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058 - 어 건물을 부순다고 물건이 나오지는...
생명력 10
지구력 10
이능력 58↑
체력 3↑
근력 1
민첩 2↑
재주 1
적응 97↑
스탯은 40을 벌었고 생명력과 지구력을 사람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모두 적응에 투자했다.
시체청소부와의 전투에서 흡수도 많이 운용하고, 격렬하게 몸을 써서 그런지 체력과 민첩이 자동성장한 것을 보니 굉장히 뿌듯한 걸?
“너희도 알아둬 적응이 높아져도 이렇게 스탯이 전투를 통해 자동 성장한단다.”
반드시 수련만을 할 필요는 없다.
세삼 변붕이가 안타깝다. 질풍 같은 삶을 살고 노도와 같이 삶을 끝낸 그 아이.
조금만 길게 가져갔으면 웬만한 2세대는 다 씹어 먹고,이오릴 같은 전투능력이 애매한 1세대도 갈아버릴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운만 괜찮게 터져서 체질 몇 개만 더 잘 뚫었으면 보스전도 꿈이 아니었을 텐데.
뭐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지금 중요한건 조팽이지.
다만, 체질은 이번에도 부족했나보다.
OO의 성장은 결국 스탯으로 기반을 닦고, 그 기반을 통해 이능과 체질 그리고 일부의 특성을 이용해 전투의 스타일을 굳혀나가는 것으로 완성된다.
“우리 겜알못 친구들은 잡몹을 잡아서 성장을 하고, 성장을 한 뒤 보스를 잡는다는 느낌으로 필넴을 사냥하지?”
굉장히 RPG에 걸 맞는 접근 방식인데. OO는 RPG가 아니니까. 그래서는 안 된다.
생물의 진화는 언제나 필요한 것을 갈구한다.
잔잔하고 완만한 우상향 곡선식 성장으로는 그 갈망이 부족하니까, 언제나 위협을 무릅써야하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위험을 극복할 때 생물은 성장한다.
그 경험이 피가 되고 살이 되듯이.
그리고 언제나 게임에서 그러하듯 NPC들과 유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조건의 차이는 다음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
물론 우리에게 주어지는 다음 기회는 반쪽짜리 기회기는 해. 같은 기회가 올 확률은 솔직히 높지 않아. 그래도 다음이 있고, 그 경험과 기억은 넘어가니까, 항상 그것을 살려야한다.
여타 매체에서 시간을 반복하는 이들이 항상 그러하듯이.
최선의 상황에서 직접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쌓아올린다. 더 없는 최선의 상황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정보가 분명히 있다. 따라서 그 최선의 상황을 최고의 기회로 만들어내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을 뽑아내야한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간접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을 주워 담는다.최악의 상황이라면 분명 최악의 상황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또 있다.
OO는 가상 역사 시뮬레이션.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에 무가치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세상은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톱니바퀴에 낀 이물질은 크던 작던 빠르던 늦던 균열을 일으킨다.
그렇게 모든 것이 준비되는 순간. 이제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상황이라는 것은 주어지는 요소가 아닌 만들어가는 요소가 되는 것.
“실제로 이번 전투에서 방출은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했지만, 굳이 방출이 아니어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용도로 사용을 했지? 훨씬 쉽게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어려움이랑 불가능은 그 결이 다르잖아?”
그런데 어째서 나는 시체청소부를 회차 시작 2일차에 이뤄냈고, 저들은 이뤄내지 못했을까?
역병여우 20마리, 30마리를 못 잡아서 그렇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으리라.
시야를 차단하지 못했나?
시야의 차단은 모래먼지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기감을 무력화시키지 못했나?
이능을 소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혹은 그 이능의 수준이 현격이 낮은 것만으로도 기감은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시체청소부에게 잘 먹히는 이능은 당연하지만 불. 따라서 화염계열의 방출. 하지만 내가 만약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전투의 양상 자체가 바뀌고 말았겠지? 적어도 모래 먼지를 사용하지는 못했을 거야?
