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064 - 으아아아! 오라버님! 동생을 제게 주십시오! (65/99)



〈 65화 〉064 - 으아아아! 오라버님! 동생을 제게 주십시오!

딱히 부르는 명칭은 없다.

그냥 유저들은 살아 움직이는 근육덩어리라고 부르고.
NPC들은 산맥에 틀어박힌 근육덩어리라고 부른다.

 원본이 역병여우라는 것을 아는 이들 또한 드물다.

기본적으로 별다른 일이 없으면 그 산맥에 오르지 않으니까.
산맥에 오르지 않으면 만날 일이 없으니까.
만날 일이 없는 생물에게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할애할 만큼, 세상은 여유롭고 자비롭지 못하다.
모름지기 과학이라는 것도, 발전이라는 것도, 일단 배부르고 등 따셔야 할 수 있는  아니겠어?

그럼에도 녀석의 발목을 정확하게 꿰뚫고, 다리를 절게 만든 것은 결국 여우라는 종의 기본 골자가 낳은 행운이라고 생각해.

이어서   째.

뒷다리도 한쪽을 봉하고 싶었지만, 코브라 사격 같은 횡방향의 곡사를 위해서는 이능의 도움이 필요했고, 적응 5따리에 제대로  준비도 없이 출발한 나에게 당장 이능이 있을 리가 없잖아?

두 발 째는 안타깝게도 왼쪽 앞다리를 재차 괴롭히는 것에 소모하고 말았다.

장점이 있다면 이제 왼쪽 앞다리는 저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아파서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

단점이 있다면 어차피 한쪽다리쯤 못써도 민첩이 7밖에  되는 나는 보폭의 차이 상 금방 따라 잡히기 때문에, 지구력의 절약이나 화살의 절약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민첩에 조금만 나눠서 찍었어도, 아니 그래도 부족했겠다.
첫 스탯을 괜찮게굴리고  스노우볼을 새 회차의 시작을 차지한 여우사냥에서부터 굴렸다면,
지금쯤 민첩이 20은 되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지난 일은 지난 일. 나의 민첩으로는 결국 녀석을 따돌릴수 없으니 정공법으로 행해야 한다.

세 다리로 뛰기 때문인지, 발걸음 하나하나에 힘이 과하게 실려, 땅이 울리고, 그 울림은 자리를 옮기는 것에 자잘한 균열을 일으킨다.

 균열이 나를 부서뜨리기 전에, 균형을 잡고,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으니 오른다리에 화살을 박아 넣는다.

고작 땅이 울리는 것 정도로,
겨우 다리를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정도로,
나의 화살을 피할  있으리라 생각했니?

한국의 양궁계라는 지옥은, 고작 그 정도로 실력으로는 3번이나 헤쳐 나올 수 있는 안일한 곳이 아니란다.


케-엥! 켕!

이로서  다리에 하자가 생겼다. 오른다리는 시위를당길 시간이 부족했기에 아직 얇지만, 충분히 거슬리겠지.

?

“아니 구른다고? 진짜로?”

여전히 땅은 울린다, 하지만 균형을 잡을 시간은 더는 없겠는데?
전력으로 옆으로 뛴다. 아니 대각선으로 뛴다.

구르는 폼을 보아하니 자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멈추지는 못할 것 같으니까, 대각선으로 전진.

제발 2바퀴정도 더 구르고 다시 거리가 완전히 벌어지기를…!

쿠르르르릉!

땅이 울리는 정도가 장난이 아닌데? 그냥 크고 근육질이고 못생긴 여우라고 말하면서 말 끝을 흐릴 때 이상함을 느꼈는데, 분명 뭐가 더 있다 이건.

어찌어찌 균형을 잃지 않고, 정확하게는 마지막에 균형을 잃을 것 같았던 순간 앞으로 굴러 거리를 두면서 전략적으로 손해가 될 타이밍을 어떻게 이득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고.

녀석은 어떻게 구른 것인지 몰라도 발을 디디는 꼴을 보니 딱히 이번 행동으로 이득을  같지는 않다.

내가 이득을 보았으니 녀석은 필연적으로 손해를 봤겠지만, 그와 별개로도 스스로 손해를 피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정 방향으로 굴렀으니 당연히 일어선 위치도  방향일 것이고, 필연적으로 자리가 뒤바뀐 나는 녀석의 뒤에 있겠지?

잘 가, 왼쪽 뒷다리.


쐐애애애애액!

크에에엥!

