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066 - 전지전능은 전지충전용 전기능력자 (67/99)



〈 67화 〉066 - 전지전능은 전지충전용 전기능력자

유 희라.

27세.
키는 167cm에 몸무게는 53kg.
활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5살이었고, 처음으로 활대를 잡고 시위를 당긴 날은 7살생일.

옛날이라면 그럴 수 없었겠지만, 기술의 발전은 현실에서의 경기를 강제하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었고.
선수들은 더 이상 종목의 선정에 울고 웃지 않아도 되게 변했다.

다만, 그것이 경쟁의 완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불행한 점이었을까?

오히려  주기가 줄어들은 결과, 더 짧은 시간에 많은 경쟁을 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선수로서의 수명을 줄이는 결과가 되었을 뿐이었다.

가상현실이 나왔고 육체의 내구도로 인한 제약은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정신의 마모는 빨라졌고,
정신은 육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도 정신의 완전한 마모는 되돌릴 수 없었으니까.

결국 인간은 현실에 육체가 있고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기 때문에,
아무리 가상현실에서는  체력과 육신의 내구도가 무한하다고 해도 정신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정신의 피폐를 앞당기는 일이었으니까.

시위를 당기는 것은,
나의 삶의 이유였고,
나의 생의 목표였으며,
나라는 존재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행동이었지만.

 결국 교란종이었을 뿐이었고, 세상은 날 반기는  했지만 결국 좁은 우리에서 죽어가는 나를 구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시위를 놓았고.
세상을 등졌다.
등지고 있었다.

돈은 많았고, 세상 밖은 무서웠다.
세상은 좁았고, 가상속의 세상은 넓었다.

그래서 난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가상 속에서 살았으며, 그런 내가 방송이라는 길에 접어든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었으리라.

사람에 의해 입은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해야하는 것이고,
정과 온기는,  관심은 중독성이 강한 것이며,
그것은 필시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이었으니,
난 방송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

다행히  괜찮은 외모를 타고 태어났고, 오랜 관리를 통해 단련된 신체는 그런 외모를 돋보이게 하기 충분했으며, 그러한 조건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선을 몰기 좋았다.

과녁 앞의 기적.

활을 든 여신.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 천재.

모두 나를 지칭하는 말이었고, 외모와 풍문으로 인해 나를 찾아온 이들은 다행히 1할 정도는 나라는 인간에게 매력을 느껴줬다.

그렇게 나는 외로운 어린 시절의 나를 책임져준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중 한명의 이름을 따서 닉네임을 지었고, 그렇게 나의 멈춰있던 시계는 다시 돌기 시작했다.

유희라를 뒤로하고 에모몽으로서.

방송은 순조로웠고, 나라는 인간을 좋게 봐주는 사람도 늘었으며, 난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나를 싫어하고, 다른 것을 목적으로 다가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정도의 악의로 상처받기에는 이미 앞서 입은 상처가 너무 커서 별 감흥도 없었고, 이제 나에게는 나를 치유해주는 이도 충분히 많았다.

유희라로서의,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양궁선수로서의 삶은 안타깝게 막을 내렸지만.

에모몽으로서의, 대한민국 일개 방송인으로서의 삶은 순조롭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가끔 옛날이 그립기도 했지만, 활시위는 굳이 대회가 아니어도 당길 수 있었고,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았다.



평소와 같이 한가한 날, 시간을 소비할만한 행동을 찾고 있던 어느 날.

-에몽아 OO 커뮤 봄?

-에자도 오랜만에 OO 허쉴?

문득 그런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독특한 사람이었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었고,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겹치지 않았기에 종종 그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도중, 그녀를보게 되었다.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예쁘고 아름답고 고귀하고 존귀하고’ 그냥 느낀 감정 그대로 표현하자면 ‘예쁘고 아름답고 고귀하고 존귀하고’ 첫눈에 반한 기분이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고, ‘예쁘고 아름답고 고귀하고 존귀하고’ 그 아이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만히 있어. 자제하려고 노력중이니까.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오직 그 아이를  눈에 담기위해 노력했고, 그 사람의 방송을 본 이후라 그런지 몰라도, 감회가 새로웠다.

