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056 - 어 건물을 부순다고 물건이 나오지는... (57/99)



〈 57화 〉056 - 어 건물을 부순다고 물건이 나오지는...

켕!

이제 10마리.

양방향에서 덮쳐오는 두 개의 그림자.

슬슬 흡수를 운용한지 1시간이 넘어가니 피해볼만 하지 않을까?

가볍게 뒤로 세 걸음.

허공을 스치는 그림자가 겹쳐지는 순간을 노려서 이능을 담아 손을 후려친다.

케켕-!

끼엥!

12마리째.

‘체질과 정제석의 시너지가 확실히 좋네.’

방출이란 이능은 솔직히 말해서 가성비가 좋은 이능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체내에 발현을 하는 이능이던 체외에 발현을 하는 이능이던, 이능력을 신체 안에서 회전시키는 것으로 끝나거나 그러한 이능을 신체 표면으로 발산하는 공정에서 멈춘다.

하지만 방출은 그런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쏟아 부어버리는 계열의 이능.

소모값의 차이가 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지.

특히 특수 계열 이능보다도 심한데, 걔들은 이능을 자신의 형태에 맞게 다듬어서 꺼내지만, 방출계열은 에너지 자체가 방출의 속성과 동일한 속성을 띄다보니 제어의 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기지 못하면 그냥 있는 그대로 토해내는 일회성 포대.

첫 회차 때 그라티아에 합류한 일반 감염자들이 괜히 1~2번에 탈진한  아니라고.

나도 방출계열의 이능을 자주 다뤄본 것이 아니다보니 낭비되는 정도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그나마 모든 속성 흡수와 정제석 덕분에 회수되는 이능의 양이 꽤 되고,과열된 정제 덕분에 남아서 버려져야할 이능도 쌓아둘 수 있으니, 예상보다는 수월하게 사냥이 되는 중이다.

결국 이벤트가 없는 것은 없는 것이고, 나의 스탯이 적은 것은 적은 것이지.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다행히 편지를 보낸 후에 나의 일정은 텅 비어있으니, 효율은 떨어지지만 그냥 필드 네임드라도 잡기로 했고.

이벤트를 돌기에는 리베르타스의 전담 집배원이라는 사실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내 발목을 붙잡더라.

기본적으로 소속이 정해지면 세력의 이벤트를 따라가야지, 다른이벤트를 함부로 잘못벌이면 오히려 꼬이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동선이라도 겹치는 이벤트를 찾아야지.

근데 아귈라에는 그런 게 없으니까, 얌전히 구르는 수밖에.

“이제 슬슬 20마리 넘게 잡았나?”

목표는 시체까마귀. 그것도 좀 큰놈.

시체까마귀는 OO의 세계에서 나름 흔한 독수리다. 까마귀라고 부르는 이유는 글쎄 커뮤니티에 처음으로글을 쓴 얘가 까마귀라고 써서? 완전 시꺼먼 독수리니까, 실제로 NPC들은 독수리라고 부른다.

근데 까마귀가 시체라는 단어랑 붙였을 때 어울려서 그런지, 아니면 독수리라고 부르기에는 기품이 좀 없고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지, 유저들은 그냥 까마귀라고 부른다.

아무튼 굉장히 흔하지만 노력대비 성과가 굉장히 적은 녀석이라 자주노리지는 않는데, 지금 목표로 노리고 있는 ‘시체청소부’는 조금 말이 다르지.

여전히 노력대비 성과는 잘 안 맞는 녀석이기는 하지만, 일반 시체까마귀는  성과도 적다면, 이 녀석은 성과는 굉장히 높다.

우선 네임드라는 면에서 이능의 성장 혹은 추가 개방, 혹은 체질이나 특성의 추가를 노려볼 수 있고, 스탯자체의 증가를 노려볼 수도 있으니까.

체근민재나 생명력, 지구력 같은 물리계열이나 신체계열 스탯은 노력을 하면 쌓인다. 다만  노력을 쌓아서 이득을 보고 그것을 굴리기에는 북서지부에 할당된 시간이 너무 적을 뿐.

