으면 동시발현이 굉장히 어렵다.
그 어려운 것을 또 해낸 것이 바로 이오릴.
따라서 전장에서의 그녀는 정말 까다롭지.
우수한 전투력은 없으나 오랜 세월 다져진 체력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력, 그것들을 기반으로 삼은 생존력.
그리고 그 생존력을 보조해주는 재생능력.
거기에 그런 그녀를 돋보이게 만드는 재생계열의 방출능력과 화룡점정에 해당하는 지휘능력.
아마 수집형 RPG였다면 무지개등급의 힐러가 아니었을까?
그 정도로 집단 전에서의 이오릴은 굉장히 까다롭고 거슬리는 인물이다.
NPC의 티어표를 그린다 가정했을 때, 절대 0티어에해당하는 정신병 환자들을 제외하면, 굳건하게 당당하게 어떤 변수가 닥쳐도 1티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인물.
“그럼 못 잡는 거 아닙니까?”
“? 칼챔 들고 힐 특화형 유틸폿 하나 못 잡아요?”
“아뇨 당연히 잡죠.”
“그럼 걱정 없지 뭐.”
그래, 결국 그녀는 유틸성과 리더효과가 좋은 서포터일 뿐이다.
아마 이오릴과 테르미의 진영이 바뀌었다면, 파라디수스가 더 고전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게릴라전을 수행하며, 꾸준히 전력을 갉아먹고 비장의 한수를 손에 쥔 타이밍에만 전면전을 펼쳐야하는 그라티아의 입장에서, 전면전의 여왕, 전장의 꽃 사제는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꽃마저도 지금 꺾일 위기에 처해있고.
“근데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저렇게 당당하게 위험에 노출되어있습니까?”
-순덕이 왜 갑자기 똑똑한 척 함?
-너...좀 낮설...달까?
-평소처럼 내 지옥참마도가 울부짖는다고 달려든 다음에 끔살당하는게 더 잘 어울려!
“쉿! 조용히”
“쉿은 개뿔저도 평소에 할 거 없으면 댁 방송 구경하니까 설명이나 마저 듣던가, 아니면 천국안마봉이나 뽑으세요.”
-아 ㅋㅋㅋ 거기까지 알고 있다고?
-땅!땅!땅! 1세대 칼빡이 인정!
-으쩐지 첫 방송부터 익숙한 냄새가 났다 이거야
-그건 당신의 인중냄새가 아닐까요?
-킁킁 그런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부분을 알기 위해서는 그라티아 정찰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했는데, 정찰은 개뿔 용기갱만 다녀오셨으니까, 간단히 설명만 짚고 갈게요.”
그라티아에는 다시 말하지만 사공이 많다.
그런 사공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질을 할리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제 아무리 강경파 노선을 타는 그라티아라고 해도, 희생을 줄이고 천천히 한 발자국 씩 나아가고 싶어하는 이오릴 같은 사람이 있고,
대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소를 희생해도 된다는 사람도 있다.
특히, 그 노선의 선두주자인 더치.
501명을 위해499를 버리고, 다시 251을 위해 250을 버리고, 90을 위해 두 갈래로 나누어진 160을 버리기를 반복하여 최후에 2명을위해 1명을 버릴 사람.
이오릴의 친위대장이면서 가진바 야망이 큰 사내, 겉과 속이 다른 남자,전장의 깃발 더치.
본래라면 이오릴의 친위대 노릇을 하고 있어야 하지만, 우리 꿈과 야망이 큰 더치님은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전면전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말이야.
그 결과 그라티아는 지금 가장 힘 쌘 사공이 자리를 비운 상태고,나머지 사공들은 힘 쌘 사공에게 일을 떠밀어놓고 방치하다보니,
지금 선수상이 박살날 위기라는 것도, 그 용골과 돛대가 부러질 위기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꿈을 부풀리고 있지.
물론 이오릴이 죽는다고 그라티아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변수에 따라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고 게릴라전으로 변할 수는 있어도, 결국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소모전 끝에 패배할 미래가 보여도, 구심점을 잃은 사공들이 흩어져각개격파를 당할지라도 썩어도 준치, 대마불사라고 그라티아가 완전히 진압당하는 것은 굉장히 요원한 일.
그래서 강경파의 루트를 밟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그라티아를 똘똘 뭉쳐서 앙귀스랑 같이 일망타진하는 것이기도 하고.
“근데 그럼 그런 미래가 있다는 것을 그 더치? 라는 NPC는 몰라요?”
“반만 알죠. 걔는 2세대 인물이니까.”
2세대.
담수가 죽은 날을 기점으로 후에 해당하는 인물들.
당시에 그라티아는 단 셋으로 이루어진 조직이었고.
앙귀스는 담수가 죽던 그날 핵심 인원들이 대거 몰살을 당했으며, 파라디수스는 얼마 안가 안개로 가득 찼다.
무슨 소리냐.
2세대 인물들은 루미나가 왜 통곡의 벽, 절망의 성문, 무너지지 않는 기둥이라 불리는지 모른다.
왜 담서가 처형자, 집행관, 사형선고의 낙인이라고 불리는지 또한 모른다.
왜 유이가 멸망화가인지, 왜 시엘라가 북서지부의 여제인지, 존나 아무것도 모르는 개 멍청이들이다.
