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050 - 님 물건은 옥천에 갔다구요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이란 죄수복을 입고
공부란 벌을 받고
졸업이랑 석방을 기다린다.
하하하.
멍청한 녀석들 나는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이라는 지옥에서 그냥 삶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고.
퇴직하면 이제 백수라는 죄로 텅장이라는 지옥에서 다시 끝을 기다려야하지.
시발.
나두 복권 당첨되고 싶다.
아무튼, 오늘도 다른 팀원들이 싸놓은 똥을 열심히 치웠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퇴근이 시간되었고 방금 전 집에 도착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게 퇴근이 다가오면 잡념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이상한 생각도 하는 거지.
-실례지만 그것이 선생님께서 방송을 안 하시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무식한 제가 감히 여쭤보아도 괜찮겠습니까?
“뭘 안 해 하고 있으니까 지금 너희랑 이렇게 떠들고 있지.”
그렇다. 나는 지금 우리 시청자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며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사람이 무엇을 하던 생계가 우선이 되야지, 밥도 굶으면서 뭐 하는 거 별로 좋은 일이 아니야.
-시발 우리는 무슨 죄로 네가 딸기밥 먹는 후기를 듣고 있어야하냐고, 차라리 하소연을 더 하라고.
-아니 딸기밥을 왜 처먹는 거야
-시발 딸기랑 밥이랑 먹을 수는 있다 치자, 근데 솥에 넣고 같이 쪄서 먹는 건 시발 딸기 학대하는 거 아니야?
아 사람 취향 좀 존중해 달라고.
-씨발 존중할테니까 너도 우리멘탈좀 존중해달라고 왜 자꾸 브리핑 하냐고!
“아 몰라, 얌전히 내가 먹는거나 봐”
오늘은 먹방과 커뮤니티 탐방이다.
딱히 캠은 없지만.
-근데 왜 물류업체랑 언론사 이야기는 안 해줘?
“음 일단 어제 너무 졸렸고, 어차피 세력에 소속되기도 힘들고, 게다가 엔딩도 인간테마지 세력테마가 아니거든. 배경설명이나 세력설명을 할 때 큰 의미가 없어서 그냥 미룬 거지.”
사실 간단하다. 물류업체에 취직하려면 일단 물류업체 직원을 만나면 되고, 언론사에 취직하려면 일단 언론사 직원을만나면 된다.
딱히 대의가 있는 조직도 아니라서 그냥 만나서 정체 좀 물어보고, 대화 좀 하고, 취업의사를 밝히면 된다.
“그냥 이력서 쓴다고 생각하면 돼.”
-오, 갑자기 난이도 10배로 뛰었고
-이...력서?
-이십년전 역병으로가득찬 서울?
-쉿!
음…. 아냐 그래도 난 너희를응원해. 파이팅.
***
[사실 감염자들은 모두 힘숨찐이 아닐까?]
>이걸 버틴다고? 진짜로? 주인공이 똥병신인거냐 감염자가 킹황갓인거냐?
-ㄹㅇ 순덕이도 갤주도 아무렇지 않게 감염 되길래 만만한 줄 알았는데
-분명 스탯은 멀쩡한데 무슨 보정이 들어가는 건지 몰라도 몸이 내 몸같지가 않음
-숨도 턱턱막히더라 ㅋㅋ
“그런가? 너희도 그래?”
확실히 작중에서 불치병에, 죽을병이고 굉장히 핵심적으로 다루는 요소인 만큼 시스템적으로 공들여 표현한 것은 맞다.
감염되면 체질도 생기고 특성도 생기고 시스템 보정을 통해서 특유의 이상한 감각과 감정도 유도한다.
그야말로 VR이라는 환경과 캡슐이라는 기기를 정말 한계의 한계까지 활용한 과학의 결정체.
근데 그게 게임이네 아 ㅋㅋ
아무튼 그렇다.
근데 이렇게 과하게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선생님 저기에 글을 쓴게 저희들입니다. 왜 굳이 두 번 죽이시는?
-넌 OO에서는 그렇게 생각을 잘 하는데 왜 우리에게는 그 뇌를 할당하지 않니?
아, 듣고 보니 그 또한 그렇다. 뭐 머리 쓰기 귀찮은 걸 어떻게 해.
[갤주이야기 듣고 앙귀스 잠입했다]
-담서 옛날 모습 한번 보고 싶어서 잠입했는데, 칼같이 걸려서 바로 묘비세웠다. 그래두 스샷 챙김 ㅁㅌㅊ?
(대충 담서 가족사진 스샷)
>미쳤노 ㅋㅋㅋㅋㅋ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확실히 얘가 생기가 있으니까 인상이 달라지네
[테르미! 넌 나의 빛이었다!]
-솔직히 OO에 다 또라이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다 과거 있는 또라이였음. 어차피 또라이 만날거라면 그래도 해맑고 귀여운 또라이 만나자
>실례지만 잘 배우신 것 같읍니다. 학력을 여쭤봐도 괜찮겠읍니까?
└배제대나왔는데
└넌 테르미 좋아하지 마라 민폐니까
└? 시발 선넘네
[와 시발 순덕이는 이거 어케 잡았냐]
-이거 괴물인데? 어케했노 시발련ㄴ아!
>순덕이랑 우리랑 어울려줘서 그렇지 사실 우리랑 어울릴 급은 아니야
└그건 알지만 왠지 순덕이가 했다고 하면 별거 아닌거 같아 보인달까?
└솔직히 맞지
“음, 재미있는 글은 많은데 뭔가 너희는 그냥 너희구나.”
하루밖에 안 지나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삽질만 하고 있었다니.
-? 뭐지? 개무시당한 기분은?