그리고 시체청소부는 더더욱 나를 경계하고 조금의 위기감만으로도 도주를 하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자신이 유리할 수 있도록 거리를 안주고 공중에서 일방적으로 압박을 했겠지.
“그러니까 항상 지금의 네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공략의 시작이야.”
-대충 아무것도 안 보이고 뭐하는 지도 몰랐지만 보고 배우라는 뜻
-교수님 마카 안 나오는데요?
-안 보이면 필기 못해!?
-아니...
-맞지 용의 눈으로 보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너희들의 발전은 정말 언제 보아도 감격이로구나.”
과연 이들이 나의 염원을 이뤄줄 날이 올까?
-아버님 자신의 꿈을 자식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그건 어머님의 꿈입니다. 어머님이 이루셔야죠.
시발 강의 들으러 왔으면 강의를 들으라고 참고자료만 감상하지 말고!
***
시간은 이르지만 다른 무언가를 더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 정비를 깔끔하게 마치고 익일의 계획을 세우며 시간을 보낸 뒤 자동진행을 걸어놓았다.
“리베르타스의 편지는 최소 5일 정도는 걸릴 거야. 그러니까 내일도 적당히 리베르타스에 얼굴을 비추고 적당히 친밀도 작 좀 한 다음에, 이벤트 수소문하다가 없으면 다음 네임드를 잡으러 가보자.”
본의 아니게 이들이 정말 따라 하기 힘든 육성방식의 캐릭터로 필넴 공략을 하게 되었지만, 뭐 알아서 센스껏 활용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2일차를 보냈다.
그런 생각을 하며, 3일차 또한 보내고 싶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평화롭게 회차를 진행하며 가능한 한 어떠한 세력과도 척을 지지 않고, 정보를 모으고 싶었다.
느긋하게 회차를 진행하며 회차에 대한 빌드업은 알려주지 못하더라도, 성장에 대한 빌드업은 차근차근 알려주고 싶었다.
“이사를 왔는데 집에 벌레가 있으면, 미리 잡아둬야지? 가구가 들어오고 나서는 이미 늦잖아?”
그렇게 말하는 금호의 말투는 그날 옥상에서처럼 장난기가 가라앉은, 조심스럽게 팔을 타고 올라 그 끝에 숨통을 조이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러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고.
그 앞에는 세피를 포함한 노바투스의 일원들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노바투스는 그 규모가 큰 조직은 아니었다.
결코 작지 않았지만 결국 앙귀스보다도 작은 조직이었다.
다만 그것이 무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었고, 결코 하루 만에 개박살 초토화가 날 조직 역시 아니었다.
짜잔-! 그런데 절대란 없군요.
자잘한 상처를 입은 은호와 금호, 그리고 각자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남은 3명.
‘정말로 7명이 정원인가.’
아무리 크지 않은 세력이라 하더라도 한 세력을 지워버리는 것에 정원이 참여하지 않았을 확률보다 7명이 정원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겠지.
그리고 멀쩡한 모습으로 침울한 표정을 하고 찌그러져있는 첸과, 그런 첸을 다독이는 것인지 옆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건네는 밀레.
이 여우새끼들은 제대로 대화가 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까 저쪽으로 가보자.
어떻게든… 어떻게든 정보를 더 모아야한다. 시발 이럴 줄 알았으면 아귈라의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지 말고 리베르타스에 눌러 앉아서 얼굴이나 더 익힐 것을….
“간밤에 큰 소란이 있었나본데?”
“아, 집배원 씨네요? 성함이 분명 에드베레 씨였죠?”
고개를 드는 첸과, 먼저 인사를 건네오는 밀레.
가볍게 인사를 받아준 뒤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잠시 둘을 응시하자, 첸이 입을 열었다.
“서식지를 찾아서 떠도는 과정에서 종종 마주쳤던 이들이에요. 명백하게 맞닥뜨리거나, 적대한 적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인지하고 있는 그런 사이였는데…”
대화를 하러 간다던 금호의 말에 잘 다녀오라고 말한 뒤, 새 집과 새 거리를 탐방하고 있었는데, 폭음과 함께 무언가 이상을 감지했고, 달려오니 이미 개판이 나있는 상황.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고, 어느 한쪽의 마지막을 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누군가를 짓밟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었네요.”
