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078 - 나는 날아가는 새 뒤를 잘 돌아보는 편
“반가워, 오랜만에 조팽이네, 우리 어디까지 진행했니?”
-일단 비석 보여줘 시발
-흉.년.이.끎.이 잡고 그대로 런함
“내가 그랬다고? 에이 설마”
-?
-아하하 그럴 수 있지 시~팔
-괜찮아...이제 용서해 줄게...
-시바 따놓은 클립만 10개가 넘는데 얘는도네가 안 되서 날릴 수가 없네
“뭐, 그랬을 수도 있지! 어쩔 거야!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어! 앞으로가 중요한 거야!”
-진짜3배로 화나네
-무슨 기대를 하겠니, 그것보다 오늘 에자방송 봄? 나 물어보고 싶은 거 많은데
“아, 그랬지, 맞아 안 그래도 너희 그거 물어볼 것 같았어”
사실 이러한 부분은 루트를 순차적으로 밟다보면 알게 되는 부분이긴 하다.
물론 정해진 순서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게임은 아니다.
개발사에서도 그 어느 것도 알려주지 않기도 하고, 굉장히 모순된 말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정말 0부터 무언가를 하다보면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이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순서라는것이 생긴다.
예를 들어볼까?
다들 헛발질을 해서 그렇지, 침착하게 생각해보면결국 그라티아 혹은 파라디수스에 1차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도록 구조가 짜여있거든.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목적인 최초의 상황. 자신들의 영역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앙귀스나 페칸스와의 접점이 있을 리가 없고, 설령 접점이 있더라도 무언가에 대한 단서나 조직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가 없다.
그들의 이야기는 표면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들어나지 않으니까.
하여 그라티아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벽에 부딪힌다. 그들은 그렇게 쉽게 신입을 받아주지 않으니까.
이 부분은 그라티아에 대해서 설명할때 말해줬는데 기억하지?
결국 파라디수스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뜻이다.
그럼 파라디수스로 가는 방법을 찾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파라디수스로 가는 방법을 찾게 되어 입대 후 활동을 하다보면 이제 다른 것들에게도 눈을 돌리게 되는데,
하위 말단으로 활동하다가도 결국 플레이어라는 입장은 더 높은 자리를 추구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필연적으로 핵심인물들과 연결이 되게 되니까,
그리고 그들과 연결이 되면 그때가 되서야 표면적으로 들어나던 이야기가 아닌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니까.
그렇게 알게 되는 것들의 예시로는 앙귀스에 말도 안 되는 이명을 가진 이상한 히키코모리가 존재한다는 것,
파라디수스의 전력의 60%가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가 단 2명이 탈영을 해서 그렇다는 것,
그리고 그 둘이 플레이 내내 만나본 적도 없는 페칸스라는 조직에 있다는 것,
그라티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조직이라는 것 등.
그러한 부분에 흥미가 돋도록 자연스럽게 배치를 해놓았고, 동시에 세력의 구도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이벤트가 설계되어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파라디수스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나머지 세 세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조금씩 찔러보다보면 결국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이 그라티아.
일단 페칸스는 아무리 찔러봐도 뭐가 안 나오거든, 그렇다고 앙귀스는 뭐가 나오느냐하면 기본적으로 3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잡지 못한 플레이어에게 앙귀스는 10%도 채 열려있지 않지.
결국 소거법상 그라티아로 향하게 되고, 그라티아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이제 3년 전의 사건에 대해서 조금 더 여과 없는 정보와 한쪽의 의견이 아닌 양쪽의 의견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파라디수스에서 부족했던 북서지부의 정보들도 동시에 얻게 될 것이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눈썰미가 좋고, 상황을 의심할 줄 알며, 주어진 정보를 조금 더 잘 끼워 맞출 수 있거나, 혹은 호기심을 위해서 시간을 무한으로 갈아 넣을 자신이 있는 띵륜진사플레이어라면 조금더 깊게 파고 들어서 아키야에게까지 그 손길이 닿는 것이고.
그럼 이제 여기서 전자와 후자로 일시적으로 나뉘겠지?
여기서 전자의 플레이어는 페칸스를 다시 찔러보거나 앙귀스를 파게 될 것인데, 페칸스는 이정도로 뚫리지 않는다.
결국 앙귀스로 귀결이 되면, 이제 다시 그간 파악해온 정보와 세력구도, 과거를 이용해서 앙귀스의 이야기를 보게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페칸스와 연결이 되는 구조.
시엘라가 또 담서한테는 약하거든.
그럼 드디어 페칸스에게연결이 되고, 페칸스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이제 전자의 부류가 놓치고 왔던 아키야의 숨은 뒷이야기나 혹시라도 달성하지 못한 앙귀스의 ‘내일’루트 그리고 신경을 썼을 수도 있고 무시했을 수도 있는 타우버와 아귈라까지.
