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073 - 처음엔 지지만 성장하면...! (74/99)



〈 74화 〉073 - 처음엔 지지만 성장하면...!

나는 결심했다.
나는 퇴사해야겠다.

더 일하기 싫어지기 전에.
 좆같아지기 전에.

나를 위해 내가 해야되는 선택.
이 일을 끝내는 것.

그런 생각이 강렬하게 드는 적당한 날이었다.
때는 11시 언제나처럼 아침 가볍게 때우고 운동을 한 뒤, 2시부터 전격오픈인 토벌전을 위해 점심을 고민하던 내게 순덕이의 연락이 왔는데.

“에베베야 합방요금 줄게 계좌 불러.”

이게 무슨 소리일까

“본래 방송인끼리도 합방을 하면 합의하에 수익을 나눈단 말이야? 게다가 일반인은 거기서 더 신중해야해.”

세상만사에는 선례를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가 방송인이든 일반인이든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 뒤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갑의 입장을 취하게 된 방송인을 위해서라도 받아두는 것이 맞아. 말해주면 에자새끼한테는 내가 전해줄게. 어제 미친년 자라고 하는 시청자들  개무시하고 할리갈리 100승 켠왕 하더라고.”

62승에서 시청자들의 열렬한 성원을 이기지 못하고 볼을 잔득 부풀린 채로 자러갔다고 한다.

아무튼 그가 말하고자하는 부분을 크게 짚어보면,

첫째, 내가 방송인이 되려고 하던, 일반인으로 남으려고 하던, 적어도 OO를 하는 동안은 꾸준히 자신들과 관계를 이어갈 것이고,그렇다면 그 사이에 은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부분으로서.

둘째, 방송인이 된다면 방송인으로서, 일반인으로 남는다면 더더욱 일반인으로서, 상황에 대한좋은 예시만 남기고, 안 좋은 예시는 남기지 않는 것이좋다.
모든 방송인들의 이미지와 그러한 방송인들과 관계될 사람들을 위해서.

셋째, 솔직히 당당하게 말할  있는 부분인데, 자신들 즉, 순덕이와 에모몽을 비롯한 1티어 방송인들의 체면과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금액에 대한 상의는 할지언정, 거절 자체는 여러모로 좋지 않다.
이후에 관계를 맺을지도 모르는 방송인들의 위신을 위해서.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수긍  뒤 점심을 먹고 계좌를 확인하자 그 금액이 8자리.

둘이 합친 금액이고, 내가 출연한 편집영상의 조회수와 그 영상들에서 발생하는 장기적인 수익, 그리고 그들의 벌이까지 생각하면 결코 과한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절대 값으로서 보는 8자리의 금액은 적은 수치가 아니고, 그 금액을 받는 나는 필연적으로 스트레스의 근원인 직장을 집어던지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의식의 흐름.

내 영상은 수익이 얼마나 나오지…? 그래도 꽤 인기 있던데… 모르겠다.



***

“반갑다. 졸지에 메인 관제탑이  에베베다. 분명 저런 별명을 만들 생각은없었는데, 에몽가가 아니라 에모몽을 닉네임으로 쓴 게 저작권이 아니라 혓바닥 길이 때문이었는지, 그냥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것을 굳이 어버버 거리다가 에베베라고 부른 덕분에 별명이 다 생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에자가 길이가 좀 어중간하기는 해
-그래도 에베베가 친근감 있어
-무히려 좋아

“아무튼, 오늘은 관제탑이다. 난이도가 조금이라도 있는 토벌은 죄다 3인 이상이더라고, 최대인원의 최소치도 그렇고, 최소인원의 최대치도 그렇고 5명이 제일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졸지에 내가 끼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좀 파달라는 거지
-ㅋㅋㅋㅋ도감 부족해서 컨텐츠 모자라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서리꾼 일정 없었어도 6인으로 진행을 하면 했지 너가 빠지지는 않았을 걸?

“그런가, 그럴 수도 있고, 아무튼 미션도 나름 재미있는 컨텐츠였는데 어떻게하다보니까 뒤로 미뤄지게 됐지만, 토벌은 연이 닿아서 언박싱을 하게 됐네, 10분 뒤에 시작하니까 할일 하고 와, 멤버들이랑 잡담하는 거 보려면 봐도 되고, 근데 난 추천  한다.”

단톡방에서 순덕이랑 에자랑 벌써  염병을 떨기 시작했거든.

