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069 - 갑자기? (70/99)



〈 70화 〉069 - 갑자기?

[???:내가 너의 붉은색이 되어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붉은색펀치! 붉은색펀치!
>붉은ㅋㅋㅋㅋ색이ㅋㅋㅋㅋ되어ㅋㅋㅋㅋ줄게ㅋㅋㅋㅋ
>내너붉색! 그녀는 신이야!

“시발.”


[???:내게 던져버리고,  내려놓고 새로 시작해도괜찮아]
-내너붉색! 나의 백수도 너에게 버리고 너의 시청자로 새로 시작해도 될까!

>그런가, 이제 ‘시청자’라는 직업으로 살아갈  있나
>아, 그것이 ‘가족애’니까
>엄마,  취직했어.

“시-발”

[직업은?]
-시청자.

>풉 그럼 방송인은?
>샐비어

“그만해! 미친놈들아!”

인간은 언제나 24시간을 부족하게 생각하고, 그 시간을 더욱 유의미하게, 혹은 더 가치 있게, 그도 아니라면 최대한 길게.

인간이 인간인 이상 아무리 발전하고  문명을 쌓아올려도, 시간은 유한한 자원이었고, 때문에  의미가 깊었다.

그렇게 찾아낸 대체안, 시간을 늦출  없다면, 시간을 보내는 이를 빠르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가상현실에는 시간을 더 길게,  느리게 소모하는 기술이 연구되었고, 성공했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문제도 없지 않았지만 굳이 여기서 꺼낼 이야기는 아니겠지.

중요한 것은, 그렇게 인류가 한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간 결과.

“시발! 고작 4시간 지났어! 겜하고! 밥 먹고! 고작 4시간 지났는데, 온 커뮤니티가 이렇게 되는 게 말이 되냐!”

인류는 틀렸다.
과학의 발전은 이렇게 무가치하고,
문명의 진화는 이토록 덧없다.

-4시간? 무슨 소리임 벌써 골렘 잡은지 하루가 지났는데!


골렘을 잡고 어찌저찌 살아남아 담서에게 찾아간뒤, 있는 힘껏 허세를 부리고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강제로 자동진행이 시작됐고, 그 시간을 합쳐 24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얘 아무리 그래도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좋지 않아!벌써 12시간이나 흘렀다니까?


OO의 최대 시간 배율을 뜻하는 것이다 4시간이 지난 것이 맞다.

인류의 시간이 더욱 농밀해지고, 길어진 결과, 무언가의 소식이, 그것도 무가치한 소식이 전파되는 시간만이 빨라졌다.

[‘토익100점 에보협’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Have a little kick = 약간 센 맛이 난다는 뜻으로 쓰이며, 매운지 물어본다면 약간 매콤하다는 뜻으로도 쓸 수 있다.]

[‘토익100점 에보협’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many kick = 마니 발로 찬다는 뜻이다.]

-?

-오 역시 100점;

“소화시킬 겸 풍선 터트리기 하러 간다. 채팅창 안 본다.”

풍선 터트리기, 에모몽이 종종 하는 탑 위에 서서 날아오는 풍선을 화살로 쏘아 터트리는 게임.

놀랍게도  뿐이다.

감탄스럽게도 그 외에 어떠한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에모몽의 시청자들인 에몽가 보호 협회원들 통칭 에보협들이 보면 언제나 발작을 하는 게임이다.

옆집 칼빡이들이 들으면 환장할 소리지만 그래도 이것보다는 광란의 수족관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으악 기강 잡는다

***

펑!


풍선이 터지는 소리, 사실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짜증도 딱히 나지 않았고, 그냥 잠시 쉬어가고 싶어졌을 뿐.
그리고 생각을 정리할 때는 내게 있어서 활시위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난이도도 높지 않은, 정말 뇌를 비우고  수 있는 활쏘기를 찾아서 시작했을 뿐.

겸사겸사 시청자들도 놀리고.

기억은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기억이었다.

일단 다짜고짜 찾아간 것은 좋은데, 어디있는지도 뭐라 말해야할지도 모르니까, 그냥 주변을 돌아다니며 담서를 찾았다.

담서를 찾은 후에는 한 50회차 정도?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그냥 담서의 앞에 가서 노래하고, 춤추고, 진짜 별 짓을 다했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정보를 찾았고, 0부터 9999까지의 비밀번호를 일일이 돌려보듯이 대화를 이어갔다.