이번에도 두 발.

깔끔하게 뚫었다.

다리가 세 짝이나 불편해져서 한 다리로 중심을 유지하며 낑낑 뒤를 도는 녀석.
이제 거리 좀 유지하고 혹시라도 다시 이어질 구르기의 궤도만 조심하며, 일방적으로 사냥할 일만 남았다.

단지 그 와중에든 생각은…

“아, 저거 화살 회수 못하겠네.”

그래, 단지 그 뿐.




***



“화살은 보나마나 하나도  회수할 것 같고, 뭐 챙겨야할 게 있을까?”

사실 있어도 못 챙길 것 같긴 하다.

우선 날붙이가 없어서 갈무리할 수가 없고, 갈무리를 할 수가 없으니, 이 근육을 뚫고 무언가를 뜯어갈 수도 없다.

“됐다, 그냥 포기, 빨리 약속장소나 가자.”

화살도 보충해야하고, 엇갈렸다가 앙귀스 친구들이 다치는 것도 좋은 판단이 아니니까.

“맞아요, 어차피 살움근은 적응의 방향성도 그렇고, 딱히 도움이 되는 부산물은 없고, 그냥 스탯이랑 성장치 누적 쌓는 용도니 무시하셔도 되요.”

마침 에…에… 모르겠다. 에베베가 너무 입에 감기고 말았다.
에베베의 보증도 섰으니 빠르게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아쉬움을 담아서 시체를 훑어본 뒤, 정말로 모두 아작이 나버린 화살을 뒤로한 채 강가를 향해 걷는다.

그래 강가.

놀라운 사실인데, 북서지부를 제외한 다른 곳은 사막이 아니라고한다.
3번의 참사를 거쳐서 사바나였다가 사막까지 변했다고 했던가?
때문에 이곳 산맥을 넘어가면 그럭저럭 봐줄만한 아직 사막화가 진행이 되지 않은 사바나가 있다고 들었다.

다만 언제나 이 살움근이 우리를 방해해서 탐험을 하지 못했고,
살움근을 극복할 수 있게 된 지금은 굳이 이곳을 탐험하기보다는 이제 막 얻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에 바빠서 그럴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 뿐.

무엇보다 지금 건너편을 보고 느낀 거지만, 뭔가  로망을 가질만한 풍경은 아니네.


-사바나...라고 부를만한 지형이긴 한데, 좀 휑하네

[‘다시숫자를잊은노루’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자연이 우리를 거부했다.]

-강이라는 말에 조금 기대하긴 했는데, 그냥 지하수 터진 곳에서 동쪽으로 흘려 내려가는 거 아니냐?

그리고 그 말에 걸맞게 이들이 강이라고  것은, 강 보다는 개울에 가까운 것이었다.
비가 내린다면 좀  콸콸 흘러넘치겠지만, 적어도 회차가 진행되는 두 달 동안은 자연적인 비는 내리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강은 이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그런 잡념에 잠겨 시위를 당기고 있자,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몽! …이! 에모몽!”

음, 제대로 들었나 봐.

마침 화살을 주우러 가기도 귀찮아지던 참인데.
솔직히 하늘을 나는 새를 쏘아 떨어뜨렸는데, 튼튼하게 만들지도 않은 화살이라서 상하는 녀석이 나오기 마련이고, 헛걸음질만큼 의욕이 떨어지는 일도 없거든.
무엇보다  까마귀들 잡는 거 재미가 없다.
심지어 재주가 낮아서 자동진행조차 눌러놓을 수가 없으니까.

“으-아! 지루하던 참인데,  됐다.”

이 이후의 일정을 생각하면 지루할 틈새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당장 아무것도 못하고 기다리기만 해야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이 다음목표는 선인장….

다행인 점은, 앙귀스는 그래도 단합력이 좋은 세력이고, 서로 의사소통도 실시간으로 잘 하는 세력이라는 것.

때문에 선인장 채집조도 같이 왔으니 다행히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다리거나 시간에 쫓겨 자리를 뜨면서 가슴 졸일 필요도 없게 되었으니 만족!




***

선인장군생지는 다행히 별다른 위험이 없어서 화살을 크게 소모하지 않고 정리하는데 성공을 했고,

야생인들 또한 그 수가 많지 않아서 밤에 기습을 감행하는 것으로 화살을 무사히 절약할 수 있었다.
다만, 머릿수가 적다보니 보급할 건덕지도 많지 않아서 삶이 좀 퍽퍽해졌다.
피로도, 공복도, 갈증도 모든 면에서 말이야.

