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075 - 처음엔 지지만 성장하면...!
여우향우회.
-때려쳐, 그냥 향우회라고 해
ㅇㅋ 확인
[여우 향우회]
방금 전에 토벌에 성공한 이 녀석들의 적정인원은 4인~7인.
참여하는 인원 중 나를 제한 4명이 피지컬에 자신이 있는 방송인들이었고, 5인이면 최대 인원과 둘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우선 순덕이는 훌륭하게 1인분을 해냈다. 오히려 그 배를 했다고 봐도 좋다.
완벽하게 전선을 유지했고, 그 전선이 유지되는 동안 결코 실수와 변수를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에모몽은 말할 것도 없이 2인분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전장에서 가장 번거로운 위치를 차지하는 적들을 꾸준히 놓치지 않고 제거했으며, 중간에 오더에 따라서 위협적인 녀석들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사전에 차단했다.
편자 역시 마찬가지.
에모몽이 제일 위협적인 녀석을 처단하면, 이어서 그 주변을 정리하고,
순덕이와 내가 전선을 유지하면, 항상 근처에 위치하며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여 전선의 유지를 도왔다.
미끼의 역할마저 항상 우선적으로 맡아줬으니 그녀가 없었으면 전략을 다시 세우며 당당하게 재도전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토벌의 사실상 주인공 강줌이.
항상 상대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살아나왔으며, 가장 위험한 순간에 후미를 맡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큰 활약을한 플레이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피지컬 원툴이라고 놀림을 받고 바보소리를 들어도,
한 플랫폼에서 1티어의 자리를 꿰차는 것은 결국 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자리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만 그와 별개로.
“난이도가 살짝 선 넘네, 적정인원이랑 별개로 입장이 가능한 거 보니까, 난이도랑 별개로 인원수 보정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여우향우회는 좀 문제였어.”
스탯이 올라가면 쉬워질 것이고(아마도), 첫 도전으로 할 만한 보스가 아니었다고 가정을 해도, 그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솔직히 필넴이 고넴들에 비해서 몇몇을 제외하고 압도적으로 약하거든? 그거를 메꾸기 위한 수단인지 적들의 성장치가 최대치인 것 같아.”
성장치의 예시는 방금 보았듯이 적들의 스탯이 있고, 이능이 있다.
한 가지만 엇나가도 온갖 애로사항이 꽃피울 텐데, 최대치로 상정을 해야 한다고?
컨텐츠의 뽕을 제대로 뽑을 생각인가?
“일단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진중한 마인드로 다음 도전하고 싶은 거 뽑아봐”
“시엘라”
“시엘라”
“시엘라”
“…시엘라”
오, 좀 놀 줄 아는 녀석들인가?
***
-7.초.컷
-조우까지 4초 4명 머리 깨지는데 1초 바로 런한 갤주 마무리 당하는데 2초 ㅋㅋㅋㅋㅋㅋ
-와; 여제님;
-에베베 런 존나 빠른 것 봐 ㅋㅋㅋ
-ㄹㅇ 뭘 본 것도 아니고 등골이 싸한데? 하더니 바로 런함
“아키야랑 싸우는 걸 그렇게 봐놓고도 아직도 여제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거짓말 안하고, 솔직히 성장을 끝마치고 가도 가능성이 적다.
단순한 수치로 비교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방어력이 100인 보스를 상대로 공격력 50의 플레이어가 공격한다고 대미지가 들어가지는 않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얘는 약화시켜서 내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뭐 그래, 도전 권장 인원이 6~11명인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여제님의 용안을 마주하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만족하셨습니까?”
“나! 얼굴 못 봤어!”
“넌 가서 내 채널 구독 좋아요 누르고 조회수 스택이나 쌓도록”
“힝”
“자 진지하게 다시 정해봅시다.”
“아키야”
“제발 조용히 해, 시엘라는 얼굴이라도 봤지, 아키야는 얼굴도 못 봐”
이해는 한다, 일단 마지막 보스 급에 해당하는 존재를 그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정상을 노리는 유저들에게 그 동기부여의 수준이 다르니까.
근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런 거를 봐도, 동기부여가 되나?
“우선 달성보상이 꽤 큰 것 같은데, 난이도 걱정은 솔직히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보는 맛이 있는 얘들은 뭐가 있을까요?”
확실히 그렇다. 처음엔 난이도를 걱정했는데, 난이도는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방금 전 향우회는 솔직히 보는 맛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개인차가 좀 심했지?
다 같이 무언가를 해낼만한 보스라.
“그럼, 구덩이나 메우러 가자.”
***
죽음구덩이.
흔히들 샌드웜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괴물이 있지?
그 녀석을 생각하면 대충 이미지가 비슷할 거야.
