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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084 - 태양이 눈부신 이들을 위한 이야기 (85/99)



〈 85화 〉084 - 태양이 눈부신 이들을 위한 이야기

안개란 수증기를 포한한 대기의 온도가 어떠한 이유로 내려가 이슬점 온도에 도달할 때 포함된 수증기가 작은  입자가 되어 공중에 뜬 상태를 말한다.

발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중의 수증기가 일정량 이상 있어야하며, 대기의 기온이 내려가 공기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선 수증기는 응결되어 안개로 형성되는데,
북서지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라고  수 있지.
일단 그 온도가 낮아지는 일이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거기에 이렇게 한 순간에 주변이 안개로 가득 찬다?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도 맑고 탁 트인 공기가 순식간에 안개로 차오르는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서지부의 안개는 그러한 자연현상을 칭하는 표현이 아니다.





유이.

멸망을 알리는 화가, 죽음을 이끄는 춤사위, 입몰을 칠하는 물감.

무엇하나평화로운 이명이 없고, 어느  하나 자비를 품은 별칭이 없다.

그녀의 곁에선 이들은 언제나 그녀를 그렇게 칭한다.

따라서 그녀는 기대에 걸 맞는 행보를 밟는다.

곁에선 이들에게 넘을  없는 벽으로, 건너에선 이들에게 범접할  없는 끝으로.





“와우, 굉장히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움직이셨네?”

 봐둬라, 페칸스의 루트가 아니라면 유이가 전장에 안개를 이끌고 나타는 일은 회차 당 한번 밖에 볼 수 없으니까.
언제긴 언제야 북서지부에 종말이 선고되는 순간이지.
돌려서 말하면 나도 지금 처음 본다는 뜻이다.

오잉?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오잉? 이지랄
-오잉은 시바 과자이름이고
-오잉이 과자 이름임?
-틀 에반데;
-시바 오잉을 모른다고?

유이의 모습을 확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이 검게 들었다.
쉬지 않고 화살을 3발이나 전력으로 쏘아재끼더니 부작용으로 눈이 멀어버렸나?
사람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가장 큰 기관이 봉해졌음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개똥같은 내용으로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고,
어차피 이렇게 된  내 방도 아니니 관리를 포기하고 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시엘라와 유이가 폐광에 틀어박히던 그날, 둘은 서로에게 다짐한다.
서로가 서로의 억제기가 되어주고, 감시자가 되어주기로.
시엘라가 있기 때문에 유이는 북서지부에게 유예를 줬고, 사람을 향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쥐고 있기로 정했다.
유이가 있기 때문에 시엘라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뜻을 관철하기로 했으며, 포기하지 않기로 정했다.
서로가 서로의 약속이 되고 맹세가 되어 존재하고 있다.

다만, 그로 인해 시엘라는 언제나 밝고 따스한 존재로 남아있기로 자신을 옭아매어 페칸스에 묶었고,
그로 인해 유이는 언제나 차갑고 냉정한 존재를 자칭하며 자신을 페칸스에 가뒀다.

때문에 유이가 움직이는 순간은 서로의 맹세를 저버리는 순간이고,  말은 유이의 폭주는 언제나 시엘라의 동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계기가 없다. 굳이 하나 찾자면 에모몽이 역전을 쏘아 갈긴 것인데, 그것 때문에 움직였다고 보기는  그런 게, 우선  화살이 무엇인지 유이는 알고 있다.
그 말은 저 화살이 쏘아지기 위해서는 앙귀스가 개 박살이 났거나, 혹은 앙귀스가 활동하기로 했거나  중에 하나의 경우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는 뜻이고,
앙귀스가 개 박살이 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리도 없으니, 앙귀스가 활동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결과는 이미 도출했을 것이다.

거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유이는 폭주하지 않았다.

그럼 어째서 움직였을까?
자신 역시 칩거를 깨고,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왜?
알  없다. 단지 붉은 선인장이 사정없이 살포되어서, 혹은 역전이 3년 만에 3발이나 사출되어서 정도만 가능성이 있을 뿐.

