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062 - 으아아아! 오라버님! 동생을 제게 주십시오!
[딸.기.조.아] : 내가 보기엔 담서랑 치에키 데리고 야반 도주하는 쪽이 가능성 높음
-너 여기서 또 뭐해!
-난민 만들어 놓고 여기서 뭐하냐고!!
-저 새끼 맨날 눈에 안보이면 이런 곳에 있더라, 이제 시발 시청자 목록도 공개해야됨
-ㅡㅡ 뒤싫뱅키
-나
-뒤
-싫
-락
-방
-나
-키
“아이시발 왜 내 방송에서 채팅창을 작살내는 거야!!”
그거야 너의 평소 행실 탓이 아닐지 깊게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에자 화났다 얘들아 조심해
-무
-야
-무
-호
-호
오랜만에 정말로 화가 났는지 열심히 땡깡을 부리는 에자.
다만, 시청자들에 대한 분노보다는 갈 곳 잃고 쌓여온 분노가 작은 계기를 통해서 한 곳으로 쏟아지는 느낌?
그래서 그런가 시청자들에 대한 응징은 실행되지 않고 금세 한탄으로 화제가 넘어갔다.
“아니, 흐어엉, 담서, 웃는 거, 보는 게, 흐윽, 이렇게 힘드냐구우, 흐에에엑”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얼굴이 아깝다. 역시 타고난 것에 대한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에자 얼굴 무너지는 것 좀 봐라;
-형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 줘
-난 우는 여자가 좋더라
-평생 널 위해 우는 여자 한 분 계시잖아
-ㅇ? ㄹㅇ?
-ㅇㅇ 안방들어가봐 어머님 울고 계시던데
-앗,아아
난장판.
주인장은 주인장대로 울고불고 한탄하고 찡얼거리고.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개판에 똥판을 만들어놓고 있는 상황.
아 너무 좋아. 맥주라도 꺼내올까?
***
실시간으로 볼 수는 없지만, 클립과 하이라이트 시청 모드를 켜고 치맥을 즐기며 근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있자 강력한 시선강탈을 사용하는 최신 클립이 올라왔다.
그 이름도 ‘에몽꽃이 핀 화단’
대충 요약을 하자면 담서는 데리고 도망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치에키를 데리고 냅다 밖으로 도망을 치는 에자와 그런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얼타는 치에키.
끝내 담서에게 잡히고,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표현할 방법을몰라서 그저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담서와마찬가지로 논리적인 설득은 이미 시궁창에 박아버리고 눈물겨운 호소를 반복하는 에자, 그런 둘을 바라보며 어버버거리며 중재하려고 힘쓰는 치에키.
그 결과 페칸스에 새로 생긴 치에키의 집에는 세 송이의 꽃이 피었답니다.
이야, 차라리 들고 도망치라는 말을 정말로 듣고 실천하다니, 그 정도로 다급했던 것일까?
졸지에 제일 재미있는 부분을 먼저 봐버렸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2초 전을 어떻게 참아.
느긋하게 마저 먹자.
치킨을 먹으며 클립을 구경하고,
맥주를 마시며 방송 실시간 하이라이트를 감상하고,
다시 치킨을 먹으며 대략적인 상황 말고는 확인하기 힘든 3배속으로 흘러가는 방송도 구경하고,
다시 맥주를 들이키며 원하는 부분을 1배속으로 돌려서 자세히 상황을 구경한다.
기기 밖에서는 느긋하게 방송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고 있으면 시간이 삭제되는 것은 동일하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유일한 단점은 채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어차피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이제 채팅창에 한마디 입력하면 그대로 똥판이 되어버리기십상이라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
꺼흑 볼거리가 너무 유능한 나머지 과식을 한 기분.
간단히 정리를 하고 우선 에자의 방송을 구경하다가 내 방송을 켤지 아니면 에자의 머리가 되어줄지 고민해보기로 결정.
PC를 끄고 에자의 방송에 다시 접속하자, 뭐라 형언하기 힘든 분위기의 방송이 나를 맞이했다.
뭐냐? 이 우당탕탕 장례식은?
가상현실의 시대로 어느 정도 넘어온 지금의 시점, 그저 대화를 하는 방송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기존의 PC를 통한 대화방송에는 캠도 있고, 캠을 통해서 이런저런 소소한 일상 컨텐츠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상현실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지워질 수밖에없었고, 그러한 아쉬움을 뚫고 아쉬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기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그 프로그램 이름도 [Look at My Room]
별다른 요소는 없고 그냥 방을 꾸미는 프로그램이다. 현실의 자신을 투영하는 아바타도 있고, 시간을 통해 획득하는 재화를 이용해 가구를 뽑을 수도 있으며, 방의크기를 늘리거나 방의 밖을 만들 수도 있다.
굳이 이러한 뽑기가 아니더라도 유저들이 직접 디자인한 가구를 들여올 수도 있고, 현실의 모습을 공개하기 꺼려지는 이들이라면 아바타도 있다.
