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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화 〉053 - 님 물건은 옥천에 갔다구요 (54/99)



〈 54화 〉053 - 님 물건은 옥천에 갔다구요

인간의 의욕이두 번째로 빠지는 목요일.

동시에 인간의 의욕이 두 번째로 솓구치는 목요일이 당도했다.

오늘을 넘기면 갓요일이 찾아오고, 갓요일을 넘기면 다시 주말이 찾아오지.

그리고 그러한 목요일에 난 씨발 야근을 했다. 그것도 존나게.

퇴근을 한 후에는 좆도 뭣도 없이 당연히 잠 들었지.

저녁도 굶고 잠들고 나니 아침 해가 나를 반겼고, 아침 해가 나를 반긴다는 것은 출근 또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래 시발 오늘은 갓요일이다.

내 목요일은 존나 어디로 갔지?

출근하면서  채널을 보니 나름 돈이 나올 것 같은데, 더도 덜도 말고 딱 일 년만 쿨하게 놀아재낄까?

아니야, 진정하자 생각을 가라앉히고 조금만 더 고민하자.

그래 적어도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끝을 봐야지.

-그래서 그것이 저희가 지금 딸기 넣고 끓인 라면에 대한 소감을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까?

-그래 어제 안 온 거는 좋다고 치자,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니까.

-근데 그거랑 음식물 쓰레기 품평회 강제 참석이랑 무슨 연관이 있냐고



“아니 꼬우면 보지 말라구~ 난 지금 심신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 취향에 맞는 식사를 하는 중이라고”

근데 일단 하얀 국물을 가진 라면에 딸기는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우선 국물 색이 변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어중간하게 맛이 약한흰 국물이다 보니까 딸기와의 조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음엔 그냥 빨간 국물에다가 끓여야지.


-아 씨발

-제발 제발 혼자 조용히 먹어줘

-왜...왜 자꾸 알려주는거야!!

***



“자 리베르타스로 가야하는 타이밍이었지?”

이즐이 날 부른 이유는 적당히 급여에 관련된 이야기와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를 위해서, 어차피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내용들이라서 적당히 흘려들었다.

연봉협상도 대충 딴생각하면서 들었고.

연봉협상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뇌를 빼고 들을 수 있다니 OO는 정말 갓겜이 아닐까?

-주접 그만 떠시고 들어가십쇼

-헤으응 금호눈나 나 왔어

-빨리 여우보여줘 여우


속도 편하다.

그래 난 지금 리베르타스의 앞에 있다. 리베르타스의 본거지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금호의 능력을 보건데 은호라는 인물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그리고 우연히 혈족인 것에 더해 비슷한 경험이 쌓여서 비슷한 능력을 개화했다면, 과연 그들에게 본거지라는 것이 중요할까?

뭐 그런 것은 치워두고, 일단 좌표는 페칸스의 반대편…이라고 할까?

북서쪽.
그라티아의 뒤편.
그곳이 내가 현재 서있는 위치, 리베르타스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

인데.

후, 그래 망설여서 뭐할까?

똑똑-

“너야? 새로 온다던 집배원이?”

 시발 왜 문은 앞에 있는데 목소리는 뒤에서 들리지?

뒤를 돌아섰다.

그러자 시발 다시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리더가 기다린다.”

방금까지 내 뒤,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내 눈앞에 있어야할 존재의 목소리와 함께.

진짜 소름끼치게  하지 말아줘 제발.

몸을 돌려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가자. 기다린다고 했으니 갑자기 날 죽이지는 않겠지.

근데 시발 목소리의 주인은 왜 또 없냐고.

 참고로 이곳 역시 폐광이다. 힘 쌘 또라이들은 다 폐광을 좋아하는 것일까? 어차피 일신의 무력이 뛰어난 이들에게 광산의 위험성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그래도 굳이 자신들이 힘  또라이라는 것을 강조할필요는 없잖아.

그런 잡생각을 하며 걷기를 얼추 5분. 방…은 아니고 적당히 넓은 공간이 나를 반긴다.

왼쪽 소파에 퍼질러져 자고 있는 여우 아니, 여우귀와 꼬리를 가진 여성.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녹아내린 채로 책을 읽고 있는 같은 모습의 남성.