하지만 적응과 이능력은 그렇지 않다. 폐광수련이라도 하면 모를까, 일상생활로는 쌓을 방도가 전무한데.

이 네임드 사냥은 그 두 스탯을 쌓기 좋은 밑작업이지.

OO의 스탯이라는 시스템에 대하여 몇 번 설명한 적이 있는데 조금 자세히 이야기 해볼까?

우선 몇 번 말했지만, 낮은 단계에서 효율이 좋다. 1에서 2가 되는 것과 10에서 11이 되는 것은 그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지.

2배가 되는 것과 10%가 오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런 면모를 제쳐두고서도 각 스탯의 1은 구간별로 적용되는 그 수치가 다르다.

다른 게임에서도 보통 스탯을 올릴 때 초반에 필요한 요구치와 후반에 필요한 요구치가 다르잖아?

온라인RPG게임역시 2레벨에 받은 스탯과 100레벨에 받은 스탯은 가치는 같더라도 들어가는 노력은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5에서 6으로 갈때의 근력의 효율을 내려면 후반부에는 50에서 52나 53정도와 비슷하지 않을까? 정확하게 비교는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게다가 후반에 갈수록  수급할 방도도 줄어들고, 그 수급의 방식 또한 자잘하게 쌓기보다는  이벤트를 하나 완료해서 몰아서 받는 식이며, 수급을 하더라도 제때 투자하기도 힘들다.

간단하게 감당해야할 리스크는 크고, 그 리턴을 받는 시기는 불확실하며, 그 대가역시 어중간한 투자로는챙겨갈  없어서 명확한선택을 강요한다.

그런데 필요한 스탯은 점점 늘어나니 결국 생각을 점점 잘 해야 한다는 거지.

거기에 더해 OO에는 무려 스탯 상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투자에 상한은 아니고 투자한 스탯이 정상적으로 적용을 받기 위한 상한이라고 할까? 90이 넘어가는 스탯은 정상적으로 적용이 되지 않는다.

특정 체질이 있어야 그 스탯을 정상적으로 적용받고 사용할 수 있으며, 그러한 체질이 있다면 오히려 90부터는 스탯을 올리기가 쉬워진다.

이론상 시간과 체질만 있다면 NPC들과 같은 스탯을 맞추는 것도 완전 꿈은 아니라는 거지.

물론 온라인에서는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에서도 그렇게 빡빡하면 좀 게임이 로망이 없잖아?

그리고 그러한 체질의 제약을 받지 않는 유일한 스탯들이 바로 이능력과 적응. 뭐 당연한 이야기지 근력90이 현실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현실에 근력90에 상응하는 힘을 가진 인물이 있다면초인이나 초능력자에 해당하는 인물일 테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신체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은 OO의 지구역시 마찬가지.

어쩌면 OO의 인간은 90이라는 수치까지 성장할 수 있는 진화된 인류일 수도 있고. 세상이 세상이잖아? 적응이라는 스탯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일반 인류는 아니겠지.

하여튼 그런 제약이 90. 그리고 그 제약을 넘을 수 있는 체질이 있다면 그 순간부터는 다시 스탯의 효율의 절대치도 어느 정도는 돌아오고 그 스탯의 획득도 굉장히 쉬워진다.

지구력에 관련된 체질을얻고 며칠 쉬지 않고 달리면 10정도는 쉽게 쌓을 수 있는 정도?

물론 이것은 지구력이라는 스탯이 때문이고, 생명력이나 체력 혹은 민첩 같은 현실에서 생각하기에 어떻게 해야 수련으로 늘릴 수 있을지 명백하게 감이 오지 않는 녀석들은  까다롭기는 한데, 그래도 전투를 하면 오른다는 것만으로 이득이지.

물론 그렇게 올라간 스탯을 제어하는 것은 완전 별개의 이야기.

게다가 90에 도달하지 않으면, 일단 선행조건이 만족되어 해금이 되더라도 그 효과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어서 민첩의 덕을 제대로 본 횟수는 없다.

그냥 40이나 50에서 멈췄다가 운 좋게 70이 넘게 성장한 적은 있지만, 결국 그 민첩을 제어하는것은 내 피지컬이니까. 안타까운 일이야 주로 내 피지컬이.