흡사 VR이 처음으로 공개되던 시기에 전 세계를 휩쓸었던 채팅프로그램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프로그램.
이 프로그램 덕분에 가상현실이 되어 어려워진 현실합방의 벽도 크게 무너졌다.
결국 캡슐이라는 기기는 저렴한 가격이 아니고, PC와는 다르게 한 가정에 혹은 한 방송인이 여러 개를 소지하기 힘든데, 통칭 ‘방’덕분에 (가상)현실 합방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서 어떤 면에서는 더 활발해졌지.
뭐 이러한 부분은 치워두고 지금 그녀의 방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벽에 걸린 담수의 사진.
그 옆에 걸린 율의 사진.
그 사진을 장식하듯이 꾸며진 굿판.
이미 몇 차례 실패했는지 부러져서 주변에 버려진 작두.
아 당연하지만 전 연령 꾸미기 및 커뮤니케이션 컨텐츠라서 폭력적인 요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남이 나를 건드린다면 건드리는 정도의 감각이 느껴지는 기능은 있고, 때린다면 때린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할 수 있는 미약한 통각이 느껴지는 기능까지는 있으며, 넘어진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지만.
그 통각의 최대치는 결국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자신의 볼을 두들기는 정도의 통증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요컨대 작두를 타다가 넘어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저 혹부리도 예능적 표현의 일부일 뿐. 작두를 타다가 넘어지면 보통은 사고지만 실제로는 별일이 아니라는 거지. 애초에 작두가 부러지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잖아?
그러니 이어서 설명을 하자면, 다소 과장되어 커다랗게 카툰 식으로 표현된 혹을 달고 엎드려서 제사를 지내는 에자.
그러네, 작두가 부러져있는 시점에서 장례식은 아니리라. 우당탕탕 제사상으로 바꿀까?
“담수님, 담수님, 이번 회차에는 부디 율을 제대로 교육해서 개복치가 아닌 생존왕으로 교육을 해주십시오.”
의식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2/108배
[‘얼음뭉치’님 5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얘 에자야 방금 전에 정성이 부족했는데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란다?]
“앗, 얼음뭉치 던지지 마! …가 아니라 진짜로? 나 몇 번했지?”
정말 의식이었다. 이것이 집단 광기의 현장인 것인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언제나 집단이라는 광기에 잠식되어 기준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지금의 에몽이처럼 정신을 놓아버리고 분위기와 상황에 휩쓸리지 말고.
[딸.기.조.아] : 정보)율이 개복치가 되지 않으려면 담수를 살려야 한다.
-아 시발 다 먹었으면 방송키라고!
[딸.기.조.아] : 에베베베 안보임
-아니 에베베게이...
-겜은 안해도 되니까 제발 비석 한번만 보여줘진짜로
-진짜 시발 나 오늘 잠 못자는 꼴 보고 싶어?
-그건 선생님께서 방금까지 자다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자다왔는데 얘 왜 갑자기 108배함?
-정보)실제로 한 말이다
-시발 이새끼들은 왜 방송 안보고 내 채팅을 보고있냐?
-남이 108배하는 거를 왜 보냐고 ㅋㅋㅋ
“담수 살리는 방법이 있어!?”
[딸.기.조.아] : 있겠냐? 쓸데없는짓거리 하지 말고 대가리 깨지라고
“앗, 아아… 흑흑흑”
분명 현실의 모습과 동일한 아바타인데 갑자기 2D에나 어울릴 법한 눈물 폭포를 흘리며 108배를 이어가는 에몽이. 아니 안 된다는거 알았으면 그만하라고.
그렇게 전심전력으로 3배를 더 하더니 이내정신을 차린 듯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아니 이거 더 안 해도 되는 거잖아!, 야! 빨리 나 도와줘! 나 도와주러 온 거지! 안 도와주면 내가 가서 초록위키에다가 논란 및 사건사고 적어 넣을 거야! 순덕이랑 둘이서만 짜고 논다고!”
-오;
-아 그렇읍니까?
-킹란 및 갓건갓고는 야정 코정이지;
***
“예, 말씀해보십시오.”
“그, 저, 방금 전에는 감정이 격해져서, 음, 하하하…”
“뭐, 살다보면 그럴 수 있죠. 네”
다 이해한다. 나도 막 막혀서 눈앞이 깜깜해지고 그럴 때 누가 나에게 답을 좀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에 아무나 붙잡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니까.
특히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특히 OO를 하는 이들은 그런 감정이 좀극대화 돼있을 것이다.
100점 만점의 세계였다면 오히려 끝이 임박했으니 괜찮다.
원래 모든 것에 끝은 더 어려운 법이니까.
대부분은 완전한 끝보다는 적당한 중간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하니까.
물론 그들이 OO의평가점수를 보면서 100점이 스토리모드의 기본적인 끝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일종의 달성 과제라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도.