목적은 없었지만 시간이 날 때 시청자들의 요청에 의해 종종하던 게임이, 흥미로운 게임으로 변하고, 흥미로운 게임이 관심이 가는 세상으로 변했으며, 관심이 가는세상은, 나를 몰두하게 만드는 드넓은 세계로 변했다.

그리고 난 드넓은 세계를 그 아이와 함께 웃으며 보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게 당장의 나의 이유였고, 소소한 목표였다.

그런데,
그랬는데,
그거로 만족하며 살았는데,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이유를 다시 손에 쥐고 말았다.

그저 가끔 시위를 당기며 만족했던 나날이 머릿속을 스쳤고,
그와 동시에 잊고 있던 삶의 이유가  시절보다 더욱 찬란한 빛이, 내 심장을 두들겼다.

현실에서 그저 조용히 삶을 보내던 유희라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랬구나,
넌 거기서 지금까지 나를 위해 자신을 죽이고 있었구나.

이제, 일어나도 괜찮아.
이제,  이상 아프지 않아.
이제, 숨을 죽이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우리는,

불타올라도 괜찮아.


그렇게 에모몽은 유희라로 돌아갔고,
유희라는 에모몽으로 변했다.




***


자신을 과신하지는 않았지만, 어지간한 것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험하지 않은 것이라도, 상황만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결과는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에자의 방송을 보며, 이러한 가능성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능하리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것이 다른 결과를 낳지는 않겠지. 에자는 이상한 짓만 안하면 순조롭게 앙귀스의 해피엔딩을 보게 될 것이고, 그럼 자신의 숙원을 이룰  있게 되겠지.

OO는 나비효과가 굉장히 큰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큰 뿌리가 정해져있어서 부각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종종 생각치도 못한 나비효과에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거든.

예를 들자면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지.

그라티아에서 활동하던  파라디수스의 보급을 털었고, 보급품 중에서 소고기가 있었다.

여유가 있었기에 챙길까말까 고민하던 중, 다른 지부는 모르겠지만 북서지부는 알다시피 상황 상 그러한 류의 식량이 굉장히 귀했고.

일종의 사기 증진의 의미로 과감하게 차량을  채로 챙기기로 했으며, 그날 그라티아는 소고기 파티를 했다.

그리고 그라티아의 일부 녀석들은 때마침 근처를 순회하는 소와 닮은 형태의 필넴에 욕심을 부렸고, 자신들만의 전력으로는 승산이 부족하니 북서지부로 끌어들였다.

소 형태의 필넴 통칭 트로이의 역병은 아키야와 시엘라, 그리고 유이 정도만  특이성을 인지하고 있는 역병덩어리 소였고 북서지부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그렇게 유이의 발작버튼을 누른 그라티아는, 북서지부는 아름다운 풍경화가 되었다.

과정을 생략하고 말하자면 보급을 털고 여유가 남아서 특식으로 소고기를 먹기로 했더니 루트가 망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다.

역사가 그러하듯 가상 역사 시뮬레이터인 OO도 그러한 셈이지.

그러나 동시에 OO에서는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OO에 존재하는 핵심 네임드들의 상황이 그렇지.

게임 시작버튼을 누르면 3년 전부터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기 시작한다고 했지? 아마 담수가 죽기 하루 전 혹은 죽는 그 날부터 돌아갈 거야.

이유는 내가 전날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짬이 날 때마다 물어봤는데 항상 같은 것을 먹었더라고.

그래서 대충 그쯤부터인가보다 하고 짐작하고 있지.

하여튼 그 말은 담수의 죽음은 변하지 않는 일이라는 소리.