제발 지성 좀 가지고 게임을 하라는 시청자들의 채팅 따위는 가뿐히 즈려밟으며 내 할일을 이어갔다.

맨땅에 헤딩도 10번 20번 50번이 넘어가니 나름 그래도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바뀌기 시작했고, 그 빠르기는 점점 가속도를붙여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한다.

자신들도 소속원을 모두 알고 있지 않았고, 3년  참사 때 많은동료들을 잃음과 동시에 조직의 기둥마저 잃어서 그 뒷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조직.

그런 앙귀스의 특성상 숏컷을 뚫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담서 한명을 보고 관심을 가진 세력이지만, 시간을 갈아 넣는 동안 다른 NPC들과도 정이 들었고, 정이 들었더니 그들의 이야기도 주의 깊게 듣게 되었다.

그런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들의 서사 역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의 서사가 있고, 그 어떠한 서사도 무시하고 버려도 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데 그 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의 고점이 있고, 저점도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주인공이 아니라 생각하는 이의 삶에도 최고의 순간이 있을 것이고,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에게도 평탄한 순간은 있다.

그렇게 OO의 세계에, 앙귀스라는 세력에 빠져들었다.

근데 세상은 열정만으로는 잘 되지 않는 것이라서, 삽질 좀 많이 하고, 실패도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 혼자서 알게된 것도 많았다.

일단 담서라는 아이는 단순히 상처받고 문을 닫은 아이가 아니었다.

사람에게는 어린 시절이 가장 중요한데, 담서의 어린 시절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부터버려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녀의 기억 속에는 사람의 온기가 없었고, 그녀의 삶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없었다.

원숭이조차 젖을 물려주지 못하지만 온기를 품은 헝겊인형과 젖을 물려줄있지만 싸늘하고 딱딱한 철사인형 중, 헝겊인형을 선택한다.

어린 생물에게 있어서 굶주리는 고통보다 그로 인해찾아오는 죽음보다,
어미의,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의, 우리가 가족이라 흔히 부르는 존재의 온기를  무겁고, 더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어미를 젖을 물려주는 존재가 아닌 끌어안고 온기를 주는 존재, 사랑을 전해주는 존재, 그 안정감을 주는 존재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절대적인 법칙이라고 못을 박을 수는 없지만 결국 어린 생물은 가족이 되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성장을 할  없다는 뜻이지.

근데 담서에겐 그게 없었다.

가장중요한 어린 시절에, 가장 중요한 최초의 기억에, 그것이 결여되었다.

담서에게 온기는 주어진 적이 없던 것이다.

그렇다고다른 요소가 풍족했는가 하면 딱히 그것도 아니었다.

식사라는 행위는 살아남기 위한 발악의 결과물이다. 생명의 영혼에 새겨진 본능이 그 영양분을 섭취하라고 했고, 그렇게 연명해왔다.

때문에 기억 속에 존재하는 최초의 기억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깜깜한 부엌에서 식탁에 있던 빵을 주워 먹는 것이 되었다.

3살…쯤의 기억이라고 했다.

하루 일과는 일어나서 배가 고파지는 순간까지 침대에 앉아 있다가 먹이를 찾아 부엌으로 나온 뒤, 연명을 위한 생존활동을 마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것.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아비라는 존재는 그녀를 유치원에 보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랬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만나는 자신과 동일한 종의 생물체와의 기억은, 상대가 자신을 귀찮아하며 어딘가에 보내는 기억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유치원에서의 생활 역시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었고, 이내 그녀는 다시 본래의 삶으로 돌아왔다.

처음 봤던 동종의 생물은  후로도 마주하지 못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밖이 소란스러웠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이가 나타나 자신을 데리고 갔다.

아는 것이 없으니 모르는 이를 경계해야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저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는  외에는 할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인간의 삶에 최악만 갱신되라는 법은 없어서 그게 담서의 삶의 반전의 시작이었다.
아니지 그냥 삶의 시작이었다. 그저 주어진 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소녀에게 주어진 생이 아닌 살아갈 삶이 생기던 날.

그 삶을 열어준 존재.

불과 12년 만에 다시 잃을 온기였지만, 소중한 온기였고, 온기에 기대어 살아가던 그녀는 온기를 잃고 미쳐버렸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고,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앙귀스는 그 기둥을 잃고 무너졌고, 그 기둥에 기대어살아가던 괴물은 무너진 잔해를 둥지삼아 틀어박혔다고.

