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045 - 소제목 말고 본제목 (46/99)



〈 46화 〉045 - 소제목 말고 본제목

-아 미친머임

-아 눈 시발 치워

-에반데;;

-씹에반데;;

-에바아니냐

-3진 에바로 사형시켜야되 시발

비록 한쪽 다리는 잃었지만 여전히 우락부락한모습.

그러한 육중한 체구로 공중을 부유하며 시야의 사각에서 원붕이의 공격을 막아낸다.

그런 그의 모습에는 특이한 점이 있으니, 바로 등에 생겨난 거대한 나비날개.

그래 ‘나비 날개’

물론 나비의 날개가 생겼다고 해서 사람이 하늘을 날 수는 없다.  사이즈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면 또 모를까. 게다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고 해도 1kg이 늘어날 때마다 요구하는 날개의 힘과 크기는 또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저런 얇은 나비의 날개라면 그 격차는  더더욱 커지니.

고작 신체와 비슷한 크기의 나비날개로는 사람을 비행시킬  없다는 소리지.

물론 현실의 날개가 아닌 이능의 영향을 받는 날개니까, 물리법칙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도 하고, 그래서 진화라는 이름을 가진 이능이겠지?

나비날개인 이유는 글쎄? 그건 그의 과거를 알아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일단 쉽게 알려주진 않아서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난 아직 못 들었어.

여하튼 저 거구의 바바리안이 하늘을 나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무려 나비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고 있다. 날개 짓도 하면서, 그런 비주얼을 가지고 우람한 도끼로 하늘에서 상반신을 아래로 향한 채 원붕이의 검격을 막고 있었으니 시청자들의 반응이 오죽할까.

당사자의 반응도 만만치 않고.

항상 무덤덤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대한 참담한 표정정도가 그나마 바리에이션이던 앨리스조차도 여과 없이 자신의 생생한 표정을 보여주는 도중.

-앗 앨리스쨩 표정 겟또다제

-아 갑자기 씹덕펀치 에반데

-ㄴㄷㅆ


“하! 그렇게 생겨 먹었으면서 그런 날개로 하늘을 나네, 이건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더는 쓸 수 없는 왼팔.

끝없이 피를 뿜어내는 도중인 왼쪽 어깻죽지.

정량이 반개분량임에도 가차 없이 3개를 털어 삼킨 나머지 부작용이 돌기 시작하는 신체.

그리고 그러한 신체의 부작용을 열심히 가속시키는 중인 순환능력.

“아 남자가 가오 없게 목적도 달성 못하고, 지키려 했던 사람도 못 지키고 죽으면 안 되는데.”

아무리 이오릴이라고 해도잘린 다리를 허공에서 재생성해서 이어줄 수는 없다.

때문에 힘 싸움은 아직 균등하다.

허나 결국 처음처럼 승리의 여신은 저들에게 미소를 지을 것이고, 그 전에 증원이 도착하는 것은 애당초 기대를 안했기에 리스크를 무릅쓰고 도박수를 던진 것이니 상정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게 잠시간의 대치.

이내 검을 눕혀 검면으로 도끼를 받아내고, 그대로 자세를 낮추며 검을 기울여 빡빡하게 유지되던 힘 싸움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가해지던 힘이 맞물리던 힘을 잃자 급격하게 앞으로 기울어지며 원붕이의 위로 자빠지듯이 넘어지는 타친.

공중에서 체중마저 실어가며  싸움으로 누르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허나 원붕이의 피해도 적지 않다.

그저 흘려내기 위해 모든 것을 집어 던지는 판단, 검이라도 넓었으면 모를까, 검조차 얇다보니 안 그래도 피가 철철 흐르던 어깨에 상흔은 커지고, 멀쩡하던 오른쪽 어깨에도 상처가 새겨진다.

이로서 가능한 한 지켜오던 오른손도 멀쩡하지 못하게 되었다.

패배를 확정짓는 선택, 그 대가로 얻어낸 것은불확실한 기회.

하지만 그는, ‘검제’라는 이름을 달고 3년의 방송을 이어온 그는, 그런 불확실한 기회를 수도 없이 잡아왔고, 그 끝에 결과를 취해냈다.

바로 지금처럼.



***

검로는 불안정하다. 왼팔이 정상이 아니라 균형도 맞지 않고, 오른쪽 어깨도 크게 찢어져 힘도 제대로 주지 못한다.

밖에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최소한의 적응이 5라고 했던가?

외벽 안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의 나와 같은 감각을 느끼고, 정화기둥이라는 불확실한 문명에 목숨을 맡긴 채로 좁은 우리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것일까?

