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072 - 갑자기? (73/99)



〈 73화 〉072 - 갑자기?

퇴사마렵다.

사표마려워.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그런가? 의욕이 없다.
의욕이 없을 때는 어쩌면 좋지?


-그냥 하던 조팽이 마저 보여줘
-존나 피지컬원툴새끼들 오셀로 보다가 지쳐서 왔더니 얘는 또 뭐해!
-난민 이주신청 넣었더니 망국이었던 건에 대하여
-세상이 날 배신했다

그랬다. 현재 시청자 수는 5자릿수를 뛰어넘은 상태인데, 그 이유는 순덕이와 에자의 뇌지컬배틀 때문.

에자의 급발진으로 시작된 의문의 자존심배틀은 도대체 무슨 승리를 얻고 싶은 것인지 1.1회전 오목을 지나서 2.1회전 오셀로를 진행 중인데.
그에 비해 시청자들은 바로 어제까지 순덕이가 플레이하는 파라디수스의 북서지부 정복 신화를 보고 있었고.(끝은나지 않았다.)
불과 오늘 낮까지 에자가 플레이하는 앙귀스의 북서지부 중재자 재림전을 보고 있었다.(마찬가지로 끝은 나지 않았다.)

분명 점심시간까지는 그랬다.
근데  그런지 정확한 계기는 몰라도 절찬 담서 나데나데를 진행 중이던 에모몽의 급발진과, 만만치 않은 진성 과몰입충인 순덕이의 과잉방어.

그 결과 담서와 테르미 누가 더 귀여운가에 대한 결투가 열렸고…  소리냐고? 나도 모르니까 물어보지 말아줘. 그때 일하고 있었단 말이야,  안했어도 궁금하지 않지만.

하여, 1회전 무려 ‘체스’

그러나 B 혹은 G의 폰이 진출한 상황에서 비숍이 폰의 자리로 이동할  있냐 없느냐로 싸운 결과 보다 못한 지략의 총본산께서 혀를 깨물고 눈을 감았고. 그녀의 시신으로 하여금  무가치한 싸움이 막을 내리고 1.1회전 오목이 시작됐다.

2.1회전이 오셀로인 이유?
당연히 같은 바둑판이니까 2회전으로 무려 ‘바둑’을 두려한 그 둘을 시청자의 사자소생으로 무덤에서 돌아온 무녕님의 중재로 처단하고, 수준에 걸맞는 오셀로로 넘어가게 되었다.

사실 걸맞는 지는 잘 모르겠어.

1시 20분경에 시작한 체스가 불과 양쪽 합계 4수만에 룰 분쟁이 열렸고, 1시간에 이어지는 치열한 논쟁 끝에 무녕님의 희생으로,
2시 30분경 오목을 시작.

시청자의 죽자소가 사용된 타이밍이 4시였으니까 90분정도 오목을 하고…이것도 얼척이 없네 90분이나 오목을 해?

그 사이에 수없이 많은 룰위반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는데, 솔직히 난 오목의 룰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렌주는 뭐고 보강 룰은뭐고 스왑이니 뭐니, 어떻게든 시작도 전에 상대를 이기고 시작하겠다는 마인드로 논쟁한 결과 정작 오목을 실제로  시간은 2선승제 풀카운트 임에도 10분 정도였다는데, 말을 말자.

그리고 오셀로.

어느 한쪽이라도 사람이어야 게임이 되지, 지금 누가 수가 막혔는지도 모르고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앞길이 막막하다.

주먹 저 양반은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지 본인도 피지컬 원툴인 주제에 괜히 끼어 들어서 심판 중계방송을 시작하더니 이유 없는 이미지 손실만 보는 중이다.

아니 이득인가? 어차피 지능캐로서는 잃을 이미지도 없었는데 동네 바보형 이미지는 확실히 굳었으니까.

그 결과 세 얼간이가 모여서, 2시간에 달하는 3판 2선의 오셀로가 시작되었고. 마찬가지로 풀카운트.
이기면 종합스코어로 승리를 가져가는 에모몽과 어떻게든 연장전을 가져가려는 순덕이.

그리고 구원의 동아줄을 찾아서 내 방으로  네 방의 시청자들. 오 라임이  있는데?
아무튼 네 방인 이유?
개삽질 중인 두 명에, 창조손해를 보고 있는 자칭 심판, 그리고 죽어버린 무녕님까지.