딱 봐도 은호와 금호네.

털의 색도 금빛과 은빛인 것을 보니 확실하겠지.

그리고 가운데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여성.

음, 체스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건 체스를 둔다고 하기 보다는 체스를 개 발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까?

왜 흰 쪽은 한 차례에 말을 2번씩 움직이는 걸까?
설마 처음부터 저런 룰이었는데 진건가?
저렇게 처참하게?

왜 검은 쪽은 폰이 4개밖에 없지? 나머지 4개의 폰이 어디에도  보이는데? 룩도 비숍도 1개씩 밖에 보이지 않는데?

상대편이 잡았다고 하기에는 그냥 말 자체가  보인다.

폰 네 개, 룩과 비숍 하나씩 그리고 말을 움직이는 횟수마저 양보하고 이기고 있는 거야?

실력차이의 문제가 아닌데? 이정도면?

그렇게 얼마나 구경했을까? 사실 구경도 아니긴 해 백색은 이미 가진 말이 5개뿐인걸? 폰 둘, 나이트 하나,  둘.

아? 퀸 둘? 킹은 어디가고?

아니 당신은 도덕책...?

아, 아무튼 긴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다음 수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왜냐면 검은 색 쪽이 내게 말을 걸어왔거든.

“여기까지 할까요? 다음시간에는  잘할 수 있도록 해봅시다. 당신이죠? 새로 온 아귈라의 사람이?”

검은 색의 긴 생머리.

적갈색의 눈동자.

170을 넘을 것처럼 보이는 장신.

온화한 표정.

하지만 그와 상반되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예리함이 담긴 목소리.

무시할  없는 인물이구나 싶다.

역시 OO에 정상인은 없다.

“어서 오세요…. 리베르타스의 첸이라고 합니다.”

그 옆에 있던 절찬 체스를 발리던 다소 어린 인상의 여인.

160이 조금 안 될 것 같은 키와 다소 왜소한 체구.

갈색 머리카락을 뒷목 바로 위쪽에서 갈라지도록 묶어 내린  갈래.

녹색 눈동자.

그리고 자신감이 없는 듯한 목소리까지.

심약한 인간상의 표본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어라 리더?  왜 자신감이 없어졌어?”

왼쪽에 한 마리.

“자신감을 가지고 등을 펴라. 우린 너를 보고 온 거니까.”

오른쪽에도 한 마리.

그래 이 아이도 방심한 수 없는 인물이구나.

그래,  아이가 주인인가?

“후우, 알았어. 다시금 환영합니다. 리베르타스의 설립자. 앞서 걷는 이. 첸이라고 합니다.”

리베르타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본색을 드러내듯이 잔잔하고 고요하게 고해졌다.


***



“우선 저희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릴까요? 저희는 리베르타스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으로 그 목적은…둥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까요?”

거대한 목적은 없다, 원대한 목표도 없다, 그저 손이 닿는 만큼,  손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딱 그 만큼의 사람을 데리고 적어도 그들만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혹여라도 사람이 늘어난다면, 혹시라도 그 손이 부족해진다면, 그럼  열심히 노력한다.

그냥 그뿐이 초라하고 투박한 조직.

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과연, 이곳에 온 이유는 담수를 보기 위해서였나, 늦었지만.

아니면 페칸스와 연을 만들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시엘라의 뜻과 어느 정도 닮은 부분도 보이는 것 같으니까.

뭐 자세한 것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단 다행인 점은 첫 인상에 비해서 노바투스보다  배는 온건하고 평화로운 조직이라는 것일까?

오히려 너무 평화로워서 김이 빠질 정도.



-뭐냐 주인공이냐?

-ㄹㅇ 이미 해탈하고 심지가 굳어진 소년만화 주인공인데

-과연 등장인물들이 다 나사가 빠져있는 이유는 여기에 정상인이 다 박혀서 그런가?

정상인? 하! 그 뜻이 온건하고 평화로울 뿐이지 전혀 정상은 아니지 솔직히.

안전한 둥지를 만들겠다고? 어떻게? 0에서부터 만들어내기엔 OO의 세상은 충분히 험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가지.

그 첫 번째는 이미 존재하는 장소를 빼앗는 것.