호흡이, 기도를 걸쳐 폐로 들어가  몸에 활력을 공급해야할 활동이, 온 혈관을 옥죄어 오는 압박감으로 변한다.

쇄골 사이에 정제기관이 생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의 한계는 지금 여기까지라는 것을 경고하는 몸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나는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 나의 정제기관은 그것이 사실이라는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넌 너의 한계를 넘어섰노라고.

인간의 심장은 뛰는 속도에 제약이 있다. 100회만 넘어도 흥분 중인상태를 나타내며 그 상태가 장시간 유지되면 심신에 피로가 쌓이고 빠르게 지치게 된다.

200회부터는 비정상의 축에 들어간다. 무언가의 질환, 혹은 그 전조증상.

400회를 넘어서는 인간은 제대로 관측되지도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는 아닐지언정 정상적인 심장의 활동 범위를 벗어난 것은 자명한 일.

그와 마찬가지로 적응이 5라는 수치는.
인간의 신체를 수치로 명확하게 나타낼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수치로 나타낸 결과가 5라는 것은.
그리고 그 수치가 외벽 너머에서 버티기 위한 최소치라는 것은.

단순히 외상을 넘어서, 몸이, 나라는 인간이, 세상을 이겨내지 못한 인간이라는 종이 더는  된다고, 이제 그만하자고 나에게 말하는 중인 게 아닐까?

외벽 안에서, 그 우리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무시하고 한심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런 고통을 뚫어야 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좀 되는 걸?

이게 통각제한이 걸렸음에도 가해지는 압박감과 부담감이라면 솔직히 현실이었다면 나는 저들과 같은 판단을 했을 것 같다.

역시 현실과 게임은 다르다니까.

잡념이 길었다.

본능적으로 끝이 다가왔음을 느낀 걸까?

솔직히 OO에서 NPC들과 이번 회차처럼 깊게 알고 지낸 것은 처음이었다.

여타 RPG게임에서 자유도를 추구한다며 AI의 수준을 높였을 때는 어떻게든 NPC들과 알고 지내고 연을 쌓으며 친목을 도모했는데.

자유도를 넘어선 자유 그 자체에 내던져줬더니 왜 우리는 NPC를 무시했을까?

왜 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에드 뭐? 뭐라고? 아무튼 딸기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던 그 사람과 대화하고 느낀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게임 속의 존재라고는해도  사람이 가상세계의 역사 시뮬레이터라고 부르는 만큼 이 세계의 NPC들은 말 그대로 Non-Playable Character 그래, Character였다.

소설, 동화, 만화, 연극, 영화, 게임 등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

인물말이다.

그들은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각자의 서사를그려가고 있으며 각자의 상황에 처해있다.

사람이 매번 자신의 방송에서 하던 말이 있다.

과몰입은 할 만큼 했으니  게임을 할 것이라고, 과몰입은 너희가 플레이 하면서 해 보라고.

그래 지금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 기분이다.

특히 이 짧은 시간, 옆에서 말을 걸며 몰입을 부수던 이가 사라져서 그런가?

혹은 그와 동시에 전심전력을 다해 집중을 해야 하는 전투를 맞닥뜨렸기 때문일까?

어차피 나의 죽음으로 끝나 없어지고 이 후에 어떻게 될지모르는회차지만, 눈앞에 놓인 이들도 생명이며, 각자의 환경과 상황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그려온 이들이겠지만.

그럼에도 나와 연관된 이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대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테르미의 퀘스트를 받고 이벤트를 수행하며 오다가다 몇번 마주친 얼굴이었다.

단순히 미형이었고 아니고를 떠나서 익숙해짐에 따라서, 내가 세운 공로를 전해 들음에 따라서, 그리고 보통 게임이라면, NPC라면 인식하지 못할 외모의 변화를 인지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이런 판단을 내리게 한 것이 아닐까?

단순히 머리의 길이였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방송 인생은, 이러한 상황에 물러서지 않는 것을 역사로 훈장으로 가득 채웠고, 앞으로도 채워 나갈 것이기에.

몸을 옥죄던 감각이 사라지고,

숨통이 트이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확신했다.

아, 감염자라 함은 이러한 기분이구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병.

 병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본인에게 묻는 것과, 호흡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 이런 기분이구나, 감염자는, 그렇기에 호흡으로 확인하는 것이구나.

그와 동시에 불확실했던 활로가 열리는 것이 느껴졌고.

난 감각에 따라, 기억과 경험에 따라,  활로를 따라 달렸다.