처음 시작하고 그 인근에 있는 시신들을 이쁘게 모아두고, 적당히 여우시체도 조금 쌓아두면 높은 확률로 조우할 수 있는 보스.
물론 조우한다고 해서 잡을 수 있지는 않지, 실질적으로 토벌을 하려면 중후반까지는 성장을 해야 하는데, 중후반에는 조우하기가 또 쉽지가 않지.
그래서 실제로 도감을 채우기는 쉽지 않은, 그렇다고 보상이 엄청 좋지도 않은, 계륵과도 같은 필넴.
다만 타 작품에서의 샌드웜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12시 방향 꼬리!”
꼬리에도 입이 있다.
“아니! 왜 꼬리가 머리보다 입이 더 커!?”
그리고 여타 다른 작품에서의 샌드웜과는 다르게, 얼굴이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목구비…비슷한 것이 있어서 그러한 신체기관이 없는 꼬리의 입이 더 크다.
“3시에 또 올라온다! 구덩이 크면 입이라고?”
“맞아! 5시 방향 뭐 올라온다! 3시 그거 꼬리야?”
“작은 것 같은데? 머리!”
“그럼 5시 휩쓸기! 에몽아 3시!”
날아가는 화살.
모래를 대량으로 집어삼키며 솟아오른 머리가 정확하게 화살의 궤도에 그 눈을 들이댄다.
마치 미래를 보고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예측사격.
샌드웜의 굉음이 한차례 더 울려 퍼지고, 거대한 언덕을 남기고 또 자리를 뜬다.
그리고 샌드웜이 도주하며 남긴 언덕에서는 2자릿수를 넘는 전갈과 뱀이 모래를 파헤치며 뛰쳐나오기 시작했고.
“이제 3번째 도주인가? 2번 정도 더 추격하면 돼! 운 좋으면 한 번!”
-시즌 3호 런드웜;
그렇다. 샌드웜은 자체적으로 특이한 이능을 보유한 괴수는 아니지만, 일단 튼튼하고, 항상 모래 속에서 기습을 감행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여야한다.
기습의 종류에는 집어삼키는 기습과, 특수한 공격을 행하는 기습이 있고,
높은 확률로 어느 한쪽이 집어삼키기를 실행하며, 남은 한쪽이 따라붙으며 특수 기습을 행한다.
따라서 구덩이의 크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머리인지 꼬리인지 브리핑을 한 뒤 나머지 한 쪽의 패턴에 대응해야한다.
그리고 가끔 튀어나오는 양쪽 모두 특수 기습인 경우에는 빠르게 거리를 두고 뭉쳐서 위험한 공격과 대응할 수 있는 공격을 구분해서 대처하는 식으로 교전을 이어간다.
그렇게 교전을 이어가다가, 위험을 느낀 샌드웜이 도주하려고하면 그 낌새를 빠르게 확인하고 NPC들과 함께 그것을 저지해야 하는데, 토벌모드에서는 NPC가 없다보니 솔직히 저지가 쉽지 않다.
때문에 지금처럼 추노를 하면서 녀석을 잡아야 하는 것인데.
녀석이 도주를 하면서 쫄을 토하고 가는 줄은 지금 처음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번거롭네.
“번거롭다니! 이거라도 없으면 나랑 순덕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구경해야 한다고!”
-맞지...
-근딜혐오에바지
-칼챔벤ㅋㅋ
“스토리 모드 기준으로 측정해서 도주 빈도를 상정한 거라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1~2번 더 도망칠 거야.”
따라서 다음번 혹은 다다음번에 발악이 시작될 것인데…
“생각해보니 우리 앞다마가 다 칼챔이네, 스토리에서는 떡대가 발악시작하면 일단 한번 들러붙어서 기세를 죽여놓는데, 우리는 그런 거 기대 못하겠지?”
-솔직히?
-체력10 강줌이와 체력5 순덕이?
-칼챔 둘이 합쳐서 생명력이 50이 안되는데?
-이상하다~ 분명 기본 생명력이 50인데~
“그래, 내가 뭘 기대하겠어~”
이건 솔직히 내 생각이 짧았다.
물론 그들의 역할이 없는 것도 아니고, 불리한 점은 피지컬로도 수습할 수 있으며, 거기에 서로가 서로의 수준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눈치만으로도 합이 맞는다.
실제로 여우향우회에 비해 스토리상으로는 그 난이도가 훨씬 높은 샌드웜인데, 굉장히 스무스하게 진행이 되는 것을 보면 그것이 맞다.
그래도 같이 게임하는 사람인데 조금 더 재미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네.
“정리 끝났지?, 이제 발악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미리 설명해줄게.”
샌드웜의 가장 강한 강점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리스크를 가지는 공격은 뭘까?
샌드웜은 여타 매체에서 나오는 모습 그대로 그 사이즈가어마어마하다.