자신들만의 둥지를 위해, 피로 땅을 다지고, 시체로 기둥을 세운다면, 그것은 낙원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자신들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저들의 피와 자신의 피 중에서 저들의 피를 선택했고, 이렇게 그들은 낙원으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럼, 시발 일의 원흉은 저 흉조의 짐승들이라는 것인데, 정상적인 대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없으니까, 당장은 무리인가?’
“뭐 이상은 멀고, 현실은 가깝지.너무 침울하지 마라.”
이상에 파묻혀서 목표를 잊는 것은 전형적인 본말전도의 표본.
후회도 목표를 이뤄야 할 수 있는 것, 목표마저 잃어서는 마음 편히 후회조차 할 수 없으니까.
“그렇겠죠…? 맞아요, 이미 벌어진 일은 수습할 수 없고, 지난 일에 잡혀 미래마저 잃을 수는 없겠죠.”
맞다.
후회는 끝에 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
후회라는 것은 정말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고.
언제든지 할 거리가 있는 것이니까.
오, 밀레의 눈빛이 변했다.
그러고 보니 그날 옥상 나를 데려가면 밀레가 싫어할 것이라 했던가?
어째서 그랬을까?
단순히 입이 늘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그때의 나의 행보와 현재리베르타스의 행보가 맞지 않았나?
‘혹은 첸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해를 끼치는 것을 배제하고 싶었던가.’
후자가 솔직히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진짜로 첸 팬클럽인거 아니야?
***
“갑자기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데, 리베르타스 저거 그래도 그나마 온건한,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조직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조직원의 꼬라지가 심상치 않아.”
리베르타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비에 들어갈 것이고, 노바투스의 잔재를 흡수해서 북서지부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외부인의 섣부른 도움은 오히려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소식이 있으면 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오늘도 이벤트는 없는 것인가… 이번에는 뭐 잡지?
“후보군 불러준다. 구덩이, 개 큰 전갈, 시발 저게 메뚜기. 셋 중에서 골라봐.”
본래라면 구덩이 말고는 힘들겠지만, 아마 점수 보상이 꽤 들어올 것이다, 이벤트도 꽤 들어올 수도 있고.
한 조직을 하룻밤사이에 완전히 괴멸시키고, 그 원흉이 되는 조직이 완전히 북서지부에 자리를 잡았으니, 분명 역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겠지?
그럼 적응을 100을 넘길 수 있고, 체질이 없으면 허락되지 않는 100의 영역은 논외였던 적응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니까.
-후보군 이름 왜 저런데
-그 저희가 뭘 알아야 고르는데 힌트라도 받게 이름 좀 정상적으로 말해주시겠어요?
아 그랬다.
“미안, 버릇처럼 내가 부르던 대로 불러버렸네.”
우선 구덩이,
이 녀석은 모두가 아는 그 필넴. 개미지옥이다. 귀신전갈의 변종.
개미지옥이나 구덩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말 그대로 개미지옥이라서, 구덩이를 파고 먹이를 기다리는 존재라서.
다른 점이 있다면 시발 구덩이가 움직인다.
그리고 개 큰 전갈.
개미지옥과 마찬가지로 귀신전갈이 진화한 존재.
다른 점이 있다면 개미지옥은 변종 같은 느낌이지만, 이 녀석은 그냥 사이즈가 존나 크다.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이 부르는 명칭 및 NPC들이 부르는 명칭은 대왕전갈.
마지막으로 시발 저게 메뚜기.
이건 정말 보고나서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시발 저게 메뚜기라고?
이 녀석은 너희들은 못 봤을 거야, NPC들은 흉년의 징조라고 부르는데.
메뚜기가 가지기에는 좀 이해가 안가는 이름이지? 시발 가진 능력도 마찬가지야.
“자 이제 골라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