여기까지 2일차.

현실이라면 이정도로 굴하지 않는데, 이런 면에서는 주인공이 나보다 연약한 것 같기도 하고?
스탯적으로 디버프를 먹었는지는 당장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적어도 시스템 보정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할  있는 기분?

 여기까지는 좋다.

근데 가시꽃군생지에 문제의 개 큰 전갈이 있었다는 것인데.

“에베베야, 전갈이  서있어?”

시발 저게 왜 전갈이야.

메뚜기는 시발 저거랑 비교하면 메뚜기지.
귀신전갈은 그 크기가 족히 1M는 되는 거대한 전갈.
근데 개 큰 전갈이라고 해서 진짜 커다란 대형 보스인가 생각했는데, 이족보행을 하는 전갈라이더가 나오고 말았다.

“왜 존나 크지 않아? 크기가 2배가 넘는데?”

“그럼 시발 메뚜기는 개씹존나큰거 아니고!?”

“그 정도 사이즈면 그건 메뚜기가 아니지”

이 새끼, 판단 잣대가 이상하다.

사이즈가 일정량 이상 크면 종을 초월하는 것이고, 그 사이즈가 일정량 이하면 그냥 큰 건가?

아닌데 시체청소부나 살움근도 사이즈가존나 말도 안됐는데?
일정량이 10배를 넘어가나? 확실히 저씹메는 100배는 넘을 것 같은 사이즈였다.

사실 이족보행인 것은 좋다.

그냥 인간형 전갈보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문제는 지금 나의 상황이 인간형으로 이족보행하며 민첩하게 움직이는 전갈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데.

“잠시만 상황 좀 정리하고 들어가자.”

-ㅇㅇ; 괜찮아 천천히  나도 지금 갤주 이해할 시간이 좀 필요함

“? 아니 왜? 전갈이 두 다리로 걸을  있지!”

-어, 맞아, 네가 다 맞아. 존나 처맞아.

[‘이대로가면라이더’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아니...어린시절 헤어진 형...!?]



“있잖아 치에키 씨, 내가 조금 피곤해서 그런데, 저걸 데리고 떠날 수는 있을 것 같거든?”

그런데 저거를 상대로너희들을 지켜주지는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데리고 떠날게, 가시꽃은 힘내?

피-잉!


빠르게 시위를 당기고, 녀석을 향해 달리며 그 시위를 풀어준다.

팅!


염병 튼튼한 것 좀 봐.
뒤에서 무언가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만, 들어서는 미련이 남을  같으니까.
시위를 떠나 앞을 향하는 화살에게 뒤를 돌아볼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체시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떨어지지는 않겠지.
‘피안의 활’로 쏘는 화살은 저렇게 가볍게 휘둘러서 막을 만한 속도가 아니거든.

나보다 우수한 신체의 조건, 그리고 뛰어난 감각, 거기에 더해 유능한 신체의 구성요소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나보다 뒤처지는 것이 없지만, 그것은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화살을 3개를 꺼내어 시위에 매긴다.

우선 한 발.

피-잉!


이어서 두 발.

각각 왼팔의 관절과 오른다리의 관절.

결과는 굳이 지금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주변의 지형을 확인하며 고지를 선점해야하니까. 상황은 내가 유리할 때 봐도 늦지 않다.


팅! 틱!

한 발은 확실히 튕겨냈다.
근데 두 번째 소리는 적어도 갑각의 옆면에 맞아 튕겨지는 소리는 아닌데?

앞의 언덕을 향해 뛴다. 북쪽이 완전한 모래사막이 아닌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언덕과 나의 거리가 멀지 않음이 느껴지는 순간, 꺼내놓은 마지막 화살을 시위에 걸고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몸체를 숙이고 그대로 뒤를 향해 화살을 풀어준다.

주춤거리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

우선 목. 관절부위.

핑-!

낮아진 자세를 이용해 그대로 뒤로 도약하며 화살을 2개 더,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무언가 체질이라도 붙은 것일까?

착지하는 순간에 맞춰서 같은 자리에 한 발 더.

피이-잉!

이어서 다시 오른쪽다리.
더 강하게.


쐐애애액!

착지하는 추진력을 이용해 몸을돌리고 다시 언덕을 오르며 귀를 기울인다.

희망적인 관측  번째.

이족보행을 해봤자 전갈이라서 신체의 가동 범위가 한정되어있다.