한 번에이어지며, 북서지부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가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나처럼 이제 얘들 처치업적 좀 따보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노바투스와 리베르타스랑 이어지는 거겠지? 사실 이 부분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럼 이제 본제로 돌아와서 에모몽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녀는 앞서 회차를 지내며 ‘이야기’루트를 진행했다. 그 후 ‘석산’루트를 진행했는지는 모르겠다. 에모몽의 성격상 담서를 아끼고 보듬으면 보듬었지, 율과 치에키를 죽이고 담서를 괴롭히며 짓밟고 가스라이팅하며 피폐하게 만들고, 그 끝에 폭주하게 두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 클립에도 비슷한 느낌의 클립은 없었고.
그럼 ‘이야기’루트에서 가장 거슬리는 것과, ‘내일’루트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녀는 특유의 눈치와 쌓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 눈치를 챘지만, 본래 유저라면 그라티아를 거쳐서 왔기 때문에 앙귀스의 가장 곪아터진 고름은 3년 내에 들어온 신규 인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그라티아의 판세를 휘어잡으려는 기미가 보이면 그들은 주워 먹을 것이 없는지 빌붙으러 오니까.
그리고 그러한 이들은 ‘석산’혹은 ‘이야기’루트가 진행되면 언제나 가장 먼저 자리를 뜨니까.
그리고 ‘내일’루트에 이르게 되면 그동안 눈에 치였던 것들이 빛을 발하게 되겠지.
에모몽에게는회차를 반복하는 동안 쌓인 불만과 의심이 그 꽃을 틔우는 시간이었겠지.
그런 말이 있다. 문제가 일어나는 장소에 항상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면 의심해 보라고.
솔직히 난 적당히 피지컬 좋은 바보로 취급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그녀가 자주 보여주기도 했지만.
21세기에 한국이란 나라에서 진짜로 실력밖에 없는 바보는 살아남을 수도 없고, 3번이나 국가대표라는 자리를얻어낼 수도 없으며, 그 뒤에 방송인으로써 자리매김하고 그 위상을 플랫폼 대표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뒤유지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실력밖에 없는 바보가 아니었고, 당연하게도 기회를 노릴 줄 아는 맹수였다.
다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상상 이상으로 날카로웠던 것은 맞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우선 율이나 치에키를 혼자 두지 않았고, 어쩌다가 단독활동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 오면 그 일정을 처음부터 조율해서 내가 대신 나서거나 같이 나섰지.”
주로 대신 나섰다. 내가 대신 나서면 그 둘은 담서의 주변에 붙어있게 되거나 둘이 붙어있게 되니까.
문제를 일으키는 대상은 언제나 랜덤이지만 그 도화선은 항상 같은 최적의 순간을 노리기 때문에,
율과치에키가 같이 있거나, 앙귀스의 거리에 있거나, 담서와 함께 있거나 등등,
변수가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상정한 것 이상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절대로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그 정도가 아무리 작더라도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들이 활동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방식이 달랐다. 위협적인 요소가 있는가? 그럼 배제하면 된다.
방송인 에모몽이 아닌,
양궁선수 유희라에게 어울리는 냉철함으로,
국가대표 유희라에게걸 맞는 냉혹함으로.
어차피 담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깔려있으니까, 어차피 사라져도 모르는 회색분자는 그녀의 시야 밖에서 아낌없이 쳐낸다. 머릿수의 절대치가 줄어들면 티가 나지 않겠냐고?
그를 위해서 날카롭게 벼린 이와 발톱이다.
피와 눈물로 살 위에 올려 두들긴 망치질이다.
일방적으로 사람을 도륙하는 것이 아닌 의심스러운 이들만 골라서, 게다가…
‘막 죽여도 되냐고? 괜찮아, 애초에 살아있던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고민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거야.
사람이 태어나는 것에는 자신의 의지가 부여되지 않으니까 살아있지 않을 수 있었어.
하지만 주어진 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의지를 담으면 그 순간부터 인간은 살아가는 거야.
그러니까 이녀석들은 시체야, 살아가기를 포기한 이들,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는 주제에 맡겨진 흐름이 잔잔하기를 원하는 이들.
그런 녀석들이 다시 한 번생을 쥐어보겠다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최악의 환경에서 최악의 시련을 이겨내고 견뎌온 이의 삶을 부수려해?
자신이 포기한 것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고난 또한 필요한 거란다.’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에서 자신의 위치에 몰입해서 나온 말이던, 아니면 실제 자신의 신념이던, 어차피 그렇다고 유희라가 사람을 쏘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나처럼 수동적으로 대처하면 번거로워지기도 해.”
솔직히 아무리 앙귀스가 소수의 1세대를 제외하고는 진정한 오합지졸 찌끄레기 패배자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일을 벌이는 주동자 역시 같은 녀석들인데 너무 무방비하게 중요 인물이 죽는 것 같지 않아?