아키야? 걔는 1세대도몰랐으니 괜찮아.
아무튼 그런 2세대의 인물인 더치의 입장에서는 3년 전 그날 앙귀스와 파라디수스가 크게 한 딱가리 했고, 그 후에 파라디수스에서 모종의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앙귀스가 무너지기 직전이고, 파라디수스 역시 대마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내고 있을 뿐, 2번이나 보급을 끊었으니 전면전도 할만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그리고 테르미는,1세대의 인물이다.
적어도 유이의 안개에서 휩쓸려 죽지는 않을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뜻.
인사개편으로 꿰찬 수비대장의 자리라서, 스스로에게 불만은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능력에는 자신이 있고, 자신을 가질 만큼의 강자.
그러니까 저렇게 깝칠 수 있고, 그런 자신의 뒤를 봐주는 것이 이오릴이라는 것을 모를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 원붕이는 가서 이오릴만 따고 오면 돼, 상성 9대1로 우세하니까 할 수 있지?”
-못하면 오늘부터 야추때고 활이나 잡아라
-맞지 칼챔들고유틸폿 1대1 지면 그게 남자냐
-ㄹㅇㅋㅋ 반박시 탑원딜충
-아 ㅋㅋ 못하면 실명다트나 쏘라고
***
우선 당연한 부분이지만 원붕이에게는 4명의 일행이 붙었다.
섬멸대에서 둘, 수비대에서 둘.
총 5명.
예상은 했지만 진압대는 대장이 별로 협조적이지가 않아서 인원을 못 빌린 것 같고.
날이 선 분위기의 그라티아의 앞마당에 무사히 잠입하고 얼추 30분가량,이미 한참 전에 익숙해진 나라면 그냥 쿨하게 자동진행으로 탐색을 진행했겠지만, 한창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의 순덕이와 그의 파트너 원붕이를 보니 이것도 새로운 재미가 느껴지네.
이것이 뉴비를 바라보는 고인물의 시선인가?
[‘새롭다’님 1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매일 돌아다니던 거리인데 여친과 함께 다니면 이런 기분일까?]
그렇다. 3명과 2명으로 나뉘어서 탐색을 진행 중인 지금.
그중 2명조에 해당하는 원붕이 옆에는 수비대 소속 병사인 여성이 함께하고 있다.
앨리스…였나?
나름 눈에 익은 얼굴이긴 한데, 막 주요인물까진 아니니 패스.
[‘시즌997호칼빡이’님 1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순덕이 계 탔네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
-ㄹㅇㅋㅋ
-순덕이 평생 우리랑 함께할 줄 알았는데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 출세했네
“아니 NPC랑 같이 있다고 질투하지 마추해 칼빡이들아”
“진정으로 추한 것은 NPC에게 말 걸때마다말 더듬는 당신이 아닐까요?”
뭐 그럴 수 있긴 해.
나름 미형의 NPC니까. 그래도 이제 달달하고 간질간질한 분위기는 끝날 때가 되었다.
“목표 발견했군요.”
앨리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 좆 됐네?”
그리고 나도.
-? 갑자기?
-모야모야 나도 웃을래
-왜 좆됨?
-순덕이는 빨리 듣기 꺼!
“들었죠? 순덕씨? 이제 칼질에 집중해야되니까 듣기 끄고 게임에집중해, 이 방송은 내가 점령한다.”
“예?”
“근데 진짜로 집중해야 될 걸? 너 OO를 너무 얕보았구나?”
약간의 실랑이 후 투덜거리며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한 순덕이.
“이제 말해줄게, 혹시 내 두 번째 방송 본사람?”
-두 번째?
-오크리트면 다 봤을 듯?
-두 번째에서 뭐 했지?
-아 인챈터
“오, 너 닉 기억해뒀다, 다음에 너가 하라는 거 한번 해본다.”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한테는 상을 줘야지, 그게 수업이 됐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그라티아에는 인챈터라는 인물이 있다. 이 양반도 어지간히 독특하고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타인이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 흩어지는 에너지를 채취하여 보관하고, 보관한 에너지를 매개체에 담을 수 있는 능력자.
당연하지만 큰 제약도 따른다.
우선 단순한 잉여 에너지를 담는 것이기 때문에, 방출계열의 능력만을 채취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능력 제어를 잘하면 잘할수록 채취되는 양이 적다.
무엇보다 인챈터라고 부르고 있고, 보급품을 생성하는 것에 전념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 이능력은 본래 그런 소모품을 만드는 이능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면 서류철에서 금호 튀어나오는 것으로 그렇게 크게 놀랐을리가 없잖아?
생각해보니 어제 옥상에도 왔었네, 순간이동인가 역시? 아키야말고도 그런 능력이 있었다고?
아무튼 순덕이가 하라는 정찰은 안하고 정면 뚫기를 시도한 나머지, 이오릴에게 호위 병력이 붙었나보다.
일단 인챈터는, 한스는 이오릴과같은 파벌이 아니거든.
근데 이 자리에 한스가 있다? 그럼 한스의 세력도 이곳에 있다는 것이고.
“그 말은 원붕이의 피지컬이 폭발하거나, 원붕이가 폭발하거나둘중 하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