근력은 97까지는 올려봤다. 가장 효율이 좋은 스탯이기도 했고, 근데 기본적으로 체질이라는 것이 플레이어의 플레이 스타일과 회차의 경험에 좌우되는 사항이다 보니, 네임드들과 힘 싸움을 하기 힘든 OO의 특성상 자주 해금할 기회가 오지는 않더라.

물론 생명력과 체력도 마찬가지. 가장 단순한 만큼 단순하게 밀리면 따라잡을 여지가 없고, 그러면 체질을 해금할 방법도 없다.

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해금하기 쉽고, 회차의 막바지에 가서는 두 번에 한 번 꼴로 해금이 되는 민첩과 재주는 작정하고 노력해도 제몫을 하는 경우가 적고.

물론 이것은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 순덕이 하는  보니까 잘하더라. 걔는 좀 각 잡고 회차 빌드업 쌓으면 세력 보스급 고넴말고  끗발 아래 고넴들은다 때려잡겠던데?

결국 보스급 고넴들은 사전작업이 없으면 당당하게 맞서기힘든 것은 같으니 그게 조금 위안일까?

아무튼 대충 이정도가 OO의 스탯의 대략적인 특징인데.

사실 그냥 겸사겸사 설명한 거고 우리 딸배에게는 별 의미가 없지.

배달부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딸기배달부를 줄였더니 저렇게 되었다.

-그럼 딸기를 좋아하는 배달부를 줄여서 딸좋배는 어떻까?

-어감 개씹창났네 딸배가 나을 듯

-킹쁘지 않은데? 딸조빼

-황쁘지 않은데? 딸조뺑

-갓쁘지 않은데? 딸좆뺑

-점점 좆되가노;

“좋네 달조팽 난 오늘부터 달조팽이다.”

아무튼 신체에 관련된 스탯은 다 갈아버렸으니 시간이 빌 때마다마음 편히 네임드나 잡으면서 적응을 쌓아야한다.
흡수가 있으니까 적응이 높으면 전투지속력도,
그리고 흡수로 인해 보정되는 나머지 스탯의 양도,
그리고 단순한 방출능력의 화력까지,
한 번에 다 해결할  있으니까.

조팽이의 그 찬란한 역사의 첫 줄, 네 녀석으로 장식해주마 ‘시체청소부’

-시발 얘 또 이상한 스위치 켜졌음 어쩔거야

-어떤새끼냐고

-난 이제 막 두근거리고 설레, 불붕이는 변붕이를 거쳐 북서지부를 뒤집어 놓으신 업붕이였는데 조팽이는 어떻게 진화할까?

-업? 왜?

-뒤집어업었잖아

-뭘 업어 느그 동생이나 업어줘

-엎 엎엎어퍼어퍼어퍼엎 엎 씨발 

-자꾸 21세기의 세종이 창조하는 신세대의 한글에 태클 걸지마

-자칭 21세기 세종,맞춤법은 잘 모르는 편

-자칭 21세기 세종, 외국어를 자주 사용하는 타입


***

시체청소부는 나름 필드네임드에 해당한다.

보스라고 보기에는 한 끗발 모자라지만 일반 시체까마귀에 비해 10배는 넘게 큰 건장한 성인 남성보다 살짝 더 큰 신장과 그에 따른 날개와 몸통의 크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유발하기에 남아넘친다고 볼  있지.

그리고 나름대로 네임드다보니까단순히 찾는다고 찾아지는 녀석도 아니다.

일전에 잡았던 도마뱀이 그러하듯이 특별한 방법으로 깨우는 녀석들도있고, 일전에 순덕이가 잡은 녀석이 그러하듯이 녀석의 영역을 침범해서 꺼내는녀석들도 있지.

대충 그 정도라고 생각해, 그 외에는 케이스로 분류하기에는 표본이 적으니까뭉뚱그려서 특이케이스라고 생각하는 쪽이 나을 걸?

시체청소부는 전자에 해당한다.

깨운다고 표현하기는 좀 뭐하지만 아무튼 특이케이스인 얘들은 정말 특이해서….