근데 내가 쉬지 않고죽으면서 담서랑 이야기해봤거든?

사람은죽음을 각오하고 삶을 태우면 그 농도가 진해지고, 진해진 농도는 일반적인 삶보다 많은 것을 알  있어.

담서는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이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문을 닫아.

담수가 열어놓은 문은, 스스로 닫는 법도 조절하는 법도 몰라서 그저 활짝 열린 채로 방치되어있었고.

때문에  아이는 모든 것이 두려웠던 거야.

이제 자신은 사람의 온기가없으면 더는 살아갈 수 없는데, 사람의 온기가 두려워서.

자신이 품은 사람들이죽는 것이 두렵다.

자신이 품은 사람들로 자신이 채워지는 것이 두렵다.

자신이 품었던 이들이 새로운 이들로 바뀌고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틀어박혀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방치한다.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방치하니 이미 떠난 이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득 찬 생각은 고이고, 고인 것은 썩어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담서는 썩어갔다.

담수는 율과 치에키를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둘이라면 자신이 이루지 못한 나머지를 해결해주리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담서에게 삶을 포기하지 말고, 복수에 매몰되지도 말고, 이왕이면 가능한 한 사람을 원망하지도 말라고, 말을 전하며 떠났는데.

그 둘은 공교롭게도 담서가 너무 소중한 나머지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해버린 소녀에게 손을 대지 못했고, 그 결과 담서는 더욱 빠르게 썩어가고 말았다.


계속해서 자신을 덮치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혼자라서 느껴지는 외로움,
때문에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고 매몰된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죽은 이들에 대한 그리움도 깊어지고,
그러함에 따라 그 원인이 되는 이들에 대한 원망도 커져간다.

원망이 커져갈수록 자신의 머릿속을 채운 오빠의 말과대립이 커지고,
그러한 망설임과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니 그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한다.

자신이 괴로워지고 그 감정이 격해지니,
다시 두려움이 커진다.


끝나지 않는 붕괴의 연쇄 고리.

그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고리를 깨부술 무언가.

그래서 더 과감하게 부딪혔다.

근데 마음이 너무 앞서서 삽질을  많이 했는데, 진짜 많이 했는데, 이게 삽질을 하다보면 뭐가  보여야 하잖아?

잘  보이는 게 너무 화나서 그냥 들이박았다.
에베베한테 있는 힘껏 투정을 부렸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내려놓거나, 내려놓을 필요 없을 만큼 강하면 된다고.

내려놓을 것이었다면 진작 내려놨겠지.

내려놓지않고 버티면 모든 것을 이룰 만큼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있는 힘껏 움켜쥐기로 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은 하나를 제외하고 모조리 움켜쥐었다.

손이 찢어지고, 팔이 으스러지고, 몸이 부서지도록, 움켜쥐었다.

마치 정답이라는 듯이 세상은 내게 보답을 내렸다.

‘산수유’

산수유는  해에   피어난다.

노란 꽃으로 한번, 붉은 열매로 한번.

나의 생도 그렇게두 번 피었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  죽음을 뒤로 유예하고,  번째 삶을 인계받는다.

그 두 번째 삶은 오롯이 나의 의지로, 나의 정신력으로 불타고, 선수촌에서 3번의 선발을 버틴 내 정신력은 고작 시스템의 보정으로 꺾일 만큼 가소로운 것이 아니었으니.

계속해서 찾아오는 고난을 뛰어넘었고, 그 끝에 이겨냈다.

폐허가 된 도시.

전신이 너덜너덜하고 이미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음을 시스템은 내게 선고했다.

근데 뭐 어쩌라고, 버틸 수 있다면 버텨진다고 너희가 그랬잖아?

그럼 너희는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

담수의 집을 찾아갔고, 그가 미처 전하지 못한 편지를 읽었으며, 골렘의 심장에 박혀있던 그의 잔재를 챙겼다.

로망이 있는 사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죽음 끝에 자신의 미련이 상처받지 않기를.

그런 생각에 자신의 삶을 통 채로 받쳐서 피운 꽃.

공교롭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담서의 꽃이 되기로 했다.

팡-!

띠링! 띠링!


아 신기록을 달성했다.

“후, 개운하다.”

-아호 애우애 이아 아 하혀허여어은

-대충 이 다 빠졌다는 뜻

-임플란트 상했다 돈 깨지게 생김 ㅅㄱ

에휴 과장이 심한 친구들이다.

이힣힣 이제 담서 보러 가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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