에모몽모모몽>할리갈리 쫄튀한 좆밥 구함
소드마스터 순덕>네 다음 2연패
에모몽모모몽>네 다음 좆밥
소드마스터 순덕>양궁하던 동체시력으로 일반인한테 2연패 했죠?
에모몽모모몽>떡 발려놓고 개 졸렬하게 자기가 먼저 보면서 카드 내서 이겨놓고 막히니까 바로 꼴았죠? 그리고 런했죠?
소드마스터 순덕>1자릿수 덧셈 제대로 못해서 꼴아 박은 카드만 50장 넘죠?
에모몽모모몽>50장을 넘게 꽁으로 퍼먹고도 막판에 판정패 당했죠?
소드마스터 순덕>뭔 판정패야 벼도둑이 자라고 안했으면 내가 이겼어
에모몽모모몽>12장 들고? 깔깔깔
소드마스터 순덕>서든데스 막판 ㄱ?
에모몽모모몽>어 좆밥 일반인이랑 안 해
소드마스터 순덕>2대2였다고
에모몽모모몽>마지막판 스코어 68대12였죠? 누가 봐도 내가 이겼죠? ㅇㅈ?  ㅇㅈ~ 지금 점심 먹고 낮잠 자는 우리 몽가도 인정하는 부분~

할리갈리는 4종류의 과일이 1~5개가 임의로 그려진 카드뭉치를서로 나눠가진 후,
뒷면이 보이도록 손에 쥐고 서로 카드를 1장씩 자신의 앞에 내려놓는 게임이다.

이때, 상대가 먼저 볼 수 있도록 뒤집으며 내려놔야하고, 내려놓은 카드의 그림을 봐서 같은 종류의 과일이 정확하게 5개 존재할 경우 가운데 놓인 종을 쳐야하며,  합이 5미만이거나 초과일 경우 5가  때까지 번갈아가며 내려놓는다.

종을 치는 것에 성공하면 내려놓은 카드를 모두 가져가며, 손에  카드뭉치가 0장이 되면 패배.

상대방에게 먼저 보이게 하는 이유는 내가 먼저 보면서 내려놓는다면 내가 먼저 정보를 얻기 때문에,
내려놓는 이도 먼저 확인하는 이도 모두 자신이 되면 상대보다 2수 앞섬으로 대등하지 않다.

따라서 보는 것은 상대가 먼저, 내려놓는 것은 나의 임의로 서로 한 수씩 나눠 받기 위함이고, 만약 종을 치는 것을 잊거나 타이밍을 놓치고 다음 카드가 이전 카드를 덮으며 종을 치고 그로 인해 5장미만이 되거나 초과가 될 경우에도 벌칙을 받는다. 벌칙의 경우에는 본래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카드를 1장씩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렇게 단순한 만큼 속도감이중요한 게임이고, 1대1의 경우에는 먼저 종을 쪽이 이기거나, 종을 잘못  쪽이 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둘은 그딴 것 없고 멸망전을 달렸다.

또한 본래라면 56장의 카드지만 합의하에 80장으로 카드를 늘리고, 남는 24장은 그 숫자 역시 임의로 정해졌다.
카드 카운팅을 할지도 모르니 서로가 모르게 정하자고 했는데, 하, 카운팅이 무슨 뜻인지는 알까?

게다가 패널티도 본래 1장인 것을 순덕이의 강한 요구로 10장으로 늘렸고, 그 결과 꽁으로 50장을 헌납하는 전설의 에모몽이 탄생하게 된 것인데.

3+4를 못해서 실수를 한다거나, 1+3을 못해서 실수를한다거나, 대충 그런 느낌으로 헌납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느리지만 정답률 100%인 원순덕 VS 미친 것처럼 빠르지만 정답률 65%인 에모몽]

이라는 저세상 매치업이 형성되었고, 지난날의  혈투 끝에, 무려  방송인의 인간으로서의 이미지가 나락을 넘어 그 밑바닥에 꼴아 박혔지만, 결국 방송인으로서의 위치는 상한가를 때렸으니 잘된 일이겠지.

 하찮은 대화창을 보고 있어야했던 나를 제외하면.

밀레그림도둑>제발, 제발 그만해줘,,, 너희 성인이잖아...30대를 앞두고 있는 나이 아니야?


아 한명 더 있었다.

그렇게 서리꾼에게 큰 동질감을 느끼며 토벌전에 들어가기 앞서 정신을 맑게 만드는 시간을 가지며, 시청자들에게는 이제 육성으로 2차전을 시작한 둘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지만 나는 들리지 않도록 세팅을맞추고 잠시 눈을 감았다.


***

-귀에서, 피가나.
-강줌이 이 새끼도 원래 미친놈이었는데 어제 이후로 더 미친 것 같음
-사실 자신을 숨겨왔는데 어제 일을 보고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이제, 정말 이삭도둑뿐이야?

신나게 고통을 받은 것인지, 그야말로 똥창이 나있는 채팅창.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보니나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면 나의 인간성이 글러먹은 것일까?