당연히 이유가 있지.
바로 타 세력의 개입이다.
주로 그라티아의 강경파지.
그라티아의 강경파는 2세대NPC로 구성이 되어있고, 그들의 입장에서 담서는 감당할 수는 있지만 눈엣가시 같은 존재기 때문에, 자신들의 손에 직접적으로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잘 터트리면 전략적으로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
이러한 마인드와 계획은 앙귀스의 패배자들에게도 이득이 되는 부분이라서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그라티아와 접선을 한다.
보통 거기까지 실행하는 인물은 매 회차마다 랜덤이고, 거기까지는 감당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들이니까 상대하기 번거로워진다.
게다가 단순히 소수의 인원이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닌 나름 작은 집단을 이뤄서 행동을 하는 것일 테고.
따라서 나는 상황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둔 후에 녀석들이 활동을 못하게 기회를 주지 않는 식으로 대처를 했다면,
에모몽은 애초에 사전차단을 하고 있는 중인거지.
“돌려서 말하면 악한 마음을 품은 이들이 결과적으로 악을 행하더라도, 적어도 아직은 행해지지 않은 악을 악이라고 규정하여 처단해도 되느냐 라는 이야기지.”
자주 있는 패러독스잖아? 희대의 살인마가 있고 그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기 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에게 시간과 의지와 능력이 모두 있어서 그를 옳은 길로 선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눈앞에서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의 피해자가 있다면?
능력이 부족하다면? 망가질 미래를 가진 사람을 교정하고 선도할 능력이 없다면?
의지는 뭐 사상에 따라 다른 것이니까 제외하자.
그러한 역설 속에서 에모몽은 과감하게 우선순위를 둔 거지. 처음부터 상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따라서, 에모몽은 그녀 나름대로의 최선의 판단을 내린 거야.”
그녀에게는 담서와 그녀의 주변인물들만이 중요하다.
그러한 인물들에게 해가 되는 존재는 제거해도 무방하다.
그 과정에 중요한 것은 담서에게 안 좋은 영향이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을 내린 이상 행동은 신속하고 과감하며 치밀하게.
“그 결과가 신입 방송인 유희라인 거지.”
***
비석을 보여달라고 애타게 요청했지만 사실 일그러진 지옥황천의 메뚜기 더 곡물 버큠클리너를 제하면 딱히 이렇다 할 진행도는 쌓지 않았기 때문에 특이한 것은 없다.
특성으로 추가된 물들은 시야는 대기 중의 에너지 혹은 이능력자의 맥이 뛰면 자동으로 일렁이는 에너지들을 파악하고 느낄 수 있는 이능이다. 눈에 스카우터가 끼워진 느낌이라고 할까? 어떤 이능을 소지하고 얼마나 능숙하고 등등이 대략적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단, 고유능력은 이 시야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데, 아키야가 말하기를 이능은 세상에 적응한 대가지만 고유능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아쇠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들이 변화시킬 세상은 내가 적응한 세상과 다르기 때문에 파악할 수 없는 거라고, 근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어서 그냥 그런 설정이 있는가보지~하고 말았다.
중요한 것은 금호는 고유능력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지. 고유능력을 가진 이는 그 고유능력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유여부를 알 수 있고, 그 외에 다른 이능도 가지고 있다면 그 이능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있는데, 금호에게는 뭔지 모를 고유능력의 기운 말고는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근데 보통 고유능력 하나 덩그러니 들고 있는 얘들이 답이 안 나오던데.
아키야나 시엘라 같은 얘들.
그리고 기울어진 시야는 나도 모르겠다. 물들은 시야의 대가는 그 시력을 일시적으로 잃고 정상적인 시야는 영구적으로 잃는 것인데, 지금 나는 정상적으로 눈이 보인다.
정상적인 시야를 잃는 다는 것은 눈에 필터가 살짝 씌워진 것처럼 시야가 이능에 물들어 버린다는 뜻으로 가볍게는 살짝 세피아 톤으로 바뀌고, 심각하게는흑백으로 변하는데, 난 지금 멀쩡하게 보이네? 이게 아마 기울어진 시야의 효과일까?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눈에 손을 얹고 ‘보여라 얍’으로 준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그 외에는 방출과 흡수의 이능이 강화되었고, 스탯포인트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막대기에 나눠서 투자를 해줬다.
생명력 10>25
지구력 10>25
이능력 60>80
이제 별거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신경 쓰이는 것은 저거 하나인가?
(New!)기묘한 열기가 느껴진다. [흐린 날의 여우 불]
[‘흐린 날의 여우 불’ - 당신은 신체에는 당신의 것이 아닌 기운이 흐르고, 그 흐름은 당신에게 제어 받지 않는다.]
[당신은 이것에 대해 어떠한 이상과 불편함도 느낄 수 없지만, 필시 아무런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