여튼 열심히 여우를 잡고 있었고, 이름도 시체청소부니까 대충 짐작은 했겠지만 먹잇감을 쌓아놓으면알아서 찾아온다.

그 쌓인 먹잇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찾아올 확률이 늘어나고.

다른 시체까마귀들? 글쎄 내가 이렇게 대놓고 힘을 방출하면서 얼쩡거리고 있으니 쫄아서  올 걸?

시체청소부랑 싸우려면 기본은 방출이지만 그래도 2111로는 무리수가 꽃피니까 꾸준히 흡수를 운용해서 보정을 쌓아둬야 하거든.

그래서 끊임없이 이능을 사용하는 중이라서 아마 일반 까마귀들은 주제파악하고 안 올거다.

물론 가끔 찾아오는 녀석들은

끼에-엑

이렇게 터져죽는 거지.

이게 방출의 장점이지. 단점이기도 하지만 능력의 발현을 위한 공정이 짧다보니 발동도 빠르다.

 속도가,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허락된 유지력이, 시체청소부와의 싸움에서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후에는 뭐 임기응변이지.

걱정이 되는 부분은 순수속성이라는 계열이 이런야생동물들에게는 효율이 좀 떨어진다는 것인데, 적응이 50이 넘는데 그래도 할 만하겠지?

“근데 언제쯤 와줄까 이러다가 사냥으로 지치면 나가린데, 어차피 스팩은 올려야 하니까 스탯이 쌓이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왕짱큰까마귀는 몇  봐서 아는  나오니까 좀 반갑네

-왕짱큰까마귀는 다른 얘임

-그래? 다름?

-ㅇㅇ  짱큰까마귀고 왕짱큰까마귀는 진짜 존나 큼

-? 나도 처음 듣는데?

-그래? 갤주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짱큰까마귀 맞는 것 같은데 왕짱큰까마귀는 일단 시체까마귀처럼 안 생기고 존나 

-왜 자꾸 존나 크데 얼마나 큼?

-지나가다가 와 존나크다 싶으면짱큰까마귀고 왕짱큰까마귀는 일식인가 싶으면 왕짱큰까마귀임 존나 대가리가 지붕만함

-그런 거랑 만나서 어케 삼?

-뭘 살아 뒤졌지. 그래서 그걸 잡는다고? 란 생각에 조금 기대했는데 살짝 아쉽다

“그건 ‘해가리미’라고 따로 있어, 근데 만나기 쉽지 않은데 너도 나름 탐험의식이 좋은 친구구나”

다만 혼자서는 잡을만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

“그러니까 다음에기회가 되면 NPC들 데리고 와서 잡아볼게, 여러가지 의미에서 혼자 잡을만한 사이즈가 아니라서 걔도”



-아 ‘사이즈’

-아  급임? ㅇㅋ

-대가리가 지붕만하다 길래  믿었는데 그럼 ㅇㅈ이지;

잠시 떠들며 여우의 시체 탑을 쌓고 있자, 바람을 따라 정제되지 않은 기운이 조용히 전신을 휘감고, 뒤늦게 날카로운 맹금류의 울음소리가 따라 붙는다.

“왔네.”

스탯 보정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을까? 싸움에 앞서 다시  번 이능을 활성화시키며 신체를 흐르는 기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간단히 몸을 풀며, 신체능력을 체크한다. 이정도면 그래도 10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명력은 보정치가 없으니까 맞으면 위험할 것 같으니 싸움에 임하기에 앞서서 단 한대도 맞지 않을 각오를 다지고,
지구력의 회복속도는 보정을받지만 최대치는 생명력과 마찬가지로 보정이 없으니 페이스 배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몇 번 진행한다.

이럴 때는 또 주인공도 나쁘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잠긴다.

몸에 감각을 깨우고,
신경에 날을 세우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구 하나 없는 전장에서,

그저 홀로 오롯이 서서 나의 서사에 획을 긋는 행동.

그저조용히 나의 역사를 입증하는 행동.

음, 역시 주인공은 나랑 안 맞는 기분이기도하고?

감상에 젖으며 잡념에 빠지는 시간도 이제 끝.

자 와라, 얌전히  스탯이 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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