근데 말하는 꼴을 보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그럼 나머지 하나. 맨 땅에 그것도 오염된 이 맨 땅에 정말로 진짜로 0에서부터 일궈내는 것.

그런 힘을 가진 조직이 어떻게 맨 정신이야.

저 여우  마리 말하는 꼴 좀 보라고.

“응응,  첸이 말하는 거라면  좋아. 네가 희망하고, 소망하고, 갈망하는 모든 것이 나의 뜻이고, 나의 길이고, 의지니까”

“말했듯이 자신감을 가지고 네 의지를 표해, 네가 네 스스로의 뜻에 짓눌려 바스러지는 그 날까지 난 너의 곁에 있을 테니.”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인나리의 모습도 말이야.

“응, 괜찮아. 난 쓰러지지 않아. 나만큼은 절대로 쓰러지지 않아. 내가 쓰러지는 순간은 이 몸이 부서져 세상에 흩어지는 순간뿐이니까.”

시엘라조차도 저런 확답은 주지 못했다.

 뿐이더라도 이 세상에서 저런 확언을 할 수 있다는 건.
본인이 제정신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 일.

왜냐고? 전에 말했던  기억하냐?

이능력이라는 게 심상에 영향을 받는다고.

타친은 단순히 이능력이 부여된 날개를 뻗을 수 있는 능력이야.
나비날개로하늘을 나는 능력이 아니라.
근데 왜 나비날개일까? 본인이 그것을 바랬으니까.

테르미는 자신의 가족들이 병에 걸려 죽던 그날 자신의 추억이,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그 저택이 통 채로 불타는 것을 보며 다짐했다.

이 염병할 세상. 꼭 불태우겠다고.

 결과 그녀의 방출은 화염속성을 띄게 되었지.

고유능력은  심하다.

시엘라는 홀로 남은 거리에서비가 내리는 유독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하늘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유이는 대참사가 일어난 도시의 한복판을 바라보며 마치 그림 같다고 생각했다.

현실일리가 없다고, 혹여 현실이라면 더는 이러한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노라고.

난 당사자들이 아니니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설명을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삶을, 목소리를, 과거를 돌아보면 그래도 예상정도는 수 있다.

이능력이 자신의 심상이라면 고유능력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여 발현한다고.

그리고 첸이라는 인물이 이능력자라면 저 아이는 어떤 심상을 가지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혹여나 그 이능이 고유능력이라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지금부터 알아내야할 일이지만.”



-어, 그러니까 힘많숨찐이라는거지?

-그러게 많이 숨긴 

-사실 여우들만 봐도 임팩트가  쩔었지?



“그래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없이 그 둘만으로도 설명이 끝날 조직이기는 했다.”

자, 그럼 저 체스 잘 두시는 분이 문제인데.

첸이라는 얘는 그나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라도 보였는데, 저쪽은 가면을 5개는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아 제 이름이 아직 이었군요? 저는 밀레. 편하게 불려주셔도 좋습니다.”

극광화의 감각에는 커다란 무언가가 걸리지는 않지만,  여우들의 기세가 사방팔방에 흩어져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니 방심할 수도 없고.

“일단 대부분의 잡일은 제가 맡고 있으니 주로 물품 수취는 제가 하거든요. 아마 저와 더 자주 보게  거에요.”

이런 경우에 보통 이런 인물이 흑막이거나 실세인데 저 여우들을 보건데 그건 아니고, 남은 가짓수는 하나.

“나름 참모? 비슷한 직책도 맡고 있으니까, 물품 요청도 주로 제가 할 것 같고, 잘 부탁드립니다. 집배원 씨?”

바로 가장 거슬리는 대가리.

“노바투스는 솔직히 대놓고 또라이들이라 걱정이안 됐는데, 여기는 정상인인  하는 또라이들이라 감당이 안 된다. 게다가 감당 안 되는 또라이들이 가장 성가신 타입의 대가리까지 가지고 있네.”

일단 여기 루트를 밟는다고 가정 했을 때 정상적으로 가입하는 루트는 봐도 없을 것 같고,  아프네.

이번 회차는 차근차근 천천히 침착하게 많은 정보를 주워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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