팅!

쳇, 적어도 내가 상정한 범위보다는 유연하게 움직이나보다. 집게발의 크기를 보건데 목이라면 못 막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번째.

집게발의 크기로 인해 방어행동을 취하면 시야가 가려져서 후속타에 취약하다.

팅-!

픽!

이번에도 다리 쪽에서는 결이 다른소리가 들려왔다.
셋? 아니 넷.

언덕을 오르며 시위를 크게, 가능한 만큼 크게 당긴다.

‘피안의 활’을 다루기 위한 근력의 최소조건은 25.

그렇다면 적정조건은? 무려 50.

근력이 5가 되면 현실의 건장한성인 남성보다 소폭 뛰어난 근력을 가질 수 있다.
10정도 되면 일그러진 근육의 수호자 쯤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50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할  없는 이 녀석의 하자가 좀 느낌이 오지?

그런 녀석을 조건을 불충족한 상태로 강제로 당기기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하나가 있는데.

“등이 벽에 닿아있어야 하는 거란다. 전갈새끼야, 짐승이 일어섰다고 영장이 되지는 않아!”

한 발 째.

팔이 아려오는 동시에 강한 반발력이 전신을 감싼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 대기를 내달림과 동시에 그 화살에게 힘을 싣기 위함이라는 듯이 몸을 덮쳐오는 충격.


콰아아아아악-!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것이라고는 짐작하기 힘든 소리.

콰득-!

그리고  반발력으로 들리는 소리라고는 짐작하기 힘든 소리.

후, 오라버님 무슨 마법을 부려서 만드신 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덕에 등을 기대고 쐈는데 방금 들린 소리는 등에서 들릴 소리도 벽에서 들릴 소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어쩌겠어, 장인어른이 까라는데, 까야지.

 발 째-!


사아아아아악-!


염병 힘이 빠졌다.

그래도 제대로 두 발 연달아 사출을 하는 것에 성공을 했으니, 기대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끄으…등이 뭉개진 기분인 걸?”

하지만 신체를 감싸는 기분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

체질이라면 낮은 자세 같은 녀석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굳이 자세를 낮춘 적이 없었네, 확실히 낮은 자세는 아니다.

그리고.
확실히 그 대가를 추후에 치르는 계열의 녀석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나의 정신은. 더 없이 맑으니까.

등의 통증?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등이 나중에 고생할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느껴질 뿐.

팔에 감겼던 부담감? 역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이후에 멀쩡하게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란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 치에키가 죽는 것은 싫은걸?

세 발 째.

어차피 이러한 계열의 체질이라는 것을알았다면, 그 뿌리까지 씹어 먹어줘야지.
등에 기댈 것이 없다면 뒤로 튕겨져 나가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

원 주인이 누구고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런 활이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반발을 나누어 받을 것이 없다면, 그 반발은 오직  몸에게만 쏟아진다.

 20으로 당겼던 회차에는 허공에서 압사…까지는 아니지만, 짓눌려서 큰 내상을 입고, 그대로 죽었지.
눌린 후에 죽은 것이니까, 압사는 아니잖아?

근데 그때는 체력이 15쯤 됐거든? 생명력도 20이 넘었고. 지금은 둘이 합쳐도 14니까 바로 죽으려나?
근데  새끼는 잡고 죽어야겠는데….

콰과가가가가가가각!


역시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아니지?

“케흑…!”

아 이거 아프지는 않은데, 오히려 그래서 냉정하게 몸이 어떻게 얼마나 십창 났는지 느껴지는 기분이라, 오히려 등골이 쌔한데?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기분 좋네 이거”

그런가, 그날 그라운드를 떠나면 느꼈던 것은 활을 놓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는 아쉬움이었을까?

모든 것을 불태우며 시위를 당기기기에는 부적합한 시대에 태어났다는,
끝내 자신의 영혼을 불 지르며 당겨지는 시위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이 후로도 경험하지 못  거라는 그런 아쉬움이었나?

그렇다면 아쉬움과 부족함으로 점철되었던 나의 삶은 이곳에서 피었다.

담수가 한 송이 검은석산이 되었다면.
담서가 그 끝에 하얀 백합이 되어 피었다면,
나는 그런 담서가 잃은 적색이 되어 강렬한 샐비어로 피리라.

끼-기기긱-!


시위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냐? 너도 이제 불이 붙기 시작했구나.

그럼 가자고 친구.

우리 불쌍한 담서를 위해 아름답게 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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