솔직히 상황을 보면 아주약간의 변수만으로 담수는 살아남을  있는데, 결국 절대적으로 죽는다.

불구가 되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한이 있어도  심장이 뛰는 것과, 검은 석산이 피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인데 언제나 죽는다.

루미나는 결코 밝고 명랑한 모습을 취하지 못한다.
담수와 마찬가지로 아주 약간의 변수만 있다면, 시엘라와 유이는 파라디수스를 떠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루미나가 따라서 파라디수스를 떠날 수도 있고.

그러나 절대 그러지 않는다.

아키야는 항상 자신의 목표에 매몰되어 다른 것들을 등한시하고,
하토는 언제나 북서지부에 파견을 오며,
요셉은 항상 불의의 사고로 죽고, 그 결과 언제나 타우버는 북서지부 전체에 적의를 깔고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나는 거의 모든 경우를 알고 있고, 세세한 변화는 있어도 상황만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그 후 어떻게 흘러갈지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 에자의 플레이는 나의 예상 밖의 플레이였고,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지만, 이후에 어떻게 흘러갈지는 충분히 예상을 할 수 있다.

앞에 1차방정식이 있고 미지수를 특정 범위에서 임의로 뽑는다고 가정했을 때 무언가의 오류로 특정범위를 벗어난 수가 나온다고 해서 수식을 풀지 못하지는 않듯이.

그래도 심장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전제조건만 갖춰지면 되지만  조건이 불가능하여이론상으로 불가능한 일,
혹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고려했을  불가능한 일.
그러나 실현된다면 꼭 구경하고 싶은 일.

그러한 일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




“근데 왜 사랑의 화살을 하고 있음? 뭐임? 대체 뭐임 시발?”

-그러게요 씨발~

-내 믈이 씨블

[‘좆궁에모몽’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옆집 순덕이 새끼는 빵공장하고 윗집 멍무이는 야추 던지고 있던데 오늘 무슨 날이냐 시발 슬슬잇몸 쓰라리네]

-난 이미 잇몸 부었음 오늘 이빨 무너지는  꿀 듯

아주지랄이 났다.

사랑의 화살은 큐피트가 되어 악마의 방해를 뚫고 외롭고 쓸쓸한 코끼리에게 사랑스러운 애인을 만들어주는 활쏘기 게임이다.

빵공장은 먼 먼 옛날 동물농장이라는 게임의 미니게임으로 존재하던 두 종류의 빵을 구분해서 위, 아래에 나눠담고 벌레가 나오면 프라이팬으로 내리쳐서 치우는 게임이고.

둘의 공통점은 시발 플래시게임이다.

근데 왜 그걸 VR로 하고 있냐?

야추? 그건 시발 주사위 던지는 게임이고.

어제 에자는 훌륭하게 자신의 할 일을 끝마치고 앙귀스에 도착하여 정비를 했다.
그 후 담서의 호감도 작을 위해 간단히 담서에게 얼굴을 비추고, 남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북쪽폐허로 돌라갈 준비를 마친  게임을 종료했다.

너무 개운한 기분이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며, 시청자들과 잡담을좀 하고, FPS게임을 간단하게 몇 번 한 뒤에 잔다고 했다.

하여, 난 그녀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을 대체할만한 간식거리를 먹은 뒤 운동을 가볍게 하고 커뮤니티조차도 확인하지 않고 에자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왔는데….

“시발  이러는 거냐고…”

-니가 좀 어케 해달라고

-으즈으 으즈 그믄 으으흐르그즈 으늘르?

-진짜 좆같네 씨~팔

-에모몽 이 못된 녀석! 당장 주모몽의 몸에서 나가!


“아 잠깐만 이번까지만!”

대체 뭐가 이번까지만  것일까?
도저히 모르겠다.

-코발련아  말 18번째 하고 있잖아! 십팔!

그리고 대체 왜 18번이나 저 말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자기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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