오늘의 참가자는 이미 유명한 순덕이와 에모몽.

그리고 어제 온 힘을 다해서 이미지를 갉아먹은 자칭 [권왕], 타칭 [뒷골목한량], [힘세고 강한 주먹]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진짜 개미친 근육뇌의 상징.
통칭 힘강줌.

마지막으로 유일한 정상‘인줄 알았던’시청자들이 부르길 [전장을 가르는 바람], 방송명 [적토마 말편자]
통칭 편자 되시겠다.

본래라면 여기에 벼서리꾼, 이삭도둑, 밀레그림도둑  그 별명에 비해 진짜 정상인. 그리고 오늘 급한 일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한, 스팸을 합쳐서 5명이 될 예정이었지만, 말했듯이 그가 일정으로 불참.

그런 그의 빈자리 채우기 컨텐츠 확보용으로 참여한 나를 합쳐 5명.

특이한 점을 꼽자면 서로 잘 알고 지내며 같은 플랫폼 안에서도 피지컬로 유명한 유저들이지만,
OO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사전에 합의된 합방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현재 인기 있는 게임 중에서 가장 피지컬적인 면모가눈에 띠는 게임은 OO다.

즉 피지컬 좀 구경하고 싶은 유저들은 다 모인 이번 분기 최대 규모의 번개 합방이 열렸다.

그 규모가 결코 거짓된 숫자도 아니라는 듯이 전체적으로 시청자의 수도, 그리고 채팅의 속도도 만만치 않다.

-이방은 언제까지 채팅 슬로우임?
-유입왔노;
-안 풀린단다.
-??
-여기 후원 막혀있냐?
-그렇단다.
-무슨 재미로 방송 봄?
-보다보면 재미있단다.
-여기 원래 이렇게 텐션 낮음?
-여기 무슨 재미임?
-곧 알게 될 거야

우리 집만 빼고.


***


시끄럽다.

“순덕아”
“아 꼬우면 랏찐막 뜨…어? 왜”
“닥치면  돼?”
“…어?”
“너무 시끄러워”
“크으, 에베베 공식인증 소음공해 조용히 하고 앞에서 백정답게 칼이나 휘두르라구!”
“에몽아”
“…응! 알았어!, 흡!”

-지금부터 갤주 찬양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드디어 해방됐다.

“자 시작한지 10분 동안 말싸움 했으면 충분하지? 이제 시작하자, 계속 귀 아프게 하면 나 집에 갈 거야.”

우선 간단하게 시스템을 확인.

다행인지 불행인지 토벌모드는 토벌모드대로 따로 계정 레벨이 있고,
저렙이어도 어느 정도 자유도를 챙겨주기 위해서, 상체 기본50에 분배50, 하체 기본 10에 분배 50 이라는 꽤나 여유로운 스탯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신 업적에 따른 추가 스탯은 없었다.

하긴 이 정도는 돼야 아무리 쉬운 보스라도 잡을 만하지.
 외에는 토벌레벨에 따라서 최대 200까지 추가 스탯을 얻을  있고,
토벌 달성도에 따라서 최대 500까지의 추가 스탯을, 그리고 기본 3개에 최대 10개까지의 이능 및 체질 슬롯을 확보할 수 있는 것 같다.
단, 체질과 이능은 각각 10개가 아닌 합산으로  개수를 취급하는  같은데, 사실 10개면널널하지.

“그럼 대충 파악도 끝난 것 같으니, 진짜로 시작하자 뭐부터 하고 싶니?”

“테르미를 찢는다. 처음부터 그 생각 뿐 이었다.”

이건 에몽이의 의견.

“뭐? 난 그럼 담…못이길 것 같은데…”

이건 순덕이의 의견.

좋아 넘기자. 잘 해봐야 스탯 합계 300따리의 얘들을 모아서 잡을  있는보스가 아니다 테르미는.
더더군다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여기서 만나는 보스는 만전의 상태겠지? 그럼 절대 불가능이지.

“일단 가장 어려운거에 박아보자 난이도도 체험해 볼 겸.”

강줌이의 의견.

“그냥 제일 쉬운 거 한번 해봐요, 어차피 레벨도 올려야 되고 달성도도 올려야 하는데.”

이게 그나마 양심이 있는 편자.

그래 내가 너희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니, 그나마 편자가 사람이라 다행이다.

“자 그럼 우선 개개인의 능력부터 알아볼 겸 조금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여우향우회나 잡아보자.”

-여우 향우회?
-이름  알아듣기 쉽게 지어줘
-아니면 하다못해 간지라도 나게 지어줘 시발 왜 ‘광야의 습격단’이 여우향우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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