시엘라는?
분명 알고 있고, 동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엘라가 아닌 유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녀 본인이 원했다는 뜻인데…
구경 말고는 할 있는  없다는 사실이 천추의 한이구나.
모든 것을 알지는 않아도 상황과 전제만 충분히 알려주면 일어날 수 있는 결과는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넓고 OO는 그보다 넓었다.



***


“반갑다.”

대기를 가득 채운 안개가 일시에 떨린다.

“대단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칼밥 좀 오래 먹은 년이다.”

안개가 떨리며 그녀의 목소리가 세상에 퍼져나가고,

“초면인 놈들도 있고 아닌 얘들도 있는데, 여기까지 했으면 좋겠다.”

 번짐은 귀를 통해서가 아닌 극광의 기운을 통해서 몸에 때려 박힌다.

“안면 있는 친구들이 말 좀 잘해서 사상자 없이 헤어지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그 파동은 다른 소리가 전달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일방적인 통보를 고한다.

“초면인 친구들도 눈치가 있으면 넘을 수 있는 벽과 넘지 못하는 벽을 구분할  있을 테니”

펜은 칼보다 강하고, 말은 인체의 펜이니, 휘두르고 지울 수 있는 펜과 달리 지울 수 없는 말은 펜보다 조심히 다뤄야 하는 무력이다.
그러니 그녀가 행사하는 무력은 가히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알아들었을 것이라 믿고, 이거 주워서 간다. 불만은 나중에 직접 전하러 와라, 그쪽에 치유능력 뛰어난 얘한테 물어보면 위치는 알려줄 거야.”

등장한지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이곳에 존재하는 자신을 아는 이들에게 자신이라는 존재를 다시 각인하고,
동시에 자신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신이라는 존재를 새겨 넣기에, 남아넘치는 시간이었다.

“언니, 사랑해.”

그리고 그것은 내가 정신을 차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인간은 모름지기 강한 존재를 동경하고, 압도적인 존재에게 매료되기 마련이다.
 존재가아득하면 아득할수록 강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사로잡힌다.

때문에 그녀는 사람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사로잡히기에 충분한 도움을 받았다.
그러니 여기서 그녀에게 고백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녀에 대한 폐가 아닐까?

“너도 평범한 아이는 아니네, 붉은 선인장의 독에 중독되고, 눈도 안보이고,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그런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을 보니까.”

힝, 아니었나보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소득이다. 적어도 말문을 텄으니까!

“이름이 뭐에요?”

이정도 무력이라면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그녀의 말대로 지금 나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검은 화살을  순간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두 번째 화살을 쏘니까 눈이 감기더라고, 그리고 마지막 화살을 쏘자 이제 눈이 뜨여있음에도 시각 세포가  역할을 하지 않는지 어느 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을 잃은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목숨도 붙어있으니 아직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담서가 웃는 모습을 내 눈으로 담지 못하지 않을까, 혹은 눈을 잃은 나로 인해 담서가 울지 않을까,
그냥 그런 걱정만이 머릿속을 쉽사리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다.

“…유이. 그냥 유이라고 불러.”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에베베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이리 이름을 어렵게 짓는 거지?

“그럼 유이 언니! 지금 어디로 가요?”

“내 집으로, 너희 집으로 가도 되는데 그럼 죽을지도 몰라.”

“아하, 그렇게 쉽게 안 죽으니까 괜찮은데…”

“열매는 병에 들면 썩고 떨어져, 과신하지 마”

오, 다른 체질과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산수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를 들으니 뭔가 나의 추론에 확신이 담긴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열매를 잃은 나무는 후손을 남기고 세상을 뜨거나, 병마를 이기고 다시 꽃을 피우면 그만이지만, 그 꽃으로 열매로 하루를 일 년을 보내는 이들을 생각해야지.”

“…”

“그리고 죽지 않아도, 눈이 보이지 않으면 네 목표는 멀어질 걸? 눈을 뜨게 해주겠다고 못을 박아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극광병에 관한 부분은 우리가 더  아니까, 일단 믿어봐.”