[-FINIS-]
[876점]
[Thema – 재난의 전령]

***



“자 수고하셨습니다. 강경파에서 온건파 루트 달성하기 쉽지 않은데 그걸 또 해냈네.”

그렇다. 이 남자 강경파에 속해서 강경파로 활동하며 온건파 루트를 세웠다.

안타깝게 표현하자면 어부지리 당했고, 잘 포장하자면 예상 밖의 플레이였다.

-점수가 생각보다 짜네

-테마 붙었는데 800따리밖에 안댐?

-그래도 간만에 우리 순덕이 피지컬 원없이 봤다

[‘마!’님 5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순덕이! 사라있네!]

-글게 요즘 맨날 물고기 키우는 것만 봐서 그런가 잊고 있었음

-아니~ 좆란의 씹족관을  VR로 하냐고~

-그래도 괴물들 빔샤벨로 썰어버리는 거 좀 있어보였음

[‘시즌11호칼빡이’님 1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있어 보이면 뭐해 난도질이랑 딜이 같은데]

-그것도 맞긴 해...

-아냐 그래두 나는 우리 순덕이 믿어, 순덕이 하구 시픈거 다~해! 아자아자! 파이팅!



그래 결국 이오릴의 심장에 칼을 박았다. 이오릴이 그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솔직히 플레이어가 모르는 과거의 3년에 따라서 다르다보니까 확신을 가질 수는 없지만 900점도  넘는 점수와 온건파 엔딩을 보니 아마 이오릴을 죽이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을 말해주는 것은 여운을 즐기지 못하는 이나 하는 일이니 입을 닦고 방송을 진행할 여력이 남지 않아 보이는 그를 대신에 상황 정리를 해줘야겠다.

“음 우선 테마엔딩은 최종 점수에 가산이 되는 거라서 테마엔딩이 붙었다고 무조건 고득점이 되지는 않아.”

결국 테마엔딩이라는 것은 자신이 쌓아올린 역사와 사건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했는지를 더 자세히 수 있을 뿐이고, 자신이 깊게 관여한 인물들의 후일담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일 뿐이다.

결국 기반은 자신이 쌓은 점수라는 것인데.

“알다시피 유이라는 존재만 없으면 결국 강경파의 엔딩이 가장 가능성이 높거든?  번째는 온건파 엔딩이고? 정확하게는 유이가 자포자기를 하면 도화지 엔딩이 나는 거란 말이야?”

멸망화가니까 북서지부는 도화지, 따라서 도화지 엔딩이다.

“그런 유이의 자포자기를 하게 되는 계기만 어떻게 잘 정리해주면 유이는 조금  세상에 희망을 가지고 시엘라의 목적에 협조적으로 나서게 되고? 그런 상황이라면 높은 확률로 강경파 엔딩인데 순덕이가 삽질을 조금 해서 강경파 루트로 확정 시키지는 못했고 변수가  있어서 온건파 루트를 잡은 것 같은데.”

결국 그 과정이 하루 만에 끝내기 위해서 라고는 해도 자동진행으로 점철되어있고,
핵심이벤트를 제하면 모두 버렸으며,
그 결과마저 별다른 큰 변수 없으면 닥치게 될 미래 중에  번째로 높은 확률을 가진 미래라서,
점수가 낮게 나오긴 했지만.

말했듯이 내가 세상에 끼친 영향만큼 점수가 쌓이기 때문에, 굳이 플레이어가 간섭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가능성이 보장되어있는 파라디수스의 루트는 점수가 짜다.

그렇지만, 그래도 표정을 보아하니 나름 만족스럽게 무언가를 불태운 얼굴이라 조금 뿌듯하다.

그런가. 공략의 방향성이 정해진 기분이다.

단순히 내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냥 신기한 마술 보여주는 것과 같은 효과.

결국 이들이 직접 체험해야한다.

그들도 바보가 아니다. 단순히 생각치도 못했을 뿐.

그럼 나는  넓고 앞뒤조차 제대로 구분가지 않는 길을 조금 좁혀줘야겠다.

그게 좋을 것 같다.


***



“가오존나 잡았는데, 실패했다. 이오릴  죽었나보더라, 그래도 앨리스 살렸으니 반은 인정해줘라”

아 그러네. 테마가 붙었으니 이오릴이 살아남은 것도 후일담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구나, 참 가혹한 게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활로가 열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게 감염자라는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시발 내가 그걸 입으로 뱉었다고?”

응. 적나라하게.



-평생치 흑역사 갱신!

-올해의 레전드. 당신!

[‘하이라이트수집기’님 1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20XX]

-올해의 하이라이트 달성!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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