그러나 그들에게 구원은 없다. 나에게 의욕이 없기 때문이지.


-아 제발 너라도 우리  살려줘
-어이 신입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신은 죽었다. 니가죽인거야.
-뭐? 니가? 유 펔킹 레이시스트!
-네가 죽인거야.
-옳게 되었다.
-사전패치 올라왔는데, 그거라도 보여줘 시발.

아 진짜? 그럼  그건 보여줘야지

***

-옳게 된 방송
-OO의 대기화면만 보아도 심신이 안정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험난하고 참혹한 세상의 마지막 빛



“존나 열심히 호응해줘도 사전패치만 보고 쉬러 갈 거야, 내일 연차라는 이유로 노예처럼 구르다 왔거든? 내일 일찍  테니 봐줘”

사실 안 봐줘도 알바 아니다.
그래도 양해를 구하는 것과 구하지 않는 것에는 동일한 노력이 들지만 기대 값은 다르니까.

그나저나 온라인 컨텐츠면 미션레벨에 영향을 받을까? 그럼 귀찮을 것 같은데?
허나 아쉽게도 자세한 정보는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스탯이나 세부 시스템은 안보이고 그냥 보스목록같은 것들만 볼 수 있네?”

우선 필넴, 대충 거의 다 열려있는 것을 보니 스토리모드의 진행도에 영향을 받는 것 같은데.
열려있지 않는 녀석은 세 마리로 그 실루엣을 보니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우선 필넴은 내가 처치한 얘들을 기준으로 나오는  같네, 이 세 마리는 아직 못 잡았거든. 아 이걸 페칸스에서 잡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옆에 별이 있네? 스토리모드랑 별개로 더 어려운 난이도로 클리어가 가능한가본데?”

별은 네임드 별로그 소지 개수가 달랐는데 적은 녀석은 3개, 많게는 7개 까지도 있었다.

개당 얼마나 강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7성 ‘해 가리미’는 조금 무섭네,  날아다니는 소행성이 10%씩만 강해져도 거진 2배인데.

“그리고 너희들이 정말로 기대하는 고넴으로 넘어가보자.”



-기대했던 거는 맞는데 필넴이 생각보다 많아서 필넴 보느라 정신 팔림;
-그러게 생각보다  많은데?
-이 와중에 메뚜기 이름 봄?
-‘흉년 이끎이’
-확실히 그정도 사이즈로 밥 곡식 처먹으면 흉년이지
-난 솔직히 마지막에 있던 ‘재앙룡’이 너무 궁금해

“우선 안 보이는 고넴이 4명이네?”

이순서가 난이도 순서로 늘어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 미발견 상태라서 실루엣만 존재하는 고넴들이 있음에도 순서가 고정인 것을 보면 난이도 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크으, 우리 여제님 맨 밑에 있는 것 봐라, 이 정도는 되야 북서지부의 여제라는 이름을 받는 거지.”

-아키야; 밑에서 두 번째네?

“그렇지, 내가 초창기에 세계관  위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일기토를 위해서 수를 쓰고, 함정을 파서 상대방을 약화시켰을  내가 느끼는 기준이지. 개발사나 설정집에서 못을 박은 순위는 아니란 말이야? 다만 아키야가 2위까지일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아키야는 약하지 않아, 애초에 내 채널에 가면 시엘라랑 싸우는 아키야 영상이 아직 멀쩡히 있잖아?”

요컨대 상대에 따라서 내가 약화시킬  있는 그 폭도 다르고, 약화를 시켰을 때 내가 느끼는 체감 격차도 다르다. 감안해서 아키야가 유이한테 상성으로밀리니까 잘 쳐도 3위라고 생각했는데, 2위라….

-순덕이 담서 잡을  피똥싸면서 잡았는데 5번째에 있는 거 보니까 갑자기 등골이 싸늘하네;

“아 맞아, 그랬지, 어떻게 잡았어? 일기토?”

-파라디수스 풀 파티로 끌고 갔는데 존나 다 갈려나가다가 막판에 테르미가 뭔가 하더니 다 같이 폭사함

“진짜? 테르미 호감도작 존나 잘했나봐? 근데 그럼 그 후에 진행이 답 없지 않나?”

-ㄱㅊ 잡고 죽음

“아…, 하긴…, 눈앞에서 테르미가 터졌으면, 죽지”

-닐스랑 휴드라는 둘이 하나임?

