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070 - 갑자기? (71/99)



〈 71화 〉070 - 갑자기?

진정한 치아의 악몽.
잇몸을 파괴하고 분쇄하는 멸망의 선봉장.
에자 더 투쓰 브레이커가 시청자들의 이빨을 절찬리 지옥으로 인도하던 그때.

OO의 커뮤니티에는 두 개의 큰 파도가 몰아쳤는데.

[신규 컨텐츠 및 메이저 업데이트 공지]

[Over the Aurora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먼저 전해드립니다.]
[저희 Over the Aurora는 다가오는 수요일에 맞춰 신규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그에 따라서 신규 컨텐츠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안내 드립니다.]

[우선, 많은 유저 분들이 기다려주셨던 무제한 컨텐츠에 대한 내용입니다.]

[현재 즐기고 계시는 북서지부의 이야기는 배경  기본 지식이 있는 숙련자분들이 아니면 적응이 힘들고, 그 컨텐츠를즐기는 것에 있어서 제약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상대적으로 쉽고, Over the Aurora의 흐름에 적응하기 좋은 남쪽지부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적응을 마친 유저 분들의 플레이가 돋보이고 있어, 아직 준비 중이던 남쪽지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다듬어서 그저 상대적으로 쉽고 적응하기 좋은 컨텐츠가 아닌,정식 DLC로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기다려주신 유저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더욱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저희Over the Aurora를 응원하고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파도.

요컨대 ‘너희 우리 게임 잘 못하더라 그래서 튜토리얼 만들고 있었는데, 요즘은 또 잘 하더라고, 그래서 만들던  좀 미루기로 했어. 이왕 하는  튜토리얼 말고 DLC로 낼라고.’라는 뜻.

이어서 두 번째 파도.



[신규 컨텐츠의 업데이트가 뒤로 미뤄져, 아쉬움을 금치 못하실 유저 분들을 위해, 신규 온라인 컨텐츠에 대한 내용을 안내드립니다.]

[신규 온라인 컨텐츠 : 토벌전]

기존의 미션모드와는 다른 토벌이라는 이름을 내건, 필넴 혹은 고넴들을 대규모로 레이드할 수 있는 컨텐츠.

커뮤니티가 폭발하며 기대감을 불태우는 와중에 나의 눈은 한곳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신규 컨텐츠에서는 추가 업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미 달성하신 누구보다 저희 Over the Aurora를 사랑해주시고, 열심히 플레이해주신 유저 분이 계셔 기존 업적은 신규 업적으로 대체되며, 이후로도 북서지부의 이야기에서 신규 업적을 달성하실 수 있습니다.]
[PS.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언제나 저희의 기대를 뛰어넘는 유저 분들께 찬사를 올립니다. XD]



아, 시~발. 좆같네, 진짜로~


***



[야 OO 아니었냐?]
-얘들 왜 A라고 씀?

>A가 맞는 철자니까요 병신아
>언제나 감탄해, 네 덕에 나도 살아갈 가치를 느껴
>? 존나 억울하네 오로라면 O아님? 니들도 OO라고 부르잖아
└어 니가 옳아, 너의 신념을 따라


[뭐야, DLC 돌려줘요]
-시발 튜토리얼을 왜 DLC로 풀어요!!

>당신의 튜토리얼 갤주방송으로 대체되었다.
>얘들도 눈치 빠르긴 해 튜토리얼 만들다가 대충  굴러가기 시작하니까 귀신같이 DLC로 돌림



[튜토리얼은 모르겠고 토벌기대되면 개추]
-일단 나부터 ㅋㅋ

>날로먹는 거 이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ㅋㅋㅇㅈ



[이 와중에 제일 좆같은 사람]
-하라고 만든 것도 아닌데 이 바득바득 물고 덤비던 갤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만들긴 했는데 정말 될지는몰랐다고ㅋㅋ
>하긴 정신공격과 독이든 홍차 거기에 더해서 함정도 깔고 지랄발광을  해서 잡는게 일반적인 보스전은 아니지?
>그래도 별도로 챙겨준다 했는데 명예훈장 아니냐? ㅋㅋㅋ



***



사실 그렇게 아니꼬운 일은 아니다.

결국 나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만약 도전과제가 한 종류만 남으면 의욕이 떨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도전과제를 2종류로 늘려서, 기존의 나와 같은 방식의 도전과제와 온라인 컨텐츠를 이용한 도전과제를 모두 채용한다고 했고.

오히려 앞이 막막했던 보스들 모두 일단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고 개발진이 못을 박아준 것과 같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역으로 희망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니 나의 상황은 바뀌지 않지만 그래도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시발~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것은 기대가 되는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지.

일단, 수요일은 연차를 써야겠다.

어차피 런 마려운데, 휴가라도 있는 힘껏 써야지.

그런 잡생각을 하며 커뮤니티 탐방을 마치고 식사의 뒷정리까지 끝내자 드디어 OO의 화면이 뜨는 에자의 방송.

무려 2시간을 풍선을 터트렸다.

미쳐버린 것인가?

그 2시간동안 시청자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정말 미쳐버린 것인가?

다른 사람들의 근황을 구경하자 비트세이버를 하고 있는 순덕이가 보였다.

도라버린거냐?

그 외에도 카드 긁기 미션을 방금 5번 실패해서 임포스터로 몰린 피지컬 계열의 방송인 주먹이와,
새로운 문명을 이룩하다가 그만  생을 마감하고 국가 최초이자 최고 그리고 최후의 왕으로 남아버린 서리꾼.
그들을 비롯해서 마치 에몽이의 인생이 화려하게 불타는 것을 밀어주는 것처럼귀신같이 이상한 게임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가득했다.