따라서 그 압도적인 질량을 이용한 공격이 가장강한 파괴력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OO의 샌드웜은 그 갑피의 물리적인 내구력이 다른 매체에 비해 큰 폭으로 부족한 편인데,
이는 아마 모래 속에서 생활하고, 그를 위해서는 극광에 적응해야 하고 플레이어로 비교하자면 스탯을 적응에 많이 두들겨서 체력에 투자한 스탯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이곳의 샌드웜이 뱀의 변종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따라서 그 질량을 통한 공격은 모래 속이라는 가장 큰 방어기재를 버리고, 물리적으로 연약한 가죽을 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리스크가 큰 공격에 해당한다.
“그래서 갑자기 지금까지 본 것이랑 다르게 존나 큰 구덩이가 생기면 그대로 튀어나와서 구르는 거니까 조심해.”
그 외에도 머리 쪽에서 사용하는 특수기습은 독무를 지금처럼 1미터 정도의 머리만 빼꼼 내밀고 사용하는 것이 아닌 5미터가 넘게 머리를 치켜세우고 분사하는 공격과, 2미터 언저리의 꼬리를 이용한 휩쓸기가 아닌 5미터를 뽑아낸 초토화시키기도 주의해야 하고.
다만 후술한 발악성 특수기습은 사전 정보가 적으니까, 센스를 가지고 대처를 해야 하는데, 그정도 센스는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럼 찾는다?”
손을 땅에 짚고 이능을 발산한다.
내가 고른 이능은 탐지.
그 정확한 효능은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고 이상을 감지하는 것.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스캔 같은 효과는 아니지만, 샌드웜처럼 압도적인 적응 스탯을 가진 거체가 움직인다면 필연적으로 그 이상이 발견되기 마련이고.
북서쪽이다.
북서쪽? 거기 지형 좆박았던데?
***
지형은 아마 랜덤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러한 지형에서는 샌드웜이 돌아다닐 리가 없으니 모드에 따른 허용이 아닐까?
그럼 문제 숲에서 샌드웜이 튀어나오는 것을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정답은 [피지컬]이다.
“땅 울린다! 이거 2시야! 내가 봤어! 2시!”
“7시방향도 울린다! 작은공격!”
거의 동시에 외친 후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는 순덕이와 강줌이.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고 바로 시위를 당기며 시야를 넓히는 에자와 그런 에자의 옆에 붙어서 반대방향으로 뛰어가기 위해 자세를 잡는 편자.
2시에서 머리가 솟아오르고, 동시에 섬광이 쏘아진다.
7시에서 꼬리가 솟아오르고, 그와 함께 그림자가 쇄도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목구멍에 화살 꽂았거든? 독무였을 거야!”
“확인, 근데 상관 없어 이제 목은못 쓸걸?”
화살을 맞고 뒤로 젖혀지는 머리와, 머리를 따라 뒤로 기울어진 목을 타고 걸어 올라가며 그 목을 깔끔하게 베어 넘기는 순덕이.
반대편에서 휘둘러지는 꼬리를 팔로 막아내는 강줌이와 에자의 시선만 보고 바로 반대방향으로 쏘아져 그런 강줌이를 보조하며 창을 내지르는 편자.
그 꼬리에 구멍이 뚫리기를 반복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려는 몸짓은 강줌이에 의해 막힌 채로 그저 꿰뚫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크으 이제 순덕이는 나보다 고정 잘 쓰겠다, 샌드웜 모가지를 저렇게 빠르게 밟고 올라가는 거 쉽지 않은데.”
열심히 해설을 해주고 있었다.
-아가리 털면서 버스받기 나도 잘할 자신 있는데
-그럼 샌드웜도 열어줄 수 있나요?
-그게 바로 제가 방송하면서 돈을 복사하지 않고, 방송보며 돈을 삭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원래부터 서포트를 하기 위해서 탐지의 능력을 든 것도 맞지만, 막상 완전 버스가 되어버리니, 너무 기분이좋은 걸?
“얘들아 이거 하고 할 만한 재미있는 목표가 생겼어, 이오릴 뽑아놓고 이오릴이 데리고 오는 부하랑 우리 친구들로 포켓몬 배틀을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오; ㄱㅇㄷ;
-그거 볼만하겠는데? 바로 하러 가자
지형적 유리함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하게 베이고 찔리기만을 반복하더니 끝내 마지막 몸부림으로 온 몸을 받쳐 굴러오기 시작했지만,
숲이라는 지형은 샌드웜에게도 그 돌진력이 자연스럽게 감쇄되는 지형이었고,
감쇄된 돌진력은 강줌이의 높지 않은 체력과 적응으로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저지된 샌드웜에게 허락된 미래는 순덕이가 선사하는 반갈죽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