“어, 어지간해서는 둘이 찢어서 잡을 수가 없어, 늦어도 결국은 교전 도중에 어느 한쪽이 합류해서 결과적으로 2대1이야.”

-율이랑 치에키는 약함?

“둘다 전투인원은 아니니까, 사실 나 저기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신기한데? 부하들이랑 같이 싸우나봐, 이오릴도 생각보다 순위가 높고”

-담서 5위나 해?

“당연하지, 금강루미나 찢는 담서가 우스워?”

농담이 아니라 고유능력 켜진 루미나의 체력 스탯은 4자릿수를 노려볼만 하다니까?
그거 물리적으로 안 뚫리는 거라고, 그런데 그걸 뚫은 담서의 공격을 막으려면 다른 별도의 능력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뜻이야! 정신 차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좀 있네, 아귈라랑 타우버 얘들은 스토리에서도 제대로 싸우기가 힘든데, 여기서도 교전이 안 되네.”

-와중에 카자르 난이도 최하 맞냐? ㅋㅋㅋ

“뭐 그래서 적정인원도 1~2명이잖아. 실제로 1세대가 아닌 고넴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럼 남은 4명 뭐 같음?

“일단 저 날개는 세피겠지? 나머지 셋은 잘 모르겠어, 리베르타스의 멤버들이 아닐까?”

아직도 세력이 더 남아있다는 말은 정말 그만해줘.

“그나저나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좀 기대가 되기는 한다. 지금 몇 시지? 그냥 일찍 자고 일어나면 밝은 내일과 재미있는 신규 모드가 나를 기다리지 않을까?”

-조팽이 보여줄 생각 없으면 미션이라도 시참으로 돌려줘...너 가면 우리 우당탕탕 자강두천 장기승부 대소동 봐야해...
-야당코코 자강두병찐 좆기승부 씹소동;;
-그치 솔직히 천재들은 아니지...

“장기? 장기라고 했어? 그 둘이?”

-지금 마가 말 건너뛸 수 있는지 없는지 가지고 싸우고 있음

“어? 그걸 가지고 왜 싸워? 당연히 못 넘지”

-체스 나이트는 넘을 수 있다가 지금 에몽이 의견임 씨발
-내말이 야발 그걸 가지고 싸운다고

“세상은 너무나도 좁은데 병신은 너무나도 많구나.”

근데 에몽이가 우기고 있다는 것은 에몽이가 불리한 상황인 것 아닌가?

-근데 씨발 이미 순덕이 상으로 말 넘었던  있어서 불리해지면 그거 들먹이고 있어서안 끝남

“상이 말을 왜 넘어, 미친  아니냐고, 그게 장기야?”

-솔직히 장기는 아니지, 그냥 알까기하는  같던데?
-???:야 당연히 니 쫄보다 내 쫄이 더 센 거 아니냐? 너 칼질 못하잖아
-실제로 시발 시발 말이다

순조롭게 불지옥이 되어가고 있었구나.

“야  꺼져 나도 구경 간다!”



***

“아니 그러니까, 정정당당하게 할리갈리로 승부하자고”

“우리 인간적으로 말도  되는 소리하지 말자, 지성인다운 싸움을 해야지, 졸렬하게 동체시력으로 밀어붙이냐?”

“쫄?”

“양궁선수가 일반인한테 동체시력으로 싸우자고 하는거 맞아?”

“쫄?”

“아무리 너나 나나 피지컬 원툴이라고 해도, 쌓아온 경험과 세월이…”

“쫄?”

“다른…시발 따라와 바로 개 밟아줄게”



그렇게 그들의 3선승 할리갈리는 3시간이 넘도록 이어졌고.
내일 토벌 뛰려면 개지랄 그만하고 자라는 서리꾼의 중재로 2대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여담이지만 첫 승리는 에모몽의 것이었고,
경기 종목을 양보했으니 당연히 2선이라고 우긴 결과 2선을 먼저 따낸 것은 순덕이였으며,
내가 한 번 물러줬고 상으로 반칙을 한 것도 너였으니까 한번 물러줘야 한다며 3선으로 바꾸고 동점을 만든 것은 에자였다.

이것이 현 시대의 1티어 방송인들의 현주소라니, 시청자들의 미래는  얼마나 참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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