OO같은 피지컬 게임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며 자주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나의 방송이 알려진 이후 기웃거리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주워 담고 있던 지략의 총본산이라 불리는 방송인마저 지뢰 찾기를 하고 있는 시발 저걸 VR로 하면 무슨 차이가 있지?

아무튼 그렇다.

삶이란 이토록 암담하고도 침울한 것이다.

탄식이 화면을 뒤덮었고 똥겜의 공포가 지배하는 이곳, 희망의 날개는 에모몽 뿐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잡생각을 곱씹고 있자, 캡슐 쪽의 음성통화 알람이울리기 시작했다.





***



“사실 이제 딱히 할 일은 없지, 앙귀스 루트를 접하는 이상 진혼제는 반드시 실행해야하는 이벤트고, 진혼제 전에 얼마나 많은 밑 작업을 성공 하냐에 따라서 그 이후의 난이도가 달라지는데, 넌 지금 나도 성공한 적 없는 많은 작업을 마쳤고, 이제 진혼제의 진행 방향을 봐야하니까.”

솔직히 나도 기대하고 있다. ‘뱀들의 목자’라는 이벤트는 내게 있어서 언제나 파라디수스 혹은 그라티아 둘 중 한 세력을 한 트럭의 흙으로 바꿔버린 후에나 볼 수 있는 이벤트였으니까.
한 줌이라고 말하기엔 좀 크지? 세력이?

아무튼, 필수 이벤트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이벤트 중 하나로 녀석이 달성되면, 일단 담서와의 관계는 상당히 크게 진전되었다는 이정표 같은 것으로, 그게 진혼제 전에 달성되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의미를 가지는데.

전에 말했듯, 이맘때의 담서는 가시 돋친 고슴도치, 그것도 보통 가시가 아닌 극독, 맹독, 아무튼 그런 독이 발린 가시를 꼿꼿이 세운 고슴도치에 해당한다.

진혼제가 끝나고 시간이 조금 흘러야 그나마 조금 진정이 되고 대화를 할  있는 수준.
그런 담서를 둥지 밖으로 끌어내서 개판을 치고 천수국까지 뽑게 만든 변붕이에게 찬사를.

근데 벌써 달성이 되었다는 뜻은, 돌려말하면 진혼제의 압박감을, 그날 죽은 이들의 기억과 어깨를 찍어 누르던 부담감을 모두 떨쳐냈다는 뜻과 진배없다.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상상보다는 많이 갈 것이다.
그도 그럴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엔딩에서조차도, 총 4번의 설득을 통해서 담서를 살리는데, 한번이라도 설득을 실패하면 결국 담서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존나 그때 생각하니 담복치  빡치네 갑자기  이게 아니지.

그 과정에서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가장  이유가 역시 과거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
근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담서는 이미 과거는 이겨냈고,  발자국을어떻게 딛어야 할지만을 걱정하는 이제 막 걸음마를 아이처럼 보인다.

“그, 이름…을 몰라서…저, 그러니까…”

저게 담서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인간관계 따위는 어찌되던 상관없다고  꽉꽉 틀어막던  담서 맞냐? 에모몽은 진짜 전설이다.
오늘부터 담서 심리학계의 교직의 자리는 내려놓는다. 이제 앙귀스는 에모몽의 아래에서 영원토록 불멸할 것.

아무튼 포인트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담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제 일주일이 조금 된 처음  사람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행위는, 이미 앙귀스에서 서로 울고불고 콩 나눠먹으며 같이 굶주린 이들의 벽은 분쇄 옥쇄 대갈채가 되었겠지.
그 말은 율과 치에키가 죽을 위험도 없어진 것이고,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엔딩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 지금 당장 엔딩이 날지도 모른다.
저기서 ‘내 이름은 에모몽이야 잘 부탁해’ 하고 게임이 끝날 가능성도 다시 생각해보니 0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높아 보이는데?

그런 걱정이 뇌리를 두들기던 찰나, 다행히 통성명은 별 탈이 없이 끝났고, 무려 담서의 몸 잘 추스르라는 덕담과 함께 에자는 냅다 폐허를 향해 일보 삼배를 박기 시작했다.

-OO하는 새끼가 얘밖에 없어서 왔는데 얘 왜이럼?

[‘진단서’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이분 뭐 먹으면 안 되는 약을 잘못 먹었나요?]

-에자가 OO하는얘들 중에서 탑3안에 드는 또라이긴 하지

-진짜 시발 내가 보는 얘가 이런 얘였다는 것이 갑자기 수치스럽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러운 우리 형 이제 그만해

[‘진단서’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이분  먹어야하는 약이 있는데 그걸 안 먹은 건가요?]



“다 비켜, 오늘은 신성한 날이다. 오늘이 며칠이지? 지금부터 오늘을 담서와 통성명을 한 기념일로 지정한다!”

이미 지펴진 불판에 끓는 기름을 쏟아부어 버리는 모습.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문명의 발전은 인류의 광기를 앞당길 뿐인가.

[딸.기.조.아] : 지랄 멈춰!

-멈춰!

-지랄 멈춰!

-담통일 멈춰!


게임시작 후 5분.

게임이 다시 멈추기까지 걸린 시간이고,

일시정지 후 1시간.

이 개지랄이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현실에서 2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그저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위안이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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