-특, 무시당해도 할 말 없음
-아 ㄹㅇㅋㅋ나 치라고 ㅋㅋㅋ
-ㄹㅇㅋㅋ
그래도 너희들은 늘 해맑아서 다행이야, 언제나 해맑은 너희를 보면 나의 고민이나 하소연도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그럼 우리를 위해 밤샘한번 어떨까?
“밥도 다 먹었겠다, 이번에 할 컨셉이나 생각해보자. 정리하고 올게 좀 있다 보자.”
-칼같이 무시당했죠?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아야
***
-뭐할 거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아키야를 목표로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그러게 아키야는 잡은 적 있다했지?
-ㄹㅇ? 상상이 안 가는데?
“음 아키야도 그렇지만, 준비만 잘 되면 모든 보스는 다 잡을 수 있게 되어있어.”
아키야도 빌드업을 잘 해놓고 준비까지 해서 가면 잡을 수 있다.
물론 그게 쉽다는 것은 아니다.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고, 불리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선으로 올라갈 준비를 위해 한 회차를 다 갈아 넣어야 하는것.
그렇게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0%와 0%가 아닌 것의 차이는 그차이를 배수로는 매울 수 없을 만큼 크니까.
“그래서 이런 개똥 병신 스탯으로는 할 수 없다는 뜻이야.”
생명력 10(+2)
이능력 10(+9)
지구력 10(+0)
체력 5(+0)
근력 5(+1)
민첩 5(+0)
재주 5(+3)
적응 5(+2)
변동가능스탯 5/5
이게 시발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대로 된 회차 보기는 글렀다는 짭짤함과 내 캐릭이 아니라는 고소함이 버무려진 이 느낌, 그야말로 깨소금 맛이로구나.
-저게 스탯이냐? ㅋㅋㅋㅋㅋ
-어차피 물어보실 거니까 미리 대답하겠습니다. 노잼
-어차피 물어보실 거니까 미리 입력하겠습니다. 나락
“어 알고 있어 안 물어봐 시발 이대로 할 거야.”
어차피 이능력 말고는 살릴 방법이 없으니까 생명력과 재주에 추가스탯을 뽑아서 모두 적응에 투자를 했다.
이제 생명력도 10으로 돌아왔고, 그나마 8이라는 수치를 뽐내던 재주도 5로 떨어졌지만, 알 바 아니지.
생각해보니 우리 변붕이 스탯 이쁘게 맞춰놓고 결국 써먹지도 못하고 떠나버렸네. 안타깝다. 시발 이번 회차에 조금만 물려주고 가지.
언제나처럼 시작을 하고, 언제나처럼 인식표를 주워 이름을 입력한 뒤, 단검을 챙긴다.
스탯이 스탯이라 입대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가능한 눈에 안 띄는 방어구를 기워 입고, 적당히 티 안 나는 무기도 줍는다.
“아니지 시바 근민재가 합쳐서 16인데 무기를 왜 줍냐?”
버린다.
음, 특성과 체질이 바로 나오지 않을 것을 보니, 일단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꽝은 아닌데, 손에든 게 없으니 허전하면서도 개운하네.
초반 한정으로 볼 수 있는 시체 핥기는 이번엔 절대 못 잡을 것 같으니 넘기고, 여우랑 전갈도 솔직히 3대1부터는 위험할 것 같으니 안전하게 도시로 돌아가자.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떠들면서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걸었다.
늘 시간에 쫓기는 OO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시간을 허투로 날리기도 하고, 여유도 느껴줘야 생각도 떠오르고 정신도 맑아지는 거야.
무엇보다 VR이라는 세계가 열린 이후 그래픽의 중요도는 사실상 많이 낮아졌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다른 방향으로 그래픽이란 요소를 빛을 발하고 있지.
제작진들이 세계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 얼마나 현실감이 있는가.
그런 방향으로 말이야.
사실 가상현실이잖아? ‘현실’이라고.
그래픽이 좋아져봤자 내가 세계 안으로 들어와 있는 이상, 그냥 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거야.
하지만 이곳은 서울도 한국도 지구도 현실도 아니다. 개발진들이 만들어낸 세계가 그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흩어져 있는 곳이지.
그래서 반대로 구경하는 맛이 있다.
그들의 머릿속의 세계란 무엇인지,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 나에게 얼마나 잘 와 닿는지를 말이야.
그래 그렇게 웃고 떠들고 이들이 모를만한 부분을 알려주고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며 발걸음이 닫는 방향으로 걸었다.
“오. 야, 너희가 절대로 못 봤을 이벤트 하나 찾았다.”
-갑자기?
-뭐 우리가 모를 거라고 하니 모르는 이벤트겠지, 빨리 뭔지나 알려줘
-이미 107점 5분 컷 당한 시점에서 우리에게 긍지와 자존심은 사라졌다 빨리 보여주기나 해
“에잉 재미없기는, 이거야.”
문 앞에 놓여있는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에는 21세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송장이 붙어있었고, 나름 익숙한 느낌으로 포장도 되어있었다.
-이게 왜?
-이거 주워도 됨? 함부로 주우면 좆되던데
-이거 안전하게 루팅할 수있어?
“응, 이거 송장 보여? 이거 일반 송장이 아니야.”
일반 송장은 이런 식으로 인장이 여러 개가 찍히지 않는다.
이 송장에 찍힌 인장은…3개, 아니 4개.
“이야 네 개나 찍혔는데, 그중 하나가 낙원 인장이면,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 배송과정에서 사고가 났나보네요?”
무려 내가 들고 이렇게 한참을 서 있는데도 배송원이 안 오는 것을 보면.
-왜 4개임? 3개아님?
-왜 인장마저도 너만 볼 수 있냐?
-20층 이하는 못 보는 인장
-쉬불 화나네?
“야 할 일 정했다.”
OJ북서통운 오늘부터 영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