“얼마나 걸릴까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미아가 걱정이면 지금 귀찮은 인간 하나가 미아 보호하러 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귀찮은…인간?”

미아는 아마 담서를 칭하는 말이리라.
확실히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처형자나 집행자 같은 날이  이름보다는 훨씬 귀여우니까.
하지만 귀찮은 인간은 누군지 모르겠다. 사실 유이라는 이름에도 집히는 바가 없으니까 당연히 그 관계자도 알리가 없긴 한데….

“응, 귀찮은 인간 하나 있어, 너랑  맞을 수도 있겠다. 만나면 잘 지내봐.”

이런 설명을 들어서야, 의문이 커지기만 하는 걸….

***

“으아…이제 보인다. 한두 번도 아닌데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있지?”

“뭐, 30년을  뜨고 살았는데 갑자기 안보이면 적응이 안 되지 않을까?”

“30이라니! 아직이야! 너도 과녁이 되고 싶어!?, 난 사과가 아니라 딸기도 잘 쏴!”

-30이라니! 40이야!
-40밖에 안됨?
-반백은 된 줄 ㅎㅎ;

“처신 잘해라, 윌리엄 아저씨는 아들 머리위에 사과를 올렸지만, 난 니들 머리 위에 딸기 올릴 거니까”

-으악 맹인궁수 에몽이치다!
-도-망-챠!
-형님 개소리 말고 빨리 다음 부분이나 보여주십쇼
-ㄹㅇ 나 아직 유이 얼굴 제대로 못 
-유이 얼굴은 에베베 방송가면 맨날 볼 수 있는데?
-왠지 스포 당하는 기분이라 싫어 > 3 <
-이모티콘 찢어버리고 싶네
-스포...? 겜방 보는 사람 입에서 스포...?

“다음 방송은 식사 후에 진행됩니다! 너무 힘써서 배고파!”

-아니 게임 속에서 그렇게 먹고 아직도 배가 고파?  벌써 5끼나 먹었어!
-ㄹㅇ 4시간만에 5끼를 처먹고 배가 고파!?

“너희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씹덕이니?”

-아니 시발 니들 때문에 내가 에자한테 이런 말을 들어야겠냐?
-솔직히 에자가 하는 ㄴㄷㅆ은 자속보정먹어서 대미지 1.5배라 아픔
-혹시 양심에 찔리지는 않으십니까?

“응! 난 예쁘니까! 원래 예쁜 사람은 그런 거로 반발 대미지  받아!”

-아~시팔 밥시간에 밥맛 떨어지게
-희라도 아니고 주모몽도 아니고 에모몽 입에서 시발 저 말이 나오네
-주접 그만 떨고 빨리 밥이나 먹읍시다, 시간 3배로 손해보는데
-ㄹㅇ OO였으면 아직 10분밖에 안지났을거 벌써 30분 가까이 지남

[‘좆망겜’님 5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좆같은 게임 불친절하고 과금유도심하고 생체연동이라 제때 밥 안먹으면 죽기까지 함;]

-ㄹㅇ 그 와중에 시간은 3배속이라 인생 손실 존나 큰데 접지도 못함

“정신 차려…OO가 게임이야”

-ㅈㄹㄴ 그럴리 없잖음 ㅎㅎ
-ㄹㅇ 커스터마이징도 없는 병신겜이 세상에 어디있어
-커마는 OO에도 없어...
-앗...!




“아, 얼굴 보니까 기억난다!”

식사를 하며 시청자들이 보내준 영상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기억이 나기 시작했는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에자.

“응… 그렇구나, 아무튼 페칸스에 도착했을 거야, 유이의 말을 들어보면 시엘라가 앙귀스에 있거나 아니면 앙귀스 사람들을 데리고 페칸스로 왔겠지?”

페칸스는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굉장히 순하고 선량한 조직이지만, 그것이 결코 약한 조직이라는 뜻은 아니니까, 주의하라는 말을 건네며 에모몽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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