말하고자하는 요는 매일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 사이에서 한 가지 음식을 정해진 양만을 먹어야 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꺼릴 것이다.
불투명한 도전보다는 보장된 안전이 내면의 평화에 도움이 되니까.
그런데 어느 날 사실 자신이 있던 곳이 무한리필 뷔페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럼 그간의 아쉬움과 함께 그동안 참아왔던 도전의식이 불타오르겠지, 더는 제약이 없으니까. 그런데 눈앞에 뷔페의 프로식사러가 있다면? 맛있는 음식을 추천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뭐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근데, 솔직히 뭘 도와달라고 해도, 지금 하던 그대로 하면 돼요.”
“에…”
“근데 사실이 그런걸요.”
대표적인 필수요소를 콕 집어보자면, 당연하지만 앙귀스의 소속으로 활동할 것.
앙귀스와 담서의 과거 그리고 3년 전 그날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아낼 것.
그리고 담서의 반응을 보건데 담서를 설득하는 것도 어느 정도 완료했다.
그 결과 담서가 방에서 나와 바깥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확인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율과 치에키가 살아남는 것인데, 사실 이 이후의 이야기를 해봤자 의미가 없는 부분이고 조건은 이 두 가지를, 정확하게는율을 살리는 것 외에는 모두 달성했다.
“그러니까 율만 살리면 그 이후로는 어지간하면 1회차에 안 되도 3회차 내로는 루트를 달성할 수 있어요.”
이제 남은 건 자기 스스로 저울질을 하는 것. 물론 기도메타로 의식을 좀치루고, 자신의 성장에 몰두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결국 우선순위를 놓고 저울질을 해서 자신이 버릴 수 있는 것과 희생할 수 있는 것을 희생하는 게임이니까.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희생한 것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희생한 것으로 인해 다가올 상황에 유의미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지금 잘 걷고 있어요.”
굳이 무언가를 개선할 점이 있다면 시간을 사용할 때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
무언가를 포기할 때 지금의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더 가치가 낮은 것을 포기하는 것.
“근데 둘 다 경험으로 이뤄지는 건데, 뭐 그럼 하는 거 봐서 팁만 몇 개 던져볼 테니까 어디 봅시다.”
근데 난 이때까지는 몰랐지 이 양반의 광기를
사실에모몽은 OO의 세계에서 태어나야 했던 것이 아닐까?
***
-에모몽-
생명력 10(+2)
지구력 10(+10)
이능력 10(+1)
체력 5(+2)
근력 5(+1)
민첩 5(+2)
재주 5(+2)
적응 5(+0)
변동 가능 능력치 5/5
“아! 이건 또 뭐니!”
실로 한숨이 나오는작태가 아닐 수가 없다.
난 고작 이런 것에 시간을 할애할 시간이 없다고!
바로 생명력을 7까지 깎아버리고 근력을 11로 올렸다.
생명력은 어차피 3까지 깎고 플레이 한 적도 있다. 안 맞으면 상관없다.
걱정되는 것은 낮은 근력. 11로도 부족할 수도 있는데.
“아아 미친 뭐하는 거야!”
옆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지만 알 바 아니죠? 아 실수 알 바였다.
“아니! 괜찮아요, 생명력은 중요하지 않아, 안 맞으면 되는 거야!”
“…오케이 믿어볼게요. 근데 알아둬요. 난 어줍지 않게 맞춤으로조언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당장 그 타이밍에 가장 리턴이 큰 부분만 알려줄 거니까 못하고 터지면 내 탓 아니다?”
괜찮다. 이미 순덕이 방송도 충분히 구경했으니까. 나만 믿으라고!
우선 단도를 하나 챙기고 방어구는 별로 필요 없으니까 패스.
OO는 다른 게임과 다르게 이런데서 루팅한 장비를 주워서 팔 방법이 없다.
설령 주워서 팔아서 구매하는 장비의 성능이 좋은 경우도 적고.
생각해보면 그게 현실이긴 한데, 좀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일까?
“아 저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요, 이거 ‘뱀의 단도’ 누구 거예요?”
OO에서 각 요소들은 상징하는 NPC가 있다. 그런 거 같아. 사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담수의 상징이 석산, 담서의 상징이 뱀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근데 왜 뱀의 단도는 담서의 물건이 아니지?
“오, 예리해. 생각보다 진짜 열심히 했네요. 근데 그거 스포니까, 나중에 알려줄게요. 근데 지금 짐작하시는 대로 담서 물건은 아니에요.”
아 이걸 또 안 알려주네, 어쩔 수 없지 사실 꽁으로 얻어내는 것에는 로망이 없으니까, 이해할 수 있다.
담서의 얼굴을 마주치고 나서 줄곧, 몇 번이었는지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다. 그냥 저 아이가 웃는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렸다.
그렇게 정형화된 발걸음으로, 몸이 이끄는 방향대로, 늘 하던 장소로 발을 옮겼다.
담서야! 이번엔 꼭 행복하게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